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에 나온 <한여름 밤의 꿈>의 배경은 아테네이지만, 많은 학자들이 대본에 묘사되어 있는 강가, 강둑, 숲속 등의 풍경이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본의 풍경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대요. 스트랫포드에 가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차, 싶었습니다. <한여름 밤의 꿈>을 한 번 더 읽고 갔어야 했는데 ㅠㅠ 너무 오래 전에 읽었고 연극도 봤건만 상세한 무대 풍경은 기억나지 않았 ;;;
예술을 사랑하는 남녀노소가 모이는 장소에는 남다른 바이브가 있는 데, 스트랫포드라는 마을은 정말이지 바깥 세상과 분리된 연극 무대같은 장소였어요. 저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던 2016년 여름에 ('세계를 향한 의지'구판이 그 해에 나온 이유) 갔었는데, 그 어떤 유명인의 생가나 박물관과는 또다른 바이브가 넘쳐났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도시와 뚝 떨어진 영국 중부에 위치한 이 조그만 마을에 오는 사람들은 오로지 셰익스피어만을 위해 그 곳까지 찾아온 사람들이니까요.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 한 조각씩 품고 그 마을에 도착한 사람들에게 묘한 연대감마저 들어서 'One for All, All for One'이라도 다짜고짜 외치고 싶더라구요 ^^;; . 400년 전에 태어난 한 명의 작가가 영원히 살아있는 광경에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찰스 디킨스 등이 자금을 모아 생가를 매입한 이래로, 400년 전에 태어난 작가를 기억하며 수 백년동안 (그 사이에 전쟁, 팬데믹, 대공황, 자연재해 등을 겪고도) 끊임없이 스트랫포드를 찾는 행렬이 이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 예술의 가능성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품을 수가 없어집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소피아
향팔이
와 스트랫퍼드에 가보셨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과연 죽기전에 가볼 수 있을까요ㅎㅎ
몇년전 팬데믹 시절 어느날 백신을 맞고 돌아와 홀로 방구석에 누워서 아르테 클클 시리즈의 셰익스피어 문학 기행 책을 넘겨보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로서는 나름 최선의 힐링과 대리만족을 느끼며 언젠가 나도 그곳에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지금은 여전히 같은 방에 배깔고 엎드려서 <세계를 향한 의지> 서문을 읽고 있습니다.
말 나온 김에 그 아르테 셰익스피어 책 얘길 쫌만 해볼게요. 이 책에서 셰익스피어 문학 기행은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요, 셰익스피어 희곡의 배경이 되는 도시들을 돌아보면서 각 작품들을 하나씩 소개하는 여정이에요. 먼저 작가의 고향인 스트랫퍼드, 그리고 런던에서부터 시작해서, 파리에서 빈에 이르는 중서부 유럽을 거쳐, 지중해 연안의 이태리와 그리스까지 갑니다. 셰익스피어의 삶과 작품을 향한 애정이 듬뿍 묻은 문장들, 여행지의 멋진 사진들이 함께하고요.
책을 쓰신 황광수 선생님에 따르면,“‘4대 비극’과 같은 축소 지향적 범주화의 틀이나 비극/희극의 이분법” 등 어떠한 선입견에도 얽매이지 않고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한 편 한 편 읽어가는 것이 최선의 독서법이라고 합니다. 도장깨기 시도하시는 분들은 이왕 읽는거 이 책과도 함께한다면 심심치 않고 지치지 않고 더 신나고 재밌는 여행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 책 페이지 동상의 주인공은 “영국 문학사에서 가장 빼어난 희극적 인물, 폴스타프”입니다. 초밉상 인간술통 폴스타프 패거리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헨리 4세>를 읽겠나 싶습니다 ㅎㅎ


셰익스피어 - 런던에서 아테네까지, 셰익스피어의 450년 자취를 찾아우리 시대 대표작가 100인이 ‘내 인생의 거장’을 찾아 떠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1권. 영국이 낳은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편이다. 세상을 떠난 지 400년이 넘었지만 그의 명성과 영향력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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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ㅎㅎ 저 그 아르테 셰익스피어 책 가지고 있어요 ( 그 시리즈 좋아해서 몇 권 소장하고 있는데, 책마다 퀄리티 편차가 있어요). 방출 안 한 걸보니 아직 완독은 못한 듯 합니다. 와, 근데 저랑 너무 비슷한 경험을 해서 놀라운데요? 저도 팬데믹 때 전 세계가 속속 봉쇄에 들어간다는 뉴스 속보를 보는 와중에 클클 시리즈 중 <페르메이르>를 읽었는데, 페이메이르가 보여주었던 평범한 일상의 단단함에 엄청나게 위로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폴스타프는 엘리자베스 여왕도 팬이었다죠!^^ 헨리 4세, 메모메모 ~
향팔이
오 같은 경험 신기하네요. 사람생각이란 다 비슷한가봐요!
저도 페르메이르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클클 시리즈에서 읽어본 책 중에 페르메이르가 제일 좋았어요.

