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

D-29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라라라 - 패배자>를 마무리했는데요~ 전 챕터에서 마음을 고쳐 먹고 다시 살겠다고 돌아가는 남작이 기차에 치어 죽다니... 정말 육성으로 헐!! 이나왔네요 ㅡㅡ;;; 남작에 대해 엄청난 기대로 대환영을 하고 미디어로 많이도 그 난리를 기록했는데 그걸 지우려고 애쓰는 모습이 <1984>에서 역사 기록을 삭제 하는 일을 했던 주인공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데 말이죠... 남작이 암것도 없다는 게 확인되는데도 믿지 못하고 어떻게든 찾아내야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남작에게 이미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머리커가 생존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절로 되네요 그 와중에 노숙자들은 구호 의류들을 처음에 다 건질게 없네 하다가 누가 좋은 물건, 귀한 물건처럼 다루니 갑자기 서로 갖겠다고 뺐고 난리를 치다가 결국 불태워버리는 군중들의 광기 어린 장면은 현실에서 볼법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인간의 본성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뒷 챕터를 읽고 앞 챕터<흠므므 - 조심하라> 뒷부분을 다시 보니 사슴이 철로에서 숲으로 뛰어 달아난게 기차의 진동을 느끼고 움직였구나를 알겠네요!! 그리고 마지막 문장 돌아가지 말았어야 했다가 처음엔 크게 보였는데 그는 철로 위로 내려왔어야 했고 철로 사이를 걸어 반대쪽으로 돌아가지 말았어야 했다. 무엇보다 철로가 아주 중요한 단어였다는게 보이네요! 이미 여기서 작가가 기차 사고가 날거라는 걸 예시해주고 있다는게 뒷 부분 갔다와서 다시 보니 선명히 보여요 ㅎㅎㅎㅎ
오 그렇군요! @감동쟁이 님 댓글을 보고서 '사슴'의 역할이 그런 것이었구나 깨닫게 됩니다...!
<리 - 헝가리인들에게 고함>을 다 읽었는데 갑자기 재난 장르로 장르가 급변경된 느낌이네요 ;;;; 사람들이 사라지고 갑자기 막 죽어가는데 연관성이 분명히 있을것 같은데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이 챕터에서 깜놀한 건 꽤 많은 분량을 헝가리인들에 대한 비하와 비판과 모욕으로 가득하다는 것이에요!! 거기에 기독교인 헝가리인들은 최악 중에 최악이고 ^^;;;; 이유를 아예 유전적으로 집어서 이미 정해진 운명처럼 저주받은 헝가리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듯 나오는데 작가가 조국에 대한 어떤 실망감과 절망, 좌절을 느꼈길래 이런 분노가 가득한지 궁금해지네요.
<롬 - 숨은 자들은 모두> 에서 초반엔 주민들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나와서 이러한 상황을 공직자들이 책임지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 소리를 들어야할 자들은 그곳에 없습니다. 이 챕터는 도라의 아버지의 죽음을 세세히 그리는데 도라가 이미 죽은지 모르고 휠체어에 문제가 생겨 벽에 휠체어가 막힌 채 꼼짝없이 딸만 기다리는 모습이 넘 애처로워 보였어요... 소리가 나길래 이제 오는 구나 했는데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는 소리였다는게 그는 끝났구나 싶어서 안타까웠네요... 그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고 호령하던 경창서장은 화염에 쌓여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 곳뿐만 아니라 거의 동시에 모든 곳이 이러한 화염으로 다 타버리고 저능아만 남아 도시가 타니 소방차를 불러 불을 꺼야한다는 노래를 부르고 마무리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지구멸망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부록처럼 기록된 <연주용 참고 자료 - 유실된 자료, 파손된 자료>로 작품이 마무리 되는데 마치 작품 전체가 한 곡의 연주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네요 유실된 자료는 이 도시 밖으로 나가서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과 소재들이고 파손된 자료는 확실히 죽거나 파괴된 내용을 리스트로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정리하니 얼마나 많은 것들이 없어졌는지 느껴져서 더 마음이 헛헛했네요. 이 작품안에 작가가 자신의 나라에서 불의하고 부당하게 느꼈던 부분들을 이런식으로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표현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철북처럼요. 개인적인 스토리로 시작해서 온 도시 멸망으로 마무리 되는데 글 자체는 카프카도 생각이 났어요. 글을 넘 생각 나는대로 나열하는데 나름 깨닫고 발견한 것들을 나열하는 듯 하거든요. 