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이상적으로 보면 사랑은 이처럼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누워 있을 때 그는 아내를 잊으려고 애썼고, 그다음에는 두 번째로 좋은 침대와 함께 겨우 그녀를 기억해 냈다. 그리고 내세를 생각해 볼 때 그가 가장 사양하고 싶었던 일은 자신이 결혼했던 여자와 함께 묻히는 것이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251,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어쩌면 오히려 셰익스피어는 평생 성자들이라는 존재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해한 일부분에 한해서, 그는 그 관념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연극에 등장하는 그 많은 인물들을 통틀어 봐도 성자의 전형에 대충이라도 맞아떨어지는 인물은 놀랍도록 드물다. 초기 역사극에서 잔 다르크가 나오긴 하지만, 그녀는 마녀인 동시에 창녀로 묘사된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는 많은 형태의 영웅주의가 나타나는데, 그럼에도 이념적인 영웅주의-하나의 관념이나 체제에 맹렬하고, 자기희생적으로 고착하는 것-같은 것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그의 작품 중 어떤 것도, 가시적인 교회나 그 일원에 대해 깊은 숭배나 경탄을 보낸 적이 없다. 그가 묘사한 몇몇 눈에 띄는 가톨릭 종교인들-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런스 수사(Friar Laurence)-은 본질적으로 호감이 가게 그려진 인물들이지만, 교회의 위계상 중요한 인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셰익스피어의 연극에서는 강력한 힘을 가진 고위 성직자들이 거의 언제나 불쾌한 성미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고 있으며,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의 역사극 「존 왕(King John)」에서는 극 중 배경이 13세기 초반임에도, 사실상 시대 배경과 맞지 않는 개신교적 관념으로 아주 신랄하게 교황을 공격한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4장을 마치면서 윌의 결혼생활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윌의 아내 이름이 제가 좋아하는 배우라서 기대아닌 기대를 했었는데, 윌과는 사이가 별로 안좋았네요... 8살이나 연상이었던 여인과 불같이 타오르며 열정을 태웠지만 임신이라는 이유로 떠밀려 결혼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윌의 불행은 시작되었고, 그 불행은 죽음에 이르러서도 전환되지 못한채 저물어가버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윌에게도 불행했겠지만, 유서에서도 소외되는 앤을 보면서 그 속을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18살 젊음의 본성에 충실한 결과가 이렇게나 서로에게 비극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네 본성은 추구한다. 제가 죽을 독약을 먹어 치우는 쥐새끼들처럼 목마른 사악함을. 그리고 마시면, 우리는 죽는다. - "잣대엔 잣대로 中"
저는 이 장 읽으면서 이문열인가? 누가 사람은 평생 두 번 이상 결혼하게 된다는 말이 생각났어요. 한 번은 연상하고, 한번은 연하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100세 시대니 그럴 가능성은 높긴하죠. 근데 문득 천하의 윌도 사랑의 기술은 잘 몰랐나보다 싶더군요. 그시대 철학자가 없진 않겠지만 사랑을 가르치는 철학자는 없었던 같고. 아무튼 사랑엔 좀 서툴지 않았나 싶더군요. 에리히 프롬이 저 시대에 있었다면 윌의 문학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아, 근데 정말 나쁜 사람이더군요. 유산을 하다못해 지인에게 물려줄 지언정 침대 하나 자기 아내한테 주지 않았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 시대엔 여성을 보호하는 법이 있었을 리도 없고. 저작권법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랬다면 판권이라도 가져왔을텐데. 암튼 앤이 삶이 어땠을지도 생각해 볼 대목인 것 같습니다.
저도 앤의 삶이 궁금해졌어요~~ 유명인. 성공한 작가, 부동산 부자였던 남편을 두었던 앤은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해요.
첫째 딸이 좀 떼어주지 않았을까요? ㅎ 윌이 글을 쓰고 있을 때 앤은 얼마나 증오로 불타올랐을까요? 이런 걸로 외전을 만들어도 좋았을텐데... ㅋ 근데 <햄릿> 이나 <맥베스>가 그렇게 야한 얘기였나? 좀 어리둥절 했습니다. ㅋ
ㅎㅎㅎ 약간 섹슈얼한 텐션이 흐르긴 하죠..
