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미월 소설가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함께 읽기

D-29
그러네요. 그때는 인편으로 편지를 전했으니 사실상 프라이버시가 지켜지기도 어렵고 일이 잘못되기가 엄청 쉬웠으니 지금식으로 편지의 사적인 속성을 생각하면 안될 거 같습니다.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현산어보에 대하여] "... 도형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글로 쓰는 것이 그림을 그려 색칠하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玆山魚譜를 현산어보로 읽기도 하고, 자산어보라 읽기도 합니다. 玆라는 글자에는 음과 뜻이 두 개 있는데, '자'라고 읽으면 '이것'이라는 뜻이 되고, '현'이라고 읽으면 '검다'는 뜻이 됩니다. 玆山은 지금 흑산도를 뜻하니 굳이 따지자면 '현산어보'라고 읽는 것이 좀 더 타당해 보여 이 책에서는 제목을 [현산어보에 대하여]라고 붙인 듯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현재의 음운법을 따른 것이고, 두 분이 편지를 주고 받던 때의 음운법을 따져보면 '현산어보'가 아닌 '자산어보'라고 읽는 것이 좀 더 타당해 보입니다. 정조 때 편찬된 규장전운(일종의 한자사전 비슷한 책)이라는 책에서 ‘玆’를 ‘자’로 읽을 때는 “검다, 이것"(黑也, 此也.)”이라는 뜻이라 하였고, ‘현’으로 읽을 때는 “그윽하고 심원하다, 적흑색"(幽遠, 赤黑.)이라는 뜻이라고 하였으니, 玆山魚譜는 자산어보라고 읽는 것이 좀 더 타당해 보입니다. 정약용은 이번 편지에서 흑산도 근해의 물고기에 대한 책을 쓰려는 형에게, 도형 즉 그림 대신 글로 쓰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학자 정약용으로서의 특징 내지는 한계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물고기의 특징을 알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 물고기를 실제로 관찰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관찰이 어렵다면 자세한 그림으로 보는 게 그 다음 방법일테고, 그림으로 한계가 있는 부분만 글로 보충하면 되지 않을까요? 박물관에서 유물을 보거나 미술관에서 전시를 볼 때 마다 저 스스로에게 답답한 경우가 있습니다. 유물과 작품은 저기 있는데 그것을 설명하는 글씨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유물과 작품은 5분 보고, 설명은 10분 동안 읽으니... 뭔가 앞뒤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몇 년전 전라남도 신안의 어떤 섬에서 잠시 머물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섬의 어떤 집에서 일을 봐드리고 점심을 얻어 먹는데, 난생 처음 보는 생선이 반찬으로 나왔습니다. 저는 내륙 출신이라 바닷 물고기는 갈치, 고등어 밖에 몰랐는데 신기하게 생긴 생선을 보고 이게 뭐냐고 여쭤 보니 '병어'라고 하셨습니다. 아.. 이런 물고기가 있었구나. 다음 날 다른 집에서 또 일을 봐드리고 밥을 얻어 먹는데 어제랑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가 반찬으로 나왔습니다. "이 동네에서는 병어를 자주 드시나봐요." 아는 척 했더니 "그거 병어 아닌디. 덕자여."라고 하셨습니다. 실제 병어와 덕자는 굉장히 비슷하게 생겨서 글로 설명해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그 동네 분들은 그걸 헷갈리다니..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하시긴 합니다. 그냥 자주 보고, 열심히 보면 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은거 같습니다. 세상에는 글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는 거 같습니다. 병어와 덕자를 어떻게 설명했을지 자산어보를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6회차 <나의 저서를 후세에 전하거라> “나 죽은 후에 아무리 정결한 희생과 풍성한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준다 하여도 내 책 한 편을 읽어주고 내 책 한 구절이라도 베껴두는 일보다 못하게 여길 것이니, 너희들은 꼭 이점을 새겨두기 바란다.” 특히 이 부분은 부모님의 제사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매년 돌아가신 부모님의 제삿날. 정성껏 음식도 준비하지만. 그 날만큼은 생전 부모님을 기억해 내는 날입니다. 생전 즐겨하셨던 음식이나 말씀 그리고 좋아하셨던 것들을 기억해 내고 형제자매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로의 기억을 통해-기억의 단편들을 모아- 부모님의 생전 알지 못했던 모습과 생각들을 맞추어 갑니다. 