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너머》 혼자 읽기

D-29
우리는 시간을 인식하는 동물, 즉 반복적인 게임을 불가피하게 끊임없이 하고 있음을 아는 동물이다. 미래를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소용없다. 우리는 날카로운 자의식을 가진 존재이자 생애 전반에 걸쳐 자기 자신을 개념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에 매여 있다.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어떤 것에 매여 있어서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불가능할 때 취할 수 있는 올바른 태도는 자발적으로 돌아서서 그것에 맞서는 것이다. 단기적이고 충동적인 목표를 버리고 더 큰 목표를 가져라. 그것이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동이다.
질서 너머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우리는 윤리라고 하는 올바른 행동 양식과 갈등할 운명을 타고났다. 우리는 시간을 넘나들며 당신과 다른 모든 사람을 고려하는 존재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자신의 좋고 나쁜 행동을 수시로 보고한다. 따라서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윤리는 명료하게 공식화되긴 어렵지만 우리가 하는 게임의 본질적인 부분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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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으로 행동하리라 기대되는 경기자만이 경기장에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우리에게는 위대한 경기자에게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그의 행동을 모방하는 장치가 갖춰져 있다. 사기꾼, 협잡꾼, 부정행위자를 폭력에 기대서까지 불허하는 장치도 물론 있다. 윤리적인 길에서 벗어났음을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양심(윤리적 덕목을 지향하는 본능)이다.
질서 너머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당신의 아이가 축구 경기를 할 때 고의로 상대 팀 선수를 넘어뜨리거나 좋은 득점 기회에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 선수에게 패스하지 않으면 당신은 눈살을 찌푸린다. 그런 수치심이 드는 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당신의 아이가 저지르고 있는 자기배신의 행위를 말이다. 당신이 예의범절을 지키지 않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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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통과 증오를 가라앉히는 해독제는 무엇일까? 각자에게 가능한 최고의 목표가 그것이다. 최고의 목표를 추구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남들이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는 것들까지 책임을 지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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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일지 모른다. “내가 왜 그 모든 짐을 져야 하지? 내가 왜 그런 희생과 고난과 역경을 감수해야 하지?” 하지만 당신은 무엇 때문에 무거운 짐을 지기 싫다고 확신하는가? 우리는 무겁고 깊고 심오하고 어려운 어떤 것에 긍정적으로 빠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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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점투성이지만, 적어도 이 일은 하고 있어. 적어도 남에게 기대지 않고 잘 지내고 있어. 적어도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어. 적어도 내가 지기로 한 짐을 지고, 비틀거리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 진정한 자존감은 그렇게 형성된다. 자존감은 단지 순간순간에 당신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와 관련된 피상적인 심리 개념이 아니다. 진정한 자존감은 심리적일 뿐 아니라 실질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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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컨대,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수십 년 동안 녹초가 되게 일하면서 서서히 질식하는 것은 진짜 최악일 수 있음을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느리긴 해도 좋은 죽음이 아니다. 그로 인해 당신은 빨리 늙을 것이고, 절망에 빠져 퇴사나 더 심하게는 죽음을 바라게 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는 결코 삶의 질이 향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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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레닌주의와 나치즘을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만, 오늘날 세계에는 보수주의·사회주의·페미니즘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인종 및 젠더 사상·포스트모더니즘·환경주의 등의 각종 ‘주의ism’들을 믿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솔직히 말해 그들은 일신교도와 다를 바 없다(몇몇 신을 믿는 다신교 숭배자일 수도 있다). 그들의 신앙은 입증되기보다는 선험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공리와 근본적인 믿음에 기반을 둔다. 이데올로기가 현실에 적용될 때 지금까지 쌓아올린 지식은 힘을 잃고 거짓된 환상이 세상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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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는 처음에는 단순하다가 진짜 유용한 이론들을 흉내내기 시작하면서 기괴할 정도로 복잡해지고, 결국에는 그 유용한 이론들을 대체한다. 이데올로기 이론가는 처음에 몇몇 추상 개념을 선택하는데, 이 개념들은 해상도가 낮아 세계를 크고 무차별적인 덩어리들로 표현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경제, 국가, 환경, 가부장제, 민중, 부자, 빈민, 지배자, 피지배자 등이 그렇다. 