아마.. 요즘 말하는 쇼윈도 부부?같이 살았을 것 같네요..
@stella15 그러게 말입니다. 오마이 윌... 사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정말 스몰 'I' 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드네요. 가장 편한 침대도 아니고 두 번째로 편한 침대라니... 소심하고 꽁한 성격의 셰익스피어...
저도 @stella15 님, @오구오구 님 말씀처럼 읽으면서 앤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보통 이런 건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하하) 이 책이 셰익스피어가 직접 목소리를 내서 쓴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를 중심으로 쓰인 것이니까요. 만약 앤도 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면(흥, 나도 별로거든?), 이건 또 다른 반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저 혼자 또 너무 많이 가고 있나요). 제가 미혼인지라, 아직 잘 모르는 부부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다소 뜬금없지만) 모두의 가정을 응원합니다:)
그쵸 솔직히 앤 쪽에서도 원하지 않았는데 임신 때문에 어거지로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일 가능성이 높죠. 그나마 셰익스피어는 밖으로 나돌아다닐 수라도 있었지.. 앤은 시댁에 꼼짝없이 애 셋을 키우며 갇혀 살았죠..
하하, 시원시원한 말씀 감사합니다. 연인 혹은 부부의 관계는 지극히 내밀한 서사라 파고들수록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것 같아요(진실은 그들만 알겠지요). 여담이지만, 재작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했던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라는 전시를 다녀왔던 기억이 납니다. 호퍼의 작품은 여러 매체에서 활용될 만큼 꽤 유명해서, 저도 좋아하는 작품이 몇 있었는데요. 그날 전시를 다녀오고 생각이 복잡해졌어요. 그와 아내의 이야기를 알게 됐거든요. 휴... 그 전시를 다녀온 뒤로는 그의 작품이 달라보이던데, 이럴 때면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연해 오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로미오와 줄리엣> 비틀기를 할 수 없을까? 이를테면 윌의 적수였다던 토마스를 연출가로 세우고, 앤과 윌의 서먹한 부부관계를 알고 앤을 이용해 윌을 한 방 먹이는 걸로. 앤이 토마스에 의해 줄리엣에 캐스팅 된 걸 알고 분노한 것도 모자라, 앤이 로미오와 그 문제의 오글거리는 대사를 보고 뒷목잡고 쓰러지기 일보직전. 윈저의 아낙네들 쌤통이라고 막 좋아하고. ㅎㅎ 윌도 윌이지만 앤도 사랑의 기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요. 윌한테 막 질투심 유발하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불쌍해요. ㅠㅠ
와 스텔라님 드라마 작가하셔도 될 듯..! ㅋㅋㅋ 생각만 해도 재미있네요
borumis님 말씀처럼, 스텔라님의 상상력도 너무 재미있네요. 그러게요. 앤이 만약 질투심을 유발했다면 윌은 또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합니다(과연 흔들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의 주인공은 윌인데, 저는 왜 자꾸 주변 인물들이 눈에 들어오는지 모르겠어요. 제 개인적인 취향 같지만, 주인공이 있다면 주인공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며 그를 지탱해주는 사람들의 모습에 눈길이 가곤 하더라고요. 유명인의 배우자, 혹은 자녀들이랄까(그들의 삶을 그려보기도 하고). 그건 그렇고, 윌 공의 재기발랄함은 후반부로 갈수록 도드라지네요.
둘중 하니인 것 같습니다. 배려심이 많거나, 작가적 자질이 있거나. 어느 작가가 그랬다잖아요. 작가는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보는 죄로 책상에서 뭔가를 쓰는 천형을 받았다고. 연해님도 천형을 받으...? ㅎㅎ
으아, 천형이라니... 하하, 저는 그냥 끄적끄적 뭐라도 쓰는 걸 좋아하기는 하는데요. 혼자(만) 쓰는 글은 대체로 어두운 게 많아서...(쩝). 생각이 팡팡팡 터지면서 팽창하기 시작하면, 왠지 모르게 뇌가 간질간질한 그 느낌이 즐겁긴 합니다.
