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의경 소설가와 [청소부 매뉴얼] 함께 읽기

D-29
안녕하세요. 소설가 김의경입니다. 함께 읽을 책은 루시아 벌린의 <청소부 메뉴얼>입니다. 저는 이 책을 들고 다니며 틈틈이 읽었습니다. 셀프빨래방에서, 병원 대기실에서, 지하철에서, 편의점에서.... 어딜 가든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멋진 소설이었어요. 고된 삶 속에서도 삶을 긍정한 루시아 벌린의 반짝이는 단편들을 읽어보겠습니다. 짧은 소설이니 매일 조금씩 읽기 좋을 것 같아요. 함께 읽어요! 
안녕하세요. 얌전하게 책장에 꽂혀있던 책이 드디어 빛을 봅니다. 저는 오늘 일정이 있어서 내일부터 조금씩 읽게 될 듯 합니다. 반갑습니다. :)
@호디에 호디에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도 사두고서 꽂아둔 책이 꽤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일단 방에 들였다는 것만으로도 인연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는 만나게 될 테니까요. 저도 조금씩 읽으며 자주 들르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일요일 3시 50분에 모임을 시작합니다. 찾아와주신 분들 반갑습니다. 29일 동안 루시아 벌린의 <청소부 매뉴얼>을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오는데요 재독을 하면 할수록 인물들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594p나 되는 굵은 책이지만 29일 동안 하루 20페이지씩 읽으면 끝이 납니다. 10~29p, 30~49p, 50~69p, 70~89p...... 마지막 날에만 4페이지를 더 보태어 580~603p를 읽으면 29일이 걸립니다. 물론 20페이지에 정확히 맞출 필요는 없겠지요. 42편의 단편소설이기 때문에 하루에 한편 혹은 두 편씩 읽으면서 속도를 맞줘주시면 됩니다. 이틀에 한 번씩 총 14개의 질문을 드릴 텐데요, 편하게 답변 달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책에 대한 질문이라든가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 인상적인 문장 등을 자유롭게 남겨주셔도 됩니다. 그럼 첫 번째 질문입니다. 질문 1. 우리 집에서 할머니와 나를 빼놓고는 모두가 할아버지를 몹시 싫어했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매일 밤 술에 취하면 짓궂게 굴었다. 잔인하고 편협하고 거만했다. 할아버지는 존 외삼촌과 다투다가 총으로 외삼촌의 한쪽 눈을 잃게 했고, 엄마에게 평생 창피와 굴욕감을 주었다. -21 p. 가족들은 대부분 할아버지를 싫어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것 않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가족(이나 지인) 중에 다른 사람들은 싫어하지만 자신은 매력을 느끼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 있다면 그 사람의 어떤 점 때문에 그렇게 느끼나요?
@김의경 엄마는 매일같이 술을 즐기시는 아빠를 싫어하시지만 저는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신 아빠가 존경스럽습니다. 오늘 오후에 잠깐 저희집에 들르셨는데 고장난 탁자 다리를 뚝딱 고쳐주셨어요. 맥가이버 처럼 멋있습니다. ^^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고 하셨는데 위에 댓글 달아주신 것처럼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정답은 없고 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시면 되겠어요. 가족이란 참 묘한 것 같습니다. 한공간에서 한때를 공유했는데 각기 다른 느낌과 인상, 애정을 갖게 되죠. 마치 책처럼요. 다 같이 같은 시간 동안 읽어도 다른 느낌과 인상을 주는 것이 문학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장난 탁자 다리를 뚝딱 고쳐주셨신 맥가이버 같은 아버지... 상상만 해도 멋지네요.
글쎄요... 가족은 아니지만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업무상 한동안 협업을 해야하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중간에 소개하는 이가 그 사람하고 함께 일한 사람치고 욕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면서 성격 장난 아니니 상처받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더랬습니다. 만나봤더니 왜 그런지 알겠더군요. 충분히 불편함을 느낄만했는데, 전 오히려 생각을 복잡하게 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불쾌할만큼 제 생각이 분명하고 가능한 선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소위 단호박 중에 단호박이었는데, 일단 제 감정과 상관없이 언행에 신뢰가 가더군요. 업무상의 만남이라 가능한 감정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가족이라면 힘들지 모르지만 협업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단호박이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오히려 신뢰가 갈 것 같아요.
42편이 아니라 총 43편이네요. 정정합니다.
에인절 빨래방 그때 나는 젊은 애 엄마였으며 목요일 아침이면 기저귀를 빨러 갔다. 할머니는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위층 4C에 살았다. 어느 날 아침 빨래방에서 할머니는 내게 집 열쇠를 주면서, 언젠가 목요일에 자기가 보이지 않으면 죽은 줄 알고 시신을 거두어달라고 부탁했다. ▶얼마나 서글픈 부탁인지…. 혼자 사는 이들의 고독사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마침내 내 손을 응시하게 만들었다. 내가 내 손을 응시하는 것을 알아채고 그는 이빨을 드러내고 싱긋 웃었다. 그때 처음으로 우리 두 사람의 눈이 거울 속에서 마주쳤다. 그 위로 ‘세탁기에 너무 많이 넣지 마시오’라는 게시문이 보였다. ▶움직임과 눈빛, 시선 하나하나 이미지가 그려지는 묘사가 좋았다.
