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미월 소설가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함께 읽기

D-29
허례허식을 경계하라 - 폐족도 성인이나 문장가가 될 수 있다 "폐족에서 재주 있는 걸출한 선비가 많이 나오는 것은, 하늘이 재주 있는 사람을 폐족에서 태어나게 하여 그 집안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마음이 학문하려는 마음을 가리지 않아 책을 읽고 이치를 궁리하여 진면목과 바른 뼈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떤 학문에 힘쓰며 다른 부수적인 이익에 신경쓰다보면 원래 얻고자 했던 것들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학문이라는 것은 순수하게 깨달아가는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사사로운 욕심이 들어가지 않을 때야만이 제대로 그 이치를 만나게 된다는 말씀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폐족이 되어 이제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는 암울한 현실을 마주해서도 성실히 자신의 학문에 힘을 쓰다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들려주어 삶의 의미를 갖고 살아 갈 수 있도록 당부하는 아버지의 마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힘써야 할 세 가지 일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 이 세가지가 학문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마음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 난폭하고 거만함을 멀리하는 것, 비루하고 천박함을 멀리하는 것, 미더움을 가까이하는 것을 말한다. <주서여패>라는 책을 만들도록 "학문을 하는 것은 마치 배를 상류로 저어 올라가는 일과 같다. 물결이 평온한 곳에서는 그대로 가도 괜찮지만, 여울이 심한 급류를 만나면 사공은 잠시도 삿대를 느슨하게 잡아서는 안된다. 또한 힘을 주어 그대로 저어 올라가야 하니 한 발짝도 늦추어서는 안 되고 조금이라도 물러나면 배는 올라가지 못한다." 어떤 일을 할 때 어려워짐을 느끼게 되면 두가지로 갈리는 것 같습니다. 포기하거나 도전하거나. 물론 적절한 때에 포기할 수 있는 용기도 대단하지만 어려운 물살을 만났을 때처럼 삿대를 꽉 붙잡고 쉬지 않고 저어간다면 그 고비를 넘어간 뒤의 성취는 어려웠던 전 과정을 잊을 만큼 값지게 느껴질겁니다. 또한 노력을 통해 성공시킨 경험은 스스로에게 다른 어려움도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테니 도전을 결심했을 때는 이 구절을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주말인데도 이렇게 책을 읽고 감상을 말씀해주시다니 놀랍습니다! ^^ 여러 선생님들께서 인상적이었다고 말씀해주신 부분들, 저도 눈여겨보았던 부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의 감상 혹은 의견을 듣고 나니 제가 막연히 품었던 생각들이 훨씬 또렷해지고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폐족도 성인이나 문장가가 될 수 있다' 부분과 '힘써야 할 세 가지 일'에 주목해주셨습니다. 저도 그 부분들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런데 하나 덧붙여, 조금 사소해 보이기는 하나, 정약용이 과일, 채소, 약초를 재배하라고 당부하는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골에 살면서 과수원이나 남새밭을 가꾸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버림받는 일이 될 것이다. 나는 지난번 국상이나 바쁜 가운데서도 만송 열그루와 전나무 한두그루를 심어둔 적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집에 있었다면 뽕나무는 수백그루, 접붙인 배 몇그루, 옮겨 심은 능금나무 몇그루 정도는 됐을 것이고, 닥나무는 지금쯤 밭을 이루었을 것이다. 옻나무도..." 하면서 정약용은 석류니, 포도니, 파초, 버드나무, 소나무, 국화... 아욱, 배추, 무, 가지, 고추, 파, 미나리..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약용이 학문뿐 아니라 과수를 심고 밭을 일구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감탄함과 동시에.. 저런 아버지를 둔 자식들은 (아버지를 존경하는 것과 별개로) 참 피곤하겠구나 싶었습니다! ^^ @간편잡채 님께서 '머리와 끝이 짧아 가운데를 줄여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하셨는데.. 음.. 