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D-29
맛있는 것을 먹을 땐 물을 잘 안 마신다. 물로 그 음식의 맛이 달아나 그런 것이다.
나는 독서를 위해 밥을 조금 먹고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책에 감사의 절을 올린다.
어쨌든 인간은 이상을 향해 가야 인간 역사는 반성을 모르고 반복적이라지만 그래도 살아선 인간다워야 하지 않을까. 북한, 중국처럼 독재 국가는 정책의 지속성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인간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한다. 민주주의가 안 되는 것이다. 빨리 가는 게 최선일 수도 없지만, 천천히 가도 인간은 역시 정치적 올바름을, 존재하는 한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명분이 생겨 오늘도 활기가 도는 거 아니겠나.
이제 늙어 그런 것이다. 잠을 자도 개운한 적이 별로 없다.
나는 현실로부터 피신하는 것은 역시 글이다.
도서관은 도서관다워야 도서관은 침묵이 정체성인데 다른 게 끼면 진짜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끄러워 집중이 안 되어 안 갈 것 같다. 바로 나 같은 도서관 죽돌이들. 도서관에 다른 게 끼면 안 된다. 도서관은 도서관다워야 하고 다른 게 끼면 책을 안 읽는 현대인들에게 마치 아부하는 것 같아 안 좋다. 도서관은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묵직한 적막과 요란하지 않은 밝은 조명만 있으면 된다. 다른 건 모두 독서에 방해만 될 뿐이다. 책 안 읽는 인간들은 다른 곳에 가서 놀라고 하고 헤비 리더들만을 위한 도서관 최적화가 더 필요하다. 왜 그들이 도서관으로 몰려와 그동안 독서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나? 시끄러운 걸 피해 도서관에 온 사람들을 내쫓는 꼴이다. 그들은 다른 게 유행하거나 이렇게 아부하는 도서관이 시답잖으면 언제나 떠날 인간들이다.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들이 진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서점에서 공짜로 읽는 공간을 없애야 하고 예부터 책 도둑에게 너그러운 그런 것부터 사라져야 한다. 지식 재산이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고 책은 반드시 돈 주고 사야 한다는 인식부터 사람들에게 새겨져야 한다. 공짜로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으니까 그걸 생산하는 작가들에게 일정한 혜택을 줘야 한다. 그들을 극진히 나라에서 모셔야 한다. 그들은 나라의 정신을 흔들리지 않게 지탱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마땅히.
독재자 한 인간이 많은 사람들을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장류진도 그렇고 마광수도 글이 쉬워 우습게 보는 것 같다. 글이 좀 고상해 보이고 약간 어려운 듯한 느낌으로 써야 글을 잘 쓰는 인간으로 보인다.
내가 보는 시(詩) 모든 글이 시(詩)라는 말도 있다. 시의 영역이 넓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 시를 읽는다. 소설도 읽고 수필도 읽는다. 그런데도 시로 분류해 시라고 하며 그걸 읽는다. 모든 글이 다 시라면 왜 굳이 시로 분류해 읽나. 모든 글은 시이고, 시는 곧 글인데. 분류하는 수고로움을 덜고 그냥 글, 즉 시를 읽지. 시라고 하는 걸 내 나름대로 분류해 보았다. 시의 정의보단 차라리 시의 특징을 살피는 게 나을 것이다. 우선 내가 보기에 시어(詩語)는 상징적 언어를 사용해 함축적으로 쓰는 것 같다. 한 단어의 뜻이 함의(含意)적이다. 그러니 독자의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글은 대개 읽는 사람을 생각해 문맥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러나 시는 좀 비약해서 쓰는 것 같고 문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시인은 자기 생각의 변화를 언어로 형상화하는 게 더 중요하지, 전달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막 이는 자기 생각의 표현이 더 중요한 것이다. 막 떠오르는 영감을 놓치면 절망한다. 자기만의 유일한 상상이고 통찰이기 때문이다. “생뚱맞게 여기서 왜 이걸 넣었지?” 하지만 그건 시라서 충분히 용서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해나 설득 위주의 문맥이 아니라 리듬과 운율에 더 중점을 둬 그런 것도 같다. 이런 걸 보면 시가 노래 가사 같은 특징도 있다.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보는데, 시는 다른 글에 비해 더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읽는 사람 위주로 안 쓰고 작가 위주로 쓴다. 자기감정과 느낌이 먼저다. 그걸 바로 적는다. 독자에게 이러니까 좀 불친절하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문맥에 안 맞아 “여기서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하는 것이다. 바로 시는 작가의 감정과 느낌 위주라서 주변의 객관화보단 자기 내면의 흐름을 적는 것이라 독자에게 친절히 설명하는 것보단, 자기의 지금의 느낌을 솔직하게 적는 게 더 중요한 것이다. 이런 세 가지 특징이 시라고 나는 본다. 뭔가 함축적이고 리듬은 좀 있는 것 같지만 문맥에 비약이 많고 작가 위주의, 다분히 주관적인 글이란 거다. 그래 일반적으로 시가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는 작가 위주이지 독자 위주가 아니라서 그렇다.