저의 부모님은 다산처럼 책을 남기시지는 않았지만 그 날 만큼은 그 분들의 생전 마음을 이해하고 쫓아가려 합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에 와 닿네요. <책을 지을 때 유의할 사항> “하늘은 총명한 사람을 아껴서 한 사람에게만 아름다움이 다 돌아가도록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겠다.” [주역]과 [예기]에서 다산이 뽑아 이야기 해 주는 바, 힘이 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사람은 저 나름의 능력과 존재 가치를 가지고 태어나니 귀하지 않은 이가 없다"라고 느껴져서요. 이 책 전반에 흐르는 정약용 선생님이 추구하는 많은 백성을 위한, 실학에 중점을 둔 사상이 인상적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제가 어젯밤에 8회차 공지를 올렸어야 하는데, 아이 재우다 그대로 잠들어버렸습니다! ㅜㅠ 역시 @Moonhyang 님께서 먼저 8회차를 읽으시고 말씀 올려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정약용 당시의 음운법에 따르면 '현산어보'가 아니라 '자산어보'로 읽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는 말씀, 정약용의 '학자로서의 한계'에 대한 말씀.. Moonhyang 님의 사유의 도저함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그리고 신안 섬 병어 이야기도 정말 재미있네요. 저는 병어는 어물전에서 가끔 보며 '참 예쁘다' 생각하는데 '덕자'는 정말 생전처음 들어봅니다. 이래저래 고맙습니다! ^^ 8회차 목차는, 다들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생계를 꾸릴 때도 사대부답게 / 중국 요순시대의 고적법 / 밥 파는 노파에게서도 배웁니다 / <현산어보>에 대하여 / 형님께서는 깊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아이 재우다 그대로 잠드셨다는 상황이 어떤건지 너무 잘 알겠어요ㅠㅠ 작가님께서 댓글 하나하나 읽어보시고 진심어리게 반응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있어요~ 저도 계속 읽어야지 생각하면서 아직 8회차를 못 읽었어요. 그래도 정해진 독서 일정을 바로바로 따라가면서 읽진 못하지만 이렇게라도 같이 읽고 이야기하고 배울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하고 있어요. 서로 다른 장소에 있고 서로 누군지 알지도 못하지만 하나의 책을 같이 읽고 서로 이야기할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친근한 기분이 들고 참 감사한 일입니다~^^
8회차 몇회차였는지 모르겠는데 저번에 김미월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밤 한톨 이야기가 이번 8회차에 나오더라고요. 저도 그부분 읽으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숲에서 밤 한톨을 빼앗기고 대성통곡하는 아이를 보며 그 아이의 밤 한톨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데 그것이 재산일 수도 있고 권력일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삶에서 그런 것을 잃고 괴로워하는데 사실은 반대로 그것들이 알고 보면 '밤 한톨'일 수도 있다는 것.... 저도 제가 집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8회차는 분량도 많고 내용이 좀 빡빡해서 쉽지 않았습니다. 다른 때는 한번에 술술 읽었던 거같은데 이번에는 여러 번에 나눠서 읽었습니다. <8회차> [생계를 꾸릴 때도 사대부답게] 아들이 아마 의원이 된 모양입니다. 정약용은 그것을 못마땅해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무릇 높은 벼슬이나 깨끗한 직책에 있는 사람, 덕이 높고 학문이 깊은 사람 중에도 의술을 터득한 이들이 있지만, 그들 스스로 천하게 의원 노릇을 하지 않고 병자가 있는 집안에서도 바로 찾아가 묻지 못한다. 서너차례 간곡한 부탁을 받고 위급하여 어쩔 수 없는 경우에야 겨우 한가지 처방을 해주어 귀중한 처방으로 여기게 하는 정도가 옳다." 옛날에는 의원이 천한 직업으로 여겨졌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일이면 매우 중요하고 숭고한 일인데 정약용은 '서너차례 간곡한 부탁을 받고 위급한 경우에야' 처방을 해주어야 한다고 하네요. 정약용은 아픈 사람을 빨리 도와주는 것보다 자신의 아들이 너무 쉽고 가볍게 아무때나 처방을 내려줌으로서 천한 의원처럼 되면 어쩌나 그게 더 걱정이었을까요? 부모가 자식 걱정하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병어가 예쁜 생선 맞네요. 맵시가 좋고 맛도 담백하고요.저도 덕자는 처음 들어보네요.병어는 사계절 좋지만 겨울철 남해쪽에는 냉동한 것 꺼내 바로 썰어 술안주로 즐기죠. 근심없이 님 견해처럼 남이 보면 이건 아닌데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기 세계에 갇혀있기 십상인 잘난 맛 아닐까요? 일상은 고지식함과 유용함의 경계에서 적절한 판단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숙제입니다. 지식인이 잘 듣기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가까이에서 뼈아프게 조언해주는 사람,또 그걸 받아들이는 일 얼마나 소중한지요...
