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이 부분은 예전에 <겨울 이야기>를 읽고 느낀 점과 통하는 것 같아서 그때 썼던 독서일기를 열어보았습니다. (하.. 전에는 책읽으면 이런것도 바지런히 썼는데 이젠 전혀..ㅜㅜ) 아래 일부 옮겨봅니다.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되찾는 여정... <겨울 이야기>를 읽으면서, 꼬꼬마 때 동화로 봤던 토막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나서 나름 반가웠다. 의처증 걸린 왕 하나가 가족들과 주변인들에게 평생 원상복구불가 급의 민폐를 끼치는데, 덕분에 죄없는 사람들이 바다에 빠져 죽고 곰한테 찢겨 죽고 난리도 아니다. 16년간 고향을 등지고 살아야 했던 카밀로의 회한 섞인 한 마디는 마지막 5막에서 쓸쓸히 가슴을 울린다. “슬픔이 너무 아프게 내려앉아, / 열여섯 번의 여름이 그만큼 많은 겨울을 / 날려버리지 못했습니다.” 오래 전에 잃어버린 소중한 그 무엇을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찾는다 해도, 그게 정말 과거에 놓쳤던 그것이 맞을까. 자식 세대 덕에 얻은 “용서와 화해”로 인생을 훈훈하게 마무리 짓는단들, 지나온 고통의 시간을 치유할 수 있을까. 차가운 조각상에 따뜻한 피가 돌고 마침내는 살아 움직이며 말을 하는 그런 ‘마법’이, 우리들 삶에 정말로 일어날 수 있을까. 셰익스피어의 로맨스 극은 그렇게 묻고 있는 것 같다.
그가 가장 즐겨 쓴 설정은 난파선이었는데, 이는 지금까지 더없이 행복한 발전, 번영, 순조로운 항해처럼 보이던 것을 갑작스럽게 끔찍한 참사, 공포, 그리고 상실로 뒤바꿔 놓는다. 이 상실은 외견적으로 그리고 즉각적으로는 물질적인 것이지만, 또한 정체성의 상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압도적인 성격을 지닌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윌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상실, 복구와 재건의 염원을 그와 그 가족의 실제 삶, 욕망과 관련지어 분석한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어머니 가문의 조상이 소유했다는 ‘아덴 숲’도 윌의 연극 <좋을 대로 하시든지>에서 주요 배경으로 등장했던 것 같아요. As you like it - 보통 “뜻대로 하세요”라고 번역하던데 아침이슬 판은 특이해요. 아니 어떻게 책 제목이 “좋을 대로 하시든지”ㅋㅋ 뭔가 시니컬한 말투로 읽게 되는 제목입니다. 근데 뭐 나쁘진 않아요.
좋을 대로 하시든지
아 맞다. 아침이슬판 잼있는 제목 시리즈 2탄으로 <헷갈려 코미디>도 있습니다. 원제 The Comedy of Errors 보통 <실수연발> 또는 <착오희극>으로 번역함 연극 제목이 헷갈려코미디가 뭐람? 근데 이게 꽤 잘 붙인 제목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읽으면서 독자도 진짜 헷갈릴 지경이라서요. 쌍둥이가 따따블로 등장해서 혼돈의 카오스로 치닫는 극 전체 내용을 잘 나타낸 제목 같습니다. 타인은 물론이고 나 자신조차도 당최 내 정체성을 확신할 수 없으며, 내가 너인 것 같기도 하고 니가 나인 것 같기도 한 기막힌 현실..
헷갈려 코미디
앗 한국 제목이 이런 거였다니 너무 재미있어요! 진짜 작명센스 어쩔;;^^
오, 정말 그러네요. ㅎㅎ 저는 오셀로를 갖고 있는데 2008년도엔 나름 최신판이었는데 요즘 다른판은 제목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오셀로라는 제목을 이아고로 바꾸고 싶어요! 윌의 허락도 안받고 제멋대로요 흐흐 주인공이 아무래도 이아고 같아서 말이죠. 앗 갑자기 생각났는데 윌 연극 중에 줄리어스 시저에서도 찐 주인공은 제목과는 달리 시저가 아니라 브루투스더라고요. (하긴, 제목을 시저 아니고 브루투스! 라든지 브루투스의 고뇌와 죽음! 이라든지 브루투스 너마저! 요런 식으로 지었다면 흥행이 훨씬 덜 됐겠죠?ㅎㅎ)
오, 좋은데요!^^
요즘 웹소설 풍으로... <아내 바보 남편에게 악마 부하가 왔다> 어떠신가요. ㅎㅎㅎ
앜ㅋㅋ 참으로 시의적절한 제목입니다
와 이쪽 작명 센스도 무슨;;; 라이트노벨 제목들은 왜이럽니까;;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웹소설 이용자들이 탐색에 드는 정신적 에너지와 수고를 아까워하는 거 같아요. 우리가 흔히 문학적이라고 하는 제목들은 고도로 상징적이잖아요. 그래서 그 작품을 읽어야 할지 말지 가늠하려면 머릿속으로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뒷표지와 책날개도 살펴야 하고, 실제로 책장을 열어 좀 훑어보기도 해야죠. 그런데 웹소설 이용자들은 그런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짜증을 내는 거 같습니다. 요즘 애니메이션에서 등장인물들이 자기 상황을 독백으로 설명해주는 장면이 증가했다는데, 그와 비슷한 이유 아닌가 해요. ‘작품 보면서 생각하기 싫다’는 심리.
그렇군요. 아… 내머리로 생각해보는 고 맛에 작품 보는건데…
그런 시대가 아닌가 봅니다. ㅠ.ㅠ
엇, 저도요. 소설은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삶 자체를 천천히 활자로 보여주는 것 같고, 그걸 읽고 생각하면서 고통(?)당하는 게 독자들의 몫이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문학이 좋습니다. 내 마음대로 해석하기:) 정답 찾기, 결론 짓기 싫어하는데, 다들 배속이나 축약된 것(그래서 요약 좀! 뭐 이런 거)으로 빠르고 쉽게 습득하려는 걸 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요지경입니다.
헐;; 전 독자로서 이렇게 긴 제목을 기억하기가 싫어지네요;; 실은 애니메이션 제목도 이렇게 긴 게 많던데 이런 제목 단 것은 일단 거르고 봅니다;;
저는 아직도 종이책이 주는 질감이 좋던데.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질감이 좋으면 책도 왠지 잘 읽히는 것 같고. 요즘엔 인터넷에서 책을 사니까 갈수록 책 정보는 대충 보고 사는 경우도 많아요. 많은 독서계 지식인들이 책은 서점에 직접 나가서 사라고 하는데 원칙적으론 동의하지만 그게 점점 쉽지 않더라구요. 그럼에도 아직도 오프 서점이 있다는 건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들죠. 그게 예전엔 산책의 의미도 됐는데 말입니다. 웹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무슨 산책을 하겠습니까?
가능하지 않을까요? 저작권에 위배되는 거 아니니까.
‘십이야’도 ‘열두 번째 밤’으로 번역 제목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그냥 들으면 ‘열두 밤’으로 들리잖아요. 실제로는 Twelfth Night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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