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책을 이해하는 데에 한 가지 도움이 되는 배경을 설명하자면, 저자 스티븐 그린블렛은 1980년대부터 이른바 ‘신역사주의(New Historicism)’라는 새로운 문예 비평 사조(?)를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자기 비평에 적용하는 비평가랍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셰익스피어와 작품을 설명하는 방식도 이 신역사주의 비평의 궤적 안에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겠죠. 신역사주의는 작가(셰익스피어)나 작품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식도 부정하고 또 한편으로는 경제나 권력 구조가 작가나 작품에 미치는 절대적인 영향만 강조하는 경향도 부정하면서 1980년대에 등장한 문예 비평이라고 합니다. (이데올로기적으로 따지면 우파의 방식도, 좌파의 방식도 반대하는 비평이겠죠.) 전자를 염두에 두면, 신역사주의는 작가의 천재성이나 작품의 고유성을 부정하거나 혹은 (그린블렛이 이런 절충적 입장 같은데) 그것을 복합적인 구성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16세기 말과 17세기 초 영국의 문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요인이 셰익스피어의 창작과 작품을 구성했다고 보는 것이죠. 그래서, 신역사주의는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때 또 개별 작품을 이해할 때 그것이 탄생한 문화, 정치, 경제 등의 다양한 맥락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린블렛이 『세계를 향한 의지』에서 셰익스피어의 삶과 작품을 그가 살았던 시대와의 상호 작용 속에서 보여주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같은 맥락에서 신역사주의는 경제적 요인이나 권력 구조에 둔감하기보다는 그것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이 책에서 셰익스피어가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경제적 배경, 물질적 조건, 당대의 권력 구조를 세심하게 따지는 게 그런 대목이겠죠. 하지만, 경제적 요인이나 권력 구조를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는 경향(마르크스주의 비평)과는 선을 긋습니다. 우선, 경제적 요인이나 권력 구조 외의 여러 우발적 사건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의 영향력을 비슷한 비중으로 고려하고 있고요. 결정적으로 셰익스피어 개인의 능력이나 의지 또 그 생산물로서의 작품과 연극이 역으로 시대에 미친 영향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도 이런 결정론적인 비평 경향에 대한 반발의 결과겠죠. 신역사주의를 보는 시각은 비평가의 입장에 따라서 천차만별인 듯합니다. 하나의 텍스트를 둘러싼 맥락을 풍성하게 보여줘서 그 작품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 문학과 역사의 행복한 만남을 이끈 비평이라는 상찬이 한쪽에 있습니다. 반대쪽에서는 ‘그래서?’ 결국은 비평가의 그럴듯한 이야기일 뿐이라는 냉소도 있고요. 저는 문학 비평에 문외한이지만, 스티븐 그린블렛의 셰익스피어 읽기가 보여주는 풍성함을 염두에 두면 신역사주의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성급한 독자가 원하는 화끈한 결론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여러 맥락을 섬세하게 고려하면서 저자와 작품의 다양한 면모를 이해하게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그리고 이런 접근 방법은 문학 작품 읽기뿐만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데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사실, 이런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상가의 흐름이 있지요. 미셸 푸코라든가 @장맥주 작가님께서 다른 모임에서 읽고 계시는 브뤼노 라투르라든가. 언제 한번 함께 읽어보고 싶은데 벽돌 책 기준에 미치는 책이 없는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이라든가.)
신역사주의에 관한 이야기 감사해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매커보이 책에서 그린블랫은 신역사주의 관점에서 말한다고 했는데 그게 뭔가 싶었거든요. 이제 알았네요. 세상 무엇이고 역시 단순한게 없습니다 하하
@향팔이 "세상 무엇이고 역시 단순한 게 없다"는 걸 인정하는 비평이 스티븐 그린블렛의 입장 같아요. 하하하!