병어가 대체 어찌 생겼나 찾아봤네요 ㅋ 정말 예쁘더라고요. 그리고 내친김에 덕자도 찾아봤는데 덕자가 병어의 한 종류랍니다. 큰 병어, 크기가 30cm 이상 되는 병어를 '덕자' 라고 부르거나 '덕자 병어’라고 부르며 차례상에 올렸다고 합니다. ㅋ
잘 알겠어요.이쁘고 맛난 생선에게 경의를 표한 덕자란 이름,최근 본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돌고래가 연상되는데요.
<귀족자제들이 쇠잔해지는 것 역시 천운> 중에서 "남자는 모름지기 사나운 새나 짐승처럼 전투적인 기상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것을 부드럽게 교정하여 법도에 맞게 다듬어가야만 유용한 인재가 되는 것입니다. 선량한 사람은 그 한몸만을 선하게 하기에 족할뿐입니다." 2011.2.10(목)일에 밑줄 쳐 놓았네요.^^ 살면서 이 말을 여러 번 생각했어요. 저는 직장인인데 직장에서 보면 여러 부류가 있잖아요. 대략 5% 정도는 소위 '야망'이 있는 사람인데, 이들의 미래는 3:7 정도 입니다. 야망이 통하여 오르거나, 아님 줄 잘못 잡아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그런 류의 사람들이 되는 건 누구에게도 권하지 않고 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전혀 주변을 돌아보지 않거든요. 하지만 10% 정도의 부류는 너무 착합니다. 그저 선한 인생을 살고자 하는데, 이들은 남을 너무 의식해요. '착한사람 콤플렉스'?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거나 말은 하지 않으려고... 이들은 선생이 말씀 하신 대로 '그저 자기 한몸'입니다. 자기 한몸 좋은 사람으로 남는거죠. 어뗳게 보면 이기적인 것 같아요. 어렵게 된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면 누군가에게는 싫은 소리해야 하고, 더러는 충돌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패기라 할 수 있는데... 이게 잘 안돼요. 결국 주저주저하다가 자기 한 몸 지키고 맙니다. 돌아보면 남는 게 별로 없어요. 용기도 패기도 필요합니다.
8회차 [생계를 꾸릴 때도 사대부답게] -겉으로만 덕을 베푸는 척한다는 말을 너는 알고 있지 않느냐? 말을 잘 하니 우리가 친한 사이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니더군요. 아직도 이 생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를 못하겠습니다. 정말 사이가 가까워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니...그 정도면 아쉬워하고 말 수 있어 다행이지만, 그 사람이 날 뒷담화한다면 정말 충격일거에요. 정약용은 이미 유배를 당하기 전에 그런 일을 겪었기에 더 조심하려는 거겠죠. 유배온 곳에 비방하던 사람들이 같이 오지는 않았지만 누가 끄나풀이고, 누가 어떤 목적으로 접근하는지는 평생에 조심해야 할테니까요. [밥 파는 노파에게서도 배웁니다] 시골 장터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저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시장에서 즐길거리가 있기에 문제가 생길 수는 있지만, 시장이라는 물건이 모이는 때와 장소가 없다면 앞의 어느 부분에선가 정약용이 말했던 '수도를 조금만 벗어나도 원시적인 삶을 산다'고 했던 생각과 모순되게 됩니다. 요즘말로는 인프라라고 하는데, 지방의 원시적인 모습에 대해 지적했으면서도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만 하고 개선하려는 생각이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쉽네요.
