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너스와 아도니스』는 셰익스피어만의 특징을 화려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어느 곳에나 편재하면서 동시에 아무 곳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놀라운 능력, 독자를 향해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자세를 취하면서도 그 모든 제약으로부터 미끄러지듯 유유히 빠져나가는 능력이 시에 잘 드러나 있다. 이러한 수용력은 대상에 가까이 있는 것과 거리를 두는 것, 그리고 대상에 친밀한 관점과 분리적 관점을 동시에 취하는 깊은 역설적 성취에 기대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토록 많은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극작을 추동했던 감성을 이 시에서도 기묘하게 농축된 형태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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