중간에 남작이 철로에서 사느냐 죽느냐로 고민하고 기차로 죽는 부분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가 생각났어요 그 작품 주인공 레빈도 자신의 삶의 이유들을 생각하며 죽어야하나 살아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하지요. 안나는 남작처럼 사고로 죽은건 아니나 기차에 뛰어들면서도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면서 죽으니까요. 계속 연결되는 듯이 쓰고 거의 큰 여백없이 꽉 차게 글을 작성한 건 나름 부분을 예술적인 생각하고 쓴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개인적인 에피소드에서 전 도시로 확장되는 진행도 둘의 직접적인 연결성은 없으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실제 세상이 그러하니까요. 앞으로 바빠질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오늘 다 마무리했는데요 분명 읽기 쉽지 않고 개인적인 사연이 잘 마무리가 되지 않은채 전체 멸망으로 끝난것이 깔끔하진 않지만 원래 사회가 이렇지 하며 나름 현실을 반영해서 마무리했다고 생각합니다. 반복적인 표현들이나 긴 연결들은 내용적인것 뿐만 아니라 귀스타브 플로베르처럼 틀의 예술적인 부분도 고려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 유익하고 좋은 경험을 한듯 하여 좋네요 ^^
헉! 엄청난 속도로 달리셨군요.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문득 다른 일 때문에 영국의 문학 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책들을 오랜만에 넘겨보다가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어요.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가장 빈번히 저지르는 실수는 시나 소설이 말하는 것만 찾으려 하고, 그것을 말하는 방식을 제쳐둔다는 것입니다. (...) 문학 작품은 보고서일 뿐 아니라 수사적인 글입니다. 그것은 특히 주의 깊은 독서를 요구하지요. 어조와 분위기, 속도, 장르, 구문, 문법, 문장 구성, 리듬, 서사 구조, 구두점, 다의성-실은 “형식”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요소에 대한 특히 주의 깊은 독서를 요합니다. (...) 어떤 작품이 “문학적”이라고 말할 때 그 의미의 일부는, 이야기되는 내용이 이야기되눈 방식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작품을 뜻합니다. 내용이 그것을 전달하는 언어와 분리될 수 없는 글이지요. 언어는 현실이나 경험을 구성하는 요소이지, 그것의 도구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16-17쪽) 이렇게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용이 ‘야경’이라면 형식은 그 야경을 바라보는 장소 그리고 그 장소까지 가는 방법이겠지요. 똑같은 야경을 본다고 해도 산 위에서, 건물 옥상에서, (같은 고도와 각도의) 헬기 위에서 보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일 겁니다. 하물며 산 위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느냐 차를 타고 올라가느냐 걸어서 올라가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겠지요.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에서 작가는 우리가 책을 읽으며 흔히 놓치는 그 ‘방식’에 억지로라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해 이렇게 긴 만연체 문장으로 소설을 쓴 건 아닐까요? 그렇다고 작가를 원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아무튼 우리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만연체의 길을 따라 텍스트의 산을 오르고 있고, 거기서 바라보는 풍경은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른 마천루의 옥상에서 보는 풍경과는 분명 다를 테니까요. (근데 이렇게 쓰고 보니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천루에 올라가고 싶기도 하네요...) (...라고 또다시 진도를 놓친 금요일 밤에 씁니다. 곧 따라잡고 내용 정리해서 올릴게요 모두 좋은 주말 즐거운 독서 하시길!)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 테리 이글턴의 아주 특별한 문학 강의당대 최고의 문학 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특별한 문학 강의. 베스트셀러 <문학이론입문> 이후 30년 만에 출간된 새로운 문학 입문서로서,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기본 전략들을 알기 쉽게 안내한다.
