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미월 소설가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함께 읽기

D-29
와..놀라워라! 저 말고 이상형을 정약용이라고 하시는 분이 또 있었네요!
앗, 바다의 시작 님, 안녕하세요? 이상형이 정약용이라는 말씀이신가요? ㅎㅎㅎ 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늘 이것으로 놀림받곤 했는데, 동지를 만난 기분입니다!
쪽수만이 아니라 목차를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북으로 읽다보니 쪽수가 다르네요. 모임이 시작되기 전 3부 후반까지 봤거든요. 귀양길에 올라서 첫부분에 길 떠난 후 몸이 좋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얘기를 했는데, 뒤에는 점차 몸이 안 좋아지는 얘기를 해서 이미 돌아가신 분이더라도 마음이 안 좋습니다. 정약용이 자신의 글을 '과거시험 답안 같은 틀'이라고 지칭한 것이 조금 놀랍습니다. 저는 드라마로 접해서 그런지 과거시험에 대해 크게 부정적이지는 않거든요. 지금처럼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으로, 논술형으로 자신의 생각을 써서 여러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괜찮은 답을 골랐다-라는게 어찌보면 이해가 안 가면서도 통과될만한 형식이 있었나 궁금증이 듭니다. 또한 사대부라면 마땅히 과거에 급제해 벼슬길을 하는 것이 목표일텐데, 유배당한 몸으로 아들의 과거공부 걱정을 덜었다고 말하는 부분은 담담하면서도 슬픕니다. 정약용의 특징인지, 옛날 글의 특징인지 모르겠는데 자신의 마음을 장황하게 표현해내지 않는 점이 인상깊어요. 저는 제 마음을 표현할때면 이러쿵 저러쿵, 어떻게든 남한테 내 감정을 그대로 알리고 공감받고 싶어서 좋지도 않은 걸 길게 표현하거든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정약용의 마음이 와닿는 것 같네요. 책을 읽다보면 정약용이 아들들에게 책을 만들라는 얘기가 여러번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책을 만드는 것과 그 당시의 책을 만드는 것에 차이가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여러 책을 보다 괜찮은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뽑아내 만들라는데, 요즘 세상에는 사실 이렇게 하면 표절...짜깁기...가 되어버리잖아요. 인터넷이 없는 그 당시에는 다른 사람들의 책에서 발췌한 걸 짜깁기 해도 '책'으로 인정이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와아, 책을 3부 후반까지 읽으셨다니 거의 다 읽으셨네요. 책 뒷부분으로 갈수록 정약용의 건강이 안 좋아진다는 말씀은 뭔가 '스포일러' 같지만 ㅎㅎ 그래서 이미 돌아가신 분이더라도 마음이 안 좋다는 말씀에서는 간편잡채 님의 인간미가 느껴져 울컥했습니다. 정약용이 자신의 마음을 장황하게 표현해내지 않는 점이 인상깊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렇습니다. 저 역시 남에게 제 마음을 표현할 때, 이 사람이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 필요 이상으로 구구절절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장황하게 늘어놓을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실은 간략하고 정확한 문장 하나로 충분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문장가에게 꼭 필요한 것이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을 두 문장으로 표현하지 않는 능력'이라고들 하니까 말입니다.
아 앞에서 커피홀릭이님이 말씀하신대로 작가님이 시에 대해 발췌한 부분이 개정3판에서는 32% 부분에 있네요. 구성이 좀 달라졌나봅니다. 시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릅니다. 무슨 시가 잘 쓰여진 시인지도 모르겠고, 학교다닐 때 공부했던 거야 사실 시에 대해 공부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드라마에서 보면 사내들이 주점에서(...) 술마시며 시를 짓던데 제게 시는 그 정도의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정약용은 그런 것은 시가 아니고 세상에 대해 간절한 마음을 가진 것이 시라고 하는군요. 시가 그런 것이라면 요즘 세상의 호소문같은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요즘에야 시가 많이 달라져 풍경에 대해서 쓸 수는 있어도 그게 반드시 세상일로 확대되어야 하는 건 아니죠. 정확한 형식이 따로 없어도, 쓰고싶은 걸 자유롭게 쓰는 시에 대해 정약용이 봤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네요.
