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

D-29
확실히 처음 읽는 거랑 두 번 읽는 거랑은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마치 처음 가는 길은 낯설고 긴장해서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다가, 두 번째로 길을 걸을 땐 처음에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이는 것처럼요. 저 역시 아직 이 책을 두 번 읽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한 번 읽어보려고 합니다. 고생하셨어요!
저도 완독했습니다. 혼자라면 읽기 어려웠을텐데 함께 읽어서 그나마 조금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남작의 귀향에 비해 그의 죽음은 허무했고 징례식은 초라하기 그지 없네요. 아마도 작가가 헝가리의 사회상이나 무언가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 나라와 문화에 대해 잘 모르니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 읽고나니 뿌듯하네요. 문체도 그렇고 연주곡처럼 배치된 구성도 그렇고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이제 어떤 벽돌책도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듭니다.
저 역시 구체적으로 헝가리의 어떤 부분을 풍자하는 것일지 궁금했는데, 남작의 이름으로 발송된 헝가리인들을 꾸짖는(?) 편지에서 '헝가리인'을 '한국인'으로 바꿔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인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당연히 헝가리인들도 그렇지 않겠죠), 뭐랄까요 그것이 문학의 '보편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네요. 완독을 축하드려요!
오늘자로 완독했습니다! 이상하게도 다 읽고 난 뒤에 기억에 남는 건 딱 한 문장이네요. 자, 이제 다 같이 (p.754) "보이지 않는 관객에게 몸짓하면서 객석을 향해 활기차게" 노래했다는게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정말로 긴 노래였구나, 하는 감상이 들기도 하네요. 사실 중간의 많은 부분은 끊임없는 쉼표의 행렬에 질려 설렁설렁 읽었던 터라 잘 와닿지 않았는데(문단을 좀 구분해 주었으면 읽기 수월했으려나요) 폐허를 앞에 두고 무형의 관객과 합창단과 악단에게 "이제 다 같이" 연주하자고 하는 광기의 모습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정말로 긴 노래였구나"라는 말씀이 너무나 공감되면서, 완독 직후의 제 감상을 대신 말씀해주신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ㅎㅎ
문장의 형태를 취하지 않으면서도 의미를 전달해주는 형식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시각에서 마지막 챕터인 <연주용 참고 자료>가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사라진 것을 <유실된 자료>로, 망가진 것을 <파손된 자료>라고.. 꼭 도시의 창고 장부를 정리하는 것처럼 이 모든 존재들의 결말을 건조한 목록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여운을 길게 남기네요. 솔직한 감상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정말 물리적으로 눈이 아프다는 느낌을 받은 몇 안되는 책 중 하나라서ㅎㅎ 다시 읽으려면 꽤나 큰 각오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라슬로의 작품세계가 궁금해지는 책이었습니다! 다른 저작도 펼쳐보고 싶네요.
저는 마침표를 찾아 표시하면서 읽었는데, 나중에는 눈이 가물가물 해서 쉼표인지 마침표인지 제대로 보이지 않아 몇 번이나 눈을 비벼야 했어요. 문단을 나눴으면 좀더 수월하게 읽혔겠지만, 지금과 같은 감상은 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언젠가 또 다른 모임에서 라슬로의 다른 책을 함께 읽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드디어 재독을 마쳤습니다. 한 번 읽기도 힘들었는데 특히 '무한한 어려움' 부분은 재독이어도 읽는 속도가 더뎌지더라고요. 사실 처음 읽을 때 잘 이해하지 못하고 스르륵 넘겨 읽어서 이번엔 좀 꼼꼼히 읽어보려 했으나.. 역시 무리였습니다😂 사실은 지난 주말에 <사탄탱고> 영화를 보고 왔어요. 7시간 넘게 앉아있느라 허리 부서지는 줄.. 어쨌든 그래서 그런지 이 책과 유사한 점이 눈에 띄더라고요. 시간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장면이 영화에도 있었는데, 전후로 이에 대한 어떤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넘어간다는 점에서 이 책이 생각났습니다. 어떤 의도로 넣은 장면일지 더더욱 궁금해졌는데, 책에선 도시를 휩쓴 두려움 때문이라고 하죠. 인간에 대한 두려움인지, 혹은 헝가리 사회에 대한 두려움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또 책에서 알 수 없는 편지의 작성자가 마지막에 헝가리인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사탄탱고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어요. 신원이 드러나지 않은 화자는 여기에 일체의 자기혐오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과연 이 문장을 신뢰할 수 있을지... 결과적으로 도시가 멸망하면서 이 화자의 바람이 일부는 이루어지게 된 셈이네요. 