어렵지만,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가운데 내용 중 반복되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했던 말을 되풀이하고 있거나 뒤에서 더 자세히 덧붙이는 식으로 중언부언하고 있지 않은지, 만약 그렇다면 한 번 말한 것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가 전달되는지 살펴보고 나머지를 삭제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단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꼭 필요하지 않은 부사나 형용사 같은 수식어들만 걷어내도 분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해당 글의 종류가 어떤 글인가에 따라 기준이 조금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는 안목이겠지요. @달여인 님께서 정약용의 계급주의 의식과 천민 비하 사고에 조금 실망했다고 하셨는데, 실로 "천한 집안과 결혼하게" 되는 일을 경계하는 정약용의 모습에서 그런 사고가 읽히기는 합니다. 사실 정약용의 책들을 읽다 보면 '여자는 이러저러해야 한다' 식으로 여성의 성 역할을 고정시켜놓은 성차별적 언사들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부분이 못마땅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리 깨어 있는 학자요 선비였어도 결국은 완벽할 수 없는 한 명의 인간이요,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서 그것이 부조리인 줄 알지도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깨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달여인 님이 언급하셨던 '천한 집안'이라는 것이 꼭 '평민 집안'을 뜻한다기보다 '사람 됨됨이가 못나고 격이 낮은 집안' 비슷한 의미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현대에도 자식의 혼사를 '품위 있고 인격 훌륭하고 기왕이면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집안'과 치르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인 것처럼 말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제 3회차 다섯 개의 장을 읽을 차례입니다. <거가사본>을 편찬하라 / <비어고>를 만드는 법 / 거짓말을 입밖에 내지 말라 / 같은 폐족이라도 무리를 짓지 말라 / 제사상은 법도에 맞게 차려야 한다, 이렇게 다섯 장입니다. 앞의 1회차, 2회차에 비해 분량이 짧으니 금방 읽으시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거짓말을 입 밖에 내지 말라'의 앞부분을 읽다가, 처음 읽은 것도 아닌데, 또 한번 놀랐습니다. "부형이나 일가친척 중에 더러 흠있는 사람이 있으니 어찌 숨기겠는가마는 거짓말을 입밖에 내는 것을 내 평생 본 적이 없다. 우리 집안에서.... 단 한번도 거짓말을 하다 탄로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상의 많은 사람을 보아왔는데 비록 고관대작들이라 할지라도 그가 한 말을 공평하게 검토해보면 열마디 말 중 일곱마디가 거짓이더구나."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고 열마디 중 일곱마디가 거짓이더라는 깨달음을 얻은 정약용이 어찌 자신의 일가친척 중에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믿는 것인지? 싶었거든요.
자세하고 마음 넉넉한 답글 감사합니다. 😊 덕분에 차곡차곡 읽기를 해나가게 되네요. 함께 읽기를 처음하는 저에게 힘이 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냥 '거짓말이 왜 나쁜지'에 집중하여 이야기한 다음 자식들에게 '거짓말하지 말라' 했다면 더 설득력 있었을 텐데, 참으로 고지식하다고 할까 편협하다고 할까 '자고로 우리 집안에서는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너희도 거짓말하면 안 된다'는 식이 되어버렸으니까요. 물론 정약용은 진실로 그렇게 믿었을 테고, 어쩌면 정약용이 믿는 바가 진실이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참 안 믿깁니다! ^^
ㅎㅎㅎ 그러게요. 세상에서 제일 큰 거짓말이 '나는 거짓말한 적 한번도 없다'라던데. 저도 김미월 작가님처럼 이 부분 읽다가 정약용이 너무 순진하셨던거 아닌가 하고 좀 웃었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부분은 <같은 폐족이라도 무리를 짓지 말라>였습니다. "무릇 폐족이라는 것은 서로 동정하는 마음을 품고 있게 마련이어서 서로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결국은 같이 수렁에 빠져버리는 수가 많은데, 부디 마음에 새겨 의지를 굳게 가져라"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안 좋은 상황일 때 더욱) 서로 공감하기도 쉬우니 친해지기 쉬운데, 물론 서로 위로하고 도와주면서 더 좋은 길로 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고 오히려 같이 망하는 경우가 더 많지요. 망하면서도 그걸 못 깨달을 때가 많은데 정약용이 바로 그걸 조심하라고 하고 있네요. 새겨들을 말입니다.
너무 늦게 들어와 죄송합니다. 지난 11월에 다산 선생의 고장 강진과 영암 월출산 등을 돌면서 목민심서와 유배지에서의 편지글을 떠올리며 감사했어요.
