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다른 일 때문에 영국의 문학 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책들을 오랜만에 넘겨보다가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어요.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가장 빈번히 저지르는 실수는 시나 소설이 말하는 것만 찾으려 하고, 그것을 말하는 방식을 제쳐둔다는 것입니다. (...) 문학 작품은 보고서일 뿐 아니라 수사적인 글입니다. 그것은 특히 주의 깊은 독서를 요구하지요. 어조와 분위기, 속도, 장르, 구문, 문법, 문장 구성, 리듬, 서사 구조, 구두점, 다의성-실은 “형식”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요소에 대한 특히 주의 깊은 독서를 요합니다. (...) 어떤 작품이 “문학적”이라고 말할 때 그 의미의 일부는, 이야기되는 내용이 이야기되눈 방식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작품을 뜻합니다. 내용이 그것을 전달하는 언어와 분리될 수 없는 글이지요. 언어는 현실이나 경험을 구성하는 요소이지, 그것의 도구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16-17쪽)
이렇게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용이 ‘야경’이라면 형식은 그 야경을 바라보는 장소 그리고 그 장소까지 가는 방법이겠지요. 똑같은 야경을 본다고 해도 산 위에서, 건물 옥상에서, (같은 고도와 각도의) 헬기 위에서 보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일 겁니다. 하물며 산 위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느냐 차를 타고 올라가느냐 걸어서 올라가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겠지요.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에서 작가는 우리가 책을 읽으며 흔히 놓치는 그 ‘방식’에 억지로라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해 이렇게 긴 만연체 문장으로 소설을 쓴 건 아닐까요?
그렇다고 작가를 원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아무튼 우리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만연체의 길을 따라 텍스트의 산을 오르고 있고, 거기서 바라보는 풍경은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른 마천루의 옥상에서 보는 풍경과는 분명 다를 테니까요. (근데 이렇게 쓰고 보니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천루에 올라가고 싶기도 하네요...) (...라고 또다시 진도를 놓친 금요일 밤에 씁니다. 곧 따라잡고 내용 정리해서 올릴게요 모두 좋은 주말 즐거운 독서 하시길!)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 테리 이글턴의 아주 특별한 문학 강의당대 최고의 문학 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특별한 문학 강의. 베스트셀러 <문학이론입문> 이후 30년 만에 출간된 새로운 문학 입문서로서,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기본 전략들을 알기 쉽게 안내한다.
책장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