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주원장은 한시에 쓰인 글자 하나 갖고 자기를 비난하는 뜻이라며 역모죄로 처형했다는데, 카톨릭적인 함의가 많은 연극이 검열을 통과해서 상영될 수 있었다는 게 좀 신기해요.
조선시대 여러 사화도 떠오릅니다. 설공찬전이 금서가 된 배경도 생각나고요.
셰익스피어는 리어의 행동이 더욱 자의적으로 보이면서 또한 더 깊은 심리적 욕구에 기반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의 리어는 권력의 정점에서 은퇴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동시에 나약한 의존적 존재가 되는 것은 견디지 못하는 사람인 것이다. 국가와 가정에서 모두 절대 권력자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싶지 않은 그는 공식적인 제의를 일으킨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리어는 답을 요구한다. "말하라." 그녀가 "아무것도 아닙니다."(1.1.85-86)라고, 연극 전체에서 내내 어둡게 울려 퍼지는 이 의미심장한 말을 입에 올렸을 때, 리어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것을 듣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공허, 존경의 상실, 정체성의 절멸. 연극이 끝날 때, 이러한 절멸은 리어에게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한 형태로 다가온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오늘 완독했습니다. 사실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들은 많이 들어봤지만 읽어본 작품 두어개, 연극이나 영화로 접한 작품 서너 개정도 였습니다. 이번 벽돌책을 읽으며 거론된 작품들을 같이 따라가면서 예전에 읽었을 때보다 훨씬 이해도가 높아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남아있는 자료가 별로 없어서 많은 부분이 추측으로 쓰여졌지만 그 바탕이 되는 자료가 그의 문학이었기 때문에 그의 현실을 작품 속에 녹여낸 작가로서의 모습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시대의 종교박해, 유대인의 실상, 개인적으로는 불행했던 결혼생활, 가족과 떨어져 지낸 일상, 신분의 문제.. 여러 측면에서 셰익스피어의 생애와 작품을 분석해서 이렇게 훌륭하게 서사를 만들어 내고 이렇게 잘 읽히게 쓴 그리블랫 교수님, 정말 대단하네요. @YG 덕분에 4월에도 좋은 책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
@Nana 님도 완독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 책은 Nana 님 취향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 다음에 또 꽂히는 벽돌 책 있을 때 함께 해요. 말씀하셨던, 벽돌 책 'Replay' 모임은 고민 중입니다.
「태풍」의 주인공은 왕족 대공이자 강력한 마술사지만, 그는 또한 틀림없이 위대한 극작가이기도 하다. - 인물들을 조종하고, 그들을 서로의 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짜 맞추려고 하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연출하기도 하므로, 과연 그의 왕자다운 힘은 정확히 자신이 창조해 낸 인물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극작가의 힘이며, 그의 마술적 힘은 시공간을 바꾸고, 생생한 환영을 자아내며, 주문을 외우는 극작가의 힘과 맞아떨어진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셰익스피어의 연극에서 극작가 자신의 모습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는 연극을 쓰는 사람에 대한 것보다 이 삶에는 더 홍미로운(혹은 최소한 더 극적인)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때때로 리처드 3세나 이아고, 혹은 오톨리커스나 폴리나 같은 인물 속에서 살짝 그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는 그 자신을 숨겨 두었다. 하지만 「태풍」에서 마침내 그는, 표면 위로 직접적으로 드러났다고는 할 수 없어도, 최소한 그림자 의 윤곽이 포착될 정도로 가까이 다가갔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완독했습니다. 셰익스피어와 셰익스피어의 작품뿐 아니라 문학 전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네요. 이번에도 좋은 책 추천해주신 @YG 님과 함께 읽어주신 다른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저도 끝에 한 챕터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셰익스피어 사후에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더 높아지게 된 과정이라든가, 현대 희곡 혹은 문학에 셰익스피어가 남긴 영향 같은 게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마지막이 좀 아쉬웠어요. 뭔가 셰익스피어의 인생처럼 잘나가던 도중에 끊긴 느낌..;; 뭔가 해석의 여운도 남고.. 그나마 전 Afterword가 책 끝에 있어서 좀 마무리 느낌이 나던데.. 이걸 한글판에선 400주기 기념 글로 맨 앞에 뒀더라구요.
