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를 읽을 때마다 인간의 오욕칠정을 어찌도 이렇게 잘 꿰뚫어 본단 말인가! 하고 감탄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오셀로 읽으면서는 많이 놀랐던 거 같아요. 사사로운 감정일수도 있는 ‘질투’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다는 것을 이리도 잘 보여주다니..하면서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소피아

borumis
그죠 그죠 정말 인간 심리학에 대한 통찰력과 표현력이 죽이죠..

오도니안
“ 아주 오래전에 이 세상이 시작되었지
헤이, 호, 바람과 비와 함께
하지만 이게 전부, 우리의 연극은 끝났다.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것이 다 끝났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때 노래가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같이, 여러분을 즐겁게 해 드리고자 열심이라네.”
즐거움의 적들이여, 조심할지어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400주기 기념사 중에서,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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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아프가니스탄의 시인 오마르의 이야기와 더불어 인상적인 대목이네요.
앞으로 읽을 내용들이 기대가 됩니다.
향팔이
3년전 백수가 되어 남는게 시간일 때, 셰익스피어 희곡 전작 도장깨기를 하며 보냈던 행복한 나날들이 있었습니다. 그 기억을 회상하며 다시금 셰익스피어의 세계로 뛰어들어보겠습니다. 이런 좋은 계기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밥심
대단하시네요. 전작을 다 읽으셨다니요. 전 가만히 생각해보니 딱 한 작품인 <한여름밤의 꿈>만 읽었더라고요. 셰익스피어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그의 작품 줄거리가 여기저기 퍼져있어서 읽지도 않았는데 읽은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되 시나리오는 웬만하면 안 읽듯이 희곡은 연극이나 영화를 보면 되지 굳이 읽을 필요있냐 같은 자기 합리화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여름밤의 꿈>은 제가 애정하는 그래픽 노블인 닐 게이먼의 <샌드맨> 에피소드 중에 <한여름밤의 꿈>이 있는데 세상의 꿈을 관장하는 ‘꿈‘이라는 존재가 셰익스피어에게 영감을 주고 계약을 맺어 연극을 공연하게 하는데 그 때 작품이 바로 ’한여름밤의 꿈’입니다. 관객이 요정 등인 것을 제외하면 연극 내용은 원작과 대동소이합니다. 그래픽노블을 좀 더 재밌게 보기 위해 셰익스피어 원작을 그때서야 읽었던거죠. ㅎㅎ 이 에피소드는 세계환상문학 대상을 수상한 유일한 그래픽 노블이라고 합니다.
향팔이
@밥심 전작 도장깨기에 도전했지만 <두 사촌 귀족>은 도서관에 없어서 못 읽었습니다ㅎㅎ 말씀해주신 그래픽노블 재밌겠어요!

연해
하하, 저도요. 정작 읽어본 작품은 많이 없으면서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을 너무 익숙하게 들어와서 그런가,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예요(괜히 친한 척하는 것 같아 그분에게 죄송할 따름).
저도 작년에 <한여름밤의 꿈>은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목적이 불손한데, 작년에 발레 공연을 하나 보고 왔는데, 그 작품의 원작이 <한여름밤의 꿈>이라 부랴부랴 읽었 죠. 그래픽노블을 좀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 셰익스피어 원작을 읽었다는 밥심님 말씀에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향팔이
<한여름밤의 꿈>은 셰익스피어 희극의 최고봉이 아닐까 싶습니다! 셰익스피어 희극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비극은 <아테네의 타이먼>이 가장 좋았어요)

borumis
와 역시 향팔이님! 아테네의 타이먼은 정말 많이 안 배우는 작품인데..! 전 희극 중에는 십이야, 비극 중에는 리어왕을,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것 중에는 템페스트를 제일 좋아했어요.
향팔이
저도 템페스트가 좋아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템페스트도 막 찾아서 들으면서 읽고 그랬습니다ㅋㅋ 베토벤이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고 영감을 받아 그 곡을 작곡했다는 썰이 있죠 아마..? 맞는 얘긴진 모르겠어요. 암튼 희곡도 음악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소피아
오, 템페스트! 템페스트는 시작할 때 빌드업 없이 폭풍우 장면부터 휘갈기잖아요?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이라길래, 오오오 본인이 연극 대본 좀 쓴다는 거 아는 노련한 작가의 자신감인가!! 막, 이랬던 게 기억나네요. 그게 연극쪽에서도 중요한 기법이라는 데 (관객에게 혼돈의 도가니를 먼저 들이대는 기술?) 뭐였는지 가물가물...
템페스트, 이 한 작품에만 신조어가 400개나 나온다고 하더군요.

siouxsie
500년 된 신조어!! 궁금합니다.
근데 영어니까 패스할게요 ㅎㅎ

stella15
저도 궁금합니다. 근데 500년이나 돼서 AI가 모르려나요?
AI가 못하는 것도 있다던데...

borumis
그쵸. 그리고 전 템페스트 마지막이 정말 좋았어요. 정말 뭔가 셰익스피어 자신이 무대에 나와서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 애잔한 느낌.. 그의 인생과 그가 살고 있던 세상 전체를 나타내는 듯한 그 섬이 참 좋았어요.
향팔이
5막에서 마법의 지팡이는 부러뜨리고 마법의 책을 바다 깊은 곳에 던질 것을 천명하는 대목이랑 @borumis 님이 말씀하신 에필로그의 마지막 인사를 생각하면, 거장의 아름다운 퇴장으로서 이보다 더 어울리는 작품은 없겠다 싶어요. 연극이란 곧 꿈의 세계, 마법의 세계일 테니까요. 눈을 뜨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희박한 공기 속으로” 녹아 사라져 버리는.. 우리 삶도 꼭 그렇듯이요.
향팔이
@소피아 템페스트 도입부는 몹시 인상적이더라고요. 말씀하신 대로 막이 올라가자마자 폭풍우가 배를 산산조각내면서 화끈하게 출발하는데, 곧바로 이어지는 장면이 재밌었어요.
배에는 나폴리 왕과 왕자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승선 중이고, 당장 배가 침몰하게 생긴 판국이라 선원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배를 살려보 겠다고 난리통인데요. 그와중에 이 VIP들께서 눈치도 없이 갑판에서 얼쩡거리면서 작업을 계속 방해하니까.. 갑판장이 무려 왕한테 대놓고 쌍욕을 시전하지요. 지금 이 상황 너님들이 수습할거 아니면 닥치고 곱게 쳐 찌그러져 있으라는 둥 뭐 그런ㅎㅎ
왕조시대에 ‘왕의 극단’이라는 킹스멘 극단에서 상연하는 연극에 이렇게 신박한 장면이 들어갈 수 있는 건지 신기했습니다.

YG
@향팔이 제 고등학교 베프 가운데 한 친구는 대학 때 연극반에서 그 연극을 하다가 눈이 맞아서 결혼까지 갔어요. :) 데미토리우스와 헬레나 역으로 기억해요. (헬레나 역이 실제로 데미토리우스 역을 좋아했는데, 연극에서 데미토리우스가 계속 헬레나에게 '난 너 싫어' 하니까 너무 속상했다는 얘기를 연애 후일담으로 듣고서 웃었던 적이 있어요.)
향팔이
앜ㅋㅋ 너모 귀엽네요 ㅎㅎㅎ

borumis
으아 로맨틱하네요. 전 햄릿한테 버림받고 미쳐버리는 오필리아 역이었는데..;;; 희극을 했어야 했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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