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

D-29
저도 그 구절이 오래 눈길이 머무르더라고요. 과연 나의 시간은 가치가 있는지, 나는 나의 시간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나는 종종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어야 한다고 느끼지만 그 생각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것은 과연 옳은 생각인지...
평론과는 상관없이 처음 내가 읽을 때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혼자서 계속 읽는다면 초독으로 갖게 된 편견과 새로운 것에 대해 느끼는 거부감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편견이나 거부가 을 없애는데 가장 좋은건 역시 함께읽기인 것 같습니다. 함께 읽을 사람이 없다면 이런저런 평론들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그러니 우호적인 평이든 신랄한 비평이든 다 읽어보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두가지를 모두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직접 읽으며 받은 느낌인 것 같아요. 함께 읽기를 통해 내가 받은 느낌에 더해 내가 알지 못했고 알 수도 없었을 다른 사람들의 느낌을 알게 되는 건 소중한 일이고요. 평론은 함께 읽기처럼 내가 알지 못했던 느낌을 전달 받을 수 있고 재미있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참고하기 좋은 것 같아요.
상반된 인터뷰들의 핵심이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양분되는 의견의 논지랑 너무 비슷한 것 같아요 ㅎㅎ 그리고 개인적으론 후자의 인터뷰의 생각에 더 공감을 합니다. 읽는 데 투자하는 시간이 아깝다라는 발상으로 작품의 효용과 의의를 찾으려고 애쓰는 것은 본래 문학의 정신과는 동떨어져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오히려 취향에 안맞다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이 더 받아들이기 쉽다는 사실이 문학은 이성과 논리의 영역보다는 감성과 직관의 영역에 발을 깊이 담그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문학 독자'로서 작품의 효용과 의의를 찾는 독서에 오랫동안 반대해 왔는데요, 나이를 먹고 보니 저도 모르게 효용과 의의를 찾고 있더라고요. 마치 어릴 땐 소설과 영화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과 중년이 되어서는 돈 이야기만 하는 것처럼요... 이 책과 책을 둘러싼 다양한 텍스트들을 읽으며 요즘의 저를 돌아보게 되었네요.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벌써 한달이네요. 처음 읽을 때는 적응이 될까, 어떤 내용이 나올까 생각하며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고 재미있을지 걱정되었는데 재미는 있었습니다. 다만 책의 내용을 반은 이해했나 싶어요. 이젠 지겨워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만연체로 이루어진 책은 처음 읽어봤는데, 왜 이렇게 쓰기로 선택했나 싶다가도 내용을 마치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매우 생생하게 다가와서 정말 겪은 것 처럼 이 소설의 세계가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 같아요. 오랜 기간 읽었다는 것도 한 몫 할테지만요. 한줄평을 하자면 다시는 이 작가의 책을 읽고 싶지 않다... 여담인데 내용 중간에 '라슬로'라는 이름이 두 번 정도 나온 것 같은데 유머일지 진짜 라슬로라는 이름이 많아서 아무 생각 없이 한걸지 궁금하네요 ㅎㅎ
저도 헝가리에 대해 몰라서 검색을 해봤는데요, '라슬로(László)'라는 이름은 헝가리에서 상당히 흔한 남성 이름이라고 해요. 헝가리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들 중에도 라슬로 1세(Szent László, 성인으로 추앙받는 헝가리 왕)를 비롯한 여러 왕과 유명 인사들이 같은 이름을 가졌다고 하네요. 하지만 동시에 크라스나호르카이가 굳이 그 이름을 작품에 넣었다는 것은 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흐리는 일종의 메타적인 장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완독을 축하드립니다! 저 역시 당장은 크라스나호르카이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시간이 흐르고 문득 다른 작품을 잡게 될 것 같다는 예감 아닌 예감도 들어요.
