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1세가 그렇게 마녀심판에 진심인 줄 몰랐어요. 멕베스의 마녀들에게 그런 맥락이 있었다니 !!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오도니안

오도니안
“ 악령들은 이 책의 저자들인 도미니크회 소속 심문관 하인리히 크레이머(Heinrich Kramer)와 제임스 스프렌거(James Sprenger)가 “현체 동작(local motion)”이라고 칭하는 것을 깨어 있는 사람들이나 잠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조장할 수 있으며,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내적인 지각을 각성시켜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그들 마음속의 저장소에 보존된 관념들이 끄집어내져서 공상과 상상력의 능력에 의해 마치 실제 보이는 것처럼 드러나게 되므로, 그러한 사람들은 이러한 것들이 실재하는 것이라고 상상하게 된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11장 왕에게 마법 걸기,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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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지식인들이란 참 다양한 방식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향팔
11장을 부리나케 읽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그의 인물들의 행동에서 합리적 근거나 설명을 빼 버림으로써 더욱 심오하고 다층적인 효과를 거두는, 그야말로 고도의 불투명성 전략을 구사하는 스킬이 흥미진진하네요. 이런 전략 때문에 연극을 보는 이는 예상치 못한 극적 충격을 받게 되고…
이런 게 바로 그의 작품들이 시대에 따라, 보는 이에 따라, 다른 관점으로 해석되고 각자 자기들 좋을 대로 생각하며 읽을 수 있고(심지어는 볼 때마다 보이는 게 달라지기도 하고), 현대에도 활발하게 재해석되는 이유인가 봅니다.

오도니안
평소 너무 명확하게 다 말해버리면 깊이가 없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했고 일본의 유현 개념에 대해서도 들었었지만, 이렇게 등장인물의 동기나 심리상태의 원인에 대해 아예 명확한 설명을 빠뜨림으로서 극적 에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새로왔어요. 그럴 수 있겠구나 싶네요.

향팔
오, 유현의 미학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봤는데 참 오묘하네요. 우리에게도 낯선 개념이 아닌 것 같아요. @오도니안 님 덕분에 또 새로운 걸 배워갑니다.

borumis
선불교의 개념인가봐요. 덕분에 배워갑니다. 뭔가 서양 중세 고딕 양상이 사람을 압도하는 숭고함을 추구하는 이미지면 동양은 좀 더 친숙하고 일상적인 자연에서 고아하고 현묘함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달맞이
10, 11장은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12장은 왠지 쓸쓸함이 진하게 남습니다 읽는동안 셰익스피어에 별 관심이 없었음을 확실히 깨닫고 충격을 받았지만 점점 빨려들어가며 결국 완독했습니다 4개월이 지나니 열정 가득한 댓글에도 조금 익숙해지는거 같습니다 냉전 어머니의탄생 모두 기대됩니다 5월에 뵐게요