마지막 연주용 참고 자료에서, 유실된 자료에 포함된 인물(혹은 물건)의 공통점이 도시 멸망 전에 이미 도시를 떠났다는 거죠. 그렇다면 이는 도시의 관점에서, 혹은 이 도시를 멸망에 이끈 어느 존재의 관점에서의 유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소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들의 삶도 소멸한 건 아닐 테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도시와 그 안의 모든 것을 없애려던 어느 절대자가 몇몇을 놓치고 아쉬워 하며 이 목록을 작성하는 모습이 상상돼 좀 섬뜩했습니다..ㅎㅎ 몇몇 분이 말씀하신 대로 헝가리의 역사와 사회상을 좀 더 알고 이 책을 읽으면 보이는 게 더 많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해 읽으면서도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생소한 문체, 특이한 전개로 구성된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이 책을 재독하시고 러닝 타임이 7시간 넘는 <사탄탱고> 영화까지 보셨다니... 존경합니다... 저는 <사탄탱고>를 보지 못했는데, 이 소설을 완독하고 난 다음에 보면 말씀하신 것처럼 유사점과 차이점이 명확하게 보여서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도시와 그 안의 모든 것을 없애려던 어느 절대자가 몇몇을 놓치고 아쉬워 하며' 유실된 자료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는 생각은 못 해봤는데, 그거야말로 이 소설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면서 소름이 돋았네요. 감사합니다!
일어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주말을 이용해 다 읽었습니다. 헝가리의 역사와 문화를 잘 알았더라면 조금 더 깊이 있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렇게 두꺼운 책을 먼저 받았고 정해진 기한 내에 완독은 해야하고 일은 일대로 해야하는 상황에서 헝가리를 알아보려는 시도를 해보지도 않고 독서를 시작했지만, 다행히 그믐을 통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읽어, 결국 완독에 이르렀습니다. 이 책이 과연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라는데엔 의문이 들지만,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도전에의 욕망을 일으키는 두께 자체만으로 소장하는 의미는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눈으로 읽기만으로도 급했던 저와는 달리 숨은 의미를 찾아 해석해 주신 여러분들이 계셔서 손에서 놓지 않고 읽었습니다. 벽돌책 한권을 읽어냈다는 만족감으로 이 책을 덮습니다.
맞아요, 3주 동안 750쪽이 넘는, 게다가 마침표는 다 합쳐서 200개가 조금 넘는 책을 읽으면서 헝가리에 대해 찾아보기까지 하는 건 절대적으로 무리죠. 저 역시 헝가리 사회를 조금 더 알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지만, 그럼에도 소설은 소설만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아요.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06. 남작은 기억이 아니라 습관을 따르는 사람처럼, 주저하지 않고 도로에서 돌아서서 제방을 내려가 과감하게, 하지만 평소처럼 불규칙한 걸음걸이로 이따금 살짝 균형을 읽으며 숲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출발했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완독하고 서평을 제출하며 이 긴 책과의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주인공답게 뒤늦게 등장하고, 주인공 아니랄까봐 그렇게 사라져버린 남작은 사실 무엇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는데 그의 귀향 끝이 결국 파멸이라니. 소동극이 비극이 된 느낌입니다. 남작의 죽음 이후로 휘몰아치듯 읽었는데 전 이 두꺼운 이야기를 힘들게 읽으면서도 내심 다른 걸 기대했는지, 불길의 열기가 너무 뜨겁기만 합니다. 소설 속에서 만나는 얽히고설킨 일들은 따지고보면 현실과 별다를 게 없지만, 언제 어떤 시선을 통하느냐, 그 환경이 내게 익숙한가 아닌가에 따라서, 읽고 난 뒤에 힘을 얻기도 새삼스러운 거리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실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때가 많았는데, 이 계절의 소설 활동을 통해 여러분의 시선을 보고 들으며 제가 가진 선을 넘는 확장을 경험합니다. 리드해주신 세 분과 함께한 독서단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계절의 소설은 짧아도 길어도 상관없을 듯 합니다 :)반갑게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저는 남작의 등장과 퇴장에 대해 주인공이 뭐 이리 늦게 등장하고 왜 이렇게 빨리 퇴장하냐... 라고 생각했는데요. "주인공답게 뒤늦게 등장하고, 주인공 아니랄까봐 그렇게 사라져버린 남작"이라는 말씀에 약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드네요. 그러게요, 주인공이니까 그렇게 등장하고 그렇게 퇴장할 수 있었던 것이겠죠. 모쪼록 이 두꺼운 책을 함께 읽은 경험이 이룬 님께 좋은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다음 계절의 소설은 조금 얇았으면... 