저는 4월초 즈음에 완독했습니다. 사실 기억에 남는 건 없지만 종종 읽으면서 피식 했던 장면들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식했던 장면을 옮겨봅니다. 그때 이런 비슷한 걸 봤어. 여기서 화염이 솟아오르는 모습과 같았다고, "이건 불이 아니야." 서장이 단언했는데, 그때 지프에 정적이 감돈 것은 그가 하려는 말을 그들이 대충 이해하긴 했으나 이게 불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겠느냐고 그들이 스스로에게 물었기 때문으로, 여기 가시검불땅의 불은, 말하자면 '어마어마한 큰불'이야 읽을 땐 괴로웠는데 나름 세뇌?가 되었는지 종종 일상에서 만연체로 혼잣말을 하게 되었네요.ㅋㅋㅋㅋㅋ 모두들 수고많으셨습니다!
저도 그 부분 보면서 혼자 웃었어요. 문체라는 게 은근 전염성이 있는 데다가, 특히 이번처럼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만연체 문장에 노출되다 보니,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문장이 길어져 있더라고요...
두번째 완독을 끝냈습니다. 첫번째보단 짧게 걸렸지만 그래도 힘들었어요. 읽어도 읽어도 쉽지않은 책입니다. 사실 두번째지만 이 내용을 다 이해하면서 읽은지 모르겠네요. 문장의 호흡이 긴만큼 읽는 저의 호흡도 같이 길어진 것 같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아닌가 싶어요. 세번째 읽을때는 다를까요? 벚꽃피는 봄에 재독이 끝났으니, 한 여름에 삼독 들어갈까 다짐하며 마칩미다.
두 번째 완독이라니 정말 대단하세요! 저는 한 번 읽었지만, 두 번을 읽는다고 해도 이 책을 전부-아니 절반이라도-이해할 자신은 없네요... 하지만 세 번 읽는다면 또 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벌써 함께하는 긴 여정의 끝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그동안 현생에 치여 미뤄두다가, 최근 며칠 동안 조금씩 읽었는데요. 아직 꽤 남았지만 남은 오늘 밤 불살라 보려고요 🔥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절대 저 스스로는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책입니다 ㅋㅋㅋ 정말 쉽지 않았지만, 온라인으로 함께 감상을 나누는 것이 힘이 되더군요. 참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오늘 벼락치기 달리실 동지 여러분 모두 힘내세요! ⚡💪🏻
벼락치기는 성공적이셨는지 모르겠네요. 문장이 마치 폭포처럼 쏟아지는 소설이라 몰아서 읽기가 버겁게 느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막상 그렇게 몰아서 읽으면 느리게 읽는 것보다 오히려 더 잘 읽히는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거센 문장의 물살에 몸을 맡기는 느낌이랄까요? 화이팅입니다!
목차가 여타 책들과 다르게 매우 독특하네요. 천천히 읽어나가며 숨고르듯 독서 중입니다.
그녀가 당신의 첫 편지를 받았을 때 저도 함께 있었어요, 바로 그 순간 남작의 눈에서 빛이 번득이며 그는 이 여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단박에 이해했으나 이 때문에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는데, 이 심장은 그에게 행동을 명할 기력이 조금도 남지 않았던 바 그는 이 여인 앞에서 침대 밖으로 벌떡 일어날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335p, 그는 도착할 것이다. 그가 그렇게 말했으므로 中,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고전 지수 평가에 대한 의견을 작성하면서, 이번 책의 독특함에 다시 전율하게 되네요. 첫 문장이 7페이지만에 끝난다는 점도 그렇고요.
