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의경 소설가와 [청소부 매뉴얼] 함께 읽기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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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동안 루시아 벌린의 <청소부 매뉴얼>을 함께 읽었습니다. 함께 하는 독서라서 혼자 읽을 때보다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하면서 읽어나갈 수 있었어요. 마지막 질문은 자유롭게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청소부 매뉴얼>에서 가장 좋았던 단편을 언급해주셔도 좋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인물을 말해주셔도 좋습니다. 저는 지금 제가 사는 동네와 이 소설 속의 배경이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도시에 사는 저는 오늘도 골목길에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을 목격했습니다. 그는 지난봄, 여름에 술에 취해 종종 골목에 대자로 누워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나라, 시대나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입니다. 등장인물에 대한 작가의 따듯한 시선이 이 소설을 더욱 읽어나가고 싶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인물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서 매일 틈틈이 소설을 읽는 저의 공간에 등장인물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기분이었어요. 오늘 만난 B.F.는 특히나 그랬습니다. 헉헉거리고 캑캑거리며 계단을 올라와 타일을 까는 그가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어요. 인물을 이토록 생생하게 그린다는 건 작가가 주변 인물들에게 깊은 애정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단편은 <애도>입니다. 평소 친분이 없던 사이인데 망자의 집을 청소하면서 애도에 관여하게 된다는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지금까지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B.F.의 일부를 공유하겠습니다. B.F.는 한 손으로 벽을 짚고 다른 손으로는 난간을 잡고 서 있었다. 고작 세 계단 올라와서는 헉헉거리고 캑캑거리기까지 했다. 그는 키가 크고 굉장히 뚱뚱한 거구에다 나이가 상당히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밖에서 숨을 고르고 있을 때부터 냄새가 났다. 담배 냄새, 더러운 모직물 냄새, 알코올이 함유된 고약한 땀내. 충혈되었지만 웃음을 머금은 연한 푸른색 눈. 나는 한눈에 그가 마음에 들었다. -568p
[침묵]의 외삼촌이 저는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외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주인공까지 이어진 알콜중독은 외삼촌에게도 예외가 없었지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외삼촌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작가에게 수시로 깨우쳐준, 어쩌면 작가의 삶 속에 유일한 '교사'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분명 단편소설집을 읽었습니다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 많은 소설들은 루시아 벌린의 '사소하지만 깊이가 있는 일기'라는 생각이 짙어졌습니다. 그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주변으로부터 거절 당하고 무시와 멸시를 당하며 성장했습니다. 대화할 상대도 가르침을 얻을 이웃이나 어른도 없는 환경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눈에 보이는 모든 걸 관찰하는 것 뿐이었겠지요. 관찰하고 기록하고 관찰하고 이유를 혼자 캐묻고 기록하고.... 그런 쓰는 행위가 거듭될수록 더 깊은 생각과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웃의 사소한 행동에 영향을 끼친 사회적 문제나 가치관 혹은 개인의 결핍같은.... 소설을 쓰는 일은 뻣뻣하기 그지 없는 현실이라는 뼈대에 단단하게 지탱할 수 있는 근육과 망각을 돕는 부드러운 살을 붙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루시아 벌린이 스스로에게 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책을 읽으며 다른 분들과 생각을 나누는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귀한 경험, 고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소설에는 어른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네요. 어른의 부재는 아이들에게 큰 공포를 가져다줄 것 같아요... 저도 이 소설이 소설이라기보다 일기라는 생각에 몰입하면서도 때론 책장을 덮고 싶었습니다. 루시아 벌린은 소설이 있었기에 혹독한 현실을 견딜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곳곳에 포진해 있는 유머 덕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듯한 소설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겨주신 답글을 보면서 Nina님은 어떤 분일까 상상했습니다. 책을 함께 나누는 것은 서로의 삶을 나누는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상이지만 만나뵈어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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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F.가 나오는 단편 제목은 <B.F.와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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