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처럼 특이한 조형물입니다.^^ 보통 대문호의 조형물은 흉상이나 전신상 같은 조각이 흔한데, 이 조형물은 작가가 사용했던 타자기를 형상화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억에 더 오래 남고, 타자기를 치는 시인의 모습을 여러 각도로 상상하게 됩니다. 이 타자기 조형물이 한 편의 시 같다는 독자평이 떠오르는군요. (첨부한 사진은 부다페스트에 있는 요제프의 동상입니다.)
바다연꽃3
요제프의 타자기를 형상환 작품사진이 인상적입니다. 수많은 글자판으로 이루어진 비석 같네요. 수많은 글들이 돌에 눌려 있는듯 보입니다. 그의 슬픔의 무게가 짓누르네요.
poiein
기념 조형물,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마치 자살 직전 철로 위에 선 시인의 모습 같군요.
만렙토끼
여러번 자살기도를 했다는 게 참 마음 아픕니다. 그래서 그의 시가 어딘가 찌르르 울리는 걸까요? 절박함. 심보선 시인이 참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습니다.
바다연꽃3
따뜻한 웅덩이에
고인 시간
허무를 놀다 멈춘 듯하여도
여전히 흘러감을 아는 것은
꽃잎이 지기 때문
『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 태어나라』 여름의 오후, 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심보선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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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디에
“ 어머니
어느 일요일 짙게 물든 황혼,
두 손에 컵을 든
어머니가
살포시
미소하며 앉아 있다.
어머니가 부잣집에 품을 팔아
작은 냄비에 담아 온 저녁거리.
부자들은 밥을 큰 솥 가득 해 먹는가 보다는 생각이
잠자리에 든 나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자그마한 몸집의 어머니,
세탁부들이 대개 그렇듯 일찍 돌아가셨다.
무거운 세탁 바구니를 옮길 떄 떠는 다리,
다리미질이 주는 두통.
세탁부들에게는 빨래더미가 산이고
다리미의 수증기는 구름이고
기후 좋은 휴양지 대신
지붕 밑 다락방이 있었다.
다리미질하다 쉬는 어머니가 눈에 선하다.
점점 야위어 간 어머니의 연약한 몸은
결국 자본에 꺾였다. 생각해 보라,
그게 어떤 것인지,
나처럼 가난한 친구여.
나는 세탁 일로 구부정한 어머니가
아직 젊은지도 몰랐다.
꿈속의 어머니는 말끔한 앞치마를 두르고
집배원의 인사를 받았다. ”
『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 태어나라』 p50, 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심보선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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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디에
“ 아론 요제프
내 아버지 이름은 아론 요제프,
비누 제조공, 지금은
대양 저 건너에서
싱그러운 잔디를 깎고 있다네.
내 어머니 이름은 보르발라 푀체,
암에 만신창이가 된 어머니.
솔질하는 지네가
어머니의 배와 내장을 먹었다네.
나는 루시를 끔찍이도 사랑했건만
루시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네.
가구라곤 그림자들뿐,
친구는 한 명도 없건만
내 모든 근심 사라졌네.
하여 나는 영원히 살 수 있다네,
주인 없는 사람으로, 바보로. ”
『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 태어나라』 p51-52, 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심보선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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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디에
“ 개
거칠고 젖은 털이 화염처럼
노랗게 물든 개
굶주림과 그리움에
뼈만 앙상하고 다리를 저는
꾀죄죄한 개
차가운 밤바람이
털 속을 파고든다
녀석은 달리다 구걸한다
흔들거리는 교회 촛불이
녀석의 눈앞에 어른거린다
작은 빵조각이라도
아무거라도
적선을 구한다
내 마음속에서
기어나온 것만 같은
녀석이 불쌍하다
나는 녀석에게서 세상의 누추한
모든 것을 보았다
우리는 잠을 청한다, 그래야만 하기에
밤이 우리를 잠재우기에
그리고 우리는 잠이 든다
굶주림의 자장가를 들으면서
하지만 대도시처럼
지치고 맑고
쌀쌀한 하늘 아래
도시처럼 누워 있노라면
문득 녀석이
낮에 숨어 있던 곳
마음속에서 기어나온다
그 굼주리고 꾀죄죄한 진흙 범벅인 개가
일용할 양식을 찾아
빵조각을 찾아
코를 킁킁거리며 다닌다 ”
『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 태어나라』 p61, 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심보선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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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연꽃3
내 마음 속에서 기어나온 것이란 표현에서 시인이 생각나 울컥했습니다.
