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D-29
내가 역장한테 말한 게 보리차가 아니라 아마 옥수수차 같다.
공기업에 다니면서 경기도 안 타고 그저 무난하게 살면서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자아를 실현하는 게 최고다. 다른 거 없다. 그리고 은퇴 후엔 시골로 가서 공기 좋고 조용한 곳이서 다시 책에 묻혀 사는 게 내 보람이다.
읽어봐야 별도움도 안 되고 시간만 낭비하는 것은 읽을 필요가 없다.
셔터 한계선을 넘어서면 안전하게 전원을 차단하게 되어 있다. 전기가 안 차다되고 계속 인가되면 셔터가 말려들어가 큰 사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나는 오사카성에서 아들과 길을 헤맨 적이 있다.
나는 일본에 도착해 일본 입구 경계 안에 내 휴대폰을 놓고 일본에 들어섰지만 내 사정을 알고 일본 경비가 찾아주었다.
책에 대한 내 마음 나는 책에 대해 이 세 가지를 가지고 있다. 일단은 내 팔자가 책에 맞는 것 같다. 그건 혼자 있기 좋아하고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기 싫어하고 그가 그것으로 괴로워하면 나는 더 괴로워하는 것 같다. 남을 가능한 한 편하게 하면서 그의 말을 가만히 듣기를 즐긴다. 그래야만 그가 마음이 편해져 자기 속을 터놓을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기 숨은 기운(氣運)을 펴도록 나는 가만히 그를 참고 기다리며 지켜본다. 다 필요 없고, 이것이 남을 대하는 최고의 배려라고 나는 굳게 믿어왔다. 남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으면 내가 더 괴로워 그렇게 못한다. 그런 게 모두 얽혀 내 독서를 방해할 것 같은 두려움으로 나는 책을 대한다. 책은 내 팔자이며,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지금까지 버텨온 것은 책이라고 생각해 매일 책에 세 번 감사하다며 절을 한다.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거지만 그나마도 그렇게 뭔가 의식(儀式)을 갖춰서 하는 것은 내 마음의 한 표시라고 생각해 매일 지금 읽는 책에 절을 올린다. 지금까지 고맙고 앞으로도 나를 더 버티게 해달라는 기도다. 그리고 인간 세상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스트레스가 쌓여 화가 날 때가 많다. 평정심을 잃는 것이다. 이런 내가 마치 내가 아닌 것 같을 때 나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나는 나로 살고 싶은 것이다, 편안하게. 그걸 잠재우는 게 독서다. 어디든 내가 틀어박혀 있을 곳을 찾아 내가 지금 읽는 책을 옆구리에 끼고 그리로 기어 들어가 10분 만이라고 그곳에서 책을 읽으면 흥분의 싫은,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 평소의 평상심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책은 그것에 대한 은공이 크다. 나는 책에 귀의(歸依)한다. 내 평소의 모습으로 돌려주는 힘이 책이라 여겨 늘 책을 갖고 다닌다. 어떨 때는 지금 읽고 있는 게 아니라 다음에 읽을 책을 정하지 못하면 왠지 불안해진다. 그래서 이 책 말고 다음에 읽을 책을 얼른 정한다. 그래야만 마음이 놓인다. 팔자이고 동반자이기에 책에 빠지고, 버티게 해줘 고맙다며 매일 책에 절을 세 번 올리고 나를 평소대로 돌아가게 해주기에 책을 끼고 사는 게 책에 대한 나만의 특별한 소견(所見)이며, 특유의 모습이다. 내게 책은 ● 내 팔자다. 그래 인생 동반자랄 수 있다. ●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해줬다. ● 나를 평상심으로 돌아오게 해준다.
내게 좋은 작품은 나는 소설이건 영화건 작품을 볼 때 이 세 가지를 본다. 일상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좀비물이나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 내가 사는 것과는 상관없는 SF물은 별로다. 나는 가상의 세계는 현실보다 더 리얼해야 한다고 본다. 교과서처럼 ‘개연성 있는 허구’여야 한다. 현실이라면 우연이 겹칠 수 있다. 그러나 가상의 공간에선 우연이 계속되면 뭔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 작품과 창작자를 의심한다. 그 안의 인물이 바로 내가 되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빠져드는 작품이어야 한다. 어느새 그 작품 안에 내가 들어와 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변에서 충분히 있음직한(Probable) 스토리여야 한다. 당장 일어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내용이어야 한다. 영화『쌍화점』,『밀양』,『살인의 추억』,『생활의 발견』 같은 작품을 보면 도대체 필요 없는 장면이 거의 없다. 내가 작품을 이해 못 해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저 장면은 왜 있지? 있을 필요가 없지 않나?” 뭔가 중언부언(重言復言)하는 게 반복되면 그 작가와 연출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좋은 작품은 억지스럽지 않고 작위적이지 않아 마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보면서도 “이건 영화니까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어선 안 된다. 현실의 데칼코마니 복사판(Replica)이어야 한다. 아마 창작자도 만들면서 신이 났을 것이다. 음악을 신들린 듯 연주하는 것처럼 창작도 그렇게 해야 그게 가능하리라 본다. 뭔가 큰 줄거리에서 벗어난 장면이 반복되면 “이건 아닌데.” 하게 된다. 그러나 좋은 작품은, 창작자가 자신감이 충만해 일부러 큰 줄기와 무관한 장면을 집어넣기도 하는데, (독자나 시청자를 골탕 먹인다.) 왠지 이런 장면까지 꼭 필요한 것처럼 여겨진다. 이렇게 흡입력 있게 그 가상에서가 아닌 지금의 내 주변(현실 세계)이 의식이 안 될 정도로, 가끔 그 가상에서 빠져나올 때도 당분간은 지금 내가 어디에 있으며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 어리둥절하게 하는 그런 작품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본다. 알람에 의해 깊은 잠에서 방금 깬 순간처럼. 꿈의 세계가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나는 중간에 창작자가 자기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넣어도 괜찮다고 보는데, 그러나 그걸 너무 남발하면 좋은 작품으로 안 본다. 소설이면 묘사나 대화, 인물의 표정으로 메시지를 보여줘야지 굳이 너무 친절하게 설명하면 좋은 작품에서 멀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직접 전달보단 간접 전달이 더 효과가 좋다. 영화의 대사가 단 다섯 마딘데도 그 영화를 이해하고도 남을 수 있게 연출했다면 가장 좋은 작품으로 꼽는다. 해설이 아닌 장면과 대화로도 충분히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때, 그건 창작자의 탁월한 역량이라 본다. 좋은 작품은 ● 현실보다 더 개연성 있어야 ● 군더더기가 없는 작품이라야 ● 설명이 아닌 대화와 장면 위주의 작품이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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