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그쵸? 3장은 정말 페이지터너였죠.. 생각해보면 냉전시대의 스파이 소설보다 더 일찍 영국에선 이런 첩보작전들이 실행되고 있었군요. 전 교황의 암살 지령에도 꿈쩍하지 않는 여장부 엘리자베스 여왕의 카리스마도 멋지더라구요. 사료가 적은데도 진짜 그럴듯하게 풀어내는 그린블랫의 솜씨도 대단하죠.. 캠피온의 말빨에 버금가는..
엘리자베스1세가 정치의 달인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전임 왕들의 극단적인 언행과는 거리가 멀고, 정치 세력들간 대립되는 사안마다 ‘통합’이라는 모호한(?) 표어 아래 뭉뚱그려 타협보게 만들고 다 이끌고 나가는 걸 잘했나봐요. 그린블랫 책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죠. 성격이 원래 그런 성격이었다고도 하던데, 일부러 의도한 부분이 더 크지 않았을지요. 본심을 숨기고 빅픽처를 그리는 프로밀당 정치9단..? (여왕의 신하로 빙의되어 잠시 상상을 펼쳐보면 이런 거죠. 분명히 아까 궁전에서 만났을 땐 우리 여왕님이 내 편인 것 같았는데 집에 와서 가만 생각해 보니까 사실은 누구 편도 완전히 들어주지 않은 듯한? 왠지 농락당한 듯한? 킹리적 갓심이 발동하는 뭐 그런 느낌 ㅎㅎ)
그 아버지와 그 언니 밑에서 자라고 결국 여왕의 자리까지 올라갔으니 정치9단 고수 중 고수! 여왕님이 행차하실 때 그 동네 수장들은 얼마나 떨렸을까요..
언어에 대한 사랑, 화려한 눈요깃거리에 대한 감수성, 그리고 가상의 세계에서 발산되는 에로틱한 흥분감, 이러한 측면들 모두가 그를 무대 위로 이끄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엘리자베스 시대의 극장 예술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이 바로 상류 계층과 귀족적 정서의 포착과 모방이라는 점은, 극장을 천직으로 택한 그의 심리적 배경을 보여 주는 어떤 암시로 다가온다. 월은 이 시대에서의 연기란 바로 상류층의 삶을 모방하는 것에 핵심을 둔 활동이기 때문에, 바로 그 이유 로 무대에 이끌렸을 수 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셰익스피어는 복구의 환희와 역설이라는 측면에 엄청나게 매료되었으며 심지어 그의 비극이나 희비극에서도 이러한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그의 희극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목표의 땅은 곧 결혼이었고 또 그의 비극에서 강박적으로 자주 나타나는 주제는 곧 가족의 분열이었음에도, 셰익스피어는 실제 결혼해서 산다는 게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묘사를 삼갔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216,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작품 속 결혼의 의미를 유추해 보면, 윌공님은 결혼생활을 제대로 못했것이라고....
『리어 왕』 율버니와 고너릴: 서로를 증오하고 모욕하는 부부 『헨리 4세』 핫스퍼와 케이트 퍼시: 남편이 아내를 소외시키고 무시하는 관계 케이트가 남편에게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2주 동안이나 내 해리의 침상에서 밀려난 여자의 신세가 되었나요?"라고 묻지만, 핫스퍼는 "이제부터 당신이 내게 질문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거요... 내가 어딜 가든지, 행방도 이유도 묻지 마시오"
이혼이란 - 실용적이기는커녕 그저 상상에 지나지 않은 해결책으로 생각되었던 것 - 1580년대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셰익스피어의 계층에 속한 사람들 중에서는 아무도 이혼을 하지 않았으며, 사실 아주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계층을 막론하고 그 누구에게든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여자 쪽이 사라진 경우가 대다수다. 그의 극에는 볼링브로크 부인도, 샤일록 부인도, 리어나토 부인도, 브라반티오 부인도, 리어의 부인도, 프로스페로의 부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연애할 때 남자들은 꼭 4월 같지요, 그리고 결혼할 땐 12월 같아지고요.'라고 「좋으실 대로!」의 로절린드는 말한다. '처녀들은 5월 하늘 같은데, 아내가 되고 나면 그 하늘이 달라지지요.'" "'처음부터 위대한 사랑 같은 건 없는데도, 하늘은 친분이 생길수록 그 사랑마저도 닳아빠지게 하죠. 우리가 결혼을 하고 서로를 알 기회가 많아지면 말이오. 난 누구와 친밀해질수록 미움도 같이 커지는 거라고 기대해요.'" "『헛소동』에서 비어트리스의 간결한 공식으로 요약되며, 거의 피해 갈 수 없는 일의 진행 순서다. 연애, 결혼식, 그리고 후회" "셰익스피어의 상상력은, 오래도록 행복한 미래를 가꾸어 갈 커플을 쉽게 만들어 내지 않았다. 『한여름 밤의 꿈』에서, 라이샌더와 허미아의 사랑은 한순간에 증발해 버리며, 드미트리어스와 헬레나는 그들의 눈꺼풀에 사랑의 묘약이 남아 있는 한에서만 서로를 소중히 받아들일 것이다."
