[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어릴 적부터 독립운동가들은 고립된 영웅처럼 보였다. 외롭고 때로는 무서워 보이기마저 했다. 만세 외친 대가로 고문당하고 난자당했다는 유관순의 일화는 어린 마음에 악몽 같았다. 그가 그렇게 기억되길 즐길까 싶었다. 개발독재 시절 본격화된 유관순 신화는 한편으로는 민족주의적 숭고의 선양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에의 공포를 조장한 은밀한 덫이 아니었는지. 그 고통의 반복적 현시는, 섣불리 정치에 뛰어들지 말라는 경고는 아니었을는지. 나는 위대한 운동가들을 고립과 소외에서 구출해 내고 싶다. 인간으로 마주 대하되 여전히 숭고하게 느끼고, 그 단처와 약점을 받아들이면서 그럼에도 경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옥관빈·윤치호·이광수······· 그런 문제적 생애를 다 추방하고 나면 내 자아가 얼마나 앙상해질까 싶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이 문단 너무 좋습니다. 완독했습니다.
저두요.. 문장을 메모해뒀는데.. 다시 봐도 천천히 오래 보고 완전히 받아들이고 싶어지는 문단이었어요. <나가는 글> 마저..너무 좋네요.
이미 청춘이나 매일신보를 통해 한글 글쓰기의 규범 형성 과정을 목격했고 실제 글쓰기의 실천을 고무받은 청년들이 스스로 매체를 창안하는 길을 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고 하겠다. 473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당시 문화 계에 대한 회고와 증언에서 「백조』의 인상이 절대적인 것 등의 여러 정황이 예의 '학생 기질'과 연관되어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 다. ...... 이 시대를 설명하려 한 임화 조차 『백조』에 대해서는 "낭만적 세기말의 잡다한 경향, 상하 자면 "허무주의 다다이즘, 낭만주의, 유미주의, 악마주의, 감성주의 등등"의 혼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482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다양한 문학 사조가 섞여 있었을 만큼 다양성이 공존했던 시대였는데, 그 경향이 '학생기질' 로써 문학을 접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일관성이 없었다는 부정적인 측면보다 어리고 자유로운 이들이 모여 자유롭게 꿈꾸었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어지네요
'31운동세대'라는 명칭 역시 당시로서는 극소수에 불과했던 고등교육 수혜 집단을 특권화하는 효과가 있다. 483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마치 4.19 세대 문학의 전개에 있어 서울대 문리대가 각별한 역할을 수행했듯 3.1운동 이후 문학의 추이에 있어서는 휘문고보가 특별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고 싶어한달까. 487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그러나 '죽음'이 문학적 주제의 핵심이 된 순간, 개체들이 저마다의 자유와 공허 속에서 씨름해야 했던 시절은 근대 한국에서 오래 가지 않는다. 3.1 운동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죽음을 직시하면서도 신생에의 의지와 공동체적 감성, 개조에의 의지를 키워내게 됐기 때문이다. 495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그의 말대로 3.1 운동의 소망을 이어 정치,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길은 적어도 물리적으로는 훨씬 안전한 길이었다. 498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수북강녕에서 열리는 <마티스x스릴러> 북토크 참석하러 왔다가 근처 진관사를 구경하는데 마침 이곳에서 발견되었다는 태극기가 있습니다. 일장기에 덧칠해서 만든 것으로 삼일운동 쯤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책에 나왔던 곳 아닌가요? 와
독림기념과에서도 본거 같아요~ 수북강령 처음들어봐서 검색하러 갑니다
진관사에는 발견되었다는 태극기를 비롯한 실물이 안 보였거든요. 아마도 독립기념관으로 옮겨놓았나봅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보신 것 아닌가 싶네요. 그런데 이 책에서도 진관사 이야기가 나왔었나요? 전 기억이.. ㅋㅎ 서점 수북강녕은 곧 서울 도심쪽으로 이사간다고 하십니다. 수북강녕과 진관사를 한꺼번에 방문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이들 중 누구도 일본어 글쓰기를 최종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이광수는 1910년대에 <매일신보>와 <청춘>을 무대로 '조선어로 쓰는 조선 문학'을 적극적으로 개척했고, 주요한은 1918년경부터 일본어 시 창작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 우리말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염상섭은 일본에서 지방지 기자로 사회적 이력을 시작했으나 <동아일보>의 초빙을 받고 귀국했으며 김우진은 3.1 운동 직전의 분위기 속에서 일본어 대신에 한글로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김기진 역시 1923년 <개벽>에 '프롬나아드 상티망탈'을 발표하면서 정력적으로 평문과 소설을 써 나가기에 이른다. 이들은 문학청년 시기에 한때 일본어로 글을 썼고 일본 문단 진출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3.1 운동 전후 한글 쓰기에 정착한다. 근대 한글 글쓰기는 이들을 통해 비로소 새로이 규범적이고 미적인 영역을 개척했다. 이윽고 1920년대를 통해 놀라울 정도로 풍성해진 공식어로서의 한글은 "조선말로 미문을 쓸 수 없다."던 시대에서 "특수한 학문상 술어 이외에는 조선말로 쓰지 못할 말이 없도록"까지 비약했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바 독자적 자국어의 밀도를 갖추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1919년 3.1 운동 이후 민족어 글쓰기의 공간이 대폭 확대된으로써 가능케 된 상황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456, 권보드래 지음
