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비록 무분별하고 비밀스럽긴 하지만 그러한 헌신은 그들의 사랑에 어떤 숭고한 순수성을 부여한다. 마치 첫날 밤을 치르는 조건을 실행에 옮기는데 있어서 결혼이라는 공적 예식이 거의 마법과 같은 약효를 발휘하는 것과 같다. 더럽혀지거나 수치가 될 수도 있는 욕망과 그 실현이, 완벽하게 겸손하고 정상적인 것이 되게 하는 것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8년 정도 후에 쓰인 「잣대엔 잣대로」에서, 셰익스피어는 자신이 사춘기 시절에 처했던 것과 아주 비슷해 보이는 상황을 묘사한다. 클라우디오와 줄리엣은 사적으로 서로에게 엄숙한 맹세를 하고 - "진실한 혼약"이라고 클라우디오는 칭한다. - 공적인 예식 없이 자기들만의 초야를 치른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1693년에 셰익스피어의 무덤을 방문했던 사람은 이 비문이 "그가 죽기 바로 전에 본인이 직접 주문한" 것이라 들었다고 한다. 만일 그렇다면 이것은 거장 셰익스피어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글귀일 것이다. 어쩌면 그는 단순히 누군가 자신의 뼈를 파내어 근처의 납골당으로 던지게 될 것을 두려워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사후에 그러한 운명이 되는 것을 매우 공포스럽게 여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그는 언젠가 앤 셰익스피어의 시신을 함께 안치하기 위해 자신의 무덤이 열리는 일을 가장 두려워했던 듯하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8장을 읽었습니다. 몇 가지 느낀점을 정리하면, 윌의 위대한 소네트도 당시 역병(흑사병)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장이 폐쇄되고 극단이 흩어지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주 수입원을 잃지 않았을테고 그렇다면 당시 궁정 귀족이 도맡아 하는 일종의 공연이었던 소네트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20대 후반에 접어든 윌이 새로운 직종에 투신하여 이전가지 써 본적이 없는 새로운 길을 걸어가게 한 결심의 한편에는 이러한 현실적 문제도 자리잡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아울러 당시 역병에 대한 당국의 조치 - 선별적 폐쇄 - 는 2020년 코로나19에 대처했던 우리나라 정부의 모습이 떠올라서 한편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서 소네트가 최대한 친밀한 언어로 이너써클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전시하고 감정적으로 취약한 상태를 표현하지만, 외부인들에게는 그것을 알아차릴 수 없도록 조절하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어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마치 운명을 건 도박처럼, 명성의 외줄타기를 하는 것 처럼 느껴졌어든요. 지나치게 외부인들이 눈치 챌까 두려워 너무 신중하게 쓰면 긴장감이 덜해 무미건조하여 클리세하게 느껴질 것이고, 이너써클에 있는 이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너무 들어내는 경우에는 오히려 외부인들에게 치명적인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소네트라니... 이같이 위험천만한 문학의 장르가 어디 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풍자와 비판과는 달리 사랑과 염문을 주제로 한 이런 문학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비너스와 아도니스'는 셰익스피어만의 특징을 화려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어느 곳에나 편재하면서 동시에 아무 곳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놀라운 능력, 독자를 향해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자세를 취하면서도 그 모든 제약으로부터 미끄러지듯 유유히 빠져나가는 능력이 시에 잘 드러나 있다. ㅎㅎㅎ. '어느 곳에나 편재하면서 동시에 아무 곳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능력'을 가진 자로 묘사하는 것은 반칙 아닌가요? 거의 신의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윌을 묘사하게 있네요... '비너스와 아도니스' 읽어봐야 겠습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p.419-420.,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아울러 8장을 읽으면서 윌은 진정한 나르시시즘에 빠져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 보리는죄가 내 눈에 가득 들어차 있다", "어쩌면 그 누구도 셰익스피어의 갈망을 만족시키거나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시인의 재치 있고 불안하고 자의식적인 자아가 그 자신의 욕망을 끌어안을 때, 시인 자신의 이름이기도 한 삶의 의지(will)의 의미가 정의되는 것이다."
@롱기누스 실제로 윌 공이 지인이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7, 8장 보면서 했어요. 아마 저랑은 불화했을 것 같고, 그의 희곡에서 고약한 조연으로 소비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하하...
@롱기누스 말씀 듣고 보니, 갑자기 책 한 권도 떠오릅니다. 제프리 클루거의 『옆집의 나르시시스트』. 클루거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유명해진 아폴로 13호 사고와 귀환 과장을 멋진 논픽션(공저)으로 쓴 저널리스트입니다. 그가 나중에 펴낸 책인데, 저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클루거가 위험한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으로 꼽는 인물이 정치를 하기 전의 트럼프입니다!
옆집의 나르시시스트 - 집, 사무실, 침실,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괴물 이해하기나르시시즘에 대한 광범위한 정신병리학적.심리학적 조사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나르시시스트가 어떻게 주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자신마저 파멸로 이끄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인류가 어떻게 나르시시즘을 극복해야 할지 통찰을 제공한다.