*8회차* [밥 파는 노파에게서도 배웁니다] - 아버지와 어머니의 차이 집주인 노파가(아마 정약용이 머물던 주막집의 주인 할머니였을듯) 정약용에게 했다는 말이 기가 막힙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은혜는 똑같고 더구나 어머니가 오히려 더 애쓰시는데도 성인들이 교훈을 세우기를 아버지를 중히 여기고 어머니는 가벼이하며~" 이에 정약용이 이유를 대자 다시 노파가 반박합니다. "선생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하면서 이러저러 긴 말을 하지요. 그 말을 듣고 정약용이 '크게 깨달아 공경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하는데 저는 이 부분에서 노파에게도 정약용에게도 감탄했습니다. 이게 다 편견이겠지만 '밥 파는 노파'가 그리 생각이 깊고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고 용감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거기 감동하여 밥 파는 노파를 공경하게 되었다는 정약용의 열린 마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쌍둥이맘님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지를 더 중시하는 시대의 교육을 받고 자라난 사람이 반대의 얘기를 들어도 어처구니없다고 무시하지 않는 자세가 존경할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노파 또한 살면서 겪은 일들을 정약용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었을 텐데,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이성적으로 말하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달봉이 님 댓글이 너무 웃겨서(진지하게 쓰신 글 보고 웃으면 안 되는데), 삼식이 곰탕이라니 ㅎㅎ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저에게는 웃음을, 쌍둥이맘 님께는 위안을 드렸으니 댓글 하나로 여러 사람에게 좋은 일 하셨네요. 고맙습니다 ㅎㅎ @인선 님, 저는 병어를 보기만 했지 먹어본 적은 없는데 맛도 담백하군요. 술안주로도 좋다니, 꼭 먹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책읽는방랑자 님 덕분에 '덕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네요. 두 분 다 고맙습니다. @Moonhyang 님은 병어도 덕자도 드셔보셨다니, 신안의 섬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으셨던 것 같아요. 부럽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저는 8회차 [형님께서는 깊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에서 정약용 스스로 건강이 좋지 않음을 표현한 부분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제는 마음공부에 힘쓰고 싶습니다. 더구나 풍병은 이미 뿌리가 깊어졌고 입가에는 항상 침이 흐르고 왼쪽 다리는 늘 마비증세가 옵니다." 이제는 저술을 줄이고 마음 다스리는 일에 신경 쓰겠다면서 정약용은 다시 말합니다. "다만 고요히 앉아 마음을 맑게 하고자 하다보면 (중략) 마음공부로는 저술보다 나은 게 없다는 것을 다시 느낍니다. 이 때문에 문득 그만두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약용의 상황이 상상되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건강이 안 좋아 저술을 그만두고 싶지만 저술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어지러워 힘들다니.. 물론 그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귀하디귀한 정약용의 유산을 이렇게 누릴 수 있는 거겠지만요ㅠㅠ 이번에 함께 읽을 9회차 목록은 수학은 음악과 상극입니다 / 성인들의 책을 읽고 말씀 올립니다 / 형제간의 학문 토론 / 상례에 대하여 / 조카는 장차 큰 그릇이 될 것입니다 / 이상 다섯 장입니다.
