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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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지금은 다시 탈레반이 지배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세속화의 가능성이 잠시 고무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한 시인은 카불의 상징적인 공간에서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공연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연극 <사랑의 헛수고>가 막이 올랐고, 수많은 카불 시민은 기꺼이 그 잔치를 즐겼습니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이 사건의 뒷얘기는 슬픕니다. 그날 연극에 참여했던 스태프와 그 가족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겪었고(예를 들어, 가족이 납치되어 훼손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는 현재 예외없이 모두가 외국에서 망명 중입니다. 물론 그 시인을 포함해서 연극에 참여한 스태프 모두 이런 모진 시련이 닥칠 가능성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올리는 일이 가진 상징성에 주목했습니다. 심지어 그 시인이 그 이야기를 소설로 가공해서 회고한 책의 부제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진정한 사랑과 회복의 이야기”랍니다. 저는 이 눈물 나는 이야기를 스티븐 그린블랫의 셰익스피어 평전 『세계를 향한 의지』를 읽고서 알았습니다. 마침, 그 전에 감염병으로 문명이 몰락한 세계에서 소수의 생존자를 상대로 셰익스피어 연극을 올리는 유랑 극단의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 『스테이션 일레븐』을 감동적으로 읽은 후라서 더욱더 마음이 흔들렸죠. * 문학에 문외한이라서 셰익스피어 문학의 가치를 평가할 만한 자격이 안 됩니다. 하지만, 400년 전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무명작가가 말 그대로 ‘쏟아낸’ 수많은 작품이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에게 자극을 준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습니다. 영국과 영어 제국주의의 부정적 유산을 고려하더라도요. 하지만, 이런 놀라운 성취의 주인공 셰익스피어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더욱더 흥미로운 사실은 저 같은 평범한 독자뿐만 아니라 문학 평론가 같은 전문가의 사정도 다를 게 없다는 것이죠. 지난 400년간 수많은 셰익스피어 전문가가 그 창작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달려들었지만, 뾰족한 답을 찾아내지 못했답니다. 오죽하면, 누가 봐도 실존했고 또 그가 쓰고 연극을 올리고 심지어 배우로 참여한 게 확실한 데도, 유령 작가가 따로 있었으리라는 음모론이 아직도 나오니까요. “오늘날 가장 중요한 셰익스피어 연구자”로 꼽히는 스티븐 그린블랫이 2004년 새로운 셰익스피어 평전 『세계를 향한 의지』를 펴낸 이유입니다. (그는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각본 작업의 자문에도 응했다죠.) * 『세계를 향한 의지』는 결코 문명화되었다고 할 수 없는, 그래서 말 한마디를 잘 못하면 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던 16세기 말, 가진 게 없었던 한 청년이 인류 문명이 지속하는 한 영원히 기억될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과정을 추적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대가 작가와 작품을 만들고 또 작가와 작품이 시대에 영향을 주는 절묘한 상호 작용을 입체적으로 그립니다. 당연히, 셰익스피어 작품을 흠모하거나 호기심이 있었던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아직 만날 기회가 없었던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수많은 작품을 찾아 읽고 연극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거예요. 물론,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그 변화의 시기에 한 문제적 인간의 고민, 선택, 실천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고요. * 2023년 8월에 벽돌 책 함께 읽기를 시작하고 나서 스물한 번째 책의 주인공을 셰익스피어로 선택한 데에도 이유가 있다면 있답니다. 스무 권의 책을 읽는 동안 특정 인물에게 주목한 책이 몇 권 있었죠. 로버트 오펜하이머(2023년 8월), 미셸 드 몽테뉴(2023년 12월), 앨버트 허시먼(2024년 3월), 아마르티아 센(2024년 7월) 등.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모두 극단의 시대에 “끓리고 쏠리고 들끓는” 대신 공동체의 안녕과 개인의 고유성을 지키고자 외롭게 고군분투했던 비범한 인물이었습니다. 『세계를 향한 의지』를 통해서 4월에 만나는 셰익스피어 역시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지금 이 책을 함께 읽자고 제안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4월에는 스물한 번째 벽돌 책 『세계를 향한 의지』를 함께 읽습니다. 이 모임은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에서 온전히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됩니다. 우리 4월에도 벽돌 책 함께 읽어요! 지금까지 함께 읽은 벽돌 책 (총20권) 2023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2023년 8월) 『권력과 진보』 (2023년 9월) 『위어드』 (2023년 10월) 『변화의 세기』 (2023년 11월)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2023년 12월) 2024년 『사람을 위한 경제학』 (2024년 1월) 『경제학자의 시대』 (2024년 2월) 『앨버트 허시먼』 (2024년 3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24년 4월) 『나쁜 교육』 (2024년 5월) 『화석 자본』 (2024년 6월)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024년 7월)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2024년 8월) 『메리와 메리』 (2024년 9월) 『중국필패』 (2024년 10월) 『마오주의』 (2024년 11월) 『노이즈』 (2024년 12월) 2025년 『행동』 (2025년 1월) 『호라이즌』 (2025년 2월) 『3월 1일의 밤』 (2025년 3월)
이번에도 일단 구매부터. 4월에도 함께 달려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롱기누스 님, 환영합니다! 현재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세계를 향한 의지』는 2024년에 새로 나온 개정판입니다. 그런데, 제가 꼼꼼하게 비교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장정을 바꾼 것 외에는 2016년 초판과 큰 차이가 없어 보여요. 또렷이 보이는 차이가 있다면, 2024년 판과 2016년 판의 본문이 두 쪽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2016년 판의 408쪽이 2024년 판의 410쪽이 되는 식이요. :) 도서관에도 2016년 판과 2024년 판 둘 다 대여가 가능해요. 2024년 판보다 2016년 판을 도서관에서는 구하기 더 쉬우니 책을 빌려 읽으면서 참여하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저는 2016년 판으로 읽었고, 2024년 판으로 여러분과 함께 혹은 조금 앞서 나가면서 재독할 계획입니다.