오구오구
아직 영국에 가본적이 없는데, 중부 시골마을의 바이브가 어떤 것인지 경험해 보고 싶네요...
스트랫포드...
향팔이
<한여름 밤의 꿈>은 한 편의 아름다운 시 같기도 하고,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뮤지컬 같기도 하고, 동화처럼 환상적이고, 철학서인 양 깊이가 있으며, 심지어 제목력까지 완벽합니다. 한여름밤의 꿈이라니, 너모 예쁘자나요. 하다못해 등장하는 요정들 이름마저 커엽지요ㅋㅋ 콩꽃, 거미줄, 나방, 겨자씨...
1막 올라갈 때부터 5막 내려갈 때까지 내내 즐겁고 행복한 독서였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열린책들 판으로 봤는데요. 3막에서 약빨 제대로 받은 두 커플이 쌈질하고 난장을 치면서 상호 얼평 들어가고 쌍욕을 시전하는데 진심 빵빵 터져가면서 읽었습니다. 이 대목은 아무래도 번역자인 박우수 선생님의 기여도가 큰 듯해요ㅎㅎ

한여름 밤의 꿈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낭만 희극으로, 요정들이 사는 숲속에 발을 들인 엇갈린 연인들의 사랑과 갈등이 요정들의 개입으로 소동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해결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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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도덕극(우의극)은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에서도 나왔는데 그 당시 그나마 뭔가 교훈을 주는 계몽교육적 목적으로 많이들 하긴 했지만 maypole dance 등 기타 서민들의 축제와 유희는 청교도적 입장에서 심한 비난과 검열을 받았을 것 같네요. 내서니얼 호손의 단편 중 메이폴의 청교도적 검열에 맞서 싸우던 작품 Maypole of Merry Mount가 있었죠.근데 실제로 교회 사람들의 눈을 찌푸리게 할 만큼 이런 Maypole dance나 기타 축제들은 좀 많이 야하고 와일드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옛날 판소리극에 처녀들은 오지 못하게 했다고 할 정도니까요.




borumis
“ But Shakespeare learned something else essential to his art from the morality plays; he learned that the boundary between comedy and tragedy is surprisingly porous.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 26,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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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Shakespeare grasped that the spectacle of human destiny was, in fact, vastly more compelling when it was attached not to generalized abstractions but to particular named people, people realized with an unprecedented intensity of individuation.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27,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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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This paradox-art as the source both of settled calm and of deep disturbance-was central to Shakespeare's entire career. As a dramatist and a poet, he was simultaneously the agent of civility and the agent of subversion.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44,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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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On the one hand, he mocked the amateurs, who fail to grasp the most basic theatrical conventions, by which they are to stay in their roles and pretend they cannot see or hear their audience. On the other hand, he conferred an odd, unexpected dignity upon Bottom and his fellows, a dignity that contrasts favorably with the sardonic rudeness of the aristocratic spectators.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 49,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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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the difference between the professional actor and the amateur actor is not, finally, the crucial consideration. They both rely upon the imagination of the spectators.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50,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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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He understood, and he wanted the audience to understand, that the theater had to have both, both the visionary and the solid, ordinary earthiness.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51,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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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예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어떤 요소를 도덕극에서 배웠는데, 그것은 바로 희극과 비극의 경계선이 놀라울 정도로 서로 투과적이라는 것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 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59p,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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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아주 우울할 때는 희극을 봐도 더 비참하더라구요. 부조리에 고통받는 이 인물들을 보면서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 하는 느낌.

siouxsie
“ 설교자와 정치인 들의 호화로운 달변과 필력을 통해 취향의 발전이 이루어졌고, 심지어 문학적으로 그리 큰 성취 능력이 없거나 더없이 무뚝뚝한 감성을 지닌 사람들까지도 일상적으로 시를 쓰던 시대였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42p,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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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텅 빈 왕관' 보면서 한 문장으로 끝날 말을 왜 10 문장으로 표현 하나 했는데 시대가 그런 시대였군요. 셰익스피어 스타일인 줄 알았어요. 저 시대에 안 태어나서 다행 ^^;;

바나나
1장 원색의 장면들 다 읽었는데요...언급된 희곡들이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아...희곡들도 다시 읽어야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을것 같은 예감이 들면서...(불길합니다. O.O)

은은
“ 그는 단어들이 내는 서로 다른 울림에서 다른 이들이 듣지 않는 것을 듣고, 다른 이들이 미처 잇지 않고 지나가는 것들을 서로 연결해 내면서 무한한 재미와 기쁨을 느꼈다.
셰익스피어의 생애를 보면 나중에 그가 이 특정한 연극이 가졌던 논리 구조와 어지러운 혼동의 조합, 등장인물들이 계속 직접적인 대면을 놓치는 상황 그리고 점점 절정에 달하는 혼란을 해소하는 최종 설명이라는 극적 장치를 무척 사랑했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예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어떤 요소를 도덕극에서 배웠는데, 그것은 바로 희극과 비극의 경계선이 놀라울 정도로 서로 투과적이라는 것이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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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
“ 옥스퍼드의 학자 존 레이놀즈(John Rainolds)의 지적에 따르면, 이러한 연극의 가장 큰 위험은 바로 줄거리 전개상 남자 주인공을 맡은 소년이 여자 주인공을 맡은 소년에게 키스를 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 키스가 바로 두 소년이 타락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소년의 키스는 “특정한 거미들의” 키스와도 같아서 “그들은 입술로만 남자들을 어루만져도 남자들을 황홀한 고통에 빠뜨리고, 그들을 미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름다운 소년들이 키스를 하게 되면”이라고 레이놀즈는 썼다. “그 키스는 쏘인 듯이 아플뿐더러 그들에게 일종의 독 같은 것, 무절제라는 독을 비밀스럽게 부어 넣게 된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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