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셰익스피어 작품이 끊임없이 세계적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욕망한 대상이 무엇이든, 한 발짝 물러나 그것을 기꺼이 자유롭게 해 주는 관점 덕이었으리라. 자발성을 중시하는 이런 태도는 『좋으실 대로(As You Like It)』,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 『당신이 원하는 것 무엇이든(What You Will)』(『십이야』의 부제) 그리고 『끝이 좋으면 다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와 같은 제목들에서도 우러나온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정체성과 소유권을 주장하기를 거절하는 듯한 모습이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에게서 수백 명의 부차적인 창조 대행자들, 즉 등장인물들을 창조해 냈다. 그들 중 일부는, 심지어 자신들에게 할당된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특정한 서술 구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부유하며, 마치 우리가 보통 생물학적 인간들에게만 할애하는 대행성을 부여받기라도 한 듯 생생히 다가오기도 한다. 예술가로서 그는 문자 그대로 자신의 삶을 우리에게 주었다.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두고 마치 그것들이 작가의 본래 의도를 견고하게 담아 낸 반영물처럼 여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작품들은 대단히 고분고분하게 감상자에 맞춰 변형돼 왔기 때문에 시대를 넘어 계속해서 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다. 위대한 작품들은 창조자 셰익스피어가 원래 존재했던 시대를 떠나 우리의 세계로 전해졌고, 우리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사라지더라도, 아마 그의 작품은 우리의 삶과 운명이 끼친 미세한 색채를 머금은 채로 여전히 계속 존재할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한 국가의 좁은 경계선 안에 머무르거나 특정 당파에만 속한 대상으로 한정되거나, 일부 집단을 대변하는 성향으로도 국한시킬 수 없는, 위대한 창조적 성취의 범세계적 상징이다. 그는 너그럽지 못한 편협과 광신의 안티테제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셰익스피어 400주기 기념사 중,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왜 제목을 그렇게 정했는지 1부 끝자락을 보니까 알겠네요. ㅋ 과연 야망의 윌이네요. 그렇지 않아도 셰익스피어 넘 길던데 그냥 윌 will공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하네요. ㅎ
윌 공 좋습니다!
"첫눈에는 매우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인생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숨 막히도록 가까이 존재하는지를 내게 가르쳐 주었다."(31쪽) 좁게는 문학작품(이제는 영상 포함이겠네요), 넓게는 오래전 기록된 것들이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바로 현재와 과거의 연결을 발견할 때 인 거 같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을 초등학교 때 매우 좋아했던 거 같은데 그 뒤로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습니다. '책걸상' 덕분에 셰익스피어의 삶을 느낄 수 있다니 기대가 됩니다. 금요일이 지나면 이제 집중력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쵸.. 사람들 간의 관계도 그렇고.. 전 심지어 요즘은 과학기술과 문사철 및 예술 등 전혀 관계 없는 것 같았던 분야들도 서로 인접하게 되며 교차하고 서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아요.
