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그 속에 들어 있던 문서들은 어딘가에서 생선을 싸는 종이로 쓰였거나, 새로 찍어내는 책에 풀을 먹이는 용지로 쓰였거나, 아니면 더 단순하게는 쓰레기로 취급되어 소각되 었을 수도 있다. 모두 가능한 얘기다. 그런데 어쩌면 런던에 처음 들어오던 날에 본 장대에 꽂힌 머리들로부터 받은 강렬한 경고를 그는 죽는 날까지 충실하게 따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시인의 진정한 능력은 가장 바깥쪽 가장자리에 속한 독자들도, 말하자면 소네트의 실제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이름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그들에 대해 아는 거라곤 전혀 없는 사람들도 이 시들에서 흥분과 흥미를 느끼게 하는 데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저는 소네트를 읽으면서 문장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도 많았지만, 대상에 대한 물음표가 계속 뜨더라고요. "물론 여기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소네트는 이러한 것들을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사랑하는 이의 '이름'에 그 어떤 생도 부여하지 않는데, 소네트 전체에서 상대방의 이름이 단 한 번도 호명되거나 거론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셰익스피어가 그 이름에 불멸의 생을 부여한다고 주장하는 시에서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빼 둔 것처럼 보인다." 앤과의 관계도 그렇고, 동성애를 간직하고 있었다면 애초에 앤과도 연결되지 않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고. 머리가 복잡했어요. 조금 뜬금없을 수 있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이 자꾸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호모 남편과 알콜 중독에 빠져있는 아내 이야기. 남편 무츠키에겐 애인 곤이, 아내 쇼코에게 정신불안증세가 있다. 중매로 만난 이들은 서로의 약점을 알면서도 결혼한 커플. 아무도 모르는 둘만이 비밀이 밝혀지면서, 양가 부모님은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낳으라고 강요하는데...
제 친구들이 결혼할 나이는 한참 지났고, 그들의 자녀가 결혼할 나이는 아직 오지 않아서 한동안 결혼식을 갈 일이 없었어요. 장례식장만 간간이 갔네요. 올 5월에는 오랜만에 결혼식장에 가는데...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님이 40대 후반에 결혼을 하시지 뭡니까. ㅎㅎㅎ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인연이라고 하시네요.
오! 저도 그 분 결혼하신다는 거 페북에서 봤는데, 이젠 40대 후반에 결혼하는 게 힙한 건가 봐요. 전 너무 베이비 때인 30대 중반에 했네요~ 좀 더 놀다 할걸....컥 아,,,근데 생각해 보니, 제 지인의 남편분이 바람을 계속(들키고 안 피우기로 약조했는데도 또 만나고 있었더라는) 피워서 고통받는 모습을 봤어요. 근데 인스타에 두 분이 놀러 다니는 사진 올리고 잘 살고 있는 걸 계속 시전하셔서 뭔가...했어요. 아들 대학갈 때까지만 참는다고 하셨는데....아드님 대학생인데....부부는 어렵네요.
오, 5월에 여기저기 행사(?)가 많네요. 확실히 날이 포근하니 이래저래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 글을 읽으면서 북스피어도 살포시 검색해봤어요. 40대 후반에도 결혼을 하신다니, 앞서 @siouxsie 님 친구분들과 비슷하시네요! 확실히 초혼의 연령대가 점점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근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인연이라니, 너무 낭만적인데요.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이렇게 멋진 인연이 탄생하네요. 책을 통한 만남이라 제가 잘 모르는 분들이지만 괜스레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앗, 정말요? 김홍민 대표 몇년 전에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근데 이제 결혼하시는군요. 다소 엉뚱하면서도 재밌게 사시는 분 같던데, 이 책 읽을 때만해도 왠지 결혼을 안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는데 제 촉이 맞았군요. 암튼 잘 됐네요. 지금의 40대 후반은 옛날의 30대죠. ㅎ 참고로 그 책 중고샵에서 사서 좀 꼬졌는데 그냥 버려야지 하고 아직도 못 버리고 있습니다. 재밌으니까 못 버리겠더군요. 이제 품절남 됐는데 버려야죠~ ㅋㅋ
사랑의 호르몬은 나이와 관계는 없는거죠? 40대 후반의 결혼이라면 그 호르몬 풍만한 신혼과는 다른 어떤 느낌일까요? 그런 상상해보네요. ㅎㅎ 지난 14일에 결혼 23주년이었는데, 이제 오누이처럼 친구처럼 살면서 서로 누구 갱년기가 더 심한지 배틀하는 나이가 되고보니... 호르몬 왕성하던 시절의 사랑과 연애는 본질적으로 다르구나... 그런 사랑은 아무때나 찾아오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네요.
오.. 그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전 '냉정과 열정 사이'보다 그 책을 훨씬 더 좋아했어요.. 그 책은 그래도 서로를 어느 정도 그대로 잘 받아들인 것 같아요.. 서로 소통도 많이 하고 나름대로의 해법을 찾으려고 함께 노력하고.. 그런데 셰익스피어 부부는 그냥 무시..체념?했달까..
