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수한 사랑, 여동생을 향한 사랑이라면, 나는 둘도 없는 내 친구의 여동생을 향한 사랑을 기꺼이 인정하겠다. 나는 젊은 여성을 사랑하는 마음에 어두운 욕망이 동반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진심으로 너를 믿는다. 성실하게 사랑해 준다면, 나는 너에게 이러쿵저러쿤 말할 만큼 무식하지는 않다. ”
『소년』 108,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문장모음 보기
stella15
요부분을 읽는데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ㅋ 역시 한때 일 수도 있겠지만, 친구의 여동생 또는 오빠 심지어 동생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는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한창 20대 초반, 오빠가 밤에 친구를 데리고 들어 와 하룻 밤 잔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 얼마나 넋살이 좋은지 엄마의 혼을 쏙 빼놓고, 동생 어디 있냐고 좀 보게 해 달라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죠. 그 오빠 친구 뭘 몰라도 한참 몰랐던 거죠. 솔직히 우린 오누이지간이라고는 하나 소 닭 보듯하는 사이라 소개시키고 말고 할 사이는 아니거든요. 그러다 그 친구 가고 제가 오빠를 어떻게 할지는 오빠는 너무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세월 지날수록 그 오빠 친구라는 사람이 새삼 웃기면서도 약간 고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결국 그분은 오빠를 가장 친한 벗으로 느꼈을 겁니다. 그러니까 밤에 친구의 집에서 하룻 밤 신세를 지는 모험을 감행했겠죠. 친한 친구와 처남, 매부가 된다는 것 생각만해도 근사하잖아요.
저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끝내 알지 못했지만 목소리 하나만큼은 크고 우렁찬게 명랑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모르긴 해도 우리 집 오빠 보다는 훨 나은 사람일 겁니다. 원래 남의 집 오빠가 우리 집 오빠 보다 나은 법이잖아요. 물론 그 오빠가 우리 집 오빠가 되면 얘기는 또 달라지긴 하겠지만. ㅎㅎ
근데 작가도 참 순수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다
소년 시절에 있을 법한 귀여운(?) 일화가 잠시 등장하는데, stella님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군요. 이미 쉰 살이 된 작가의 시선에서 서술되는데 불구하고, 작품 전반적으로 소년다운 순수함과 솔직함이 드러나는 점이 재미있지요.
만렙토끼
순수함과 솔직함 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열망까지 딱 소년 시절의 느낌 인 것 같습니다.
만렙토끼
우리 집 오빠 보단 나을 거라는 말이 너무 웃겼어요, 전 남자형제가 없는데다 시골 동네 특성상 여학교 남학교 따로 있어서 그런 경험이 없는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흠, 친구의 동생을 친구를 통해 좋아했다기보단 쟤 멋있다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친구의 동생이었던 적은 있어요. 친구도 제 취향(?)외모라서 좋았던 건데, 소나무 취향이였던 걸까요? 하하 돌이켜보니 그렇네요.
stella15
2주차의 내용은 저자의 일기가 주를 이루고 있네요.
저는 일기하면 떠오르는 게 카프카의 일기입니다. 몇년 전, 어느 출판사에서 카프카의 일기며 평전이 나왔는데, 저는 일기를 읽어 본 적이 있었죠. 카프카는 원래 저에겐 넘사벽이라 그래도 일기는 좀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도전해 봤는데 역시 일기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벽돌책이었는데 카프카가 일기를 굉장히 많이 썼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것도 일부만 소개된 것일 겁니다.
물론 이 책은 카프카 보단 덜 어렵게 읽히긴 하지만 역시 남의 일기를 읽는다는 건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 책을 읽으면 일을수록 작가가 참 감수성이 예민하면서도 풍부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되네요.
북다
일기는 누군가의 은밀한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이지요. 특히 작가들의 일기는 문학적 세계관의 시작점을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구요.
stella15
네. 댓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dulce06
읽다 보면, 애초 부터 글에 대한 재능과 끼가 있어, 남다른 글솜씨를 뽐냈던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일기와 편지 형식을 빌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꾹꾹 눌러 쓴 흔적이 느껴져, 갑자기 제 머릿속에 안네의 일기가 오버랩되는 느낌마저 들었네요. 두 사람에게 처해진 환경이나 시대가 완전히 달라도, 그 날 그날의 있었던 하루 일과를 글로 옯겨 놓았던, 그래서 기록의 중요성을 한 번 더 느끼게 되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지난 날을 추억하며, 정말 이런 일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 수 밖에 없을 때의 신선함, 놀라움, 재미 등이 그대로 녹아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 같네요.
