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반짝이는 계절

D-29
나는 내 책을 별로 안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나에게 주는 건 아니다. 그가 약간이라도 책에 관심이 있어야 준다. 주면서 그냥 라면받침으로 쓰라고 한다. 솔직히 내 책은 팔리지도 않는다. 그럴 리도 없지만, 많이 팔려 유명인이 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나는 약간 이상해서 내가 자기 검열을 하거나 뭔가 꺼리면서 쓰면 내가 나를 속이는 것 같아 더는 글이 안 써진다.
인간들에게 버릇과 습관이 가장 무서운 것 같다. 전엔 손수건으로만 안경을 닦았는데 이젠 손수건이 없어 전용 안경닦이로 닦고 있다. 손수건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습관이 인간을 좌우한다. 그래, 나는 책을 이제 여섯 권째 냈다. 습관의 결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돈에 이율곡 같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한강 같은 작가도 넣어야 한다. 10만원 권에는 한강을 넣어야 한다. 15만원 권에는 장류진도 넣고.
둘이 거의 같은 마음일 때 이 대화 부분은 누가한 말인가 안 파악해도 되는 대화 부분이 있다.
멈춤 없이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 한 가지를 정성을 들여 쓰는 것보다 많이 써서 실패하고 그러면서 성공하는 것이다. 반함을 당하는 사람은 여러 경험을 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미인에게 빠지는 것은 그 미인은 미인이 되려고 이미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것이고 나는 거기에 빠진 거지만 그 미인은 정작 본전 생각이 나서 나 같은 건 거들떠도 안 보는 게 현실이다. 꼬이는 사람에게만 계속 사람이 꼬인다. 파리만 날리는 사람은 계속 파리만 날리는 것이고. 나는 첫사랑에 빠지지만 정작 그 미인은 내가 자기 어장에 있는 여러 물고기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원래 세상이 다 그렇다. 그 미인은 솔직히 나를 기억조차 못 한다. 그러니 나는 하나에 너무 정성을 들이지 말고 계속 실패하며 글을 쓰는 것이다. 이게 내 글을 빛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남녀 사이에서 똑같이 좋아하는 경우는 없다. 한 쪽이 더 좋아하고 한쪽은 덜 좋아한다.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면 일이 쉽게 풀린다. 그러나 대개는 남자는 시큰둥하게 된다. 그리고 남자가 여자를 너무 좋아해 여자가 좀 시간이 지나면서 같이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장류진은 자신이 사회학을 전공했고 지금 소설가라 거기에 대한 애정이 대단할 것이다. 겉으로 말은 안 해도 그걸 좋아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필란드인이 일본인처럼 내향적이라고? 그러나 일본에서 식당은 손님을 맞이하는 인사와 끝인사가 박력있다.
나는 가만히 사색하는 걸 좋아한다. 이것도 술도 안 마시고 컨디션이 좋을 때나 잘 된다.
고궁 공사하는 날 안 좋다. 도로 공사하는 것처럼 예상 다 쓰려고 하는 거면 고궁은 하지 마라. 이미지 추락한다.
글이 잘 안 써지면 나도 마약이라도 먹고 싶다. 내 마약인 피로회복제나 꾸준히 먹자.
영업 끝나고도 역사에 노숙자들이 남아 있었는데 그들에게서 아무 일도 안 일어났는데도 그걸 말하면 바보다.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고 말 안 하는 인간이 더 많다.
예진이는 가족과 통화하고 거기에 끼기도 하면서 류진이는 그런 적이 없다. 결혼했으면 남편하고 할 법도 한데 한 적이 없다. 애는 있나, 자기 엄마나 언니나 다른 가족은. 왜 자기 프라이버시를 안 밝히나?
인간에게 오는 감정을 외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오는 감정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구나, 하고 말아버리자. 욕을 하면 된다.
외향적인 작가도 속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가려고 하는 게 있다. 그게 글로 나오는 것이다.
상처를 표현할 때 너무 조심하면서 표현하는 것 같다.
다가갔다가 그가 막상 다가오면 피하고 그래 멀어져서 그가 아무렇지 않게 지내면 그게 싫은 그런 감정.
나는 많은 사람이 비슷하게 느껴 사람은 다 비슷하게 느끼나봐를 안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내 배우자는 그 수많은 느끼는 사람 중 하나다. 그들이 느끼는 걸 내 배우자는 같이 느낀다. 나는 그게 아이어서 작가의 길로 들어간 것 같기도 하다.
남이 보면 그저 평범한 것인데도 크게 내면의 상처가 있는 사람은 그걸 글로 승화하면 좋다.
기질적으로 작가의 길로 안 들어서면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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