9회 - [성인들의 책을 읽고 말씀 올립니다] 8회는 되게 길었는데 이번 9회는 너무 짧아서 금방 읽었네요. 저는 정약용 선생님이 "제가 만약 병 없이 오래 산다면 <주례> 전체에 대한 주를 쓰고 싶은데 아침이슬과 같은 목숨이라 언제 죽을지 알지 못하니 감히 마음을 낼 수가 없습니다" 하신 부분이 마음이 걸렸어요. 저번 8회에서 이미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고 했는데.. 정말 쓰고 싶은 인생의 목표 같은 책이 있는데 건강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본인은 얼마나 한스러울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질문이 있습니다. "주역으로 말하더라도 요즘 사람은 하늘을 섬기지 않는데 어찌 감히 점을 칠 수 있겠습니까?" "무릇 하늘을 섬기지 않는 사람은 감히 점을 치지 않는데, 저는 지금 하늘을 섬긴다 하더라도 점을 치지 않겠습니다." 이 부분이 좀 이해가 안 가는데요. 문맥으로 보면 정약용은 <주역>을 오묘하고 깊은 뜻을 담은 책이라 생각하고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천주교도 아닌가요? 주역을 공부했더라도 점치는 일에는 부정적이었을 거 같은데, 그래서 '점을 치지 않겠습니다'는 이해가 가는데 '하늘을 섬긴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정약용과 천주교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강진으로 유배 가기 전 배교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배교를 거부한 형 정약종은 사형을 당했구요. 실제로 유배 이전이나 이후 정약용이 천주교에 대해 언급한 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약용이 실제로는 배교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정확한 사실 관계는 정약용 본인만 알 수 있는 문제인 듯 합니다. 하늘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점을 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즉, 내가 시험에 합격할지, 사업에 성공할지 여부는 하늘에 달린 것이 아니라 나한테 달린 일입니다. 그러니 이런 건 점을 쳐서는 안되는 것이죠. 대신 날씨를 예측하고, 가까운 사람의 태어나고 죽음을 예견하는 일 등은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것은 점을 쳐볼 수 있습니다. 주역의 시작은 은나라 갑골문에서 시작하는데, 갑골문의 내용은 대부분 날씨에 대한 것이 많습니다. 비가 언제 올지 묻고, 점괘를 보고, 길흉을 점치는 내용입니다. 예전에는 거북이 등껍질을 불에 달궈서 점을 보았기 때문에, 거북이 등껍질에 질문의 내용과 답, 실제 결과를 적어 놓은 것이 갑골문입니다. 저는 주역은 잘 모르지만, 주변에 주역 공부를 많이 하시는 분들은 점을 자주 치지 않으시는거 같습니다. 예전에 논어 가르쳐 주신 훈장님은 평생 딱 한 번, 아버지가 위중하실 때 점을 보신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할 일을 해야지, 하늘에 맡겨서는 되겠느냐..는 생각이신 듯 합니다. 정약용이 자주 점을 보지 않은 까닭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늘을 섬긴다는 표현을 그렇게 해석하니 말이 되는것 같습니다. 저는 이과 출신답게(?) 문자 그대로 해석하려하니 좀 답답했는데 그게 그렇게 해석해야 하는거였군요. 감사합니다. 주역의 시작이 은라나 갑골문이라는 것도, 갑골문이 거북이 등껍질에 새긴 문자들을 말한다는 것도 다 처음알았습니다. 훌륭한 선생님처럼 아주 쉽고 알아듣기 좋게 너무 잘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9회차 [수학은 음악과 상극입니다] 어느 하나에 집중해서 공부하게 되면, 새로 배운 지식을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지식이 자신의 것이 되고, 기존의 알던 것들과 결합하거나 변형되어 발전한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약용은 수학과 음악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군요. 앞선 8회차의 노파의 이야기를 받아들였던 것처럼,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벗어나 다른 경험을 했다면 이 생각도 바뀌지 않았을까 상상합니다. 예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건축하는 다큐를 본 적이 있습니다. 스페인의 가우디 사후 그의 일을 이어받은 사람들이 우주개발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건축에 사용하더라구요. 정약용의 시대와는 다르게 다양화되고 세분화된 지금의 일은 그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출 수 있지만, 그에 대한 대가라도 되는 듯이 오히려 지식이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기 힘들어졌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런 면에선 우리들은 다른 분야의 일도 지양하지 않고 개방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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