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증정]  Beyond Bookclub 12기 <시프트>와 함께 조예은 월드 탐험해요

D-29
질병을 옮기는 능력이 양지화 된 사회를 상상해봤습니다. 물건을 거래하듯 돈을 주고 질병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가 일반화 된 사회요.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유일한 공통점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질병을 옮길 수 있는 사회에서는 그 공통점마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요. 어떤 집단은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한쪽에서는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테니까요. 시프트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말 누군가 대신 희생시키는 방법 외에는 없나? 사경을 헤매는 죽음을 앞둔 이에게 전이시키면 되려나. 하지만 죽음을 앞뒀다는 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본인에게 동의를 받아야 할까 유가족에게 동의를 받아야 할까. 사회는 공동체를 위해 질병의 전이를 강제할 수 있을까? 소설에서 능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지만 인간이 아닌 다른 개체에 질병을 전이할 수는 없나 생각해봤어요. 동물한테 하면 반발이 심할테고 초파리나 모기한테 질병을 전이할 수 있다면 질병을 전이해도 아무도 반대 안할 것 같은데..
헉,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신기하네요! 질병을 사고 팔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에 관해서요. 조금 다른 점은 저는 이걸 죽고 싶은 사람이 자진해서 죽기 위해 병을 산다면? 에 관해서 생각 해 봤어요. 또 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처벌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 우리는 아픔을 규정 할 수 있을까? 아니면 피해자의 아픔을 옮겨 오는 건?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의 아픔을 가져 오는건? 잡다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맞아요 생각이 그렇게 뻗어가더라구요. 사회적 문제가 되는 상황이 눈에 그려져요 ㅎ
일단 란이 죽을까봐 노심초사하며 읽었습니다. 란은 찬이 죽었던 과정을 그대로 복기하고 있는 셈이었잖아요. 저는 찬과 란이 가진 딜레마에 집중했습니다. 누군가의 삶은 누군가의 죽음을 대가를 필요로 하고, 그 선택이 본인의 묷이라면 온갖 감정이 뒤섞인 무게감은 엄청 났겠죠. 저는 읽으면서 우리가는 크고 작은 희생, 자기 몫의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는 이들 덕분에 일상을 이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번 나가지 못했던 광장을 메우던 사람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민주주의 지키려고 애쓰며 목숨을 잃었던 사람들, 역사적으로 숱한 전쟁에서 이름없이 사라진 그 모든 사람들 덕분에 현재에 우리가 있구나,라는 생각들이 새삼 들었습니다.
형과 다르게 (물론 찬도 혼자였다면 적극적으로 행동했겠죠) 복수를 위해 저돌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머리도 쓰는 란이 멋져보였어요.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라는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모든 고통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기꺼이 나누어가지려고 하는 사람들 덕분에 줄어드는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찬의 행동도, 이창의 행동도. 나는 누군가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기꺼이 나누어 가지고자 했나 생각해보는 책이었습니다.
란이 어떻게 자신에게 닥친 난관을 극복할지 궁금했는데 이번에도 형과는 다른 영리한 선택을 했다는 점은 맘에 들었지만 시프트라는 설정 탓에 형의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 자기 희생을 각오한 점은 좀 아쉬웠어요. 소설이라서 해피엔딩이라는 판타지가 가능했지만 현실에서는 정의구현을 위한 복수가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는 사실이 좀 씁쓸했어요.
현실에서도 정의구현이 가능 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네요. 물론 시프트 처럼 판타지 적이진 않겠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는 세상이요.
2부에서 박용석은 '그 끝에, 몇 가지 선택지가 떠올랐다.' 라는 생각으로 끝나는데 그런 박용석의 작전들이 뚜렷하게 드러나진 않은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이창이 어떻게 조카에게 그렇게까지 희생적인가 궁금했었는데, 사랑이 아닌 다른 이유가 드러나서 이해가 조금이라도 갔어요. 그래도 저라면 목숨까지 포기하진 못했을 것 같아요. 복수를 잘 성공하나 했더니 또 박용석에게 당해버렸어요. 죽음을 앞둔 자이니 두려울 것이 없었겠죠. 정말 죽음에 맞서는 것이 옳은 방법인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직 죽음을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영화 <서브스턴스>를 보고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을 얻게 되었어요. 죽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박용석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만큼 욕심도 많은 인물인 것 같아요. 건강과 재산 모두 최대한 많이 가지려고 하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욕심을 내려놓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떠나는 ..
결말이 참 인상 깊었어요. 란에게 다시 한번 주어지는 제 2의 인생이라고 생각되더라고요. 지나온 삶은 타인에게 빼앗겼지만, 앞으로의 삶을 재정비할 소중한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채린이가 병원에서 박용석에 의해 납치된 사건은 글의 마지막까지 독자가 긴장을 놓치지 않게 하는 좋은 장치였다고 생각해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박용석이라는 인물에 잘 드러나듯이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라는 한탄이 들어 씁쓸했습니다.
란이 채린의 병을 자신에게 옮겨 박용석에게 심으려고 한 의도는 진작에 눈치를 챘다. 하지만 막상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고, 그 과정에서 또 인물들(란과 이창)이 다치는 장면들을 직접 보자, 늘 그렇듯, 한마디로 요약되는 어떤 한 문장과 그 문장이 내포하는 실재의 갭은 크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란은 찬의 죽음 자체가 남긴 유언을 떠받을어, 최선을 다한 삶을 살다가 떠났구나. 그런 점에서 후회는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에 박용석과 남자 그리고 이창과 란. 이렇게 2:2 결투를 하는 장면이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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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은 벌떡 일어나 채린의 병실을 향해 뛰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수 없어서 계단을 올랐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왜 항상 급한 상황에 계단으로 갈까 궁금했는데, 이창은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뛰지 않고서는 흥분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어서 건강해진 채린을 보아야 했다.
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개정판 p.240 , 조예은 지음
이렇게 될 기미가 보였어서 이창이 답답했습니다. 왜 애를 병원에서 혼자 돌아다니게 놔두냐고...
이번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쓰는 능력이 되기를.
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개정판 p256, 조예은 지음
내가 뭐 대단한 것을 원하겠는가. 그냥 불청객처럼 내몸에 침입한 삿된 걸 원래 있던 사리로 되돌려놓자는거야.
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개정판 p272, 조예은 지음
죄책감, 그 질척이고 불편한 감정은 오랜 시간 이창의 동력이자 직감으로 작용했다.
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개정판 p.247, 조예은 지음
그토록 기적을 찾아 헤맸는데 돌아온 건 차갑고 괴이한 진실뿐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만 겨우 이룰 수 있는 것이었다. 대가 없는 기적, 정말 그런 게 존재할 리 있냐고 온 세상이 자신에게 다그치는 것만 같았다.
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개정판 228, 조예은 지음
돈으로 움직이는 이들은 효율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개정판 279쪽, 조예은 지음
손끝에 무엇인가 닿자, 숨이 크게 터져 나왔다.
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개정판 286쪽, 조예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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