북다
소설 중에 미야모토(화자)가 자신의 창작적 재능이 충분한가에 대해 의심하는 구절이 짧게 서술 되기도 하는데, 읽어 나가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미야모토가 이미 훌륭한 작가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지요. dulce님의 말씀처럼, 기록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북다
📚 [3주차] (14장~ 17장, 해설)
📅 4/2~4/8
드디어 세이노의 마음을 알 수 있는 편지가 등장했습니다! 일기는 함께한 기록이고 편지는 부재의 기록이라, 아무래도 ‘나’가 쓴 글들보다 더 절절한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여러분이 ‘나’의 일기와 편지를 읽으며 상상하던 세이노와 다른 느낌이 드시나요, 아니면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을까요? ‘세이노’의 캐릭터에 대해 사실 ‘나’가 이해하고 있는 것과 다른 지점이 있어 보인다면 어떤 것일지 이야기해보아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 문장수집 기능을 이용하여 인상 깊었던 문장을 남겨 주세요!
만렙토끼
“ 저는 선배가 소설가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선배는 분명 우리의 길로 들어설 인물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길'이라는 게 괴상하다 생각하시겠지 만, 나이가 들면 자연히 아시게 될 겁니다. ”
『소년』 140,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문장모음 보기
만렙토끼
밖에서 들어온 것은 도로 밖으로 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안에서 깨달은 것은 끝까지 안에 머뭅니다.
『소년』 14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문장모음 보기
만렙토끼
오구치가 밤에 온 이유를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라고 말하는 세이노는, 나와 있었던 일에 대해 아무런 자각도 없었던 것일까
『소년』 154,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문장모음 보기
만렙토끼
“ 가엾고 불행한 저를 용서하세요. 그러나 저의 벗으로서, 단 한 사람의 벗으로서, 미야모토 선배를 들이겠습니다. -중략- 아무튼 저는 한 사람의 벗과 함께, 그 벗을 지팡이로도 기둥으로도 여기며 살아가겠습니다. 부디 저의 불행을 가여워해 주십시오. ”
『소년』 162,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문장모음 보기
하료
오늘로 이 책의 독서도 마지막이네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좋은 책을 읽을 땐 이 책의 독서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책도 그렇네요. 세상에 읽을 책은 너무 많고 한번 읽은 책을 재독하는 일이란 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기에...
아무튼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감상을 써보겠습니다.
3주차 부분에선 세이노의 편지들이 나오는 데 이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지난 번에 얘기했던 것처럼 나의 세이노에 대한 감정과 세이노의 나에 대한 감정은
계기는 좀 다르다고 할 지라도 그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거울처럼 대했고 어쩌면 상대에게서 스스로를 보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세이노와 '나'의 감정은 그렇게도 닮았는데도
왜 세이노와 '나'는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요.
저는 세이노는 '나'에 대한 그 헌신을 종교로 돌렸고 '나'는 세이노에 대한 그것을 문학에 돌렸기 때문에, 서로의 지향점이 달라서 결국 갈라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나'가 30년이 흐른 뒤 다시 그것을 읽어보고 기록을 태우면서
세이노에 대한 마음을 추억하는 걸 보면
지금의 '나'는 세이노의 그 종교에 대한 귀의와 신앙심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고 보여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뭔가 더욱 마음 한 편이 더욱 아리고 절절함이 느껴지기도 했네요.
모임지기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편지를 읽었을 때 더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는 부분 정말 공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했던 누군가의 빈자리를 느낄 때 더욱 그 사람을 소중하게 느끼게 되니까요..
저는 3주차를 읽으면서 세이노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진 부분은
세이노가 의외로 체격이 좋고 건강한 청년이라는 거였어요.