단일한 용어로 묶어 부르면 실제로는 다양하고 복잡한 현상이 암암리에 극도로 단순화된다(복잡성을 가리면 그 용어에는 아주 큰 감정적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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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일은 그만큼 어렵고 골치 아프기 때문에, 보통의 용기와 의지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반면 문제를 단순하게 축소하고 그 문제를 야기하는 악인을 등장시켜 공격하는 것은 훨씬 쉽고 즉각적인 만족을 준다. 이데올로기 추종자들은 특별한 노력 없이 그래도 되는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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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 창시자는 세계를 크고 무차별적인 조각들로 나누고, 각각의 문제점(들)을 밝히고, 그럴듯한 악당을 내세운 뒤, 이를 설명해주는 원리나 작용력 몇 가지를 만들어낸다(그 추상화된 실체들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실제로 얼마간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런 뒤에는 그 몇 가지를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강조하고, 다른 중요한(어쩌면 더 중요한) 변수들은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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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동기 체계나 대규모의 사회 연구 또는 가설들을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분개·파괴심을 일으키는 암묵적 원인들과 설명 원리들을 뽑아낸 뒤에, 그에 대한 모든 의심과 토론을 금기시한다. 다음으로는 이론의 효과를 사후 분석의 영역으로 몰아넣고, 모든 현상은 이 새로운 전체주의 이론의 부차적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학파가 출현해 이 알고리듬적 환원을 선전하면 이데올로기는 학계와 일상 모두에서 지배력을 얻게 되며, 이에 따르지 않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은 암묵적으로나 명시적으로 악마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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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활동, 그런 게임에 기대 타락한 지식인과 무능력한 지식인들이 모두 번성한다. 이 게임에 가장 먼저 뛰어든 자들은 참가자 중 가장 영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임의로 선택한 원리를 가지고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근본적으로 작동하는 핵심 동기에 관해 이야기를 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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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업은 간혹 유익하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논의하거나 고려하는 게 금기시되었던 동기가 알고 보니 인간의 행동과 지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혀지기도 한다(대표적으로 프로이트의 성 이론이 있다). 추종자들은 그 이야기에 매료되고, 지배적일 수 있는 새로운 위계 구조에 합류하길 바라면서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하지만 추종자들은 스승들보다 덜 영리한 탓에 ‘기여한다’나 ‘영향을 끼친다’라는 말을 ‘○○의 원인이다’라는 말로 미묘하게 바꾸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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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이론화 작업은 영리하지만 게으른 사람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냉소와 교만은 유용한 수단으로 쓰인다. 새로운 지지자들은 그런 이데올로기 게임에 능통해지기 위해서 경쟁 이론이나 다른 방법론, 심지어 사실 자체를 비판하는 법을 배운다.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는 이론에 불가해한 어휘가 딸려 있으면 더욱더 좋다. 비판자들이 그 뜻을 해독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에서는 갈수록 그 이론을 추종하는 활동만 허락되며 공모는 은밀하게 강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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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은 차고 넘치며 노력을 요구하는 체제가 부패했다는 점을 들먹이며, 어떤 일에 전념하는 건 자의적이고 심지어 무의미하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어떤 일에 전념하는 것도 똑같이 일리가 있다. 한 방향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은 길을 잃어버린다. 모든 것으로 남으려다 아무것도 되지 못하느니 실제로 어떤 것이 되는 편이 훨씬 낫다. 그 과정에 끼어드는 모든 한계와 실망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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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인 사람은 이 세상에 나쁜 결정이 차고 넘친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그런 냉소를 초월한 사람(더 정확히 말해 냉소를 의심하는 것이 최종적으로 믿을 만한 길잡이임을 깨달은 사람)은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한다. 최악의 결정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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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과 압력의 목표는 미발달된 인격(아직은 진정한 ‘개인’이 아니다)을 하나의 길에 예속시켜 미숙한 초심자를 뛰어난 장인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견습 기간을 잘 마치고 장인이 되면 더 이상 도그마에 복종하지 않는다. 오히려 장인이 도그마를 지배한다. 장인은 도그마를 유지할 뿐 아니라 필요할 때는 변화시킬 책임을 떠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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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때 예속을 자처했던 장인은 이제 ‘정신’을 따르는 새로운 일원이 된다. “바람(정신)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요한복음」 3장 8절). 이제 장인은 자신의 직감을 따라도 된다. 그동안 수련하면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에서 결함을 찾거나 그 진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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