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STS 관련 책 12권 읽기 ①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브뤼노 라투르 외)

D-29
브뤼노 라투르는 「왜 비판은 기력이 다했는가?Why Has Critique Run Out of Steam?」라는 훌륭한 논평을 쓴바 있습니다(Latour 2004). 그의 불만은 STS 초기의 격정적인 날들이 모두 결국 허사가 되었다는 것인데, 특히 최악의 사람들인 기후 변화 부정론자와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이 그들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구성주의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제가 보기에 라투르의 주장은 비판이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오히려 좀 부족하게 이해한 데에서 비롯합니다. 우리는 비판이 무엇인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것 같아요. STS는 그 질문을 훨씬 더 발전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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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 의하면 분석해야 할 대상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 즉 서로 다른 "담론의 레퍼토리repertoires of discourse"였던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완전히 어리석은 일로 보였는데, 이 방향으로 밀고 나가면 다음에는 무엇이 담론인지, 과연 우리는 어떻게 아는지를 물어야 하고, 결국 끝없는 회귀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우리 세상은 의미에 기반하고 있으며, 단어는 그저 설명적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세상은 단어가 아니라 의미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가 논문과 책에서 사용하는 인용문들은 데이터가 아닌 의미의 예시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연구가 논쟁을 촉발한 것입니다. 이전에는 외부 세계에 맞서 단합했다면, 이제는 분열과 논쟁이 시작되었죠. 이것이 하나의 전환점이었고, 그 이후로 STS는 전처럼 친절한 분야가 아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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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년 동안 라투르는 놀라울 정도로 이 분야를 장악했는데 저는 아직도 이 점이 의아합니다.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설명은, 라투르가 과학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면서 과학사회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서 사람들을 쉽게 이해시켰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그는 인문학의 장난감이 될 수 있는 일종의 반-과학anti-science 주제를 만들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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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비판이네요.
초기에는 라투르를 제외하고 모두가 과학에 대해 능숙하게 쓰기 위해서는 과학에 대해 약간이라도 알아야 하거나 과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요구는 STS를 항상 작고 난해한 분야로 유지했죠. 그러나 「실험실 생활」과 이방인의 관점, 그리고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과 함께라면 과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도 과학에 관해 논평할 수 있었고, 이는 곧바로 두 문화 간의 긴장을 고조시켰죠. 인문학자들은 과학을 먼저 이해하지 않고도 과학을 비판할 방법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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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투르가 한 일은 STS를 더 이상 난해하지 않은 분야로 만들어 STS 분야를 엄청나게 확장했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좋은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빴죠. 모든 게 너무 산만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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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가 보기에 이것은 별로 좋지 않은 또 다른 전환점이었죠. 브라이언 윈이나 쉴라 재서노프처럼 과학을 민주화하고 과학자들에 대항하는 대중의 편에 서고자 하는 매우 정치적인 동기를 가진 사람들에게 STS 학계의 주도권이 넘어갔습니다. 다시금 저는 이것이 별로 좋지 않은 결과들을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새로운 경향은 과학의 층위을 낮춘 SSK의 통찰을 가져가서, 과학은 그저 다른 수단을 사용한 정치일 뿐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죠. 만약 과학이 정치라면 정치가 과학이고, 그게 바로 디스토피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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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영국 사회학은 규범적으로 마르크스주의였습니다.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 사회학자가 아니었죠. 요즘의 STS에는 강한 환경주의가 있습니다. 환경의 편에 서는 건 괜찮지만 유전자 변형 작물을 대칭적으로 다루려면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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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분야가 정치화되는 것은 병리적인데, 건강한 학문을 위해서는 누구든 특정 입장을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도요. 학문적 논쟁의 핵심은 반대하는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 가능한 한 최선의 설명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의 관점 내부로부터 밖으로 뻗어 나감으로써 그것이 왜 틀렸는지 보여야 합니다. 다른 주장을 반박하는 것은 최대한 어려운 일이 되어야지, 쉬워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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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정치적 논쟁의 핵심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상대방을 물리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관점을 공정하게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만약 한 학문이 규범적인 정치적 입장을 발전시킨다면 다른 관점에 대해 공정하게 심사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사람들은 게을러지기 마련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저는 좋은 분야는 항상 만들어지고 있는 분야라 생각하고, STS는 특정한 날짜나 사건보다는 긴 기간에 걸쳐 학문 분야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우리는 우리 성공의 희생양이라 생각합니다. (...)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무슨 의미를 갖는지에 관해 분야 내에서 통합된 사색이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전통적인 학문 분야에서는 지식과 아이디어, 특히 인공물과 물질성에 중점을 둔 지식과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주변화되고 홀로 남겨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 STS는 단순히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실제로 과학기술을 행하는 사람들과 큰 연관이 있는 학문 분야입니다. (...) 마지막으로, 역시 중요한 점은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다른 학문에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방법과 이론적인 질문들을 발전시켰다는 것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3장의 바이커가 언급한 트레버 핀치와 해리 콜린스는 한참전 절판되었지만 자기는 갖고 있다고 이독실 과학평론가가 밀리의 서재 유튜브에서 자랑하던(?) 책 '골렘: 과학의 뒷골목'의 공저자들인데 이 책 저도 영어전자책으로 갖고 있습니다 (깨알같은 자랑;;) 이독실 평론가가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가 너무 전문적이어서 읽기 힘들면 이 책을 추천한다는데.. 절판된지 한참되서;;(어쩌라고;;) https://www.youtube.com/watch?v=l28sLRIjFJk
약간 딴 얘기지만 <과학혁명의 구조>, 저는 김명자 교수의 첫 번역으로 읽었는데 너무 안 읽혀서 고생했습니다. 번역에 대한 비판이 많더군요. 2013년에 나온 개정판이 훨씬 괜찮다는데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은 안 드네요. ^^;;;
더 딴 얘기이지만,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첫 번역은 정말 개판이었습니다. 하도 사람들이 비판해서 결국 출판사가 번역자를 바꾸고 개정판을 냈습니다. 명저를 받쳐주지 못한 번역 생각이 나서 써봤습니다.
헐;; 그렇군요. 꽤 괜찮은 책들인데 아쉽네요. 전 다행히 둘다 영어로 접한 책들이라..;; 생각해보니 토마스 쿤의 그 책은 STS의 원조격이군요. (아니, 베이컨의 책이 그럴까요?)
이런 블로그 포스트가 있어서 링크를 가져왔습니다. 쿤의 연구가 STS가 태동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luvan00&logNo=221174751968&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trackingCode=exte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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