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 함께 읽어요!

D-29
저는 선배가 소설가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선배는 분명 우리의 길로 들어설 인물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길'이라는 게 괴상하다 생각하시겠지만, 나이가 들면 자연히 아시게 될 겁니다.
소년 140,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밖에서 들어온 것은 도로 밖으로 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안에서 깨달은 것은 끝까지 안에 머뭅니다.
소년 14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오구치가 밤에 온 이유를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라고 말하는 세이노는, 나와 있었던 일에 대해 아무런 자각도 없었던 것일까
소년 154,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가엾고 불행한 저를 용서하세요. 그러나 저의 벗으로서, 단 한 사람의 벗으로서, 미야모토 선배를 들이겠습니다. -중략- 아무튼 저는 한 사람의 벗과 함께, 그 벗을 지팡이로도 기둥으로도 여기며 살아가겠습니다. 부디 저의 불행을 가여워해 주십시오.
소년 162,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오늘로 이 책의 독서도 마지막이네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좋은 책을 읽을 땐 이 책의 독서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책도 그렇네요. 세상에 읽을 책은 너무 많고 한번 읽은 책을 재독하는 일이란 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기에... 아무튼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감상을 써보겠습니다. 3주차 부분에선 세이노의 편지들이 나오는 데 이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지난 번에 얘기했던 것처럼 나의 세이노에 대한 감정과 세이노의 나에 대한 감정은 계기는 좀 다르다고 할 지라도 그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거울처럼 대했고 어쩌면 상대에게서 스스로를 보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세이노와 '나'의 감정은 그렇게도 닮았는데도 왜 세이노와 '나'는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요. 저는 세이노는 '나'에 대한 그 헌신을 종교로 돌렸고 '나'는 세이노에 대한 그것을 문학에 돌렸기 때문에, 서로의 지향점이 달라서 결국 갈라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나'가 30년이 흐른 뒤 다시 그것을 읽어보고 기록을 태우면서 세이노에 대한 마음을 추억하는 걸 보면 지금의 '나'는 세이노의 그 종교에 대한 귀의와 신앙심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고 보여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뭔가 더욱 마음 한 편이 더욱 아리고 절절함이 느껴지기도 했네요. 모임지기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편지를 읽었을 때 더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는 부분 정말 공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했던 누군가의 빈자리를 느낄 때 더욱 그 사람을 소중하게 느끼게 되니까요.. 저는 3주차를 읽으면서 세이노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진 부분은 세이노가 의외로 체격이 좋고 건강한 청년이라는 거였어요. 뭔가 아름다운 미소년의 느낌을 상상했었는데 연약하고 여리여리한 모습이 아니었다는 게 잠깐 이미지가 바뀌기도 했습니다만 세이노의 편지에서 심장이 말썽이라는 부분과 검술대회에서 성적이 좋았다는 게 뭔가 서브컬쳐에서 많이 사용되는 병약한 천재 검사 이미지가 떠올라서 처음 이미지랑 크게 괴리는 없었던 것 같네요. ㅋㅋ 그 외의 부분은 세이노에 대해 지금껏 상상했던 이미지와 비슷했습니다. 순수한 신앙심을 가진 맑은 소년의 이미지가 말이죠. 중간에 세이노가 보낸 편지에 떨어지면 1년 더 공부하면 되죠라고 말하는 부분은 진짜 악의 없이 순수하게 남한테 재수 없는 소리하는 그런 느낌이 나서 웃기기도 했네요. ㅋㅋㅋ 끝으로 해설을 읽으니 맨 처음 이 작품은 소설인가 수필인가 싶었던 의문에 대해 어느 정도 해소를 해주는 부분이 있었네요. 수필인 듯 소설인 듯 아리송하게 만드는 그 모호한 경계에 위치한, 당시로선 매우 혁신적이었던 '사소설' 이라는 장르. 지금은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이 그렇게까지 혁신적인 느낌이라고는 하기 힘들겠지만 여전히 여타 소설들과는 차별화되는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자전적 소설은 소설에 가까울까 수필에 가까울까 ,소설과 수필의 경계는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야스나리의 '소년'의 감상을 마칩니다. 너무 좋은 소설을 알게 해주고 좀 더 깊은 감상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소설이냐 수필이냐를 떠나서 막 진지하게 읽다 해설 읽고 폭삭 속았구나 했습니다. ㅎㅎ
그래서 저는 해설을 읽을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소설' 이라는 장르에선 현대적이거나 상상이 맞물려 현실로 끌어내릴 수 있는 주제라면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왠지 어딘가에 이런 사람들이 여전히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마무리 하고 싶은 마음? 하지만 세이노를 결국 사가 이후 만나지 않았단 글을 보고 해설을 봤어요. 이래도 저래도 가짜 글을 이렇게 정성스레? 부분을 보며 그냥 세이노를 더 나이 먹고 만나본 걸로. 왠지 게임 '투 더 문' 이 생각나네요.
