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STS 관련 책 12권 읽기 ①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브뤼노 라투르 외)

D-29
그들에 의하면 분석해야 할 대상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 즉 서로 다른 "담론의 레퍼토리(repertoires of discourse)"였던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완전히 어리석은 일로 보였는데, 이 방향으로 밀고 나가면 다음에는 무엇이 담론인지, 과연 우리는 어떻게 아는지를 물어야 하고, 결국 끝없는 회귀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우리 세상은 의미에 기반하고 있으며, 단어는 그저 설명적입니다. 세상은 단어가 아니라 의미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가 논문과 책에서 사용하는 인용문들은 데이터가 아닌 의미의 예시일 뿐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몇십 년 동안 라투르는 놀라울 정도로 이 분야를 장악했는데 저는 아직도 이 점이 의아합니다.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설명은, 라투르가 과학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면서 과학사회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서 사람들을 쉽게 이해시켰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그는 인문학의 장난감이 될 수 있는 일종의 반-과학(anti-science)주제를 만들어 냈습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인문학자들은 과학을 먼저 이해하지 않고도 과학을 비판할 방법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라투르가 한 일은 STS를 더 이상 난해하지 않은 분야로 만들어 STS 분야를 엄청나게 확장했다는 것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브라이언 윈이나 쉴라 재서노프처럼 과학을 민주화하고 과학자들에 대항하는 대중의 편에 서고자 하는 매우 정치적인 동기를 가진 사람들에게 STS 학계의 주도권이 넘어갔습니다. (...) 이런 새로운 경향은 과학의 층위를 낮춘 SSK의 통찰을 가져 가서, 과학은 그저 다른 수단을 사용한 정치일 뿐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죠. 만약 과학이 정치라면 정치가 과학이고, 그게 바로 디스토피아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STS 학자들이 좁은 자기 참조로부터 벗어나게 도와주는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고, 앞날이 내다보이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영향력 증대가 아니라, 그저 "분야가 건강하지 않게 자화자찬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지표들을 예의주시하라"는 의미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Ouch! ㅎㅎㅎ 핀치와 콜린스의 '골렘'이 과학계에서도 악명이 높다던데.. STS 내부에서도 그리고 라투르에 대해서도 그리고 다소 정치적인 전환에도 꽤나 날카로운 지적을 막 날리는 군요.
학문적 논쟁의 핵심은 반대하는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 가능한 한 최선의 설명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의 관점 내부로부터 밖으로 뻗어나감으로써 그것이 왜 틀렸는지 보여야 합니다. 다른 주장을 반박하는 것은 최대한 어려운 일이 되어야지, 쉬워서는 안 됩니다. 반면에 정치적 논쟁의 핵심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빠르고 효울적으로 상대방을 물리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관점을 공정하게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만약 과학이 다른 수단을 통한 정치의 연속이라고 믿는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정치를 하고 있을 때 과학을 하고 있다고 믿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논쟁자들을 무자비하게 만들 수 있고, 전통적으로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취해 왔던 논쟁 방식, 즉 청중에게 더 잘 다가가기 위해 상대방의 관점을 왜곡하는 논쟁 방식이 아니라, 가능한 한 진지하게 상대방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하는 논쟁 방식에 대한 존중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청중이 내 편이라면 좋아할 게 아니라, 내가 어려운 과학의 길보다는 쉬운 정치의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제가 말하는 것 중에는 STS가 과학과 같다는 가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STS가 과학이 되어야 한다면 STS가 인문학이 되는 것은 또 다른 병리적인 현상입니다. 왜냐하면 인문학은 청중의 해석적 자유를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자들은 하나의 관점만이 옳다고 청중들에게 증명하는 것을 임무로 삼기보다, 청중을 하나의 관점으로 끌어들이거나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경우에는 논쟁보다 퍼포먼스가 중요해지고, 유행에 따르는 것이 훌륭함의 기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아직 라투르와 콜린스의 저서를 둘 다 못 읽어봤는데 이번 기회에 콜린스의 '골렘'과 라투르의 책들을 읽어보고 어떤 지 보고 싶네요. 콜린스의 말대로 그저 유행이나 퍼포먼스에 강한 학자인지.. (실은 라투르의 '실험실 생활Laboratory Life'에 대한 아마존 서평에서 비슷한 논지로 쓴 게 있어서 저도 보기가 망설여지더라구요.