향팔
“ 셰익스피어는 왕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던 어두운 환상을 깊게 채굴해 내고 있었다. 모든 것들이 다 여기에 있었다. 사람을 그 자신의 파멸로 끌어들이도록 고안된 애매모호한 예언들, 한때 덴마크의 앤을 위협하던 “배를 난파시키는 폭풍우와 무시무시한 천둥들”, 정당하게 왕위에 오른 자들을 향한 살인적인 증오, 환영과 도 같은 유령의 모습, 악마 같은 회피, 신체 부위들의 역겨운 혼합물, 심지어 마녀들이 악마적인 장난을 위해 체를 타고 모여드는 장면까지 이 연극에 있었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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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하지만 『맥베스』는 왕족을 만족시키거나 대중을 안심시키면서 편안하게 안주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가 작업한 재료 요소들은 그 안에서 무언가 극도로 특이한 지점을, 연극의 주요 계획에 편입되지 않는 그 어떤 것을 촉발시켰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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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주어진 상황의 우연한 기회를 포착하여 이를 최대한 전략적으로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과는 별개로 자유롭고 너그럽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이는 것. 이 양쪽의 강력한 혼합에 비할 만한 건 로페스의 처형장에서 군중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셰익스피어의 마음속에 일어났던 전용적 수긍과 도덕적 반감의 혼합이다. 그 순간에도 그의 정신 속에 이것들이 작용했을지 모른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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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맥베스』에서의 불투명성은, 앞서 셰익스피어가 『햄릿』, 『오셀로』 그리고 『리어 왕』에서 놀라운 수준으로 보여 주었던 것과 같이 인물의 행동의 동기를 과감하게 삭제함으로써 생겨난 것이 아니다. 햄릿이 왜 광기를 가장하는지, 혹은 이아고가 왜 오셀로를 증오하는지, 리어가 왜 딸들의 사랑을 시험하는지에 대해서는 관객이 정확히 모를지 몰라도, 맥베스가 왜 덩컨 왕을 죽이려고 하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아내에게 부추김을 받으며, 그 자신이 왕관을 차지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고문처럼 고통스러운 독백에서, 맥베스는 그가 자신의 살인적인 환상들에 당혹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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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익숙하고 관례적인 동기의 중심에는 어둡고 공허한 구멍이 있다. — “아무것도 그게 아닌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맥베스 안에 뚫려 있는 이 구멍은 그의 의식과 연극의 내적 세계의 어둠의 존재인, 마녀들에게로 이어진다. 그들이 정말로 덩컨을 살해하고자 하는 생각을 맥베스의 마음에 불어넣은 것일까, 아니면 그 생각은 그들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그 안에 존재했던 것일까?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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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그리고 아무것도 없다,
없는 것 말고는.
『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

맥베스시인이자 소설가, 무대 연출.기획자, 번역가로 내공을 쌓은 김정환이 번역을 맡은 셰익스피어 전집. 5차에 걸쳐 출간될 예정이며, 이번에 출간된 1차분에는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폭풍우> 등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5권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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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한국어 번역으로 읽어도 좋네요. tautology 동어반복적 논리 속에서 진실이 느껴지는 미묘함..
근데 '이보척보'는 한참 고민했어요;; 이것은 원래 어떤 연극인가..;;

향팔
정말 예전에는 왜 그렇게 이상한 한자어로 번역을 했는지.. 백경이나 마적 같은 제목도 그렇고요. 저는 제목 때문에 모차르트의 마술피리가 무슨 마적단 나오는 내용인 줄 알았어요. 그중에서도 이척보척은 심하죠. 자에는 자로, 이것도 좀 이상하긴 해요, 언뜻 보면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잣대엔 잣대로.. 라고도 번역하던데 좀더 신박한 번역이 없을까 생각해봤지만 딱히 또 떠오르지도 않더라고요.

borumis
ㅋㅋ 이보척보라고 썼네요.. 이척보척도 근데..정말 입에 안 붙는 말이네요;;; 아니 애초에 뜻도 좀 묘하게 다른 듯..

향팔
“ 연극이 끝나면서 기괴한 자매들 은 언급되지 않은 채로 남으며, 연극 내부에서 그들의 역할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는다. 셰익스피어는 이 연극에 특정한 국지성이 부여되는 것을 허가하지 않았으며, 극 중 위협의 성격이 마녀들이라는 형태로 한정되는 것도 거절했던 것이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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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마 녀들은 — 으스스하고, 정의되지 않고, 안정적인 위치로 고정되거나 이해되지도 않는 그들은 — 셰익스피어가 그의 위대한 비극들에서 받아들인 불투명성의 원칙을 구체적인 형태의 현현으로 보여 주는 상징적인 화신들이다. 셰익스피어의 극장은 관례적인 설명들이 흩어지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환상과 육체가 서로를 어루만지는, 회피적이고 모호한 공간이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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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제임스 1세의 마녀 로망을 실컷 충족시켜주는 연극으로만 남을 수도 있었을 <맥베스>, 그건 그거고 그걸 또 영원한 마스터피스로 만들어버리는 극작가의 능력…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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