최근에 봤던 한 평론에서 많은 작가들이 독자로 하여금 작가 자신에 대해서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설을 쓰고 자신의 삶을 반영한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사소설 장르가 이 문장에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작가와 작품을 과연 어디까지 관련지어야할지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적어도 이런 장르의 소설은 작가가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 속 등장 인물에 대해서 자신을 투영해서 바라봐주길 바라는 의도가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네요.
마지막 독서라는 하료님의 글을 읽으니 기분이 좀 더 싱숭생숭하네요. 저는 호로록 넘겨읽고 다시 읽고 재독을 자주 하는 편인데, (영화도 만화도 애니도 거의 이런 식으로 보는 것 같네요) 하료님 처럼 다시 못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책을 읽으면 좀 더 색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다음에 한번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그래도 소년처럼 얇은 책은 그나마 다시 읽어볼까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종종 있지만 두꺼운 책은 선뜻 다시 집기가 힘들어서..ㅋㅋ.. 그래서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들면 진도를 일부러 늦게 빼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태어난 후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혹은 태어나기 전, 말하자면 유전으로 자기도 모르게 자신에게 물든 것을 스스로 씻어내고, 거기에서 도망쳐, 어떤 지점까지 되돌아오지 않으면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년 p128,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내가 좋은 사람인가 싶었다. 그렇다. 좋은 사람이다. 스스로 답했다. 평범한 의미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내게는 빛이었다.
소년 p130,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그의 마음의 창에 비친 내 그림자는 흐려지는 일이 없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평온함을 느꼈다.
소년 p132,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편지가 쌓이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흘러가는 세월을 느껴요
소년 p154,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언젠가 저를 만나게 될 날이 올 겁니다. 그때 우리 두 사람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소년 p166,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방에 켜진 불이 반갑다. '형제 둘이 나란히 방에 있었다. 형은 책상 앞에서 두세 권 모범 문집을 참조하여 <도시 학생 우열론>의 퇴고에 열을 올린다. 나는 그 옆에서 도쿠토미 로카의 <세이로슈>를 펴서 한 시간 정도 읽다가, 벗의 작문이 끝난 뒤 언제나처럼 아버지 어머님가지 다섯 명이 화로에 둘러앉아 단란한 시간을 보낸다. 화제가 이리저리 뒤바뀌어 주마등 같다. 늘 그렇듯 이 집안사람들의 온정은 더없이 기쁘다. 부모도 없고 형제도 없는 나는 만인의 사랑보다 두터운 할아버지의 사랑과 이 집안사람들의 사랑으로 살았다.
소년 p26,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세이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심장은 크게 요동쳤다. 한편으로 세이노가 호소하며 드러내 보인, 나를 향한 신뢰와 연모의 정에 나는 그만 그를 부둥켜안고 감사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년 p31~32,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세이노에 대한 마음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문장같아서 기억에 남네요 !!
내가 좋은 사람인가 싶었다. 그렇다. 좋은 사람이다. 스스로 답했다. 평범한 의미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내게는 빛이었다.
내가 좋은 사람인가 싶었다. 그렇다. 좋은 사람이다. 스스로 답했다. 평범한 의미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내게는 빛이었다.
소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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