윌공님의 소설에서는 진짜 18-19세기 소설들과 다르네요. 작년, 정말 재밌게 읽었던 메리와 메리에서의 분위기와도 확연하게 차이가 느껴져요~
셰익스피어가 쓴 모든 산문은 희곡이예요. 소설이란 장르는 18세기에 등장하니까, 이백년이나 먼저 소설 요소들을 이미 희곡에서 구현한거죠. 너무 굉장하지 않나요? @향팔이 님이 말씀하신 입체적 인물하며, 상징하며, 플롯하며.. 영국 문학에서 낭만주의 시가 유행한 것은 18-19세기인데 이미 셰익스피어는 소네트도 마구마구 내놓고 . 예전에 유럽 각국의 국민작가를 늘어놓고 생각해보았는데, 영국-셰익스피어 독일 - 괴테 스페인-세르반테르 러시아 - 푸쉬킨 대부분 시에서 소설로 넘어가는 시기의 작가들인데, 셰익스피어만 소설이 탄생하기 200년 전에 이미 희곡으로 진가 발휘! 제가 생각하는 셰익스피어의 가장 위대한 부분입니다!
이탈리아엔 단테가 있는데...요.
이탈리아에는 단테가 있었네요. 신곡은 서사시인데다가 너무 중세적 (=종교적)이라 제가 아예 생각조차 안한듯 해요. 그리고 제 설명이 부족한듯 합니다.괴테, 푸쉬킨 (이 분은 시, 희곡, 소설 모두 섭렵-러시아가 문학 후발주자라 가능), 세르반테스 (이 분도 소설인듯 아닌듯 소설 비슷한 듯한 작품 내놓음) 모두 초기 근대 소설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자, 자국의 언어로 (이건 단테, 셰익스피어 포함) 문학을 하기 시작한 분들이죠. 그런데 근대 소설이 가지고 있는 바로 “근대성”을 단테의 신곡이 가지고 있다고 하긴 어렵지만,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분명히 그 지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 문학을 잘 몰라서 이탈리아에서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근대 소설이 탄생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러게요. 이탈리아 근대문학이라... 단눈치오나 보카치오도 있는데 다 중세 사람들 아닌가요?
제가 떠올리 수 있는 이탈리아의 근대문학 작가라면 알레산드로 만조니에요. 그 분의 책을 영어 번역본으로 읽고, 이탈리아어로 읽다가는 때려치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번판 제목이 The Betrothed이니까 한국어로는 약혼한 사람, 약혼자 정도로 번역되었으려나요? 20세기 작가는 이탈로 칼비노와 살보토레 콰지모도 정도만 떠오르네요. 웬지 보르미스님 엄청 많은 작가들을 앍고 계실거 같은 느낌인데요?
오 만조니와 칼비노 좋죠. 이탈리아 현대작가.. 글쎄요, Zeno's Conscience의 작가 Italo Svevo, '경멸'을 쓴 Alberto Moravia, '장미의 이름'의 Umberto Eco, 나폴리 4부작의 Elena Ferrante, 표범을 쓴 Giuseppe di Lampedusa, 핀치 콘티니가의 정원을 쓴 Giorgio Bassani, 페레이라가 주장하다의 Antonio Tabucchi, 등등.. 아, 그리고 Luigi Pirandello를 추천해요. 근데 이 분은 희곡..칼비노처럼 매우 실험적인 작품이 많아요.
아! 이탈로 스베보의 이름이 계속 생각이 안났는데, 올려주셨네요. 전 근대와 현대를 어디서 나눠야할지 모르겠어요. 현대 작가들중 엘레나 페란테 꼽는 독자들이 많던데, 저는 움베르토 에코의 글들을 더 선호하긴 합니다. 루이지 피란델로의 작품들은 찾아봐야겠네요!
저도 근대 현대를 어떻게 나눌지 잘 몰라서.. 대충 20세기 근처 요즘 작가로..^^;; 피란델로의 Six Characters in Search of an Author 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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