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익스피어 작품이 끊임없이 세계적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욕망한 대상이 무엇이든, 한 발짝 물러나 그것을 기꺼이 자유롭게 해 주는 관점 덕이었으리라. 자발성을 중시하는 이런 태도는 『좋으실 대로(As You Like It)』,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 『당신이 원하는 것 무엇이든(What You Will)』(『십이야』의 부제) 그리고 『끝이 좋으면 다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와 같은 제목들에서도 우러나온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정체성과 소유권을 주장하기를 거절하는 듯한 모습이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에게서 수백 명의 부차적인 창조 대행자들, 즉 등장인물들을 창조해 냈다. 그들 중 일부는, 심지어 자신들에게 할당된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특정한 서술 구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부유하며, 마치 우리가 보통 생물학적 인간들에게만 할애하는 대행성을 부여받기라도 한 듯 생생히 다가오기도 한다. 예술가로서 그는 문자 그대로 자신의 삶을 우리에게 주었다.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두고 마치 그것들이 작가의 본래 의도를 견고하게 담아 낸 반영물처럼 여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작품들은 대단히 고분고분하게 감상자에 맞춰 변형돼 왔기 때문에 시대를 넘어 계속해서 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다. 위대한 작품들은 창조자 셰익스피어가 원래 존재했던 시대를 떠나 우리의 세계로 전해졌고, 우리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사라지더라도, 아마 그의 작품은 우리의 삶과 운명이 끼친 미세한 색채를 머금은 채로 여전히 계속 존재할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한 국가의 좁은 경계선 안에 머무르거나 특정 당파에만 속한 대상으로 한정되거나, 일부 집단을 대변하는 성향으로도 국한시킬 수 없는, 위대한 창조적 성취의 범세계적 상징이다. 그는 너그럽지 못한 편협과 광신의 안티테제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셰익스피어 400주기 기념사 중,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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