최소한 셰익스피어가 읽었던 책들의 내용만큼이나 한 청년으로서 부딪혔던 다음과 같은 주된 문제 의식들이, 그가 예술을 틀 잡아 가던 상황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나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무엇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27,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그 연극들이 갖는 어떤 힘, 예를 들면 지켜보는 관객들 사이의 공동체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방식, 성서에서 말하는 하늘과 땅에 묘사된 모든 것들을 무대 위에 재현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 일상의 잔잔한 소박함과 신을 향한 드높은 고양이 아주 적절하게 버무려진 광경은 그에게 잊을 수 었는 흔적을 남겼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63,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현실적인 측면의 정보들을 담고 있긴 했지만 근본적인 뿌리로부터는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었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거리를 두는 기법에 있어 진정한 대가였다. 그는 시골의 민간 풍습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동시에 자신이 그러한 토박이스러운 요소들 속에 계속 머물러 있지만은 않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 주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68,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예술이 인간 정신의 안정된 평온과 뿌리 깊은 소란 양쪽 모두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이 역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활동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극작가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그는 당대 사회의 문명과 문화의 정수를 대표하는 대리인인 동시에, 굳은 사고의 틀을 뒤엎는 전복의 대리인이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내부에 이 이중의 관점을 최초로 생긴 순간은, 바로 그 옛날 열한 살 소년이던 시절에 집 근처 동네에서 목격한 놀라운 광경에서 유래했는지도 모른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81,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으아, 수집하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은데요. 셰익스피어가 어릴 때 경험했는 민간 문화의 힘이 그의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는 점이 흥미로워요(이래서 어릴 때 경험이 중요하구나). 물론 개개인의 타고난 재능도 한몫하겠지만요. 저는 열한 살에 대체 뭘 하고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전 열한살 때 놀기 바빴던 것 같은데.. 일상과 놀이 문화에서 예술의 영감을 받은 것도 범인과 천재의 차이인가봅니다.^^;;
세익스피어 시대엔, 아니 수십년전 우리나라도 그랬겠지만 뭔가 화려한 걸 보거나 경험할 일이 적었을 거잖아요. 넷플릭스 드라마도 없구 게임도 없구 영화도 없구. 그러다보니 축제나 여왕의 행렬 같은 경험들이 더 생생하게 인상을 남겼을 것 같아요. 자극의 풍부함과 감수성은 어느 정도 반비례 관계라서.
그러니까요. 우리나라도 조선시대 때 광대패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을 것 같아요. 글구 그들의 역할이 나름 중요했을 것같아요. 온갖 군데를 다 돌아다녔을테니 보고 느끼는 것들을 다 떠버리고 다녔겠죠. 재밌는 광대놀음 즉 연극도 했을테고. 영화가 나온 뒤로 쇄락했겠지만 연극은 연극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있죠. 근데 여왕의 행차에 재산이 거덜날 정도라니 살 사는 것도 죄가 이니었을까 싶기도하네요. ㅠ
맞아요. 연극은 연극만의 재미가.. 작년말 연극 보고 다시 연극에 대한 열정이 뿜뿜해져서 TCG 드라마 대본을 막 읽었던 기억이;;^^;; 전 그래도 셰익스피어 아버지가 시의원/부시장 정도인 줄 알아서 엄청 금수저일 줄 알았더니 거덜 날 정도의 짬밥은 안되었나봅니다. 어찌 보면 다행일지도?
저는 11살 때부터 책을 본격적으로 읽었습니다. 그때 계림문고라는 어린이 문고본이 출시되지 않았다면 어찌됐을지 모르고요. ㅋ
전 유치원때 셜록홈즈 전집과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이 제일 어릴 적부터 탐독하던 것이요..ㅋㅋㅋ 어릴적부터 계몽과 교훈보다는 사망추정시간과 알리바이에 더 관심이 많았던.. (생각해보니 제 애들 태교도 CSI로;;;) 검시관 꿈나무로 클 뻔 했어요;;
전 태교를 CSI+덱스터로 하다 남편한테 한소리 들었어요. 심지어 자기 전에 주로 봐서 꿈속에서까지 미드와 함께 했죠
울 남편은 저와 함께 봤는데..ㅋㅋㅋ
갬성적인 분이시라 피 흥건한 건 안 보십니다. (게임은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만...흥) 막 '도깨비' 명작이라고 꼭 보라며 ㅜ.ㅜ 저 보고 삼국지의 '허저'라고 하질 않나.... @stella15 특출나게 영특한 건 모르겠는데, 집이 무기상이 되어 가고 있는 꼴이 꼭 제 탓 같습니다. ㅎㅎ 오늘도 사 줄 사람은 사 줄 마음이 전혀 없는데 어린이날 선물 뭐 받을지 심각하게 고민중이더라고요
무기상... 하, 또 웃음 터졌어요. 저도 이제 곧 어린이 날이라 제 11살 친구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아이들의 장난감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세계라는걸, 이 친구를 만나면서 매번 업데이트 중입니다. 아무쪼록 이 친구도 무기상은 되지 않기를 바라며(만날 때마다 꿈이 달라져 있어서 신기해요). 수지님의 가정에도 Stay in peace! ( @YG 님의 공지 멘트를 가져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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