제임스1세가 그렇게 마녀심판에 진심인 줄 몰랐어요. 멕베스의 마녀들에게 그런 맥락이 있었다니 !!
악령들은 이 책의 저자들인 도미니크회 소속 심문관 하인리히 크레이머(Heinrich Kramer)와 제임스 스프렌거(James Sprenger)가 “현체 동작(local motion)”이라고 칭하는 것을 깨어 있는 사람들이나 잠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조장할 수 있으며,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내적인 지각을 각성시켜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그들 마음속의 저장소에 보존된 관념들이 끄집어내져서 공상과 상상력의 능력에 의해 마치 실제 보이는 것처럼 드러나게 되므로, 그러한 사람들은 이러한 것들이 실재하는 것이라고 상상하게 된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11장 왕에게 마법 걸기,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지식인들이란 참 다양한 방식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11장을 부리나케 읽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그의 인물들의 행동에서 합리적 근거나 설명을 빼 버림으로써 더욱 심오하고 다층적인 효과를 거두는, 그야말로 고도의 불투명성 전략을 구사하는 스킬이 흥미진진하네요. 이런 전략 때문에 연극을 보는 이는 예상치 못한 극적 충격을 받게 되고… 이런 게 바로 그의 작품들이 시대에 따라, 보는 이에 따라, 다른 관점으로 해석되고 각자 자기들 좋을 대로 생각하며 읽을 수 있고(심지어는 볼 때마다 보이는 게 달라지기도 하고), 현대에도 활발하게 재해석되는 이유인가 봅니다.
평소 너무 명확하게 다 말해버리면 깊이가 없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했고 일본의 유현 개념에 대해서도 들었었지만, 이렇게 등장인물의 동기나 심리상태의 원인에 대해 아예 명확한 설명을 빠뜨림으로서 극적 에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새로왔어요. 그럴 수 있겠구나 싶네요.
오, 유현의 미학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봤는데 참 오묘하네요. 우리에게도 낯선 개념이 아닌 것 같아요. @오도니안 님 덕분에 또 새로운 걸 배워갑니다.
선불교의 개념인가봐요. 덕분에 배워갑니다. 뭔가 서양 중세 고딕 양상이 사람을 압도하는 숭고함을 추구하는 이미지면 동양은 좀 더 친숙하고 일상적인 자연에서 고아하고 현묘함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10, 11장은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12장은 왠지 쓸쓸함이 진하게 남습니다 읽는동안 셰익스피어에 별 관심이 없었음을 확실히 깨닫고 충격을 받았지만 점점 빨려들어가며 결국 완독했습니다 4개월이 지나니 열정 가득한 댓글에도 조금 익숙해지는거 같습니다 냉전 어머니의탄생 모두 기대됩니다 5월에 뵐게요
셰익스피어는 왕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던 어두운 환상을 깊게 채굴해 내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다 여기에 있었다. 사람을 그 자신의 파멸로 끌어들이도록 고안된 애매모호한 예언들, 한때 덴마크의 앤을 위협하던 “배를 난파시키는 폭풍우와 무시무시한 천둥들”, 정당하게 왕위에 오른 자들을 향한 살인적인 증오, 환영과도 같은 유령의 모습, 악마 같은 회피, 신체 부위들의 역겨운 혼합물, 심지어 마녀들이 악마적인 장난을 위해 체를 타고 모여드는 장면까지 이 연극에 있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하지만 『맥베스』는 왕족을 만족시키거나 대중을 안심시키면서 편안하게 안주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가 작업한 재료 요소들은 그 안에서 무언가 극도로 특이한 지점을, 연극의 주요 계획에 편입되지 않는 그 어떤 것을 촉발시켰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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