나는 외부와 차단해 글을 쓰고 싶다. 외부와 얽히면 정신이 혼란스럽고 글이 머리에 안 들어온다.
나는 그래도 옛 여자와 살아 좋다. 음식도 챙겨주고 옷도 챙겨주는 걸 아주 당연하게 아직은 생각하는 여자를. K걸이다.
인간은 감정이 없는 물건을 더 좋아해 인간은 물건이나 동물처럼 감정이 없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게 페티시즘(Fetishism)의 원조다. 인간은 감정이 있어 마음이 변해 어찌 될지 모르고 간사하다. 예측하기 어렵고 자기 맘대로 안 된다. 그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생긴 건지도 모른다. 왜? 은공(恩功)을 모르고 배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항상 배은망덕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 인간은 그리고 어려움은 같이하지만, 전리품(戰利品)은 혼자 독차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전쟁이 끝나 개국공신(開國功臣)으로서 어느 정도 받았다고 생각되면 미친 것처럼 일부러 바보짓을 해서 개죽음을 면하고, 낙향(落鄕)한 은자(隱者)로 ‘나는 자연인이다’가 되어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삶을 선택한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인간은 믿기 어려우니 받으면 반드시 보답하는 개나 책 속으로 들어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변화무쌍한 인간 때문에 현실에서 이상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글쓰기라는 지상(紙上)의 공간에서 이상을 대신 이뤄 현실 세계의 시름을 잊는 게 훨씬 쉬울 수 있다. 지금은 그것도 사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뭔가 개념 있어 보이려고-아니면 실제 그를 기려-티셔츠에 프린트해서 다니던, 20세기 마지막 낭만적인 혁명가이자 아나키스트인 체 게바라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우리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자, 그러나 가슴에 불가능한 꿈을 꾸자”라고.
지금 자기 관심 육체적 운동(Exercise)이든 정신적 운동(Movement)이든 그것에 관심이 있으면 그것에 관한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한 글을 쓴다. 지금은 변하여 그게 아니라 성(性)에 관해 관심이 있으면 그것에 관한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한 글을 쓴다. 누구나가 다 자신이 지금 관심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읽고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사실 세월과 나이와 육체에 정신이 영향을 받아 그리된 것이다. 정신보다는 육체가 더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개성 부리지 말라고? 정신과 의사의 소견(所見)은 그냥 결국 평범하게 살라는 말이다. 너무 개성적으로 살지 말고. 80% 인간이 상식으로 아는 그런 것을. 너무나 지당하신 말씀이라 그가 과연 의사 면허가 있는 자인가 의심할 정도다. 환자를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고 돌리면서 참, 돈 쉽게 번다.
어차피 공수래공수거다. 혼다 왔다 혼자 가는 것이다. 사람은 믿느니 책을 믿어 나는 하루도 안 빼놓고 매일 책에 절을 세 번씩 한다.
내가 과자를 편의점에서 무작위로 산 걸 보면 주로 옥수를 콘 과자를 많이 산다. 나는 잠재의식에 옥수수를 좋아하는 것이다.
일본 여행하면서 유명지만 가니 일드에서 보는 그런 곳을 보고 싶은데 그런 곳을 볼 수 없어 뭔가 여행이지만 일본을 아직은 많이 모르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를 잘 모르면 뭔가 자기와는 안 맞는 인간들에게 질질 끌려 다닐 때가 있다.이것도 젊을 때나 그렇다. 당연히 그들에 대한 내 인상은 지금 안 좋다.
나이가 어리면 엄마라고 하고 나이가 들면 어머니라고 하는데 요즘은 나이가 들어도 그냥 엄마라고 많이 한다.
일치하지 않는다 어릴 적 좋을 때를 생각하고 그를 다시 만나지만 생각했던 것하고 거의 90% 이상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 그러면 앞으로 절대 그를 만나지 않는다. 세상이 그렇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나는 안 변한 것 같은데, 그는 분명 변했다. 초등학교 때 서울로 전학 가 헤어질 때 눈물까지 핑 돈 적이 있고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친구를, 아주 큰맘 먹고 서울서 만났는데 그 애는 나를 만나고도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전자오락만 했다. 우리의 옛이야기나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그런 건 생략하고. 그 이후론 절대 그를 만나지 않았다. 그때 내가 갖고 있던 불편했던 생각을 아마 전혀 안 할 것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안 하는 다른 사람처럼. 그는 내게 서운함을 가지고 지금도 그걸 기억하겠지만. 그게 누군지 모르지만 있을 것이다. 세상사 이렇게 일치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뭐든 자기 위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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