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이런 분석이 흥미진진하네요.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삶과 내면을 어떻게 작품 속에 녹여냈는지 보여주는… 셀프조롱을 통해 메타인지를 시전하는 작가!
그의 상상력이 갖춘 가장 아름답고 설득력 있는 측면은, 작품 속에서 동물들의 삶에 대해 언급하거나 기후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이야기하거나 꽃과 약초의 세부 사항을 설명하거나 자연의 순환에 대해서 말할 때, 참으로 용이하고 섬세하면서도 정확한 묘사를 한다는 점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 96,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시인 셰익스피어가 성인이 된 후, 그의 생애를 짚어 볼 수 있는 핵심적인 전기적 기록물들은 바로 부동산 증서들이다. 전기 작가들은 종종 그의 생애에 보다 인간적이고 사적인 내용 대신, 이러한 종류의 사무적인 공증서들만 넘쳐 나는 상황을 보고 진한 아쉬움을 표현해 왔다. 하지만 인생 내내 보였던 부동산 투자에 대한 깊은 관심은, 그의 동료 극작가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종류였고, 어쩌면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계시보다도 그의 인간적 세부 사항을 더욱 잘 말해주기도 한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 97,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나왔네요, 부동산! 2장은 읽으면 읽을수록 셰익스피어의 작품성과는 또 다른 (현실적인) 모습을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의 욕심과 야망, 인간적인 면모랄까.
연극의 독자와 관객은,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고 여겨지던 것이 모든 희망과 기대조차 없는 상황에서 재생되어 돌아왔다는 것을 이 장면의 감정 분출을 통해 충분히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회복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다. 회복된 과거는 급하게 날조된 것이거나 또는 망상이거나, 최악의 경우 오히려 상실의 상태를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는 것으로 드러난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이 부분은 예전에 <겨울 이야기>를 읽고 느낀 점과 통하는 것 같아서 그때 썼던 독서일기를 열어보았습니다. (하.. 전에는 책읽으면 이런것도 바지런히 썼는데 이젠 전혀..ㅜㅜ) 아래 일부 옮겨봅니다.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되찾는 여정... <겨울 이야기>를 읽으면서, 꼬꼬마 때 동화로 봤던 토막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나서 나름 반가웠다. 의처증 걸린 왕 하나가 가족들과 주변인들에게 평생 원상복구불가 급의 민폐를 끼치는데, 덕분에 죄없는 사람들이 바다에 빠져 죽고 곰한테 찢겨 죽고 난리도 아니다. 16년간 고향을 등지고 살아야 했던 카밀로의 회한 섞인 한 마디는 마지막 5막에서 쓸쓸히 가슴을 울린다. “슬픔이 너무 아프게 내려앉아, / 열여섯 번의 여름이 그만큼 많은 겨울을 / 날려버리지 못했습니다.” 오래 전에 잃어버린 소중한 그 무엇을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찾는다 해도, 그게 정말 과거에 놓쳤던 그것이 맞을까. 자식 세대 덕에 얻은 “용서와 화해”로 인생을 훈훈하게 마무리 짓는단들, 지나온 고통의 시간을 치유할 수 있을까. 차가운 조각상에 따뜻한 피가 돌고 마침내는 살아 움직이며 말을 하는 그런 ‘마법’이, 우리들 삶에 정말로 일어날 수 있을까. 셰익스피어의 로맨스 극은 그렇게 묻고 있는 것 같다.
그가 가장 즐겨 쓴 설정은 난파선이었는데, 이는 지금까지 더없이 행복한 발전, 번영, 순조로운 항해처럼 보이던 것을 갑작스럽게 끔찍한 참사, 공포, 그리고 상실로 뒤바꿔 놓는다. 이 상실은 외견적으로 그리고 즉각적으로는 물질적인 것이지만, 또한 정체성의 상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압도적인 성격을 지닌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윌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상실, 복구와 재건의 염원을 그와 그 가족의 실제 삶, 욕망과 관련지어 분석한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어머니 가문의 조상이 소유했다는 ‘아덴 숲’도 윌의 연극 <좋을 대로 하시든지>에서 주요 배경으로 등장했던 것 같아요. As you like it - 보통 “뜻대로 하세요”라고 번역하던데 아침이슬 판은 특이해요. 아니 어떻게 책 제목이 “좋을 대로 하시든지”ㅋㅋ 뭔가 시니컬한 말투로 읽게 되는 제목입니다. 근데 뭐 나쁘진 않아요.
좋을 대로 하시든지
아 맞다. 아침이슬판 잼있는 제목 시리즈 2탄으로 <헷갈려 코미디>도 있습니다. 원제 The Comedy of Errors 보통 <실수연발> 또는 <착오희극>으로 번역함 연극 제목이 헷갈려코미디가 뭐람? 근데 이게 꽤 잘 붙인 제목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읽으면서 독자도 진짜 헷갈릴 지경이라서요. 쌍둥이가 따따블로 등장해서 혼돈의 카오스로 치닫는 극 전체 내용을 잘 나타낸 제목 같습니다. 타인은 물론이고 나 자신조차도 당최 내 정체성을 확신할 수 없으며, 내가 너인 것 같기도 하고 니가 나인 것 같기도 한 기막힌 현실..
헷갈려 코미디
앗 한국 제목이 이런 거였다니 너무 재미있어요! 진짜 작명센스 어쩔;;^^
오, 정말 그러네요. ㅎㅎ 저는 오셀로를 갖고 있는데 2008년도엔 나름 최신판이었는데 요즘 다른판은 제목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오셀로라는 제목을 이아고로 바꾸고 싶어요! 윌의 허락도 안받고 제멋대로요 흐흐 주인공이 아무래도 이아고 같아서 말이죠. 앗 갑자기 생각났는데 윌 연극 중에 줄리어스 시저에서도 찐 주인공은 제목과는 달리 시저가 아니라 브루투스더라고요. (하긴, 제목을 시저 아니고 브루투스! 라든지 브루투스의 고뇌와 죽음! 이라든지 브루투스 너마저! 요런 식으로 지었다면 흥행이 훨씬 덜 됐겠죠?ㅎㅎ)
오, 좋은데요!^^
요즘 웹소설 풍으로... <아내 바보 남편에게 악마 부하가 왔다> 어떠신가요. ㅎㅎㅎ
앜ㅋㅋ 참으로 시의적절한 제목입니다
와 이쪽 작명 센스도 무슨;;; 라이트노벨 제목들은 왜이럽니까;;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웹소설 이용자들이 탐색에 드는 정신적 에너지와 수고를 아까워하는 거 같아요. 우리가 흔히 문학적이라고 하는 제목들은 고도로 상징적이잖아요. 그래서 그 작품을 읽어야 할지 말지 가늠하려면 머릿속으로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뒷표지와 책날개도 살펴야 하고, 실제로 책장을 열어 좀 훑어보기도 해야죠. 그런데 웹소설 이용자들은 그런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짜증을 내는 거 같습니다. 요즘 애니메이션에서 등장인물들이 자기 상황을 독백으로 설명해주는 장면이 증가했다는데, 그와 비슷한 이유 아닌가 해요. ‘작품 보면서 생각하기 싫다’는 심리.
그렇군요. 아… 내머리로 생각해보는 고 맛에 작품 보는건데…
그런 시대가 아닌가 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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