조용히 계셔서 오늘은 등청을 안 하시나 했습니다. ㅋ 올려주신 글 두 번 읽었습니다. 근데 뭔 말인지 알 것 같은데 저자가 견지하고 있는 자세가 맞는 거 아닌가요? 한 인물을 구현해 내는데 다각적인 시각이 필요한. 이 신역사주의가 1980년대 등장한 사조라면 그 이전은 안 그랬다는 얘기인데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동서냉전의 시대였으니. 지금은 오히려 이전 시대를 말하면 그게 냉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폭삭 속았다며. ㅋㅋ 근데 지금은 새롭지 않을지 몰라도 그 시대에 이런 얘기를 했다면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암튼 수고 하셨습니다 .^^
@stella15 그 이전에 유행하던 비평의 주류는 이른바 '신비평'이라고 부르는 경향이었다고 합니다. 신비평은 '텍스트 그 자체'만을 염두에 두고 문학 작품 외에는 다른 요소를 최대한 배격하는 경향의 비평이라고 합니다. 저자의 의도, 시대적 배경 따위는 텍스트를 이해할 때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고, 비평가가 유일하게 절대적 가치로 집중해야 하는 건 텍스트의 가치일 뿐이라는 접근법?
제가 어렸을 때, (단지 저자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재미있게 읽었던 문학 이론 책이 있어요. 테리 이글턴의 『문학 이론 입문』.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책에서 문학 이론의 소개와 평가가 있는데, 그 책에서도 신비평은 거의 악의 축처럼 묘사가 되었던 걸로 기억하긴 합니다. (당연하겠죠. 이글턴은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니까요.)
문학이론입문'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하는 이 책은 낭만주의시대부터 현대까지의 다양한 문학이론들을 명쾌하게 분석한 입문서이다. 현상학, 해석학, 수용이론, 구조주의, 탈구조주의 등 난해한 비평 주제와 개념들이 저자의 비판적 성찰로 정리되어 있다.
답글을 쓰려는 순간 위의 책을 어렸을 때 읽으셨다고 해서 기죽었습니다. 언제 읽으셨나요? 암튼 존경합니다! 😂 근데 학문이 나가야 할 길이 참 험난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진리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또 언제 어떤 새로운 사조가 나올지...
@stella15 대학 다닐 때였죠. 원래 자기 관심사 외의 책들을 기웃거리는 건 대학교 학부 때나 하는 일 같아요; (문제는 그때 읽었던 책들 대부분은 기억이 안 나고, 흐릿한 인상 정도로만.)
글쿠나. 대학 때가 어렸을 때면 지금 꽤 나이든거죠? ㅎㅎ 전 혹시 소년 때야? 했는데. 목소리 들으면 아직도 청년 같던데. ㅋㅋ
@stella15 저도 그 유명한 X 세대랍니다. 하하하!
아, 맞아요! 우리나라에 그런 세대가 있었죠? 지천명이 코앞인 세대! ㅎㅎㅎ 😆
저도 X 세대에 묻어갑니다 ㅎ
386 보단 훨 좋은 세대죠! ㅎㅎ 전 X세대하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생각나요!
저도 묻어갑니... ^^;;; (근데 왜 부끄럽죠? ㅋㅋㅋ)
저도 묻어가... 지는 않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MZ세대입니다.
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연해님이 가장 핫한 세대시네요.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핫한 세대이니만큼 다들 여기저기서 핫하게 혼나고 다니시는 것 같아요(하하하). 저도 방심(?)하지 않고, 염치 잘 챙겨서 성실하게 모임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요? 아니 연해님 혼낼 데가 어디 있다고... 아직 젊으셔서... 아니 꼰대가 많아져서인지도. ㅠ
연해님은 젠지~ 근데 전 젠지 세대들 넘 귀엽고 예쁜데 알파세대는 외계인 같아요. 아직 닝겐이 아니라서겠죠?
오, 저는 젠지라는 단어 처음 알았어요! 궁금해서 검색 찬스를 빌렸습니다(짜잔). 제가 90년 생이라, 굳이 굳이 따져보면 Z는 아니고, M이긴 하지만ㅋㅋㅋ 수지님 말씀의 맥락(!)이 그게 아닐 테니,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근데 찾다 보니까 알파 세대도 있고, 베타 세대도 있네요(아이고야). 그믐에서처럼 그냥 모두 모두 사이좋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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