이제 책을 펼치셨군요. 모쪼록 즐겁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읽다가 종종 막히거나 다른 분들의 생각이 궁금해지실 때면 이곳의 대화들도 참고해주세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느덧 모임도 막바지네요. 오늘은 비유가 재미있는 리뷰를 소개하려고요. 뉴스테이츠먼에 실린 리뷰인데요. 짧게 인용하면- "크라스나호르카이는 "묵시록의 대가"로 묘사되었으며, 그의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 고골, 멜빌의 작품과 비교되었습니다 - 이 모든 것은 그의 글을 접근 가능하다기보다는 엄청난 것으로 평판을 높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그의 문장부호가 있는데, 그는 이를 어떤 귀중한 양념처럼 아껴서 사용합니다(그는 마침표가 "인간에게 속하지 않고, 신에게 속한다"고 관찰했습니다). 소설의 558페이지에 빽빽하게 채워진 활자의 시각적 효과는 동화의 마법의 성을 둘러싼 가시 덤불처럼 거칠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덤불에 들어서면, 가시들이 물러나기 시작합니다. 내러티브는 수많은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로 펼쳐지며, 경고 없이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전환됩니다. 하지만 크라스나호르카이는 강렬한 인물 묘사가이며, 그의 상상의 도시 풍경은 브뤼겔의 그림처럼 분주하고 독특한 인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소설은 크라스나호르카이의 습관적인 주제 - 무질서, 영적 가뭄, 신의 부재에서의 의미의 불가능성 - 를 열정적으로 추구하면서도, 희극적 세부사항으로 빛나는 어조로 그렇게 합니다." 마침표를 "어떤 귀중한 양념처럼 아껴서 사용"한다는 표현이 재밌지 않나요? 근데 곧바로 이어진 괄호에는 "(그는 마침표가 "인간에게 속하지 않고, 신에게 속한다"고 관찰했습니다)"라는 라슬로의 말이 있는데, 이건 한번 생각해볼 만한 말인 것 같아요. 어떤 것의 '끝'을 주관하는 건 신이라는 뜻일까요? 그외에도 "소설의 558페이지에 빽빽하게 채워진 활자의 시각적 효과는 동화의 마법의 성을 둘러싼 가시 덤불처럼 거칠게 느껴"진다는 표현이나, "그의 상상의 도시 풍경은 브뤼겔의 그림처럼 분주하고 독특한 인물들로 가득 차 있"다는 표현은 무릎을 치게 만드네요. 꼭 내용에 대한 분석이나 해석이 아니더라도, 좋은 비유로도 얼마든지 리뷰를 쓸 수 있다는 예가 될 것 같아요. 물론 이어지는 내용에는 분석도 기타 등등도 있지만요... (원문: https://www.newstatesman.com/culture/books/2019/08/baron-wenckheims-homecoming-laszlo-krasznahorkai-ottilie-mulzet-review )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마침표와 문장에 대한 또 다른 언급도 같이 소개할게요. Asymptote Journal에서 진행한 인터뷰의 도입 부분입니다. 헝가리 소설가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의 문학적 특징은 그가 "문장 사이의 인위적인 경계"라고 여기는 마침표, 즉 "점"에 대한 그의 환멸입니다. 그의 디스토피아적 파멸 이야기는 "여러분을 고리와 어두운 골목길로 데려가는 [...]마치 지하실을 들락날락하는 것 같은", "보풀 제거 롤러처럼 온갖 이상하고 예상치 못한 것들을 주워 담는", 그리고 기어 변속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방법론적이고 집요하게 전진하는 광범위한 문장으로 펼쳐집니다. 그는 짧은 문장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주장하듯이, 우리는 거의 그것들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며, 그의 작가적 성향 중 하나는 우리의 말의 리듬에 따라 산문을 모델링하고, 가능한 한 "일상 언어"에 가깝게 다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크라스나호르카이는 이 문장들을 컴퓨터가 아닌 머릿속에서 돌리고 정제합니다. 그가 단지 기록 장치로만 사용하고 그 밖에는 완전히 감명받지 않은 듯한 이 기술적 발명에 대해 그는 2012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것이 10,000년의 결과인가요? 정말로? 우리는 마이크, 노트북, 이 기술 사회를 가지고 있습니다—그게 전부인가요? 이것은 슬프고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레오나르도부터 아인슈타인까지, 부처에서 엔드레 세메레디까지 인류 이야기 속 수많은 천재들 이후에..." 여기서는 마침표를 '문장 사이의 인위적인 경계'라고 여겨 환멸한다고 적혀 있네요. 우리가 말을 할 때는 마침표가 거의 없고, 구어의 리듬 속에서 말들이 흘러가는데, 그걸 인위적으로 구분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요. 현대 기술에 대한 작가의 언급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게 전부인가요?" (원문: https://www.asymptotejournal.com/interview/an-interview-laszlo-krasznahorkai/ )
좋은 글 공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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