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 책 YG님이 책걸상에서 추천하셔서 책모임에서 읽었는데 다들 극찬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siouxsie

연해
이번 모임은 새폴스키의 『행동』때처럼, 댓글만으로도 이야기가 너무나 다양하고, 재미있네요:)

stella15
116~1117페이지에 <헨리 4세>의 폴스타프의 대사가 나름 기네요. 반 페이지가 넘으니. 이걸 배우가 어떻게 처리했을지 궁금합니다.
이거 보니까 문득 드라마 작가 김수현 씨가 생각났습니다. 꽤 오랫동안 현역에 있다가 지금은 은퇴하신 모양인데. 모르긴해도 거의 30년 하지 않았을까요? 방송 드라마를 그 정도하기 쉽지 않을텐데.
저는 이분의 비교적 초기작은 좋아하지만 언제부턴가 대사가 길어지고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투여서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죠. 특히 윤여정이나 강부자 배우의 입에서 나오는 쨍쨍거리는 대사는 정말 귀가 아플 정도죠.
원래 방송 드라마는 일상적인 걸 자연스럽게 보여줘야 하는데 배우의 연기는 고사하고, 저 많은 대사가 일상에서 가능하다고? 그런 의구심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김수현 작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배우들은 오히려 신났을 수도 있고. 그만큼 배우의 역량이 커질 수도 있는 거니까.
사실 전 소싯적에 교회에서 연극 대본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동아리 수준이긴 하지만 나름 전문가 못지 않게 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아는 척이 많았겠습니까? 기껏 대본 써 주면 깎아 먹기나 하고. 하도 열 받아서 언젠가 한 번은 대사를 일부러 길게해서 늬들 어디 고생 좀 해 봐라했죠. 그전까지 3줄을 넘어가지 않았다면 (미안하잖아요. 다들 생업들이 있는데 대사까지 길면 힘들테니까 나름 작가로서 배려를 한다고. ㅎ) 이번엔 거의 다섯, 여섯 줄 정도?
근데 그때 제가 배우들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누구라도 대사 좀 줄여 주시면 안 되겠냐고 싹싹 비는 배우들이 없었습니다. 그랬으면 너그러운 척 몇 문장 빼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다가도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열줄 쓸 걸 그랬나? 그런 생각도 들고. 복수는 이것 밖에 없으니까.ㅋ 어쨌든 배우들과 연출가가 좀 다시 보이기도하더군요. 그들은 어쩌면 무엇이든 다 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만 문제였죠. 삐딱해 가지고. ㅠ
오늘은 프루스트 효과를 누리는 걸로. 긴 대사 외우는 방법이 있긴하더군요.

borumis
ㅎㅎㅎ 스텔라님의 생각과 반대로 배우들은 대부분 자기 대사가 줄어드는 걸 오히려 극도로 싫어해요. 그래서 대사가 좀 적다고 생각하면 일부러 즉흥적 애드립으로 늘리기까지..^^;;(그래서 연출에게 혼나기도;;)
제 생각엔 셰익스피어도 처음엔 대본대로 연기하다가 갈수록 그의 타고난 재치로 애드립으로 대사를 고치고 더하고 늘리다보니 결국 대본을 아예 자기가 써버리는 수준으로 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stella15
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넘 순진했죠. 지문도 일부러 어렵게 하고 정교하게 했죠. 연출가넘(그땐 님이 안 나오죠)이 어떻게 연출하나 지켜봐야지 하는 심보로. ㅋㅋ 다 잘 하더라구요. 나만 잘하면 됐던건데 말죠. ㅋ

봄솔
“ 라틴어는 당연히 매를 맞아 가며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심지어 당시의 한 교육 이론가는 사람의 엉덩이란 라틴어를 쉽게 배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설하기까지 했다. 좋은 교사의 정의는 곧 엄격한 교사였고, 교육자의 평판이라는 것도 그 교사가 얼마나 매질을 정력적으로 잘하느냐에 따라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체벌은 견고한 전통 아래서 수행되었다. 케임브리지의 졸업 시험에서는, 중세 후반 문법학을 전공한 학생이 자신이 교육자로서 적합한 자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검증받기 위해 어리숙하거나 반항기가 있는 소년을 매질하는 실례를 보여 주어야 하기도 했다
-알라딘 eBook <세계를 향한 의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중에서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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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솔
이제 읽기 시작하는데 끔찍하네요.
예전에 천자문을 뗴려면 회초리 맞으면서 학당 다니던 것과 비슷한거 같아요
공포를 조장하면 기억력이 높아진다? 학습 능률이 높아진다 이런 연구가 있을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는

borumis
그런 연구를 하면 IRB, 연구 윤리 위원회에 얄짤없이 걸리겠죠..ㅜㅜ 물론 70년대 전이면 있을지도;;

오도니안
수메르 시대의 점토판에도 매를 맞기 싫다고 학생이 한탄하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는. 점토판에 쓰면서 공부하다가 한 낙서인가봐요.
저도 체벌이 흔한 시절에 학교를 다녔는데 수천년 교육의 역사에서 체벌 없는 교육은 매우 참신한 변화인 것 같아요 ^^

stella15
봄솔님 공부 잘 하셨나봐요. ㅎ
저때는 한 반이 6,70명이었으니까 통제하려면 매가 기본이었죠. 저도 그것 땜에 학교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느 정도 엄격함은 필요한 것 같긴해요. 요즘엔 체벌을 금지하는 시대라 어떤지 모르겠지만...