엇, @borumis 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저는 이 책의 설정이 독특해서 더 기억에 남아있어요. 합의하에 이루어진 관계지만 한쪽에서 마음이 생기면 이렇게나 아프구나, 싶었던.『냉정과 열정사이 』는 양쪽 입장을 다 알게 되니까 되게 묘했어요. 셰익스피어 부부와 비교하면 결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이 부부는 뭐랄까. 차갑고, 싸늘하달까... 좋아하지 않으면서(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면서도) 계속 붙어있어야만 하는 관계는 또 얼마나 파괴적일지. 휴, 이런 걸 생각하면 결혼이란 참...
제가 내친 김에 피천득 선생이 번역한 셰익스피어 소네트를 읽고 있는데 그 셰익스피어 후원자인 백작이 이것들을 읽고 결국은 결혼해서 자식을 두긴 했는지요? 전 나이가 들어 그런가 이 정도를 읽고 마음을 바꾸었을 것 같지는 않던데 말이죠. 그리고 이 소네트들이 당시 젊은이들에게 인기있었다는게 지금 마인드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아무래도 감성이 팍 죽었나봅니다.
밥심님 감성이 아니라 시대 탓인 줄로 아룁니다~. ^^ 아무래도 그 시절에는 지금보다 자극적인 게 적었을 듯하니... 아니, 이것도 현대인의 착각이려나요.
그래서 이 시대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보며 열광하던 주 관객층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귀족이나 상류층이 아니면 비평가들이 지적하는 셰익스피어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깊은 뜻(?)을 알아차리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인문학적 지식이 부족한 서민층에게도 인기가 있었다는 게 신기합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다 잡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그러게요.. 셰익스피어는 어떤 뜻을 갖고 썼을지 몰라도.. 주 관객층이 그이 숨은 뜻을 알아처렸을지 아니면 그냥 생각없이 오락거리로 소비했을 지.. 이 당시 마치 글래디에이터들이 사자한테 잡아먹히는 것을 구경하는 것처럼 사형 장면을 구경하고 로페스의 처절한 마지막 호소에 폭소를 터뜨리던 군중들을 보면 그렇게 민감하게 그런 이중 의미를 포착했을 지는 의문이 생기네요. 실은 저도 연극도 아닌 책으로 먼저 천천히 몇 차례 읽어도 처음 읽었을 때 놓친 부분을 재독 삼독에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았고 또 연극으로 볼 때는 각 연출이나 배우의 연기에 따라 제가 책으로 읽을 때 놓친 뉘앙스를 그제서야 깨닫고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셰익스피어는 예술성보다 대중성이 최우선이었을 것 같구요. 하지만 한때 유행했던 말로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가장 대중적인 것이 가장 예술적인 것이다라고 과장해서 말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말로 다 해석되지 않아도 뭔가 와닿는 느낌들. 오징어게임이나 폭삭속았수다나 나의아저씨 같은 드라마를 보면 깊이 해석하지 않아도 표면적인 줄거리와 주제들 외에 뭔가 새롭고 깊은 인상들을 남기는 장면들이 있는 것처럼 대중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이 상당 부분 겹친다고 생각해요. 특히 과거에는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오징어게임은 안 봐서 모르지만 폭싹과 아저씨는 완전 공감이요..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 안그래도 폭싹을 보면서 이렇게 한국적인 문화역사적 맥락이나 대사들을 어떻게 외국인들이 받아들였을까? 궁금해지며 지금 다시 영어 자막으로 보려고 하는데요.. 생각해보면 아마 가장 대중적이고 전세계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와 주제들을 다루었기 때문이지 않나해요.. 누구든 첫사랑과 이별, 결핍과 시기, 가족, 탄생과 성장, 노화와 죽음은 겪어봤을 테니..
네.. 책에서 나오긴 하는데 결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maid of honor를 임신시켜서 여왕님을 짜증나게 했다고;; 나중에 아들 둘, 딸 셋이나 자식으로 뒀다고 합니다. 중년의 Southampton 과 그의 부인 사진을 첨부합니다.
완전 혼돈의 도가니이네요. 전 여왕을 짜증나게 한 사람이 사우샘프턴이 아니고 펨브로크 백작 윌리엄 허버트라고 찰떡같이 믿고 있었어요. 소네트를 두 사람 중 누군가에게 헌정했다는 논란이 있다는 이야기에 몰입하다가 두 사람을 헷갈렸나 봅니다. 바로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소년 같은 청년도 나이들면 이리되는 군요. 부인도 미인이네요...
A comic playwright thrives on laughter, but it is as if Shakespeare had looked too closely at the faces of the crowd, as if he were repelled as well as fascinated by the mockery of the vanquished alien, as if he understood the mass appeal of the ancient game he was playing but suddenly felt queasy about the rules.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338,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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