이 부분을 읽는데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일제치하 36년. 물론 굴욕의 세월임엔 틀림없고, 이 기간동안 한글을 사용할 수 없고 일본어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게 어떤 의미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과연 한 세대 이상을 남의 나라 말을 사용해야 한다면 자국어는 잊어버리게 되는 걸까? 책에 보면 1913년 당시의 조선인 사이에 일본어 해독률은 0. 61%에 지나지 않았고, 1930년대가 되면 10%를 돌파하지만 일본어는 20% 안팎 밖엔 못했다고 나옵니다. 정말 생각해 보면, 당시 일본어를 꼭 사용해야만 하는 곳은 학교나 관공서 같은 곳이었겠죠. 하지만 그때 우리나라 문맹률이 상당히 높았고, 학교에 갈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으니 상대적으로 일본어의 사용 빈도는 그리 높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조선어를 쓰나 일본말을 쓰나 감시하는 것도 한계는 있을 것이고. 물론 당대 지식인들은 문맹률을 낮춰야 하는 것에 공감을 했을 것입니다. 글을 읽어야 무지를 깨칠 수 있고, 교육을 받을 수 있을테니. 저는 책에 언급된 지식인들이 일본어를 의도적으로 탈피해서 조선어로 문학 활동을 했다는 게 대단하고 역시 지식인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것이 해방도 되기 이전 1920년대 놀라울 정도로 풍성해진 공식어가 됐다니, 해방의 조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다 훨씬 앞서 진행되고 있었구나를 실감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러면서 다른 나라는 식민지가 됐을 때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암튼 그런 문학의 조상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작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타면서 우리나라 독자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노벨문학상 작품을 원어로 읽는 호사를 누린다고 입을 모았던 거 아니겠습니까?. 사실 우리는 모국어가 너무 익숙해서 공부할게 뭐가 있나 싶지만, 한 3주 전인가요? <유퀴즈...>에 어느 한국말을 유창하게 외국인 교수가 나왔는데 그는 지금도 한국어 공부를 10시간씩 한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원어로 읽는 호사란 말이 안 나오겠습니까? ㅎ 또 하나 생각할 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신 건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감사할 일이지만, 한 번도 글을 깨우치지 못하고 죽어간 사람이 지난 몇 세기 동안 글을 깨우치고 죽은 사람 보다 훨씬 더 많았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그러다 몇 세기가 흐른 후, 기독교 선교사들에 의해서 비로소 한글이 우리나라에 퍼지기 시작했다는 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시절 선교사들은 빨리 조선어를 익혀서 성경을 번역하고 선교와 교육을 해야했으니. 어쨌거나 평민 이하의 사람들이 성경과 우리 모국어를 깨우치는데 선교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역사에서 '개화기'란 바로 이런 것이고, 그 중심에 3.1 운동이 있었겠구나 새삼 깨닫고 정리하는 중입니다.
@stella15 님 글을 보고 최근 세계 시의 날에 산 시집 한 권이 생각났어요.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번역해서 요미우미문학상을 탄 사이토 마리코. 재일한국인 2세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일어로 많이 번역하고 '단 하나의 눈송이'란 시집을 한국어로 냈어요. 번역문이 아닌 원문이 한글. 윤동주의 시를 사랑해서 일본교과서에 실게 한 이바라키 노리코의 시집과 함께 봄날의책 출판사에서 나왔죠. 주말에 이 시집들을 읽으면서 일제 강점기에 이광수 등 우리나라 작가들이 일어로 작품을 내고 일어로 먼저 쓴 걸 한국어로 번역한 게 생각났어요.
단 하나의 눈송이봄날의책 세계시인선 2권. 일본 작가 사이토 마리코가 한국어로 쓴 시집이다. 시인은 비모어를 배우는 과정을 열 달이 아닌 십년 동안 공들여 키워야 가능한 태교의 과정으로 묘사하고 있다. 사이토 마리코의 이 시집은 생각의 산물이 아니라, 보고 느낀 것, 다시 말해 감정의 소산이다.
처음 가는 마을<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대표작들을 모은 시선집. 단순한 언어에 깊은 뜻을 담는 일, 어렵지 않은 시어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는 일, 그리하여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쪽으로 가게 하는 일, 이것이 이바라기 노리코가 시인으로 살면서 숨을 거두는 그날까지 쉬지 않고 해온 작업이다.
윤동주 시하니까 생각나서 사진 한 장 올립니다. 지난 주에 카이스트에 갔었는데 도서관 1층 옆에 기증받은 미술품으로 박물관(미술관?)을 열었더라구요. 놀랍게도 피카소 작품도 두 개 있었는데 윤동주 시인의 오래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있길래 찍은 사진입니다.
와, 그럼 저 책이 오리지널 원판이었다는 말씀...?! 그게 키이스트에 있었군요. 첨 알았습니다.
글쎄요. 1948년에 나왔다는 초판은 아닌 것 같으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제목이 거의 안보일 정도로 오래되었다는 것은 유추할 수 있습니다. 서울 청운동에 있는 윤동주문학관에도 전시된 것들이 몇 개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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