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일기장 혼자읽기

D-29
...그래서 나는 미켈레가 나를 '엄마'라고 부를 때마다, 어린 시절 아들에게 했던 것처럼 엄격함과 상냥함이 뒤섞인 목소리로 대답해주곤 했다. 이제는 그런 내 태도가 실수였다는 걸 안다. 남편은 나를 발레리아라고 부르던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금지된 일기장 p.16,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12월 15일 일기. 어떻게 보면 대수롭지 않은 일인데, 왜 스스로 '금지된 일기장'으로 만들며 안절부절할까 싶으면서도. 나에게도 '일기장'과 같은 물건이, 행동이 있다는 걸 깨달으며, 저자의 감정이, 행동이 공감되었다.
사실 리카르도는 전에도 몇 번 미켈레가 오랫동안 은행에서 근무했으면서도 사업가가 되지 못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인즉슨 미켈레가 돈을 제대로 못 모았다는 말이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리카르도는 항상 다정한 미소를 띠었다. 제 아빠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일종의 습관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점잔을 빼다 그렇게 됐다는 투였다. 하지만 아빠를 변호하는 척하는 그애의 말투에서 무능력한 아빠 때문에 본 피해를 용서해주겠다는 식의 오만함이 느껴졌다.
금지된 일기장 p.30,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직장에서 돌아와 중절모와 변호사 가방을 내려놓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가 성공하지 못해서 우리가 부자가 되지 못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에게 돈보다 훨씬 가치 있는 자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제는 부모님이 몸소 보여주셨던 삶의 모델이 항상 명확하고 확고한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전통, 가족, 행동 지침 등 과거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가치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돈보다 가치 있다는 생각에도 의구심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과거의 신념을 믿지 않을 수 없다. 그날 나는 남편에게 언제부턴가 미렐라와 리카르도가 우리를 못 미더워하게 된 것은 이러한 우리의 의구심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금지된 일기장 p.34,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1951년 1월 1일 일기. 엄마로서의, 아내로서의 여성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항상 나의 삶을 하찮게 생각했다. 결혼과 출산 빼고는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로, 사소한 말투나 단어 선택이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겼던 일들만큼,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일같이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은밀한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왠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두렵다.
금지된 일기장 p.51~p.52,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나는 여러 면에서, 그리고 아주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다른 가족에 비해 우리 가족이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중략)... 어쩌면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도 평온한 가족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중략) ... 그런데 막상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로는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일이 별로 좋게 기억될 것 같지 않다. ...(중략)... 글로 쓰면 실제로는 괜찮은 것도 안 좋게 보인다. ...(중략)... 굳이 글로 남기지 않았더라면 대화 내용을 잊어버렸을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과거에 한 말이나 한 일을 잊는 경향이 있다. 그 말을 지켜야 하는 끔찍한 의무감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망각하지 않으면 인간은 죄다 오점투성이의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하겠다고 약속했던 일과 실제로 한 일, 되고 싶었던 존재와 현실과 타협한 실제 모습과의 간극이 큰 모순덩어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나는 여러 면에서, 그리고 아주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다른 가족에 비해 우리 가족이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중략)... 어쩌면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도 평온한 가족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중략) ... 그런데 막상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로는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일이 별로 좋게 기억될 것 같지 않다. ...(중략)... 글로 쓰면 실제로는 괜찮은 것도 안 좋게 보인다. ...(중략)... 굳이 글로 남기지 않았더라면 대화 내용을 잊어버렸을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과거에 한 말이나 한 일을 잊는 경향이 있다. 그 말을 지켜야 하는 끔찍한 의무감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망각하지 않으면 인간은 죄다 오점투성이의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하겠다고 약속했던 일과 실제로 한 일, 되고 싶었던 존재와 현실과 타협한 실제 모습과의 간극이 큰 모순덩어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금지된 일기장 p.70~p.71,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1월27일 일기. 돈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남성의 역할은 여성도 분담하게 되었지만, 아직 집안일은 여성만의 일인 듯 간주되는 시기.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는 저자의 환경이 당시 여성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2월 16일 일기.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도 자신을 위한 행동과 생각에 제한을 걸게 되고, 자식들도 부모로서만 인식하고 한 명의 인격체, 개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뭔가 좀 서글프고, 우리 부모님께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엄마, 저는 저대로 행복하다는 걸 왜 인정하지 않으세요?" 나는 경험상 미렐라가 상상하는 것 같은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렐라는 내 말에 반박했다. "엄마는 엄마 인생밖에 경험해보지 못했잖아요. 왜 제게 희망조차 못 가지게 하는 거죠?"
금지된 일기장 p.190,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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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책걸상 함께 읽기] #52.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도서 증정] 순수이성비판 길잡이 <괘씸한 철학 번역>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증정]《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 저자&편집자와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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