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그들은 예배서의 말들도 영어로 번역했으며 성공회 기도서도 발간하여, 개신교를 믿는 자 모두가 모국어인 영어로 된 예배와 기도를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이것은 영어의 언어 발전사에 있어서 아주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깊이 있는 추상들, 인간 영혼의 운명을 좌우하는 생각들이 이제 평범하고 친근한 일상의 언어로 표현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영국의 종교는 매우 보수적인 로마 가톨릭 신앙에서부터 ㅡ1520년대에 헨리 8세는 루터를 강력하게 비난했고 이로 인해 교황으로부터 '믿음의 수호자"라는 칭호를 얻었다. ㅡ 가톨릭 신앙와 동일하되 단지 교황이 아닌 국왕을 수장으로 하는 국교회로 바뀌었고,거기서 또 조심스럽고 실험적인 형태의 개신교로 변화했고, 좀 더 과격한 개신교가 되었다가, 메리 여왕의 치세하에 판도가 뒤집혀 전투적인 태세를 갖춘 로마 가톨릭교로 부활했다가, 엘리자베스가 즉위함에 따라 다시 한 번 개신교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정권들 중 그 어디에서도, 현재 자신이 믿는 것과 다른 신앙에 대한 적극적 포용이나 관용의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셰익스피어가 살아오면서 내내 이해한 바에 따르면, 성자들이란 매우 위험한 존재들이었다. 어쩌면 오히려 셰익스피어는 평생 성자들이라는 존재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해한 일부분에 한해서, 그는 그 관념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연극에 등장하는 그 많은 인물들을 통틀어 봐도 성자의 전형에 대충이라 도 맞아 떨어지는 인물은 놀랍도록 드물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서로 다른 관념들을 교묘하게 치환하고 운용하면서 보여 주는 배합의 묘미, 전통적인 종교적 소재들을 세속적인 실행 수단으로 개조해 버리는 의외성, 그리고 성스러운 것과 신성 모독적인 것을 한꺼번에 뒤섞어서 이끌어내는 당혹스러운 매력은, 극작가이자 시인으로서 셰익스피어가 이룬 업적 전반에 결쳐 드러나는 놀라운 특징들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새벽서가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굳이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
👍🏻
이상적으로 보면 사랑은 이처럼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누워 있을 때 그는 아내를 잊으려고 애썼고, 그다음에는 두 번째로 좋은 침대와 함께 겨우 그녀를 기억해 냈다. 그리고 내세를 생각해 볼 때 그가 가장 사양하고 싶었던 일은 자신이 결혼했던 여자와 함께 묻히는 것이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p.251,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어쩌면 오히려 셰익스피어는 평생 성자들이라는 존재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해한 일부분에 한해서, 그는 그 관념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연극에 등장하는 그 많은 인물들을 통틀어 봐도 성자의 전형에 대충이라도 맞아떨어지는 인물은 놀랍도록 드물다. 초기 역사극에서 잔 다르크가 나오긴 하지만, 그녀는 마녀인 동시에 창녀로 묘사된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는 많은 형태의 영웅주의가 나타나는데, 그럼에도 이념적인 영웅주의-하나의 관념이나 체제에 맹렬하고, 자기희생적으로 고착하는 것-같은 것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그의 작품 중 어떤 것도, 가시적인 교회나 그 일원에 대해 깊은 숭배나 경탄을 보낸 적이 없다. 그가 묘사한 몇몇 눈에 띄는 가톨릭 종교인들-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런스 수사(Friar Laurence)-은 본질적으로 호감이 가게 그려진 인물들이지만, 교회의 위계상 중요한 인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셰익스피어의 연극에서는 강력한 힘을 가진 고위 성직자들이 거의 언제나 불쾌한 성미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고 있으며,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의 역사극 「존 왕(King John)」에서는 극 중 배경이 13세기 초반임에도, 사실상 시대 배경과 맞지 않는 개신교적 관념으로 아주 신랄하게 교황을 공격한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4장을 마치면서 윌의 결혼생활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윌의 아내 이름이 제가 좋아하는 배우라서 기대아닌 기대를 했었는데, 윌과는 사이가 별로 안좋았네요... 8살이나 연상이었던 여인과 불같이 타오르며 열정을 태웠지만 임신이라는 이유로 떠밀려 결혼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윌의 불행은 시작되었고, 그 불행은 죽음에 이르러서도 전환되지 못한채 저물어가버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윌에게도 불행했겠지만, 유서에서도 소외되는 앤을 보면서 그 속을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18살 젊음의 본성에 충실한 결과가 이렇게나 서로에게 비극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네 본성은 추구한다. 제가 죽을 독약을 먹어 치우는 쥐새끼들처럼 목마른 사악함을. 그리고 마시면, 우리는 죽는다. - "잣대엔 잣대로 中"
저는 이 장 읽으면서 이문열인가? 누가 사람은 평생 두 번 이상 결혼하게 된다는 말이 생각났어요. 한 번은 연상하고, 한번은 연하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100세 시대니 그럴 가능성은 높긴하죠. 근데 문득 천하의 윌도 사랑의 기술은 잘 몰랐나보다 싶더군요. 그시대 철학자가 없진 않겠지만 사랑을 가르치는 철학자는 없었던 같고. 아무튼 사랑엔 좀 서툴지 않았나 싶더군요. 에리히 프롬이 저 시대에 있었다면 윌의 문학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아, 근데 정말 나쁜 사람이더군요. 유산을 하다못해 지인에게 물려줄 지언정 침대 하나 자기 아내한테 주지 않았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 시대엔 여성을 보호하는 법이 있었을 리도 없고. 저작권법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랬다면 판권이라도 가져왔을텐데. 암튼 앤이 삶이 어땠을지도 생각해 볼 대목인 것 같습니다.