그새 이렇게 댓글들이 많이 달렸네요. 뭔가 다들 생각도 깊으시고 글로 표현도 잘하시는 것 같아 왠지 긴장이 됩니다 ^^ 저도 @커피홀릭이 님처럼 개정5판이라 페이지가 안 맞는데, 목차로 5개씩 읽으면 될 것 같아서 그렇게 했습니다. 커피홀릭이 님과 제가 닉네임도 비슷하고 책도 같아서 반갑네요 ^^
안녕하세요? 커피홀릭 님. 제가 말씀드린 페이지와 갖고 계신 책 페이지가 달라 혼란스러우셨을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목차를 적도록 하겠습니다! ^^ 다들 생각이 깊으시고 표현도 잘하셔서 긴장된다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에는 커피를더 님도 마찬가지이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읽고 넘긴 정약용의 '독서'에 대한 당부 부분에서 '독서가 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셨다는 말씀이 참 뜻깊습니다. 그러네요.. 독서는 공평하네요! ㅎㅎ
참, 김미월 작가님, 그 많은 댓글에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저는 2장 <참다운 공부길>에서 이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 너희들은 망한 집안의 자손이다. 그러므로 더욱 잘 처신하여 본래보다 훌륭하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기특하고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하는 것 한가지밖에 없다. 독서라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일 뿐만 아니라, 호사스런 집안 자제들에게만 그 맛을 알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촌구석 수재들이 그 심오함을 넘겨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죄인으로 귀양 간 아버지가 한양에 남은 자식들의 상황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하고 진심으로 자식들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엿보였어요. 그리고 정말 '독서'는 공평하구나. 호사스런 집안 자제들만 할 수 있는게 아니고 망한 집안의 자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구나, 그런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이틀에 5개씩 읽으면 25~30페이지 정도 되는 것 같아 부담 없이 따라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편지글이라 소설처럼 중간에 끊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한 편씩 따로 읽을 수 있는 것도 좋고요. 여러분들과 같이 읽으니 다른 사람의 의견을 알 수도 있고 제가 몰랐던 부분을 짚어주셔서 그 부분을 다시 읽어보게 되는 재미도 있고 너무 좋으네요. @김미월 작가님의 질문에 대답을 해보자면, 시가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교과서에서 시를 한용운 '님의 침묵'이나 이육사의 시들이 나라를 걱정하고 잘못된 현실을 비판하는 좋은 시들이라고 배우긴 했지만 그런 내용이 없는 시를 시가 아니라고까지 말하는 건 기준이 너무 높지 않나 싶습니다. 정약용의 시대에는 정약용처럼 생각하는 게 맞았을 수 있지만 지금 현대에서는 아무 의미 없는 시들도 시로서 인정받기도 하니까요. 잘은 모르지만요.
그러네요 저와 닉네임이 비슷하셔서 순간 혼동이.. ㅎㅎ 그래도 같은 책을 같은 판으로 읽고 있다니 저도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올리는 글입니다. 제가 적는 글이 '해박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자랑하려는 것'은 아닐런지 걱정스럽지만, 읽으실 분들이 잘 혜량해 주시리라 믿고 마음 편히 몇 자 남겨봅니다. 정약용은 "시경"을 언급하면서 시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요, 논어에서 공자는 시경의 시 300편을 한마디로 "사무사(思無邪)" 세 글자로 정리합니다.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저는 "사무사(思無邪)"를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논어의 주석에서는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내고 있는데요, 선(善)에 대한 시는 사람의 선한 마음을 감동해서 발현하게 하고, 악(惡)에 대한 시는 사람의 안일한 마음을 징벌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성정을 바로잡도록 하는 것이 곧 시의 본래 주제이자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재미없고 뻔한 시만 쓰는 것은 아닙니다. 정약용의 시 중 "부득산북독서성(賦得山北讀書聲)"을 보시면서 책 읽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賦得山北讀書聲(산 북쪽에서 책 읽는 소리를 듣고 짓다) 天地何聲第一淸(천지에 어떤 소리가 제일 맑을까) 雪山深處讀書聲(눈 덮인 산 깊은 곳에서 책 읽는 소리) 仙官玉佩雲端步(신선은 옥을 차고 구름 끝을 걷고) 帝女瑤絃月下鳴(선녀는 달빛 아래서 거문고를 울리네) 不可人家容暫絶(사람의 집에서 잠시도 끊겨서는 안되는) 故應世道與相成(세상일과 어울려 서로 이루어 져야 하니) 北崦甕牖云誰屋(북쪽 산기슭 오두막은 누구의 집일까) 樵客忘歸解送情(나무꾼이 돌아감을 잊고 정을 풀어 보내네)
<부득산독서성> 아름다운시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Moonhyang 님 대단하세요~ 멋지십니다^^
너무나 아름답네요.~~
정말 아름다운 시네요~ 감사합니다~~^^
와... 정말 자꾸 들여다보고 곱씹어보게 되네요. 눈 덮인 산 깊은 곳에서 책 읽는 소리.. 상상만 해도 마음이 정결해지는 듯합니다. 신선이니 선녀 같은 선계의 이미지가 등장하지만 '세상일과 어울려 서로 이루어져야 하니' 부분에서 역시 현실에 단단하게 발 딛고 살아야 함을 잊지 않는 정약용의 균형 감각이 읽히는 것도 같고요. 근사한 시.. 큰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고맙습니다! ^^
"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아니며,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하고 미운 것을 밉다하여, 착함을 권장하고 악함을 경계하는 뜻이 담기지 않으면 그것은 시가 아니다."(p.63) 다산 시대는 유학중심의 사상이 팽배해 있어 효제와 선악의 구별이 중요했던 듯 합니다. 선을 권장하는 모습은 권선징악을 중시했던 그 시대에는 맞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제 생각으론 선과악의 기준도 모호하며 절대선이 모든 사람과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맞지 않을 수 있기에 현대적 시각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무릇 "시"란 작가의 사고와 감정의 표현인데 한 시대를 살고 있는 "살아있는" 시인이라면 그 시대를 느끼고 그 시대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그의 시에 나타난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그 표현방법은 다른 수 있을지언정-적극적 현실참여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회피성 표현이거나. 시란 모름지기 시인이 그의 시대적 현상이나 생각을 반영하는 참여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제 책은 이번에 구입한 창비사 개정3판 5쇄 발행.(옮긴이:박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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