최소한 이처럼 두껍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건 투정일 뿐이겠죠.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어제밤 완독했습니다. 처음 받았을 때 책 두께에 압도되어 과연 완독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첫장을 읽다 만연체에 좌절하여 몇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이건 완독하기 힘들겠다라고 생각했지만 드디어 마지막까지 읽었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편견과 소설 속 시대상이 자꾸만 충돌하여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이 소설을 쓴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났습니다. 혼자였다면 완독의 기쁨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읽기의 장점이 무엇인지 이 소설을 통해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등산이나 마라톤(제가 뛰어본 건 10km가 고작이지만)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이걸 언제 오르나, 언제 가나 하면서 포기할까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잡념이 사라지고 행위에 몰입하게 되면서 마침내 완등/완주/완독하는 기쁨까지. 저 역시 함께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드디어! 완독 행렬에 동참합니다. 조금 느린 진도로 읽다가 남작의 죽음을 댓글로 먼저 스포(?) 당해 충격적인 마음으로 읽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을 기점으로 판이하게 달라지는 극의 분위기에 압도되며 읽었습니다. 먼저 머리커와의 관계에서 좌절을 겪는 남작의 심리를 잘 느낄 수 있었어요. 혼자만의 우울 동굴에 갇혀 오로지 죽음에만 골몰하는 심정이 특히 와닿았구요.. 책을 읽기 전 뒷 표지의 설명만 보았을 때는 개츠비같은 인물일 거라고 상정했었는데, 정반대의 면모를 보며 애정이 커진 것 같아요. 머리커와 보다 더 행복하게 조우했더라면 좋았을 걸- 싶고요. 저도 남작과 교수의 만남을 기대했는데, 그 부분은 아쉬움이 남네요! 후반부에는 남작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며 판이하게 달라지는 정치인들과 대중들의 반응에 주목하며 읽었습니다. 대단히 속물적이고 천박하며 역겹고 억척스럽기까지 한 모습이었어요. 풍자가 엄청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게 현실이구나 싶더라구요. 특히 부패한 공직자들에게 시민들이 반발하는 모습(p.748)에서는 시국이 겹쳐보이기도 했구요.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이하고 불행한 사건이 이어지는 동안 교수의 빅픽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 읽고나니 제가 이 소설을 얕 본 상상이었다 싶었어요. 맨 뒤 작가 설명에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종말론적 성향’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마지막 페이지까지 덮은 후 생각해보니 ’종말’ 이라는 말이 참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 남작의 귀향 과정에서 크든 작든 불순한 의도로 속물적인 행위에 동참한 사람들이 모두 벌 받은 게 아닐지..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몇몇 분들께서 마지막 챕터를 읽으시고 이 소설을 하나의 ‘곡’에 빗대어 표현해주셨는데, 덕분에 저도 이 책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긴 시간 잔잔하다가 순식간에 거대한 폭풍처럼 휩쓸고 끝나버리는 클래식 음악 같았달까요.. 헝가리인으로서 자국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은 대목에 대한 의견도 새로웠고요! 정말 어려운 책이었는데 그믐 덕분에 혼자서는 생각해보지 못했을 관점으로 독파하게 된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함께 읽어 즐거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몇 번 중요한 스포(!)를 당했지만, 스포가 전혀 의미가 없는 소설이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중요한 부분들을 알고 보니 '여기서 어떻게 그렇게 하려고 하는 거지' '이게 이렇게 된다고?' 하는 생각들을 하며 더욱 놀라게 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남작이라는 인물은 정말 개츠비 같은 설정을 가진 인물이네요. 물론 개츠비는 부자고 남작은 빈털터리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간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말씀처럼 사람들이 '벌'을 받았다면, 그 '벌'을 준 게 누구인지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첫 '경고'에서부터 '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중간중간 ('경고'와는 다른 측면에서) 신이 언급되며 어떤 불가해한 신적인 존재의 등장을 암시하는 장면도 몇 군데 있었는데요 이런 부분들도 한 번 같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함께 읽어서 즐거웠습니다. 남은 한주 '토론' 기간 동안에도 많은 말씀 나눠주세요.