10대 나이의 멕시코인 새색시들도 에인절 빨래방을 이용한다. 타월, 짧은 분홍색 잠옷. ‘Thursday’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키니 팬티. 그들의 남편들이 입는 푸른 작업복은 호주머니에 스크립트체로 이름이 새겨져 있다. 나는 거울을 쳐다보며 건조기 창에 그 이름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다 그들을 확인하기를 좋아한다. Tina, Corky, Junior. ▶나라면 건조기 안은 푸른빛 분홍빛이 서로 이리저리 힘겨루기했다. 정도의 소박한 한 줄로 끝났을 텐데 섬세한 표현이 건조기가 돌아가는 순간을 상상하게 만든다. 눈을 약간 모들뜨고 보면 선명한 보라색과 오렌지색, 빨강색과 분홍색의 인디언 옷들이 건조기 안에서 회오리치면서 서로 번져 보이는데, 나는 그게 좋다. ▶회오리치면서 번져 보인다는 것은 잠깐 본 것이 아니다. 오래 응시한 시간이 엿보였다.
거울에는 들어오지 않는 한 젊은 여자가 창가에 앉아 있었다. 나의 고인 눈물을 통해 보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굽이쳤다. 머리숱이 적은 보티첼리. 나는 게시문들을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주여, 제게 용기를 주소서.”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아기 침대 팝니다—아기를 사산했음.” ▶첫 문장을 읽고는 끝 문장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기에 아주 매력적인 문단이라 생각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가슴을 철컹 내려앉게 하는 읽는 이에게 큰 내면의 움직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헤밍웨이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팝니다: 아기 신발, 단 한 번도 신지 않았음)'. 오마주 한 것일까? 실제 루시아 벌린의 경험담이었을까?
처음 그믐 독서모임 참여해 봅니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밑줄 그은 문장과 생각을 메모해보았습니다.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단편소설을 읽게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
바이올렛님 반갑습니다. 감상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건조기 안에서 회오리치면서 번져 보이는 색색의 옷들처럼 인디언들, 멕시코인들, 여행자들과 같은 빨래방을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은 서로의 삶에 잠시나마 스쳐 지나가며 삶을 공유합니다. 등장인물이 (서로의 삶에 깊이 개입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에 어쩌면 독자는 더 귀기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헤밍웨이의 소설에도 비슷한 문장이 나오는군요. 저는 자전적 소설을 쓴 루시아벌린의 경험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헤밍웨이의 소설을 읽었을 수도 있겠네요. 저도 최근에는 장편을 주로 읽었는데 매일 단편소설을 읽으니 소설 속 장면들이 선명하게 다가오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질문에 답변을 드리자면 저는 외조부님이에요. 본인의 자식들에겐 엄하고 곁을 잘 내어주지 않는 분이셨고, 아내에게도 완고한 분이셨어요. 사업수완도 없으셨던 분이어서 하시는 일마다 실패하셨는데, 첫손녀인 제게는 너무 다정하고 늘 행복한 분이셨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특히 조부님의 서재에서 함께 간식 먹고 책읽던 시간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떠오르니까요.
새벽서가님 반갑습니다. 자식들에겐 엄하셨지만 첫손녀에게는 다정한 할아버지셨네요. 조부님이 손녀와 함께 간식을 먹으며 책을 읽어주셨다니 30년이 지났어도 떠오를 만한 귀한 경험이네요.
제가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는 날 돌아가셔서 시험이 끝나고서야 그 사실을 알려주셔고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은 경험을 했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고나니 좋았던 추억만 남았네요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추천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사 놓고 책 꽂이에 꽂혀있던 책입니다. 바로 손에 잡지 않으면 새로운 책은 계속 보충되니 계속 밀리는 것 같습니다. 모임 덕분에 드디어 읽게 되네요. 무리하지 않고 매일매일 조금씩 꾸준히 읽어보겠습니다.
양리님 반갑습니다. 저도 신간에 밀려서 읽지 못한 책이 너무 많습니다. 이번 기회에 책장에 손끝의 온기를 불어넣어주세요. 저도 하루 20쪽씩 거북이처럼 천천히 완주해보겠습니다.
답1 : 아버지는 사람을 잘 믿는 낭만주의자였습니다. 차갑기만 한 세상은 한 번도 그를 따뜻하게 품어주지 않았습니다. 가끔, 사람을 믿기 보다 셈을 좀 할 줄 알았다면 그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나는 그의 셈법을 경멸하진 않았을까. 구멍낸 살림을 채우는 건 늘 셈 빠르고 바지런한 어머니 몫이었습니다. 학비와 용돈으로 그녀의 수고로 벌어들인 돈을 낭비하면서도 그녀가 명확하고 빈틈없는 셈법을 보란 듯 드러낼 때마다 저는 일부러 모른척 하곤 했습니다. 세상에 늘 얻어터지면서도 옅게 웃던 아버지는 멀리 떠났고 명석하기 그지 없던 어머니는 이제 집을 옮겼습니다. 그 대상이 누구든 삶이란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애틋하고 시립니다만 내 가족에게 만큼은 같은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 건 어떤 이유에서 일까요.
정말 그렇네요. 가족에게만은 같은 잣대를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자식으로서 겉으로 보이는 결과 이외의 것들을 봐왔기에 아버지를 그저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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