저도 콜린스 인터뷰 읽고 나서 이 분 책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2005년에 출간된 책이 표지가 왜 이렇지요...
골렘 - 과학의 뒷골목골렘은 유대 전설에 나오는 괴물로, 온순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언제라도 미쳐 날뛸 수 있는 존재이다. 저자들은 과학은 골렘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흥미진진한 일련의 사례들을 통해 이런 구축 - 관측과 실험 - 이론의 확증이라는 전통적인 과학상의 허구를 낱낱이 파헤친다.
앗 전 영어판 (Golem: what you should know about science) 전자책인데.. 완전 다른 표지네요^^;;; 뭔가 뒷골목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던걸지도? 같은 책은 아니지만 같은 작가들이 쓴 '닥터 골렘'은 아직 절판되지 않았네요.
영어판 표지 압승입니다.
정치적 전환이나 과학의 대중화에 대해서 저도 좀 망설여지는 부분인데.. 어느 정도 참여가 필요하긴 하지만 또 이게 연구 자체를 왜곡시키고 타락시킬 위험도 견제해야 할 것 같아요. 콜린스의 반대를 이해할 만도 한 게 실제로도 그런 정치적 정책적 영향이 연구계에도 만연하고 있는 게 실정이지만 또한 갈 수록 대중이 울리히 벡이 말한 위험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요즘 대중적 이해나 참여가 시급해지는 것 또한 당위적 과제입니다.
참, 과학혁명의 구조는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에 비해서는 번역이 좋은 편입니다. 이 책 영어판을 구할 수 없어서 결국 한국어로 읽었는데.. 욕나오는 번역이었습니다.;;
위험사회 (양장) - 새로운 근대(성)을 향하여
과학과 교육과정에 대해서 첨언하면 교육과정마다 과학교육의 목표에 늘 STS에 대한 것이 들어가 있습니다. 7차 교육과정은 주제 중심, 실생활 위주로 교과서를 구성하여 더욱 STS적인 교과서가 되었던 거구요.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교육과정에서는 과학선택과목으로 '과학의 역사와 문화'라는 과목이 신설되었어요. 지난 교육과정에서 과학사가 처음으로 생겼는데 이번엔 과학사에다 과학기술사회학의 내용이 같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 정보 감사합니다. 이게 그런 내용이 들어가는 교과서도 있고, 아닌 교과서도 있는데, 그 교과서를 채택하느냐 아니냐는 학교의 권한인 걸로 이해하면 되나요? 그러니까 제가 적은 말씀이 무슨 뜻이냐 하면... 대한민국 중고교생들이 모두 그런 내용을 공부하는지 아니면 어떤 학교 학생들만 배우는 건지 궁금합니다.
제가 답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공교육 기관에서는 학교 급별로 지정된 국가공통교육과정에 따라 공통적인 교육을 받습니다. 교과서별로 세부적인 내용이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지만, 기준은 교육과정을 따릅니다. 다만 학교급과 선택 과목에 따라 배우는 과목이 달라집니다.
@ssun @드라이아이스 아, 설명 감사합니다. 아이가 없다 보니 중고교에서 뭘 가르치는지, 요즘 학교 분위기가 어떤지 도통 모르네요. 남자인 또래 친구들을 만나도 대부분 자기 자식들이 학교 생활 어떻게 하는지, 뭘 배우는지 잘 모르더라고요. 드물게 여자사람친구나 여성 작가 분들을 만나서 요즘 학교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쨌든 STS를 교육과정에 포함시킨 건 참 잘한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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