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느새 함께 읽기 3주가 끝났네요! 많은 분들이 완독을 알리셨는데요, 저도 오늘 '리/ 헝가리인들에게 고함'과 '롬/ 숨은 자들은 모두' 그리고 '연주용 참고 자료'까지 끝냈습니다. 헉헉, 어쩐지 아직도 숨이 차는 것 같은데요... 그전까지는 구조상 모임 전에 제가 책을 미리 한 번 읽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모임부터는 방식이 조금 바뀌었어요. 시작하기 전에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두께를 보니 그 시간 내에 끝까지 읽는 건 무리여서 여러분과 함께 읽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이전 모임들에서는 '가이드' 비슷한 역할이었다면 이번에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자! 같은 느낌으로요. 3주 동안 750페이지는 식은 죽 먹기지! 뭐 그런 맘도 있었고요. 물론 여기서 이어질 말은 뻔하겠죠... 여러분들 모두 존경합니다... 22일 동안 750페이지를 다 같이 읽어야 하니까 처음에 날짜별로 읽어야 할 분량들을 정했는데요, 3주 동안 750페이지를 읽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일정에 맞춰서 읽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더라고요. 특히 저 같이 몰아서 읽는 타입의 독자에게는 더더욱. 저 같은 직업적인 독자에게도 이럴진대 다른 독자분들은 시간을 내서 따라 읽기가 더욱 힘드셨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완독을 해주셨네요. 덕분에 저도 힘 내서 따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함께 읽기의 마지막 날, 부랴부랴 '리/ 헝가리인들에게 고함'과 '롬/ 숨은 자들은 모두' 그리고 '연주용 참고자료'를 읽었습니다. 전전 장에서 남작이 '살아서 머리커에게 사과를 해야겠다' 마음먹는 순간 목숨을 잃고, 직전 장에서 남작의 죽음과 그가 사실은 빈털터리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의 태세 전환이 그려졌는데요. 이어지는 것이 파국--일종의 멸망이라는 사실은 여러분이 남겨주신 글들을 읽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게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짐작도 못하고 읽어나갔는데, 어떤 짐작을 했다고 한들 무용했을 결말이 이어졌네요. 과연 끝까지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반부의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헝가리인들을 비판하는 편지에는 '여러분의 남작으로부터'이라는 서명이 있는데 과연 그것은 남작이 맞을까요? 남작을 사칭한 누군가라면 그 누군가는 과연 누구일까요? 도시를 혼란에 빠뜨린 폭력을 행한 자는 또 누구이고요? 갑자기 사방에서 들이닥친 탱크로리는 무엇이고 그 운전자들은 왜 아무 말이 없으며 그것은 또 어떻게 하루 아침만에 자취를 감춘 걸까요? 이것은 헝가리인들에 대한 비판일까요 아니면 인류 전반에 대한--요즘 말로 하면 인류세에 대한 비판일까요? 갑자기 일어난 폭발과 도시를 집어삼킨 화제는 또 무엇이고요? ...이렇듯 풀리지 않는 의문만 잔뜩 남긴 소설은, 홀로 살아남은 '저능아'(결국 '성스러운 바보holy fool'로 짐작되는)가 '객석'을 향해 지휘하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끝을 맺는데요. 그런데 교수는 어디로 갔지? 귀여운 똥개는? 교수의 딸은? 단테는? 이라는 생각을 하며 부록처럼 남아 있는 '연주용 참고 자료'를 넘기자 마치 그런 생각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유실된 자료'라는 이름 아래 소설에서 어느 순간 사라진 것들의 목록을 제시하고 있어요. 정말 당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이기려고 독서를 하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어쩐지 진 것 같은 기분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졌는데 기분이 하나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을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요. 다들 비슷한 마음이실 것 같은데요. 하지만 우리에겐 1주일의 '토론'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요. 내일부터 차차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해요. 다른 분들의 의견이 궁금한 부분들,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불평불만들, 반짝반짝 빛나는 기쁨들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다시 한 번, 함께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직 끝까지 읽지 못하신 분들은 계속해서 읽으시며 감상을 올려주세요!)
@금정연 그러니까요. 소위 회수되지 않은 떡밥인가요. 그러나 마지막 참고자료에 또 ‘친절히’ 남겨주니 이 작가 대단하구나 싶었는데. 다시 목록으로 돌아가 Da Capo Al Fine를 보니 더 아찔했어요. 이 난리법석의 아수라장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것이 인류사일까요? 신은 empathy없이 그저 지켜보고 있고요. 소름이 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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