아폴로 131969년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의 달 착륙에 성공 이후 1 년 뒤, 아폴로 13호가 발사된다. 새턴 5호 로켓에 실린 아폴로 13호는 어마어마한 화염을 일으키며 하늘로 솟아오르지만, 모의 비행 때부터 불길한 조짐을 보였던 아폴로 13호는 우주에 나간 후 산소통과 연료 탱크가 유실되고 자동유도 장치마저 꺼지는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휴스턴 기지에 수천 명의 전문가가 모여 승무원의 무사귀환을 논의하는 가운데 졸지에 우주 미아가 된 아폴로 13호의 세 우주 비행사는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며 어둠과 추위에 이겨나가려 하는데...
헉, YG님 지금 행사장에 계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리허설? 어쨌든 막간을 이용한 이 정보제공력! 존경함다! 오늘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런데 (속닥속닥) 오늘 깜짝 게스트로 @장맥주 작가님다 함께 하세요.
ㅎㅎ 별로 놀랍지 않은데요? 두 분 영혼의 샴쌍둥이 아니었나요? ㅋㅋ 아깝다. 나도 갔어야 하는건데. ㅠㅠ 뭐 대충 이런 분위기여야 하는 거죠? ㅎㅎ 근데 마침 비가 내려서 초큼 덜 아쉬운 걸로. 날씨와 상관없이 가족같은 고정팬들 계시니까. 혹시 유튭에 올리시면 찾아서 보겠습니다.^^
ㅎㅎㅎㅎ 저는 지금 토크콘서트에서 오은 시인님 강연 듣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네요. ^^
오은 시인님은 이름에서 느껴지는 진지함과 달리, 엄청 생활토착형 입담을 가지고 계신거 같더라구요 ㅎㅎ
마음으로 함께하고 응원합니다~
@YG 날씨가 너무 안좋아서 YG와 JYG의 BTS 흥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10장 1598년 셰익스피어 극단은 임대 계약 문제로 시어터 극장이 폐쇄되자, 재정 위기에 처해 인기작 네 편을 출판사에 팔았고, 1598년 12월 28일 밤, 배우들이 시어터 극장 건물을 해체해 템스 강 남쪽으로 운반했고, 이 자재로 나중에 글로브 극장을 지었습니다. 건물 소유권은 버비지 가문에 있었기에 지주의 고소도 있었구요. 1599년 초, 시어터 극장의 자재로 피터 스트리트가 템스강 남쪽에 3,000명 수용 가능한 글로브 극장을 건설했고, 셰익스피어는 극장의 1/10 지분을 획득한후, 서더크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극장은 6월에 완공되어 "줄리어스 시저"로 첫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윌공은 단순한 극작가가 아니었어요. 사업가였네요. 저는 하이브 사장님이 생각났어요 ㅎㅎㅎ 이수만 사장님도 생각나고.. ㅎㅎ
하이브나 이수만이나 다 윌공의 후예들이었던 셈.ㅎ 전 폴스타프를 보면서 왜 장르 작가들 인물 하나로 시리즈물 만들잖아요. 그게 다 여기서 전승된 건 아닌가 싶더군요. 그러니 윌공이 얼마나 많이 앞선 인물인지..!
오~ 그러네요 ㅎㅎ
설령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셰익스피어나 그의 동시대 사람들은 각자의 작품 내용을 서로 갖다 베끼는 것에 별로 거리낌을 느끼지 않았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516,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윌공 창작의 핵심: 현대에 역사극으로 분류되는 "헨리 6세" 3부, "리처드 3세", "리처드 2세"는 셰익스피어 생전에는 비극으로 분류됨 윌공의 작품에는 희극에도 고통, 상실, 죽음의 위협이 있고, 비극에도 광대와 웃음이 있었음 고전적 규범(한 장소만 표현, 하루 내 사건 전개, 비극과 희극의 엄격한 분리)을 따르지 않았고, 장르적 경계와 제약에 대한 "철저하게 무관심한 태도"를 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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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이야기했어요
[밀리의서재로 듣기]오디오북 수요일엔 기타학원[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
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가 어느덧 12달을 채웠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어두운 달빛 아래, 셰익스피어를 읽었어요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
한국 장편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수림문학상 수상작들 🏆
[📚수북탐독]9. 버드캐칭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8. 쇼는 없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기(첫 시즌 마지막 모임!)[📕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책을 직접 번역한 번역가와 함께~
[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꿈꾸는 도서관> <번역가의 인생책> 이평춘 번역가와 『엔도 슈사쿠 단편선집』 함께 읽기<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전차 B의 혼잡>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독서모임에 이어 북토크까지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책증정] 저자와 함께 읽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오프라인북토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요리는 배를 채우고, 책은 영혼을 채운다
[밀리의서재]2026년 요리책 보고 집밥 해먹기[책걸상 함께 읽기] #23.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도서 증정] 소설집『퇴근의 맛』작가와 함께 읽기[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독자에게 “위로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이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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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인물 탐구
피프티피플-이기윤피프티피플-권혜정피프티피플-송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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