강진과 월출산에 다녀오셨다니 너무 부럽네요. 저도 꼭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저는 어제오늘 일에 치여 아직 3회차 다섯장을 못 읽었습니다. 몇페이지 되지도않는데 그거 읽을 짬이 안나더라고요. 그래도 다른분들이 어떤 말씀을 하셨나 궁금해서 들어와보긴 했는데 저 이렇게 못 읽어도 댓글 달아도 되겠지요? ^^
자식들에게 보내는 편지글이니 비록 당하고 사는 양반이지만 정신만은 최고가 되어야한다는 욕망이 직접적으로 전해져서 부담스럽기도 하네요. 마치 우리세대 부모님처럼요.그런 점이 오늘날 소설이나 시의 멋진 표현이 더 공감을 얻는 것 같아요.
흑흑.. 김미월 작가님, 책도 안 읽은 저에게 따뜻한 답글 달아주셔서 감동했습니다... 저 몰아서 앞의 1~2회차 10장을 다읽었는데, 편지라 짧고 잘 읽혀서 생각보다 금방 읽었습니다. 1회차 다섯장에서는 저도 간편잡채 님처럼 정약용이 아들에게 책을 만들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근데 짜깁기한 책을 만들어도 그때는 책으로 인정되었던 게 아니라 아마 판매용으로 만든 책이라면 그때도 문제가 되었겠지만 정약용이 아들들에게 만들라는 책은 자기만의 오답노트? 요약정리노트? 그런거 아니었을까요? 학창 시절에 공부 잘하는 친구들 노트를 보면 정말 거기 핵심들이 다 정리되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ㅋ 2회차의 다섯장에서는 "폐족에서 재주 있는 걸출한 선비가 많이 나오는 것은, 하늘이 재주 있는 사람을 폐족에서 태어나게 하여 그 집안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마음이 학문하려는 마음을 가리지 않아 책을 읽고 이치를 궁리하여 진면목과 바른 뼈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감동적이면서도 신기했는데요. 신기했던 이유는 '폐족은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마음을 가질수 없다' 때문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한번 폐족이 되면 출세길이 완전히 막혀버렸나 싶어서요. 예를 들어 현대사회에서는 집이 쫄딱 망하거나 부모가 범죄자?가 되어도 자식이 열심히 노력하면 명문대에 갈 수도있고 취직을 하거나 아니면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벌 수도 있지 않나요? 쉽진 않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닌거 같은데 그게 조선시대에는 아예 불가능했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약용은 오히려 더 참된 공부를 할수 있다고 말하는것같습니다.
'비록 폐족이 되었어도...' '마루에 올라 방에 들면 거문고 하나 놓여 있고, 주안상이 차려져 있으며, 투호 하나, 붓과 벼루 책상 도서들이 품위 있고, 깨끗하게 놓여 있어 흡족할 만할 때, 마침 반가운 손님이 찾아와 닭 한마리에 생선회 안주삼아 탁주 한잔에 맛있는 풋나물을 즐겁게 먹으며 어울려 고금의 일을 논의하면서 흥겹게 산다면...' 폐족이 되었어도 대역 죄는 아니라 양반의 신분은 유지하고 재산은 그대로였나 봅니다. 권세는 빠졌어도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유유자적 풍류를 즐기며 살 수 있네요. 정약용 선생님은 학자로 생산성이 높으신 분이니 계속해서 공부와 책 쓰는 일에 전념한다면, 부러울 게 없는 삶인 것 같습니다. 부럽네요. ㅋ
부모는 열 자식 거두어도 열 자식은 한 부모 못 모신다는 말이 있지요. 연로하신 부모님, 형제들끼리 서로 배려하고 도와가며 어찌어찌 자식된 도리를 하고 있다, 감사히 여겼는데 오늘 저녁엔 마음이 좀 많이 어지러웠습니다. 한참 진정하지 못하다가 간신히 추스르고 책을 펼쳤는데 기다렸다는 듯‘거가사본’이 나오네요. p.80 주자가 말하길 “화합하여 잘 지내는 것은 집안을 질서있게 하는 근본이요, 부지런하고 검소한 것은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이요, 독서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요, 이치를 따지는 것은 집안을 지켜나가는 근본”이다 했으니, 이것은 이른바 네가지 근본이다. 제가, 치가, 기가, 보가 p.81 이를 합하여 ‘거가사본’이라 칭하고 책상 위에 놓아두고 항상 읽는다면 어찌 심신에 크게 유익하지 않겠느냐? 너희들은 부디 힘쓰도록 하여라. 너희들은 부디 힘쓰도록 하라는 말씀이 제게 하시는 말씀처럼 들리는 밤입니다. 처음과 달리 점점 마음이 비좁아지고 속을 보이게 되는 이 상황에서 ‘화합하여 잘 지내기(화순)’ 위해 제 마음을 다스리고, 지혜롭게 이치를 따져 집안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힘써보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p.91 글공부를 하고 행실을 삼가 착한 본성을 지켜나가 는 삶에 한 발자국 다가설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거가사본>을 편찬하라, 를 읽다가 껄껄 웃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네 가지 격언을 추천해 주었는데 너무 비현실적인 소리라 꼬깃꼬깃 구겨서 버렸다는 이야기를 보고는 다시 그 네가지를 읽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이어서요. 