ㅎㅎ그러니까요. 그 천형을 받으셔야 한다니까요! ㅋㅋㅋ
흐린 주말은 윌이 어쩔 수 없이 스트렛퍼드를 떠나 런던으로 가게 만든 힘이 작용하는 것처럼 저에게는 책을 읽게 만들어주네요..ㅎㅎ 5장을 완독하면서 크게 2가지에 주목했습니다. 첫번째는 '이중의식'으로 표현된 ambivalence에 대한 내용입니다. 가문의 문장을 가지고 있는 계급을 시덥지 않게 보기도 하지만, 그 가문의 문장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던 극장에 대해 나중에는 후회하는 모습들을 정리하면 아마도 양가성으로 해석되는 ambivalence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런 윌의 특성과 성향은 햄릿의 to be or not to be 등에 잘 나타나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양가성에 대한 성향은 어느정도는 다 가지고 있으며, 양가성에 대한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고 극복하느냐가 한 인물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번째 주목한 부분은 moral luck 입니다. 19세기 폴 고갱이 예술의 완성을 추구하기 위해 가족을 남겨놓고 타히티로 떠나면서 도덕적 비난이 일었지만 그가 성공하자 이런 논란은 언제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던 것 처럼, 아내와 세자녀를 두고 정든 고향을 떠나는 윌도 이와 같은 행운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라는 작가의 해설이 나름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결국 운명의 다리라고 할 수 있는 런던 브릿지를 건너면서 윌이 평생을 신중하고, 사생활을 은폐하며 때로는 허구적인 이야기까지 만들어내야 했던 배경에는 다리위에 효수된 지인들의 머리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너 자신을 통제하라. 네 적들의 수중에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영리하고 엄격하고 현실적이 되어라. 은폐와 회피의 기술을 익혀라. 무엇보다도, 네 머리가 달아나지 않도록 목 위에 잘 얹어 두어라' 어쩌면 이와 같은 소극적 마키아벨리적 처세술이 윌을 지금까지 베일에 쌓여 있게 만들었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도서증정-고전읽기] 조지 엘리엇의 『고장 난 영혼』[📚수북탐독] 10. 블랙 먼데이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나를 넘어뜨린 나에게』 함께 읽기 / 책 나눔 안내[책 증정]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코스모스> 꼭 읽게 해 드리겠습니다!
[책 증정]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내 맘대로 골라보는《최고의 책》
[그믐밤] 42. 당신이 고른 21세기 최고의 책은 무엇인가요? [그믐밤] 17.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북티크
🎨책과 함께 떠나는 미술관 여행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그믐 앤솔러지 클럽에서 읽고 있습니다
[그믐앤솔러지클럽] 3. [책증정] 일곱 빛깔로 길어올린 일곱 가지 이야기, 『한강』[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
듣고 이야기했어요
[밀리의서재로 듣기]오디오북 수요일엔 기타학원[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
⏰ 그믐 라이브 채팅 : 최구실 작가와 함께한 시간 ~
103살 차이를 극복하는 연상연하 로맨스🫧 『남의 타임슬립』같이 읽어요💓
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가 어느덧 12달을 채웠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어두운 달빛 아래, 셰익스피어를 읽었어요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
독서모임에 이어 북토크까지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책증정] 저자와 함께 읽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오프라인북토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AI 에 관한 다양한 시선들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결과물과 가치중립성의 이면[도서 증정]《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AI 메이커스> 편집자와 함께 읽기 /제프리 힌턴 '노벨상' 수상 기념[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AI 이후의 세계 함께 읽기 모임
독자에게 “위로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이희영
[도서 증정] 『안의 크기』의 저자 이희영 작가님,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이희영 장편소설 『BU 케어 보험』 함께 읽어요![선착순 마감 완료] 이희영 작가와 함께 신간 장편소설 《테스터》 읽기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만나는 철학자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책걸상 함께 읽기] #52.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도서 증정] 순수이성비판 길잡이 <괘씸한 철학 번역>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증정]《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 저자&편집자와 읽어요!
<피프티 피플> 인물 탐구
피프티피플-이기윤피프티피플-권혜정피프티피플-송수정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