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 함께 읽어요!

D-29
저도 원고를 불태워버린다고 해서 놀랐네요. 일기든 어떤 글이든 마음이 담긴 만큼 계속 지니고 있게 되더라구요. 요즘에는 노션이나 휴대폰 어플 등으로 기록을 디지털화 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던데, 아무래도 종이의 질감이나 펜의 사각거림, 필체에서 전해지는 그날의 기분 등의 매력도 큰 것 같아요.
ㅎㅎ 그러고보니 홍시님 아날로그 세대시군요. 그렇죠. 특히 만년필로 쓰는 그 중후한 느낌 그립네요. 근데 저도 어느새 디지털을 더 선호하게 되었어요.ㅠ
노션... 저도 몇번 시도했는데 실패하고 만년 다이어리를 샀습니다. 앞서 언급했 듯 일기를 쓰는 사람은 아니라 간단한 일정 정리 정도지만요. 디지털이 어렵기도 하지만 아날로그로 남길 수 있는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한눈에 보기도 좋고, 필체가 변하는 과정이 남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자꾸 가방이 무거워진다는 부분만 빼면 말이죠!
오, 저도 내성적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었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니 신기하네요! 저는 꾸준히 기록하는게 어려운 사람 중 하나라 일기가 따로 있지는 않지만, 만약 내가 쓴 일기들이 있다면 저도 태워버리고 싶을 것 같긴해요. 물론 말씀하신 것 처럼 저도 지금 당장 태우진 않겠지만 어쩐지 일기라고하면 내밀한 무언가 같은 기분이라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일까요?
ㅎㅎ 저도 뭘 꾸준히 쓰는 게 좀 어려워하는데 지금 쓰고 있는 다이어리가 꼭 한 페이지만 쓰게되어 있어요. 흐는데는 10분이 안 걸려요. 나름 습관들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긴하더라구요.^^
지난 원고들과 실제 출판한 작품들에 대한 기록을 통해 과거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해나가서, 자전적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이거 에세이 아니야..? 하는 생각으로 읽게 되네요 ㅎㅎ. 저도 모임지기님이 말씀하신 오구치와의 일화에 정말 몰입이 되었는데요, 시공간에 따른 구체적인 전개도 그렇고, 오직 그 사건을 경험한 주체로서 느끼는 감정들 또한 말이죠. 세계를 어떻게 묘사해내는지를 살펴보면 어떻게 경험하는지가 드러나기에 세이노에게 애정을 품은 그 만이 이런 묘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오구치를 향한 원망과 세이노를 향한 사랑, 질투, 당혹감 온갖 감정이 드는 자신의 마음을 낱낱히 분석하고, 그 마음 속에서도 자신이 오구치를 원망할 만큼 깨끗한 사람인지 -자신을 돌아보고,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애정과 분노와 불순한 안도감까지. 순간적이며 서로 뒤얽히는 감정과 생각을 이렇게나 세밀하게 포착해내어 고백하는 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모순을 발견하는 순간에도 단순히 ‘나는 ••• 깨끗한 사람인가’ 에서 서술이 끝나지 않고 뒤의 이어지는 문장들을 통해 얼굴을 붉힐만한 망상을 하는, 동급생들을 깨끗하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화자를 그려볼 수 있게 만들어주어서 복잡한 심경이 더욱 풍부하게 전달된 것 같아요.
나의 망상이 어떠한 형태로든 낱낱이 드러난다면, 나는 얼굴을 붉히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육체의 고민 없이 미소년 미소녀를 바라본 일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소년 32쪽,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도서 이벤트에서도 굉장히 기대된다고 말씀 드린 점이 작가의 한 소년을 향한 감정을 다룬 혹자는 문제작이라고도 하는, <소년>의 소개를 읽어보니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이 떠올라 어떻게 서술에 차이가 있는가 였는데요. 후자의 경우는 화자가 묘사하는 어린 시절이 작가의 알려진 바와 같아 ’아, 작가 자신의 이야기구나‘ 싶으면서도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이라는 구성에 충실해서 형태적으로 소설인가 에세이인가 고민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반면 이 소설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굉장히 담담하게 ‘동성애 같은 일은 없었다‘ 거나, ’동성애의 기록이 있다’ 라고 얘기해주어서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제게 꽤나 현실감 있게, 직설적으로 고백하는 것처럼 다가왔던 것 같아요. 굉장히 진솔하고 숨김없이 작가 자신의 감정과 일련의 사건들을 서술하고 있어 상대방이 실존 인물이라면 이렇게나 자세하게 써도 되는지.. 인물이 특정되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였네요 😅 그런 점에서 위에 하료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자전적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는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어쩌면 작가님의 언급에 달린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ㅎㅎ
언급이라고 하니 어쩌면 실제로 있었던 일도 자전적 소설입니다. 라고 하면 증명해 줄, 혹은 증명하려 할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소설이구나 하고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모두 사실이었을..크흠 농담입니다. 정말 경계가 참 모호 한 것 같아요. 매력적인 부분이네요!