지금은 당연히 옛 성현의 말씀이니 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요. 그런데 정약용 선생님은 그 사람의 반응보다도 책이 없어진 것을 안타깝다 하시니 책과 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 지네요. 지난 번 말씀 드렸던 <정약용 도서관>은 남양주에 있습니다. 이곳에 도서관의 사진을 올리수 없는데 너무 안타까울 정도로 아주 근사한 곳입니다. 그날은 한 사람은 곧 책 한권이다, 라는 의미로 '휴먼북'이라 칭하며 자신이 가진 지식을 재능기부하는 분들을 모아 '휴먼북라이브러리'를 여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굳이 그 행사를 정약용 도서관에서 한 것이 지금 책을 읽으면서 더욱 납득이 갑니다.
p. 94 "제사상은...분수에 넘지 않도록 한다면 세상의 교화에 도움이 될 것" 지난 편지를 읽다가 형식이 내용을 잡아 먹은 사례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제사에 대한 편지를 읽고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제례라는 것이 본래 목적과 의미가 있을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형식 혹은 규모에 얽매이다 보니 본 뜻을 읽어버리고,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환영 받지 못하는 제도가 되어버린 듯 합니다. 정약용이 쓴 [제례고정]이 쓴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으나, 이 책 역시 책 제목으로 미뤄보아 사례에 맞는 적절한 형식을 주로 정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제례 중 그나마 요즘 할만하다 싶은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니 '동지 팥죽'이 떠올랐습니다. 마침 동지도 며칠 남지 않았네요. 요즘은 맛있는 팥죽 한 그릇 먹거나, 조금 더 나가면 소나무에 팥물을 묻혀 집 안팎의 벽에 바르는 정도가 대부분이지만, 예전에는 좀 다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제물(개, 양, 소, 돼지, 닭.. 등)을 죽여 피를 마시거나 뿌렸을 겁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피가 팥으로 바뀐거죠. 1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에, 더 이상 어둠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추운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제례를 바쳤으리라 짐작합니다. 자연인에게 겨울과 어둠 만큼 무서운 것도 없었을 테니까요. 이번 주에는 아이들과 함께 겨울을 무사히 보내기 바라는 마음을 담아 팥죽 한 그릇 먹어봐야겠습니다.
@인선 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강진과 영암에 다녀오셨다니, 어쩌면 정약용의 저서를 읽는 것보다 더 깊이 더 가까이 정약용을 느끼고 오셨겠습니다. 정약용 유배 당시 영암 군수로 발령받은 이의 아버지(이름이 기억 안 납니다)가 정약용과 교류하려고 영암으로 거처를 옮긴 다음 강진까지 왕래했다는 글을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장안나 님, 정약용 도서관 다녀오신 후기 고맙습니다. 사진을 올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근사한 도서관이라니, 귀가 솔깃해집니다. 남양주는 정약용 생가 등 유적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니 겸사겸사 꼭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 @nevermind 님, 그럼요. 당연히 못 읽으실 수 있지요. 그거 몇 페이지 된다고 못 읽나 하면서 그 몇 페이지를 끝내 읽지 못하는 날들, 저는 거의 매일 경험합니다. 좋은 책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해보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이기는 하지만 매일 정해진 양을 읽는 것이 숙제는 아니니 무리하지 마시고 여유 생길 때 차근차근 읽으시면 될 듯합니다! ^^
예,문학 기행은 짧은 독서의폭을 넓혀 주는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 강진과 영암은 남도 답사 1번지란 말이 떠올랐고 월출산입구에서 국립공원 스탬프를 찍으러 찾은 영국인을 만나 정상을 찍고 인사도 나누었네요.미월님도 꼭 한번 찾으시길 바랄게요.