뭔가 아름다운 미소년의 느낌을 상상했었는데 연약하고 여리여리한 모습이 아니었다는 게
잠깐 이미지가 바뀌기도 했습니다만
세이노의 편지에서 심장이 말썽이라는 부분과 검술대회에서 성적이 좋았다는 게
뭔가 서브컬쳐에서 많이 사용되는 병약한 천재 검사 이미지가 떠올라서 처음 이미지랑 크게 괴리는 없었던 것 같네요. ㅋㅋ
그 외의 부분은 세이노에 대해 지금껏 상상했던 이미지와 비슷했습니다.
순수한 신앙심을 가진 맑은 소년의 이미지가 말이죠.
중간에 세이노가 보낸 편지에 떨어지면 1년 더 공부하면 되죠라고 말하는 부분은 진짜 악의 없이 순수하게 남한테 재수 없는 소리하는 그런 느낌이 나서 웃기기도 했네요. ㅋㅋㅋ
끝으로 해설을 읽으니 맨 처음 이 작품은 소설인가 수필인가 싶었던 의문에 대해
어느 정도 해소를 해주는 부분이 있었네요.
수필인 듯 소설인 듯 아리송하게 만드는 그 모호한 경계에 위치한, 당시로선 매우 혁신적이었던
'사소설' 이라는 장르.
지금은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이 그렇게까지 혁신적인 느낌이라고는 하기 힘들겠지만
여전히 여타 소설들과는 차별화되는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자전적 소설은 소설에 가까울까 수필에 가까울까 ,소설과 수필의 경계는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야스나리의 '소년'의 감상을 마칩니다.
너무 좋은 소설을 알게 해주고 좀 더 깊은 감상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tella15
저는 소설이냐 수필이냐를 떠나서 막 진지하게 읽다 해설 읽고 폭삭 속았구나 했습니다. ㅎㅎ
만렙토끼
그래서 저는 해설을 읽을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소설' 이라는 장르에선 현대적이거나 상상이 맞물려 현실로 끌어내릴 수 있는 주제라면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왠지 어딘가에 이런 사람들이 여전히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마무리 하고 싶은 마음? 하지만 세이노를 결국 사가 이후 만나지 않았단 글을 보고 해설을 봤어요. 이래도 저래도 가짜 글을 이렇게 정성스레? 부분을 보며 그냥 세이노를 더 나이 먹고 만나본 걸로. 왠지 게임 '투 더 문' 이 생각나네요.
[다산북스/책 증정] 『공부라는 세계』를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X연뮤클럽] 28. 뮤지컬 안내서 읽고 공부해요 ①<뮤지컬 익스프레스 슈퍼스타>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경계를 허무는 [비욘드북클럽] 에서 읽은 픽션들
[책 증정] Beyond Bookclub 12기 <시프트>와 함께 조예은 월드 탐험해요[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책 증정] <그러니 귀를 기울여>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3기
[책 증정]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2기
연뮤클럽이 돌아왔어요!!
[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노란 책을 찾아라!
안노란책 리뷰 <초대받은 여자> 시몬 드 보부아르안노란책 리뷰 <time shelter>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안노란책 리뷰 <개구리> 모옌안노란책 리뷰 <이방인> 알베르 카뮈
[그믐클래식] 1월1일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4월의 그믐밤엔 서촌을 걷습니다.
[그믐밤X문학답사] 34. <광화문 삼인방>과 함께 걷는 서울 서촌길
스토리탐험단의 5번째 모험지!
스토리탐험단 다섯 번째 여정 <시나리오 워크북>스토리탐험단 네 번째 여정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스토리 탐험단 세번째 여정 '히트 메이커스' 함께 읽어요!스토리 탐험단의 두 번째 여정 [스토리텔링의 비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북킹톡킹 독서모임] 🖋셰익스피어 - 햄릿, 2025년 3월 메인책[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봄은 시의 세상이어라 🌿
[아티초크/시집증정] 감동보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아틸라 요제프 시집과 함께해요.나희덕과 함께 시집 <가능주의자> 읽기 송진 시집 『플로깅』 / 목엽정/ 비치리딩시리즈 3.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3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서리북 아시나요?
서울리뷰오브북스 북클럽 파일럿 1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봄호(17호) 헌법의 시간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