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
거칠고 젖은 털이 화염처럼
노랗게 물든 개
굶주림과 그리움에
뼈만 앙상하고 다리를 저는
꾀죄죄한 개
차가운 밤바람이
털 속을 파고든다
녀석은 달리다 구걸한다
흔들거리는 교회 촛불이
녀석의 눈앞에 어른거린다
작은 빵조각이라도
아무거라도
적선을 구한다
내 마음속에서
기어나온 것만 같은
녀석이 불쌍하다
나는 녀석에게서 세상의 누추한
모든 것을 보았다
우리는 잠을 청한다, 그래야만 하기에
밤이 우리를 잠재우기에
그리고 우리는 잠이 든다
굶주림의 자장가를 들으면서
하지만 대도시처럼
지치고 맑고
쌀쌀한 하늘 아래
도시처럼 누워 있노라면
문득 녀석이
낮에 숨어 있던 곳
마음속에서 기어나온다
그 굼주리고 꾀죄죄한 진흙 범벅인 개가
일용할 양식을 찾아
빵조각을 찾아
코를 킁킁거리며 다닌다 ”
『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 태어나라』 p61, 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심보선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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