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우리 셰익스피어가 기특하고 장한 느낌이 들까요.
왠지 영국적이라는 느낌도 들구요. 프랑스 소설은 화려하면서도 방탕하고, 러시아 소설은 깊은 겨울밤 같은 느낌인데, 영국 소설은 어딘가 농촌 마을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예를 들어 올리버 트위스트처럼 대도시 배경이라 하더라도 농촌 사람들이 올라와 힘든 도시생활을 하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달까.
몇 편의 소설만 읽어 보고 하는 얘기라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지 모르겠어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오도니안

롱기누스
9장을 읽었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의 최대 빌런 샤일록의 인물적 배경을 엘리자베스 1세의 암살미수 사건과 연결시켜 그 주모자로 처형된 로페스와 연관시킨 내용이었습니다. 로페스가 국가 반역죄로 처형(교수형인지 참수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할 때 외쳤던 그의 마지막 진심(?)에 대해 현장에 있었던 군중이 웃음으로 대응한 이유는 개신교 여왕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악한 카톨릭교도가 보낸 첩자인 동시에 유대인이었다는 프레임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로페스는 공식적으로 개신교를 주장하고 그렇게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의 피가 흐르는 그가 재판장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정해진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우리의 주인공 윌은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에서 그의 가장 큰 경쟁자의 작품인 "몰타의 유대인"을 빌려오되 자신만의 재능을 펼친 작품 '베니스의 상인'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여기서 그는 사악한 유대인, 샤일록의 낙담과 실패에서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내길 원했고, 이것을 성공적으로 작품에 반영했다는 점이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아울러 앞에서 잠깐 살펴봤지만 윌이 이중의식의 대가였다는 것이 이 작품에도 반영되었는데, 그것은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느끼는 재미가, 다른 한편으로는 극심한 불편을 주는 감상으로 남게 했다는 점이 그를 더욱 위대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롱기누스
아울러. 한 사건에 대해 이중적 느낌이 들도록 만드는 것은... 음.. 뭐랄까.. 약간 '단짠의 맛'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솔티드 카라멜 초콜릿, 우유소금 아이스크림 같고, 때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로이스 초콜릿을 함께 먹는 맛이라고 할까요? ㅋㅋ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이 드네요.. ^^

borumis
앗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짠이군요.. 아메리카노에 로이스 초콜릿이라니.. 롱기누스님 배우신 분!!
그러고보니.. 항상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보면 맥베스도 그렇고 전 빌런에게 끌리는지.. 민초파처럼 단짠파가 있는 듯해요..(저 말고 다른 가족은 다 단짠 맛을 못참는;;) 코메디도 코메디만으로 단순히 웃음을 이끌어내지 않고 관객들의 웃음 자체에서 불편함을 이중적으로 자아내는 셰익스피어는 내면도 작품세계도 참 복잡다단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얼마전 작가가 감당 못하는 캐릭터 얘기했던 것 같은데 머큐시오가 너무 날뛰어서 결국 죽였다는 설도 재미있네요. 포와로나 셜록홈즈처럼 작품을 뛰어넘는 캐릭터들이 있죠..ㅎㅎ

롱기누스
@borumis 앗! 같은 취향을 가지신 분을 여기서 만나다니!! 반갑습니다. ^^

borumis
로이스는 비싸서 전 코스트코의 부샤드 씨솔트 초콜릿을 애용합니다.ㅋ

오구오구
어머나, 이중적 느낌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주시니 ㅋㅋ 또 이해가 잘 가네요.
앞에서는 ambivalence 라는 감정인가 생각했거든요. 근데 사전에는 양가감정에 대해 the state of having mixed feelings or contradictory ideas about something or someone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단짠의 개념으로 생각해봐도 이중의식과 양가감정은 공통의 성분이 있는거 같기는 하네요.
초콜릿 이야기가 나오니 ㅋㅋ 제가 냉장고에 숨겨두고 혼자 아껴먹는, 저의 초콜렛 ... 자랑하고 갑니다 ㅎ


borumis
아흐.. 찐한 아메리카노가 땡기네요..

stella15
좋네요! ㅎㅎ

연해
냉장고에 숨겨두고 혼자 아껴드신다는 말씀이 너무 귀여우세요. 전에 <효리네 민박>이라는 예능을 재미있게 봤었는데요. 거기서 아이유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초콜릿을 야금야금 베어먹고, 남은 건 포장지로 잘 싸뒀다가 다음 날 또 먹곤 하던데. 그 모습이 다람쥐 같아서 정말 귀여웠거든요. 문득 그 장면이 떠올랐습니다(작고 소중한 당 충천).
그리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늘 조심스러운데요. 어머님도 수술 무사히 잘 받으시고 쾌차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제 친구도 얼마 전에 암 진단을 받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아직 30대 중반인데, 벌써 항암치료를...

