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채식 관련 책 12권 읽기 ⑩ 물건이 아니다 (박주연)

D-29
2020년 11월, 정부의 일본산 활어 수입을 반대하는 집회에서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살아 있는 방어와 참돔을 아스팔트 바닥에 패대기쳤다. 항의 의사를 전달하는 퍼포먼스의 일환이었다. 피를 흘리며 고통을 표출하던 방어와 참돔은 끝내 죽고 말았다. 한 동물권 단체는 협회 관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로 고발했고, 경찰은 혐의를 인정하여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남부지방 검찰청은 2022년 5월, 해당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방어와 참돔은 식용으로 양식.유통되는 어류이고, 집회에 사용된 물고기도 식용 목적으로 수입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동물보호법은 법이 보호하는 동물에 대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라고 정하면서도 파충류, 양서류, 어류에 한해서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육식에서 벗어나자는 주장은 먹는 종을 줄이는 동시에 먹는 양을 줄이자는 것이다. 개라는 종의 사회적 위상과 다수가 반려동물로 개를 기르는 현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를 고려할 때, '우선' 개를 먹지 말자는 주장은 결코 과도하지 않다. 오히려 개개인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즉각적이면서도 일상적인 동물권 보호 방법이다. 대법원도 "특정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은 해당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자체 및 그 방법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준다"면서, 동시대 사람들의 인식을 도살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고려하고 있다.
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올려주신 두 문장들 저도 하이라이트해둔 문장들이에요. 다른 책들보다 유독 밑줄 많이 치면서 읽게 되네요. 식용 동물을 키우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겠지만, 최소한 모두가 수긍 가능한 환경은 제공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2022년 8월 평택역에서 한 남성이 3킬로그램의 작은 강아지가 담긴 가방을 패대기쳤다. 강아지는 가방 밖으로 튕겨나왔고 그 충격으로 제대로 걷지 못했다. 강아지의 목줄을 공중에 들어 올린 남성을 역무원이 제지하려 하자 그는 도리어 "내 강아지인데 무슨 상관 이냐"고 응수하며 학대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동물보호법에 따른 보호 조치로 강아지는 그 남성으로부터 격리되었지만, 고작 나흘 뒤 다시 그에게 돌아가야 했다. 법의 한계였다. 개정법은 동물을 돌려받고자 하는 보호자가 지자체에 '사육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지만 보호자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다시금 학대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데스노트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부르르
존 윅에게 전화를 걸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동물보호법은 언제 제정되었을까? 계기는 1988년에 개최된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였다.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당시 정부와 입법부는 1991년 최초의 동물보호법을 만들었다. 다만 이때의 동물보호법은 명목적, 형식적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기에 전체 조항 수도 12개뿐이었고, 그 내용도 부실했다.
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동물보호법 만든게 겨우 30여년전이라뇨!! ㅜㅠ
다수에게 동물은 여전히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질 뿐이며 ‘음식을 즐길 권리’ 앞에 ‘개·고양이 식용 금지’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인간을 돕는 것과 동물을 돕는 것이 구분되고, 동물 구조 단체에겐 동물 도울 힘으로 인간을 도우라는 힐난이 가해진다. 인간-동물에 대한 차별적 인식은 이렇듯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것이어서 맞거나 죽은 동물보다 때린 인간이 더욱 위해지며, 동물복지를 위해 발의된 법안은 다른 ‘민생’ 법안에 밀려 쉽게 폐기된다. 학대가 확대, 재생산되기에 더없이 알맞은 토양이다.
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라도 동물과의 공존을 위해 애써야 한다. 인간이 동물을 오랜 기간 이용해왔다는 사실이 인간이 앞으로도 동물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정당화해주진 않는다. 관습은 단지 관습이란 이유로 지켜질 수 없으며,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관습은 도전받을 수밖에 없다.
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고양이 혐오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언뜻 보면 고양이를 말 그대로 ‘혐오’하는 것 같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고양이’를 혐오하는 건 아니다. 단지 ‘일부 고양이’를 혐오할 뿐이다. 호오를 가르는 기준은 바로 ‘품종묘’ 여부다. 길고양이를 털바퀴라 폄훼하는 이들은 ‘집에서 키우는 랙돌’이나 브리티시쇼트헤어와 같은 품종묘는 찬양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전 이 책에서 이 부분이 젤 참기 힘들었어요.
사람들의 이중성에 기가 막히더라구요! ㅠㅠ
동물을 서열화하는 이들의 차별적 행태에서 ‘나와 다른 집단’, 특히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혐오를 가감 없이 내비치는 온라인 혐오 문화의 단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유기 동물이 새 가족을 만나 새 삶을 살게 될 확률은 극히 낮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새 가족’을 보호시설에서 찾는 사람이 여전히 드문 탓이다.* ‘보호소 입양’이 성사되려면 먼저 누군가로부터 ‘발견’돼 ‘구조’되어야 하고, 보호소에서 안락사 당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또 기적처럼 누군가가 나타나 ‘선택’해줘야만 비로소 새로운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다.
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실제 반려동물 관련 법을 제정할 때 아동 관련 법률이 참고되기도 하는데, 이는 두 존재 다 사회의 보호가 뒤따라야 하는 부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타인을 때리면(혹은 물면) 안 된다”는 규칙을 가르쳐야 하고, 이에 따라 교육받지 못한 아동(혹은 개)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보호자에게 귀속된다. 그럼에도 ‘개를 죽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에 힘이 실린다. 물림 사고의 궁극적인 예방책은 보호자의 책임 강화이지 ‘물면 죽인다’는 협박이 아니다.
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가장 잔인하고 조직적이면서도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동물 학대가 있다. (…)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만 약 488만 마리가 실험에 동원되며, 그중 절반이 고통 등급 E에 해당되는 ‘극심한’ 수준의 고통을 겪는다. (…) 동물실험이 갖고 있는 모순은 또 있다. 실험이 꼭 필요하지 않을 때조차 행해진다는 사실이다.
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채식이 동물을 위한 것이든 건강을 위한 것이든, ‘꼭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채 하기는 싫었다.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무리하지 않고 하는 것이 그것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한 기자가 1미터 길이의 목줄에 묶인 채로 시골 개의 하루를 체험하고 쓴 기사4를 읽었다. 기자는 시골 개와 함께 묶여 지낸 7시간 동안 겪은 추위, 외로움, 지루함을 생생히 묘사했다. 그는 함께 있던 멍순이에 대해 “처음 만난 순간부터 헤어질 때까지, 멍순이는 이렇게 사람이 그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계속 어루만지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늘 혼자 있었을 멍순이의 삶을 짐작해야 했으므로”라고 적었다. 너무 지루한 나머지 “풍경마저 외워”버렸다고도 썼다. 사람이 이렇게 살 수 없듯이, 개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거였다.
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조금만 더 읽으면 완독인데, 이 부분 읽고나니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 이따가 완독해야겠어요. 혼자 댓글 도배해서 죄송합니다. 오늘까지 완독하려고 부지런히 읽으면서 문장들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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