바다연꽃3
시 <앉고 서로 죽이고 죽고>도 비슷한 감정이었어요. '울고 웃는 결정의 연속'
그의 시는 가난한 영혼의 노래 같아요.
호디에
그러니까요...
아티초크
호디에님과 @바다연꽃3 님처럼 요제프의 「개」를 읽고 울컥했다는 독자들을 자주 봅니다. 저 역시 「개」를 처음 읽었을 때 당황스러울 정도로 슬프더군요.(당시에 제 반려견의 동물등록 말소 신고를 할 때라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내 마음속에서/기어나온 것만 같은/녀석이 불쌍하다/나는 녀석에게서 세상의 누추한/모든 것을 보았다" 대목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북클럽 마지막 날인 오늘, 요제프 시집의 맨 마지막에 실린 「드디어 고향을 찾았다」일부를 인용하며 호디에님과 바다연꽃3님, 그리고 @모임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외국시에 대한 제 좁은 식견이 깊고 넓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사는 동안은
회오리바람에 저항하려 애썼다.
재미있는 것은, 나는 해가 되기보다는
해를 당한 일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봄이 좋다, 여름도 좋다,
가을은 더 좋지만 겨울이 제일 좋다,
집을 가지고 가정을 이루는 희망을
다른 이들에게 남기고 가는 사람에게는."
- 아틸라 요제프 「드디어 고향을 찾았다」(118~119쪽)
호디에
“ 아틸라 요제프
아틸라 요제프야, 난 널 정말 많이 사랑해, 이 사랑은
축복받은 사랑스러운 여인, 어머니가 물려준 것이지.
어머니가 나를 낳았거든.
우리는 인생을 신발이나 세탁소에 비유할지언정
우리 가 살아 있어서 기쁜 이유가 어딘가에는 있어.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 세상을 구할 듯 떠들어대도
성냥불 하나 밝히지 못하지. 그런 말은 신물이 나.
계속 그러느니 자아에게로 여행하는 편도 승차권을 끊는 게 좋을 거야
자아는 분명 우리 안 어디엔가 숨어 있을 거야.
매일 아침 나는 상쾌하고 건강하도록
찬물에 생각을 씻지
가슴속에 다이아몬드를 심으면 아름답고 따뜻한 노래가 싹틀 거야.
어떤 사람들을 말을, 차를, 비행기를 타고 다니지만
그런 건 내게는 진부해. 아침에 종달새의
노랫소리에 귀기울이고
누워 있어도 난 이미 깊은 구렁을 지나 왔어.
진정한 영혼은 주일에 입는 때때옷처럼 잘 보관해 두어야 해,
환희와 축제의 그날을 위하여, 흠없이. ”
『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 태어나라』 p106, 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심보선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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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디에
완독했습니다.
한두 개의 시를 딱 꼽기 어려울만큼 대체로 마음에 와닿는 시들입니다. 고생만하다 결국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애틋함, 삶에 부대끼는 어른이 되어서야 집을 나갔던 아버지에 대한 이해와 화해, 이루지 못한 단 하나의 사랑에 대한 아련함,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주장하고 노동자들을 북돋으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는 열정, 한편으로는 발버둥쳐도 달라지지 않는 세상을 향한 무력감과 비관, 볼품없는 꾀죄죄한 개에 빗댄 자화상, 그럼에도 삶의 기쁨을 찾고자하는 상반된 감정의 교차, 그렇기에 더욱 시에 매달렸던 외로운 사람. 읽으면서 많이 고단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안타까웠습니다. 열한 살 때 작은 누나와 찍은 사진(p39)과 앞표지 날개에 실린 사진의 인상이 많이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인상이 달라진 것으로도 그의 삶이 짐작이 되더라고요.
밍묭
저는 83쪽부터 시작하는 <송시>가 굉장히 마음에 들더라고요. 제가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저자가 쓴 표현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랑해"라는 말을 이렇게 다양하게 풀어서 나타낼 수 있다니... <송시>를 읽고 진정 언어의 마술이란 것이 존재하는구나 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험난한 생애를 살아온 요제프가 이런 시를 쓰기도 했다는 것이 왠지 마음이 찡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랬습니다ㅜㅜ
바다연꽃3
그러네요. 절절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 같아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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