장맥주
“ 그가 다리 위를 거닐면서 보았을 이 잘린 머리들은 「헨리 6세」2부의 케이드 장면을 묘사할 때뿐 아니라, 그 외에도 그의 상상력에 분명히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만약 그가 랭커셔에서 위힘에 처할 뻔한 몇 달을 보낸 적이 있다면, 셰익스피어는 이미 위험에 대해서, 그리고 신중, 은폐, 허구의 필요성에 대해서 강력한 교훈을 체득한 상태였을 것이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 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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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이 교훈들은 이후 스트랫퍼드에서도 상황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음모, 암살, 그리고 외세 침략의 소문이 퍼짐에 따라 다시 한 번 강화되었다. 하지만 이 다리 위에 효수된 머리들의 풍경이야말로 가장 눈을 뗄수 없는 경고와 지침을 주었을 것이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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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너 자신을 통제하라. 네 적들의 수중에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영리하고 엄격하고 현실적이 되어라. 은폐와 회피의 기술을 익혀라. 무엇보다도, 네 머리가 달 아나지 않도록 목 위에 잘 얹어 두어라." 이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길 꿈꾸는 시인이자 배우로서는 꽤 따르기 어려운 지침들이었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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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기누스
지금까지 읽은 내용 중에는 아마 로페스의 처형이 윌에게 가장 큰 primal scene 이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오구오구
“ 『리어 왕』에서 보여 준 것이 무언가에 대한 암시라고 한다면, 그는 자신과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은퇴 이후 자녀들에게 의존하여 사는 삶에 대한 공포를 공유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증 거들을 보면, 그가 은퇴 이후 자기 아내와의 유대감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리라고는 거의 생각할 수 없다. 그가 이 공포에 대처하는 나름의 방식은 바로 일에 빠져드는 것이었다. -소소한 규모의 재산을 모을 수 있게 해 준 엄청난 양의 노동-그리고 그렇게 모은 자본을 토지와 농작물세에 투자하여, 꾸준히 연간 수입을 창출했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623,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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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윌공의 노후대비법
중세의 연금!! ㅋ

borumis
우리 남편은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도 리어왕을 보면서도 비슷한 말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식 농사 다 쓸모없어.. 최고의 노후대비는 자식들한테 미리 다 퍼주지 않는 거야.. 다 물려주고 나면 절대 안 찾아와..;; ^^;;;;ㅋㅋㅋㅋ 어떤 명작을 봐도 감동보다 노후대비가 우선인 실리적인 샤일록같은 애아빠..

오구오구
“ 셰익스피어에게는 언제나 그 자신을 엄청난 일더미 속으로 내던져야 할 특별하고 음울한 이유가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누구라도 - 다락방에 있는 하인일 수도 있고 커튼이 쳐진 호화로운 침대에 누운 귀부인일 수 도 있었다. 사타구니나 겨드랑이에 숨길 수 없이 부어오른 멍울이 돋아난 상태로 깨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언제든 흑사병이 창궐하면, 며칠 혹은 몇 주 지나지 않아서 극장들은 폐쇄 조치를 당했다. 극단의 모든 구성원들에게는 돈이 수중에 돌고 있을 때 반드시 쌈짓돈을 비축해 두 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한 일처럼 생각되었을 것이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631,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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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셰익스피어의 나쁜 꿈은, 혹은 최소한 『리어 왕」이 제안하는 바에 따르면 고령으로 인한 활력의 상실, 의존성이 불러일으키는 위협과 관련돼 있었다. 경력이 쌓여 가면서 그는, 자신들의 삶을 두고 어찌할 바 모르는 조급하고 열정적인 젊은 남녀들에서 나이 많은 세대로 점점 연극의 중심점을 옮겨 갔다. 이 변화는 고통을 당하는 노인들을 그리는 『리어 왕』에서 가장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좀 더 섬세하긴 하지만 그 자신의 나이를 염려하는 오셀로에게서도, 그리고 관객이 지켜보는 앞에서 생기와 활력이 파도처럼 쓸려 나가는 맥베스에게서도 느껴진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637,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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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뭔가 마음이 찡하고 윌공의 심정이
제 심정 같기도 하고. 슬푸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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