[리/헝가리인들에게 고함]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주로 교수의 말을 통해서 전달된다고 읽혔습니다. 특히 「무한한 어려움」과 「헝가리인들에게 고함」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안전하고 평온한 사회를 바란다는 것은 우리의 사회가 그다지 안전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끔찍한 강력 범죄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사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참혹하기 이를 데 없고, 살해와 강간은 이제 예사롭기까지 합니다. 정부 인사들은 제 잇속 차리기에 바빠 국민의 안위 따위는 관심도 없고, 권력자들의 가짜 뉴스와 언론 조작은 일도 아니죠. 자연 재해든 인재든 피해가 발생하면 가능한한 숨기고 축소하는 데 급급하며, 종교의 수장은 신의 이름을 빌어 여론을 선동합니다. 이것이 작가가 바라본, 우리가 사는 세상의 한 단면입니다. 그는 여전히, 앞으로도 계속 이런 세상에서 살아갈 거냐고 묻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매번 좋은 정리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간씩 뒤떨어져 읽게 되는데요, 정리해주신 부분들을 읽으며 다음에 이어질 내용들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어요.
저도 주중에 먼저 진도를 뽑아 마무리를 했습니다. 스포가 될 수 있겠지만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잊을까봐 미리 적어봅니다. '리 - 헝가리인들에게 고함'은 작가가 평생 품고 왔던 헝가리에 대한 감정을 풀어내는 것인가 싶기도 해서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점점 유머를 잃어가고 정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위에서 다른 분들이 언급하신 것처럼 그 중에서도 '기독교인 헝가리인들'에 대한 강렬한 비판도 눈에 띄었어요. 앞에서 남작의 환영식이나 남작을 고대하는 사람들의 모습, 남작의 죽음 이후 시민들의 반응 들에서 저는 성서의 예수가 입성할 때 나뭇잎을 들고 길에 나와서 환영한 무리들과 예수를 두고 이런저런 기대감을 품는 군중들, 그 상황을 두고 첨예하게 이권다툼을 하는 권력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작가의 '기독교인 헝가리인들'에 대한 묘사는 남작을 둘러싼 이야기 구조에 '기독교 헝가리인들'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깔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롬 - 숨은 자들은 모두' 갑작스러운 탱크 로리의 행렬에 어리둥절하다가 '멸망'으로 이어지는 결말에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탱크 로리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도시가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은 교수가 자신의 죽음을 위장할 때 쓴 것 같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누가 왜 그랬을까 하는 질문이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두 '멸망'해버린 상황이라 멍하게 마지막 페이지를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무차별 강간과 묻지마 살인이 벌어지고 있는 도시 모습들은 성서에서 '타락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종종 등장하는 일들이라 작가는 그런 부분을 염두에 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전쟁이 연상되는 도시의 상황(각종 교통과 통신이 마비된 고립된 상황)과 드레스덴(비록 폭격이라는 다른 방법이었지만)이 연상되는, 도시가 화재로 전소해버리는 상황들을 보면서 유럽인들에게는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런 갑작스런 '멸망' 엔딩을 보니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서 지구가 폭발해버리는 엔딩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조금 어둡고, 기괴하며, 독특한 유머를 지녔다는 점에서도 이 소설과 영화는 접점을 가지고 있긴 하네요. 어쨌든 저는 벽돌책 치고는 꽤나 술술 읽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간 것 같은 내용을 따라가기 힘든 부분은 다른 분들처럼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어 나가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요. 마침표가 귀한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영상 문법이 느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문단이 전환 될 때마다 화면이 컷으로 전환되고, 갑작스런 대명사('그는 그에게...') 혹은 대사가 나오면 저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화면(새로운 장소, 새로운 등장인물들, 새로운 대화)을 머리속에서 상상하고 있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지문이 모두 삭제된 드라마 대본같기도 하고요. 금방 지쳐버리기 쉬운 이런 만연체의 글에서 선명한 장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도 작가의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걱정과 부담이 컸던 이번 독서를 어쨌든 '무사히' 마치게 되어 후련합니다. ㅎㅎ 아마 혼자서는 감행하지 못했을 모험인데, 그믐을 통해 여러분들과 신선한 경험을 한 것 같아 전우애가 피어오르네요. 모두들 잘 완주하시길 응원합니다!
영상 문법이 느껴진다는 말씀에 공감해요. 아직 뒷부분을 읽지 못해서 정리해주신 내용을 보며 결말을 상상하는데... 아직까지는 잘 매칭이 되지 않네요. 여기(지금까지 읽은 부분)서 저기(정리해주신 결말)로 간다고??? 같은 느낌. 완독을 축하드리며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4주차 토론 시간이 남아 있으니 종종 들어와 말씀 나눠주세요!