네, 너무 부럽습니다! ^^ 강진과 영암은 여러 번 다녀왔지요. 영암에서는 일주일 정도, 강진에서는 한 달 넘게 살기도 했습니다. 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요. 다시금 시간을 내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인선 님의 댓글을 보며 하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또 어떤 글들이 있을까 기대하며 들어오게 되네요. 저는 '제사상은 법도에 맞게 차려야 한다' 부분에서 정약용이 자신이 만든 <제례고정>이라는 책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정약용이 '이것이야말로 내 평생의 뜻이 담긴 책이다'고 했으니 정말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할수 있는데, 그게 바로 제사에 대한 책이고 분수에 대한 책이더라고요. "내가 이 책을 몇년 전에만 완성했더라도 우리 선왕께 올려 전국에서 고루 시행될 수 있게 했을 텐데, 책을 이루고 나니 슬퍼 나도 모르게 흐느끼게 되는구나." 이 부분 읽을 때 정약용이 정말로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에도 귀한 감상들 잘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새삼 더 배우고 더 깨닫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오후 님의 '부모는 열 자식 거두어도 열 자식은 한 부모 못 모신다'는 말씀, 참 정곡을 찌릅니다. '거가사본' 부분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싶습니다. 그대로 실천할 수만 있다면 '심신에 유익'하기가 그보다 더 귀할 수는 없는 말씀들이라 생각합니다. @Moonhyang 님, 저도 '반관'의 개념을 비로소 또렷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제례가 현대에 와 본래 의미를 잃고 환영받지 못하는 요식 같은 것으로 전락했다는 취지의 말씀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저도 팥죽 먹고 싶네요! ^^ 이번에 함께 읽을 4회차 다섯 장은 사대부가 살아가는 도리 / 둘째 형님을 회상하며 / 일본과 중국의 학문 경향 / 시의 근본 / 인의예지는 실천에서 발견된다, 이상입니다. 저는 '둘째 형님을 회상하며' 부분에서 정약용이 흑산도에 유배 가 있던 형 정약전의 죽음을 슬퍼하며 "나무나 돌멩이도 눈물 흘릴 일인데 무슨 말을 더 하랴!" 하고 부르짖는 대목이 아주 절절했습니다. 유일한 학문적 지기였던 손암 선생마저 세상을 떠났음을 이르며 정약용은 탄식합니다. "지금부터는 학문을 연구하여 비록 얻은 것이 있다 하더라도 누구에게 상의를 해보겠느냐.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는 지기가 없다면 이미 죽은 목숨보다 못한 것이다. 네 어미가 나를 제대로 알아주랴, 자식이 이 아비를 제대로 알아주랴, 형제나 집안사람들이 나를 알아주랴, 나를 알아주는 분이 죽었으니 또한 슬프지 않겠는가? 경서에 관한 240책의 내 저서를 새로 장정하여 책상 위에 보관해놓았는데 이제 그것을 불사르지 않을 수 없겠구나." 애통함이 혹은 회한이 '가슴에 사무친다'는 표현이 절로 떠오르는 부분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느 대목에 눈길이 오래 멎었는지요?
김미월 작가님이 말씀하신 부분 저도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형을 잃고 학문적 지기도 잃고 얼마나 슬픔이 컸을까요. 그리고 그부분 말고 또 <사대부가 살아가는 도리>에서 '독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책에서 '기조취도'라는 구절을 대하면 선생에게 '조'가 무슨 뜻인지 묻고 선생이 '이별할 때 지내는 제사다' 대답하면 다시 '제사에 조라는 글자를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선생이 모르겠다 하면 스스로 사전에서 '조'를 찾아보고 또 다른 책에서 '조'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살피고 그 예들을 모아 책을 만들어라, 그러면 '조'에 대해서만큼은 누구와 경쟁해도 지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정말 전교 1등 학생의 공부 비법 같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꼼꼼하게 알려주는 아버지라니 그것도 너무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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