저도 앤의 삶이 궁금해졌어요~~ 유명인. 성공한 작가, 부동산 부자였던 남편을 두었던 앤은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해요.
첫째 딸이 좀 떼어주지 않았을까요? ㅎ 윌이 글을 쓰고 있을 때 앤은 얼마나 증오로 불타올랐을까요? 이런 걸로 외전을 만들어도 좋았을텐데... ㅋ 근데 <햄릿> 이나 <맥베스>가 그렇게 야한 얘기였나? 좀 어리둥절 했습니다. ㅋ
ㅎㅎㅎ 약간 섹슈얼한 텐션이 흐르긴 하죠..
아마.. 요즘 말하는 쇼윈도 부부?같이 살았을 것 같네요..
@stella15 그러게 말입니다. 오마이 윌... 사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정말 스몰 'I' 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드네요. 가장 편한 침대도 아니고 두 번째로 편한 침대라니... 소심하고 꽁한 성격의 셰익스피어...
저도 @stella15 님, @오구오구 님 말씀처럼 읽으면서 앤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보통 이런 건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하하) 이 책이 셰익스피어가 직접 목소리를 내서 쓴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를 중심으로 쓰인 것이니까요. 만약 앤도 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면(흥, 나도 별로거든?), 이건 또 다른 반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저 혼자 또 너무 많이 가고 있나요). 제가 미혼인지라, 아직 잘 모르는 부부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다소 뜬금없지만) 모두의 가정을 응원합니다:)
그쵸 솔직히 앤 쪽에서도 원하지 않았는데 임신 때문에 어거지로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일 가능성이 높죠. 그나마 셰익스피어는 밖으로 나돌아다닐 수라도 있었지.. 앤은 시댁에 꼼짝없이 애 셋을 키우며 갇혀 살았죠..
하하, 시원시원한 말씀 감사합니다. 연인 혹은 부부의 관계는 지극히 내밀한 서사라 파고들수록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것 같아요(진실은 그들만 알겠지요). 여담이지만, 재작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했던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라는 전시를 다녀왔던 기억이 납니다. 호퍼의 작품은 여러 매체에서 활용될 만큼 꽤 유명해서, 저도 좋아하는 작품이 몇 있었는데요. 그날 전시를 다녀오고 생각이 복잡해졌어요. 그와 아내의 이야기를 알게 됐거든요. 휴... 그 전시를 다녀온 뒤로는 그의 작품이 달라보이던데, 이럴 때면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연해 오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로미오와 줄리엣> 비틀기를 할 수 없을까? 이를테면 윌의 적수였다던 토마스를 연출가로 세우고, 앤과 윌의 서먹한 부부관계를 알고 앤을 이용해 윌을 한 방 먹이는 걸로. 앤이 토마스에 의해 줄리엣에 캐스팅 된 걸 알고 분노한 것도 모자라, 앤이 로미오와 그 문제의 오글거리는 대사를 보고 뒷목잡고 쓰러지기 일보직전. 윈저의 아낙네들 쌤통이라고 막 좋아하고. ㅎㅎ 윌도 윌이지만 앤도 사랑의 기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요. 윌한테 막 질투심 유발하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불쌍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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