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반짝이는 계절

D-29
허리는 술 먹은 후에 좀 나아진 것 같다.
고독한 미식가에서 고로는 엄청나게 흰 쌀밥을 좋아한다. 밥 없이는 밥을 못 먹는 것 같다. 일본이 밥을 이렇게 많이 생산하고 많이 먹는 줄은 몰랐다.
술을 많이 마셔 확실히 간은 안 좋아졌다.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다 여자는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다 애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애를 여자들은 왜 좋아하고 사랑하나. 알 수 없는 일이다. 모성애가 작용해 그런 것인가. 사랑하는 애를 자기가 돌봐야 한다는 연민 비슷한 감정이 일어서 그런가. 알 수 없다. 어깨가 처져 힘들어하는 것 같은 중년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들이 그런 감정으로 그러나. 이런 것일 수도 있다. 여자는 대개 생각이 비슷해 서로 잘 알아 피곤한 것이다. 재고 살피고 남에게 안 보여주고 싶은 것까지 간파하는 것 같고. 이런 세계에서 벗어나 마치 애 같은 순수한 남자와 좀 편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여자들만의 세계에 너무 지친 것이다.
감당이 안 되는 여자 감당하기 어려운 여자라고 하는데 어떤 여자일까. 우선 외모가 뛰어나 나에게 너무 과분한 여자여서 그녀의 열정이나 출세 가도(街道)에 내가 걸림돌이 될 것 같은 여자다. 그리고 그녀의 외모나 그녀의 꿈을 경제적으로나 능력 면에서 내가 해결해 주기엔 역부족인 외모 관리, 유지나 그녀의 꿈에 내가 절대 보탬이 아니라 방해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나를 엄습해 와 그녀에게 감히 접근조차 하기 힘든 여자를 말한다. 나와 살아온 환경이나 생각이 너무나 안 맞을 것 같은 여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한 마디로 나와는 노는 물이 다른, 다른 세계의 여자를 말하는 것이다. 나를 결국 절대 존경하지 않을 것 같은 여자다. 처음엔 사랑해서 만나지만 나에게 자꾸 실망할 것 같고 결국은 반드시 헤어질 것 같은 여자를 말하는 것이다. 내가 너무나 화려하게 눈부시게 좋아하지만 그녀 앞에만 서면 나를 초라하게 주눅 들게 하는 여자를 말하는 것이다.
어쩌지 못하는 마음 “넌, 지금 제정신이 아냐.” 이렇게 친구가 뜯어말리고 이성적으로 설득해도 자기가 하고 싶어 끌리는 곳으로 향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걸 하고 크게 후회해도 지금으로선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나를 나도 모르겠어.” 자신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이건, 이제 내게 있어 운명(Destiny)과도 같은 거라며 매일 자신을 합리화하며 끝내 그걸 하고야 마는 것이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도.” 눈물의 이별이건 결말이 실망밖에 남는 게 없건 지금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 결과는 오로지 자신이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렘과 두려움이 섞인 두근거림을 자신도, 그것을 지켜보는 친구도 제어할 수 없는 것이다. “나도 어쩌면 지금의 이 비정상적인 상태를 빨리 끝내길 바라서 그런지도 몰라.”
요번 이상문학상은 모르는 예소연이 되었지만 전엔 안 그랬는데 남자들이 우수상으로 많이 뽑혔다.
고독한 미식가에서 고로는 처음에 케익이나 커피, 샌드위치 같은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의 음식은 대체로 짠데 그래서 염분에 대해 지적해도 그들은 잘 따르지 않는다. 그래도 그들은 세계적인 장수 국가이고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개인도 누가 뭐라고 하는 것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자기의 페이스를 유지해야만 일본처럼 뭔가 남는 국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술을 잔뜩 먹은 다음에 지금은 허리가 안 아파 너무나 다행이다.
히든페이스가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레즈비언끼리 서로 사랑했으나 의리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이고 그러나 결국은 그 보복보다도 더 힘이 센 것은 같은 성에 대한 운명적인 사랑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남녀 사이의 사랑과는 그 깊이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런 관계에도 물질적이고 타고난 신분에 있어 하나는 영원한 주인이고 또 영원한 노예이고 종이라는 것을 말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뿌리박힌 물질적인 신분이 너무나 공고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하려는 목적인가.
어제 본 영화 중에 살인의 추억과 황해는 정말 잘 만든 영화다. 그리고 화차가 그 다음이다. 장류진 작가가 리얼하게 아주 무섭게 봤다고 해서 살인의 추억과 화차를 다시 봤다. 황해도 아주 잘 만든 영화다. 영화는 그 내용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장면만 나오면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막걸리를 앉은 자리에서 5병이나 이빠이로 먹었는데도 이번엔 허리가 안 아프다. 이상하다.
마광수는 잘 따지고 그런 여자보단 말수가 적은 여자를 더 좋아한다.
나도 방위를 받으며 골방의 막거리 집에서 사방을 채우고 다시 대각선으로 빈 막걸리 병을 채우도록 술을 마셔댔다. 다방에 들러 예쁘고 잘빠진 다방 레지에게 괜히 질투심이 나서 못생겼다고 했다.
어제 9시간을 정신 없이 잤는데도 왜 이렇게 몸이 무겁고 책이 머리에 안 들어가냐?
뭔가 출세하려는 여자는 자기보다 더 높은 남자를 항상 만나기를 바란다. 자기 밑 남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천성적으로 아기를 좋아하고 잘 기르는 여자가 있고 그걸 잘 못하는 여자가 있다. 우선 아기보다 자기가 우선인 여자다. 이런 여자는 애를 낳으면 안 된다.
spelling을 잘 봐야 한다. 발은만 가지고는 스펠링을 틀릴 수 있다. 스펠링을 눈여겨 보고 ll이 하나인지 둘인지 눈여겨봐야 한다. 영단어를 익힐 때 그 형태도, 그 이미지도 보면 좋다.
자신이 상대를 버려놓고 상대가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나에게 더는 안 매달리면 서운해 하는 게 인간의 더러운 심보다.
인간은 감정이 없는 물건을 더 좋아해 인간은 물건이나 동물처럼 감정이 없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게 페티시즘(Fetishism)의 원조다. 인간은 감정이 있어 의리가 없고 간사하다. 초심을 잃고 언젠가는 변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왜? 은공(恩功)도 모르고 배신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항상 배은망덕한 짓을 하게 되어 있다. 인간은 그리고 어려움은 같이하지만, 전리품(戰利品)은 혼자 독차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전쟁이 끝나 개국공신(開國功臣)으로서 어느 정도 받았다고 생각되면 미친 것처럼 일부러 바보짓을 해서 개죽음을 면하고, 낙향(落鄕)하여 은자(隱者)가 되어 ‘나는 자연인이다’로 유유자적한 삶에 만족한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인간을 믿느니 차라리 받으면 반드시 보답하는 개나 책 속으로 들어가는 게 낫다. 감정 있는 인간 때문에 현실에서 이상을 이루기가 그렇게 어렵다. 글쓰기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이상을 대신 이뤄 현실 세계의 시름을 잊는 게 훨씬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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