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4.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 케이트 윌헬름

D-29
몰리의 손재주는 사라졌다. 아마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각 세대마다 무언가가 사라졌다.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것도 있었고, 없어진 직후에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도 있었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335,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그들은 미래를 내다볼 상상력이 없었기 때문에 행복했다. 그들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경고하는 사람은 무조건 사회의 적이었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337,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1부, 2부, 3부 각각의 결말 그리고 데이비드의 혈통이 이어지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사랑의 관점에서 본다면 1부에서는 데이비드와 셀리아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난데다 정작 그들은 아이를 갖지 못하고 클론들이 임신하는 아이러니한 결말입니다. 2부에서 벤과 몰리는 마크를 낳지만 그들의 사랑도 이어지지는 못했죠. 반면 마크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미래와 사랑을 찾습니다. 1부가 비록 사촌간이기는 해도 '남녀'의 연인으로서의 사랑을 보여준다면, 2부는 몰리와 마크의 '부모자식' 간의 사랑이 핵심이라고 느꼈어요. 3부는 대가족 또는 이웃과 공동체로서의 '가족'으로 사랑의 범위가 확장되는 결말로 읽혔고요. 데이비드나 몰리, 마크라는 개개인들의 삶에는 비극과 고통이 많았지만 큰 틀에서는 3대에 걸쳐 이어지는 인간성의 회복을 위한 실험이 조금씩 꽃을 피우는 느낌이랄까요. 재난과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하듯 인간/클론도 자신들의 과오와 한계를 딛고 다시 일어나려는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의 다양한 표지들입니다.
전 모임을 시작하기 전 잠깐씩 다양한 책 겉표지들을 찾아보곤 하는데 4번째 이미지의 풍경이 기억에 제일 남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풍경이 머리에 떠올랐어요. 노을이 지는 골짜기는 평화롭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핏빛처름 붉은 하늘이 언뜻 불길해 보이기도 합니다. 숲도 마찬가지로 멀리까지 초록빛이 뻗어나가 자연의 기운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클론들이 무서워 한 검고 짙은 숲의 모습도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저 표지의 마을은 과연 아직 데이비드와 인간들이 살아있을 때일지, 클론들만이 남아있는 미래인지 궁금하네요. 2번째와 5번째의 표지도 좋았습니다. 이미 폐허가 된 미국 도시를 탐험하는 아이들을 그린 5번째 표지는 높고 청명한 하늘과 부서진 도시가 대비됩니다. 인간 멸망의 흔적이 그저 하나의 자연 풍경처럼 보여 비극적인 분위기보다는 클론들이 탐험해야 할 하나의 목적지라는 느낌이 담겨있네요. 2번째 이미지는 무어라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거울에 비춘 듯 서로 정반대에 서 있는 자연과 마을이 마치 공동체에 인간이 살던 시절과 클론이 지배하는 시대를 대비시키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다음 모임은 <생명창조자의 율법>으로 준비하려고 해요. 기계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생명들이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서 문명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다룬 책입니다. 한달 동안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생명창조자의 율법미래의 문학 8권. 장편소설 <별의 계승자>로 이름을 알린 작가 제임스 P. 호건의 1983년 작품이다.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의 시대상과 과학적 상상력을 절묘하게 융합시킨 제임스 P. 호건의 초기 명작이다.
덕분에 명작 한 편 제대로 또 읽고 갑니다. 다음 책도 기대됩니다.
와. 다양한 표지들 흥미롭게 잘 봤어요. 은화님 감사합니다!
다양한 표지들 재밌게 잘 봤습니다. 읽은 내용들이 겹쳐지기도 하면서 읽은 책을 돌아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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