저도 먼저 마무리를 했습니다. 길고 긴 문장에 질려버려 갑자기 죽어버린 남작과 교수 사이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문체도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지만 책을 다 읽고 여러 번 생각해보아도 이런 문체가 이 소설에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번역하며 헝가리 원어가 가진 리듬감이 많이 옅어져버렸기 때문일까요. 그래도 신기하게 다 읽고난 후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계속 한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다른 작품에는 그 중심이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굉장히 훌륭한 번역이고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 번역이 분명하지만, 말씀해주신 것처럼 작가가 의도했을 헝가리어의 리듬까지 옮기는 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원어로 읽는 느낌은 어떨까, 계속 궁금해지는 것 같습니다. 교수와 남작이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남작이 먼저 죽어버려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어요. 완독을 축하드립니다!
이 방에 계신 분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직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요,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저도 한동안 약간 뒤쳐졌다가 따라 읽고 또 조금 뒤쳐졌다가 몰아 읽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데요, 모임이 진행되는 기간이 있어서 임의적으로 나눈 진도일 뿐이니 조금 늦더라도 너무 신경 쓰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읽으면서 떠오르시는 감상들 의문들 기타 여러 생각들 많이 나눠주세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3주 간의 '함께 읽기'가 조금씩 끝을 향해 가고 있네요! 저는 오늘 뒤늦게 '흠므므/ 조심하라'를 읽고, '라리라/ 패배자(아레펜티다)'를 읽었는데요. 읽기와 읽기 사이의 휴지기 동안 무의식의 작업이 이루어지기라도 하는 걸까요? 전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읽혀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쩌면 휴지기와 상관없이 이미 읽어온 분량들이 있기 때문일 수도, 혹은 정말로 이전 장들보다 쉽게 읽히도록 쓰여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요. 남작이 머리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 자살을 생각하다가 결국 정말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것을 여러분의 댓글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실제로 읽으니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묵직한 울림이 있네요. 고뇌에 찬 남작의 독백으로 시작해서 술에 취한 철도정비원들이 이야기가 길게 나오다가 마침내 그들이 출동을 하고, 남작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기 위해 숲 속으로 가서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며 계속해서 고뇌하는데 기차는 오지 않고, 그러다 문득 남작이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이대로 죽을 게 아니라 머리커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다시 도시로 발걸음을 돌리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히치콕적인 의미에서의 서스펜스를 느끼기도 했고요. "네 명의 사람들이 포커를 하러 방에 들어갑니다. 갑자기 폭탄이 터져 네 사람 모두 뼈도 못 추리게 됩니다. 이럴 경우 관객은 단지 놀랄(surprise) 뿐이죠. 그러나 나는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한 남자가 포커판이 벌어지는 탁자 밑에 폭탄을 장치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네 사람은 의자에 앉아 포커를 하고 시한폭탄의 초침은 폭발 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똑같은 무의미한 대화도 관객의 주의를 끌 수 있는 것이죠. 관객은 "지금 사소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조금 있으면 폭탄이 터질 거란 말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 되니까요. 폭탄이 터지기 직전 게임이 끝나고 일어서려는데 그중 한 사람이 말하죠. "차나 한잔하지." 바로 이 순간 관객의 조바심은 폭발 직전이 됩니다. 이때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라는 겁니다." 물론 서스펜스보다 더 큰 것은 슬픔이었지만요. 남작의 죽음과 그 여파(남작에게 마치 거액의 돈을 맡겨놓기라도 한 것처럼 굴며 그를 도시의 구원자라고 떠받들던 사람들의 손절, 그리고 급속히 차가워진 나머지 모든 사람들)가 그려지는 '라리라/ 패배자(아레펜티다)'를 읽으면서는 쓴웃음이 나왔는데요. 