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책을 읽으며 떠오른 것이 있는데, 요즘은 가해자의 서사가 드러나는 것을 매우 경계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입니다. 뜬금없는 제3의 인물이 인터넷 댓글로 관용을 베풀고, 동정론으로 이어질까 싫은거겠죠.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지만, 문학을 읽을 때에도 한 번 이런 경향을 느꼈던 적이 있어요.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을 지정도서로 한 독서모임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데요, 두 학생 가해자의 가정환경 서사가 드러나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가워하지 않더라고요. 같은 환경이어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알아서 뭐하냐라던가, 가해자의 서사 따위...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이 책을 읽는다면 가해의 배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환경이 누구나 평균에 들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당사자 연구의 반대가 평균만 따지기 라는 느낌도 들었고....
[에디토리얼/ 도서증정] 『책임의 생성 : 중동태와 당사자연구』번역가와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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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당사자 연구라는 말도 좋았는데, 책에서 처음에 가시적 장애와 비가시적 장애를 이야기하며 당사자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잖아요. 저는 왼손잡이로 태어났어요. 날 때부터 왼손만 사용했던 사람입니다. 요즘은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차별하지 않았지만 제가 어릴 때에는 문제요소였고, 근처 초등학교에서는 왼손으로 글씨쓰면 때린다는 괴담이 들리기도 했었어요. 그래도 중학생 이전까지는 왼손으로 글씨 잘 쓰네 라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트라우마가 된 사건은 중학생 때였거든요. 국어선생님이 교통사고 나셔서 자습시간으로 전환되고, 교장선생님이 감독을 하러 들어오셨는데, 제가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걸 보고 반 아이들 앞에서 수치심을 안겨주셨어요. "글씨도 못쓰는게 왼손으로 쓰네? 너 왼손으로 쓰면 시어머니한테 미움받어." 그때부터 오른손이 기준인 세상에 화가 조금씩 났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안그러는데 사춘기때가 제일 심했어요ㅜㅜ) 지하철 개찰구에서 실수로 왼손으로 카드를 찍다가 혼자 화가 나고... 누가 왼손으로 쓰는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그때의 기억과 수치심이 울컥울컥 올라고기도 하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배려가 필요한 사람 카테고리에는 이제는 왼손잡이는 없으니, 이런 이야기 하는 것도 '더 차별받는 사람 많은데...' 싶어져서 홀로 안으로 곪아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비가시적 장애가 가지는 문제들을 짚어주었을 때 조금은 함께 구원받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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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세상에는 정신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같은 발달장애 등 겉으로 보기에 대다수 사람과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장애가 그 외에도 많이 있지요. 그러한 분들은 말없이 사회에 뛰어들기만 하면 길이 개척되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적 모델이라고 해도 사회 환경의 어디를, 어떻게 바꾸어야 살기 편해지는지 모른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주위에서 알아채기 힘든 비가시적 장애의 경우는 본인이 봐도 어디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