원하시면 중고샵에서 사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게 지난 주부터 중고 판매가 가능해졌거든요. 저는 구판을 사 봤는데 종이 질이 약간 아쉽더군요. 오래두면 누렇게 변하겠어요. 신판은 어떨까 모르겠네요.
@stella15 네, 제가 가지고 있는 구판은 이미 변색이 되었네요;
문학독자로서...지나칠수 없는 유혹이네요.
4월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전자책으로 구매했습니다. 사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어요...ㅎㅎ 그래서 이번달에는 셰익스피어 희곡도 3~4편 정도 같이 읽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이라 오늘부터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는데요. 도입부가 벌써부터 흥미롭습니다. @도원 님 말씀처럼, 저도 사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게 몇 권 안 되는 것 같아요. 이번 모임을 통해 부지런히 읽고, 성실하게 참여하겠습니다:)
@stella15 @바나나 @도원 @연해 님! 환영합니다. 4월 따뜻한 봄날에 셰익스피어와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어 봐요. :)
네,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앞에 조금 읽기 시작했는데 재밌을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모임은 4월 2일까지 모집을 하고 나서 이번 주 목요일 4월 3일부터 읽기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연해 님처럼 먼저 시작하셔도 좋고, 함께 읽으시면서 의견 나누셔도 좋습니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미리 읽고서 책을 읽으면 훨씬 재미있겠지만, 꼭 그러지 않아도 책의 내용을 따라오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답니다. 오히려 이 책을 읽고서, 찾아서 읽어볼 셰익스피어 작품이 많아질 거예요.
저도 준비완료! 천천히 워밍업하겠습니다~
@오구오구 님, 반갑습니다. 이번 모임도 든든한 페이스 메이커 부탁드립니다. :)
오호. 이런 우연이. 토요일에 <삼월일일의 밤> 모임방에 올렸던 전시회에서 본 셰익스피어 책이 14쪽과 34쪽에 바로 나오네요. 셰익스피어 친구들이 그의 사후 1623년에 펴낸 최초 2절판(first folio)으로 서울대 도서관이 소장한 판본은 1902년에 발간된 책입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역사극, 비극을 모아놓은 책이라고 합니다. 사진 두 장 다시 올려놓습니다.
헉, first folio!!! 하고 다시 보니 1902년 판본이군요. 진짜 영국뿐만 아니라 문학과 연극을 사랑하는 후대 사람들에게는 이 두 친구가 엄청난 일을 한 거겠죠. 작품 모으는 김에 인간 셰익스피어에 대해서도 쫌 기록을 남겨주지..싶기도 하지만, 작품이라도 모아두었으니 나라 구한 영웅인듯?! 제가 가장 어이없었던 건, 워낙 기록이 없기로 유명한 셰익스피어라서 대규모 탈세 기록조차 어마어마하게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는것!! 범죄 아닙니까, 부동산 투자에 능했던 셰익스피어 씨?
@소피아 이 작가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집착"은 이 책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하하하!
런던 집값은 그당시에도 엄청났겠죠? ㅎㅎㅎ
그 시대 임장도 열심히 다녔을 거 같아요 ㅎㅎ 4월에 태어나 4월에 죽은 셰익스피어 평전을 4월에 읽다니, 너무 낭만적이지 뭡니까!
앗 4월에 죽었군요.. 4월은 잔인한 달...;;
다들 아시겠지만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1616년 4월 23일 같은 날에 영면했잖아요. 4/23이 세계 책의 날로 선정된데도 영향을 주었다고 하고요. 두 양반이 같은 날에?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신기했습니다.
너무 기막힌 우연이죠! 한 명은 스페인의 국민작가, 다른 한 명은 영국의 국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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