지금까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읽으며 많은 부분에 밑줄을 치고 동그라미를 그리고 별표를 쳤지만 그중 일부를 여기에 옮기면. -남작이 머리커에게 유산을 남긴 게 분명하고 마치 남작의 부탁을 받은 것처럼 그녀에게 접근해 유산을 빼돌리려는 단테가 머리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말하자면 명작 <돈키호테>의 여주인공 둘시네아 델 토보소도 그녀에 비하면 빛바랜 모조품에 불과한 그런 숙녀"(596쪽)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단테라면 축구 선수밖에 모르는 단테가 <돈키호테>를 아는 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면서도, 실은 환상에 빠진 돈키호테가 공주라고 생각하는 둘시네아가 이웃의 평범한 여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걸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 -고향을 떠나 부다페스트에 간 머리커가 택시를 타고 가다가 "뉴거티 역에서 택시 운전사가 두 사람에게 내리는 게 나을 거라며 말하길 여기서부터는 시위 때문에 모든 것이 '아수라장'이고 거리가 모두 폐쇄되었다"(605쪽)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오늘 아침 20분을 기다려서 시청에 가는 광역버스를 타려는데 기사님이 "시위 때문에 이대 후문까지만 갑니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겹쳐지면서, 생활과 소설의 사소하지만 그것을 겪는 사람에게는 어쩐지 의미심장하게만 느껴지는 우연의 일치에 조금 소름이 돋기도 했네요. -택시에서 내린 머리커가 사람들을 헤치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다가 군중들 사이에서 낯익은 교수의 코트를 입은 사람을 발견하고 이 사람은 신발도 다르고 모자도 다르고 얼굴이 수염으로 뒤덮여 있고 무엇보다 "소문에 따르면 그는 얼마 전에 가시덤불땅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607쪽)는 사실을 떠올리며 낯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웬 작은 강아지가 그의 다리에 몸을 비비고 있"(608쪽)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똥개가 보고 싶고 똥개를 바라보는 교수를 보고 싶고 남작이 죽지 않고 교수를 만났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순간을 멈추며 보는 사람들에게 우주적인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다시 한 번 등장하는(618~621쪽) 장면에서는 과연 이 '떡밥'이 어떻게 회수될지 궁금해졌는데요. 아마도 끝까지 읽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멸망'과 관련이 있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풀어낼지 얼른 읽고 싶어졌어요. 저는 여전히 마침표를 세면서 읽고 있는데 늘 26~28개였던 마침표가 '흠므므/ 조심하라'에서는 10개로 줄어들었네요! 그러다 '라리라/ 패배자(아레펜티다)'에서는 다시 28개가 되었는데요, 이 또한 작가가 생각한 어떤 음악적인 구성의 일부일 거라는 추측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네요. 그게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요... 내일과 모레는 '리/ 헝가리인들에게 고함'을 읽을 차례입니다. 이제 200쪽이 조금 넘게 남아 있는데, 마지막까지 힘을 내어 함께 읽어보아요! 화이팅!
나중에 읽어봐야겠네요 진짜 근래 책읽으면서 공감가는 말입니다 여러 번 읽는거 외에는 방법이 없는거 같은데..책 속에 빠지지 않고 읽으려고 거리를 두기 위해 끊어 읽는 편인데도, 거리두기를 지키기가 어렵네요 그래서 최소한 2번 정도 읽어야지 하면서도 또르르..
그렇다면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넘어서는 그 무엇도 일어나지 않았고, 또한 그런 정도로는 일어나지 않은 그런 삶은 어떤 삶인가, 그 안에는 사랑이, 세상 안에 사랑이 있는데, 그 사랑이 환상이라는 사실이 만년에야 드러난 것은 그것이 실제로도 환상이고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것이 아마도 결코 존재하지 않은 것은 실재가 아니었기 때문이요, 그 대상이 결코 실재일 수 없었기 때문이지.... 모든 것은 상대적인 관계성 속에서만 존재하도, 우리가 역사적으로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것은 부정되는 세상인거 같습니다. 부정보다 좋은 단어가 있을거 같은데 생각이 안나는군요... 저 역시도 계속 책을 읽고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일거라고, 저 너머에 실재하는 것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글쎄요 제 생각이지만 선명해지는건 내 세상일 뿐이고, 그나마도 관계성 속에서만 존재하는거라, 점멸하는 빛의 순간에만 존재하는구나... 결국 처음으로 환원할 뿐인 칸토어의 원, 시시포스의 바위 굴리기 같은 인생을 벗어날 수 없구나, 잡았다고 느끼는 순간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반복 속에서도 허무함을 느끼지 않아야 하니, 그건 그냥 삶을 긍정하고, 순간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요, 그것이 인생이라면 받아들여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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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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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시의 세상이어라 🌿
[아티초크/시집증정] 감동보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아틸라 요제프 시집과 함께해요.나희덕과 함께 시집 <가능주의자> 읽기 송진 시집 『플로깅』 / 목엽정/ 비치리딩시리즈 3.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3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서리북 아시나요?
서울리뷰오브북스 북클럽 파일럿 1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봄호(17호) 헌법의 시간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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