오구오구
저도 손바닥 맞던 세대입니다. 저는 여자라 손바닥, 등짝 스매싱 정도였는데, 남편이야기들어보면 정말 야만의 시대였던거 같더라구요. 남편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있데, 고등학교때 한번 심하게 맞은적이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거의 트라우마... 수준이더군요

borumis
그쵸 남학교는 정말 어나더레벨;;

오구오구
존 셰익스피어의 종교적 이중성 (172-173)
외적으로 "스트랫퍼드의 구교 사제를 내보내고 신교도 목사로 대체하는 데 투표를 던지는 의회 의원", "오래된 프레스코 성화들에 회칠을 하고 제단을 부수도록 명령하는 공문서를 발행"
개인적인 신앙: "가톨릭교도로서의 '영성문'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고, 성모 마리아와... 성 위니프리드에게 특별한 보호를 구하는 기도를 올리"는, "성스러운 가톨릭 신앙의 일원"

오구오구
그는 아버지가, 그 자신도 사실과 허구의 경계선이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어떤 역할을 연기하는 중이라는 것을 감지했을 것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174,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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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그는 자신의 천국 양쪽을 다 열어 두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는 이중적인 삶을 살았다기보다, 아예 이중의 의식 구조를 가지고 있던 것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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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셰익스피어의 연극들은 이 종교에 대한 이중성을 다루고 있는 지점들을 풍부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어떤 순간에는—『햄릿』이 가장 적절한 예시다.—가톨릭교도처럼 보였다가 개신교도처럼 보였다가, 그리고 동시에 양쪽 모두에게 깊은 회의를 느끼는 사람처럼 보인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175,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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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실은 정확한 시대가 나오진 않았지만 햄릿의 배경이 아마도 1300년대나 1400년대였을 것을 생각하면 덴마크에는 아직 종교개혁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기였을텐데 덴마크의 햄릿보다는 영국의 셰익스피어가 깊은 회의를 느꼈을 것 같네요.

오구오구
랭커셔 시기
"1581년 8월 3일 임종을 앞둔 알렉산더 호턴은 유언장에서 자신의 모든 '음악과 관련된 악기, 그리고 모든 연극 의상들'을 형제인 토머스에게 남겼으며... '그리고 나는 앞서 말한 토머스 경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요청하건대, 현재 나의 집에 식객으로 와 있는 퍼크 길롬(Fulk Gyllome)과 윌리엄 셰익스셰프트(William Shakeshafte)에게 친절을 베풀어 그들을 나 대신 거두어 주기를...'" 177
"이름의 철자를 제멋대로 쓰기로 악명 높았던 당시 세계" "커탬과 호턴의 관계성, 셰익스피어가 장차 갖게 될 직업으로 이어지는 과정, 그 외 작은 단서들을 고려해 볼 때 많은 학자들은 이것이 스트랫퍼드 출신의 윌과 동일 인물"
177

오구오구
헤스켓, 호턴, 스탠리 가문
"중앙 집권적 위계 질서로 다져진 튜더 왕조로 아직 완전히 동화되기 이전, 봉건 시대의 부와 권력과 문화의 세계를 대표하는 위치"
"저택을 가진 영주로서의 체면을 유지" "많은 수의 하객들을 연회장에서 초대하여 여흥을 베풀었는데 이는 실제 극장의 역할이나 다를 바 없었다고"
윌공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후보" "제4대 더비 백작인 헨리 스탠리(Henry Stanley)와 스트레인지 경(Lord Strange)인 그의 아들 퍼디난도(Ferdinando)"
이들은 "로드스트레인지스멘(Lord Strange's Men)이라는 이름으로 추밀원에게서 극단 인가를 받은... 배우들을 고용"하고 있었음.
이 극단의 배우들(윌 캠프, 토머스 포프, 존 헤밍, 어거스틴 필립스, 조지 브라이언)은 "이후에 셰익스피어가 함께 엮이게 되는 런던 로드 챔벌린스멘 극단의 핵심 인물"이 됨
탐정이 추리하듯... 윌공님의 랭커셔 시기를 추적하네요 ㅎ

오구오구
“ 변장을 계속 바꿔 가며, 한 집에서 다른 집으로 자주 거처를 옮겨 다니고, 섬뜩한 경고를 받고, 거의 붙잡힐 뻔했다가 간신히 탈주에 성공한 순간들을 경험하는 와중에 구상해 낸 것이었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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