주인공은 아름다움 자체를 추앙했습니다. 가능한 범위까지 “미”라고 여겨지는 것을 충동적으로 구매(수집)했어요.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주인공은 미소년 후배들을 마음에 담아뒀죠. 같은 방이었던 두 친구 모두 마음을 끌었지만, 세이노가 자연스럽게 그와 동침하게 되었습니다. 세이노는 주인공과 달리 조건 없이 그를 사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소 유전적으로 보이는 종교에 대한 열의 외에, 세이노의 유일한 관심은 오직 주인공이었죠. 제 몸과 시간을 모두 내줄만큼. 그런데, 정말 조건이 없는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세이노는 주인공이 정말 신이 될 줄, 자기가 믿는 종교의 교조가 될 줄, 정말 그렇게 믿었던 것은 아닐까요? 언젠가는 그가 돌아올 거라고. 그렇다면, 세이노의 사랑을 순수하고, 올곧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 [2주차] (9장~13장) 📅 3/26~4/1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댓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여러분의 감상을 읽어 내리며 공감과 감탄으로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저 역시 답 댓글로 부지런히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작품에서는 많은 후배들의 이름이 나오지만 ‘나’는 오직 세이노만을 특별하게 여깁니다. 거기에는 ‘나’를 대하는 세이노의 신앙과도 같은 순수한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요. 이후 세이노를 만나러 갔을 때, 자신에게 귀의한 것만 같았던 세이노와는 다른, 진짜 종교인이 된 그의 모습을 보고 질투를 느끼기도 하지요. 신앙과도 같았던 사랑, 이라고 저는 세이노의 사랑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앙과 인간적인 사랑에는 분명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있겠지요. 여러분은 그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세이노의 사랑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남겨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 문장수집 기능을 이용하여 인상 깊었던 문장을 남겨 주세요!
이 소년은 예전 부터 타고난 종교의 아이였다. 이 소년은 내가 사라지면 고아가 되어 마음의 안식처를 잃어버릴 거라고 중학교를 떠날 때 나는 생각했다. 그 아이는 나를 우상화하고, 모든 걸 내게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 77,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과거에 세이노는 나에게 귀의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폭포수를 후광으로 한 세이노의 몸과 얼굴에 나타난 고매한 정신은 나와 견줄 수 있는 것이 못 되었다. 나는 충격속에서 한동안 질투를 느꼈다.
소년 86,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세이노는 이런 소년이었다. 오기도 강하지만 정직한 아이다.
소년 10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용기는 언제쯤 생길까. 슬픈 일이다. 나는 오구치 군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질투인가.
소년 109,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2주차 부분을 다 읽었습니다. 사실 얇은 책이다 보니 진즉에 1번 다 읽은 책인데 마음에 들어서 표시해둔 문장이 가장 많은 부분이기도 해서 재독하며 표시해둔 문장들의 그 맛을 느끼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아무튼 2주차에서 읽은 부분 중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라고 할 부분은 역시 유가시마에서 화자가 폭포수 아래 서있는 세이노를 보면서 거룩함에 가까운 미를 느끼는 동시에 질투의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었어요. 생생하게 그 장면이 머릿속으로 그려지면서 작품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할 수 있지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모임지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세이노의 화자에 대한 사랑과 화자가 세이노에게 끌린그 순수한 아름다움의 근원이 '화자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니라 오모토교의 '진리에 대한 순수한 믿음'에서 파생된 것이고 두 인물이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지만 그것이 결국 어긋날 것이란 걸 화자가 깨달았기에 결국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저는 세이노의 사랑은 신앙으로서의 믿음과 인간적 사랑이 결부된 사랑이었고 '당시'의 화자의 세이노에 대한 사랑은 의지할 이 없는 외로움이라는 추한 자신의 상황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서 발원한 '아름다움에 대한 강렬한 끌림'으로 세이노의 그것과는 좀 대비되는, 보다 세속적인 동기에 더 가깝다고 보여졌어요. 하지만 저는 양쪽 사랑의 차이는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그런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인물의 사랑의 동기 자체는 조금 다르다하더라도 결국 그 인간에 대한 인간적 끌림이 동반이 된 건 같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야스나리의 작품들 전반이 서사보다는 서정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짙다고 느끼는 데 초반 몰입이 서사의 흡입력이 뛰어난 작품에 비해 좀 어렵다 뿐이지 오히려 감상은 더 풍부해지는 것 같아 여운도 짙고 좋은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저 역시 '나'의 사랑은 아름다움 그 자체에 대한 끌림과 더불어 다정한 세이노 소년의 마음을 향한 애정이 섞인 감정으로 느껴졌어요. 반면 세이노의 사랑은 신심이 그러하듯 다소 맹목적이면서도 순진무구하지요. 폭포수 아래에서 수행하는 세이노를 묘사하는 장면은, 초월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경외와 질투처럼 느껴져 저도 무척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나'의 소년다운 모습이 잘 드러나기도 하구요.
나는 세이노가 믿는 신앙이 아니라 세이노가 믿는 마음에 기분 좋게 물들어 갈 것만 같았다.
소년 P84,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나에게는 이 생활을 버리는 게 진실 추구임을 알면서도 재능이 부족한 나를 믿기 어렵다는 사실과, 생활의 불안에 맞서 싸우는 게 두렵다는 비겁함 때문에 주저하면서 타협하며 살았다. 지금까지 들인 돈과 시간과 노력을 가지고 혼자서 나의 길을 간다면 분명 어딘가에 도달하여 조금은 더 제대로 된 내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아. 나에게 허락된 모든 생명을 다 불태워보고 싶다. 별이 아름다운 밤이었다. 우윳빛 띠가 밤하늘 한가운데를 지나간다.
소년 P94,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지금 나를 죽음으로 유혹하는 게 있다면 그것은 추한 슬픔이다.
소년 P97,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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