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학교 때 같은 반 아이가 몇등했냐고 대놓고 물어보는 아이가 있었죠. 지도 멋쩍은지 범위만 알려 달라고 조르길래 대충 몇등 안이야 했더니, 어머 잘 하는구나, 난 너무 못 해. 어뜨케~ 그러더니 그 다음 해 복도에서 마주쳐도 아는 척도 안 하더군요. 제가 이렇게 유약합니다. 그때 끝까지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흐흑 ~
전 실은 미국에서 6학년까지 있다가 중학교때 한국에 귀국했을 때 '등수'라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요. 그때 오징어꼬리표라는 걸 받고서 애들이 다 자기껀 숨기면서 아무것도 모르던 제게 점수랑 등수를 물어보길래 그냥 바도 보여줬어요;; 굳이 숨겨야 하는 이유를 몰랐거든요;;; 그리고 애들이 잘 못 풀었던 문제 답안 다 가르쳐주고.. 나중에 자기 시험지도 성적표도 절대 비밀로 하는 학생문화를 뒤늦게 알아차렸지만 이미 제가 어느 정도 성적을 받는지 다 알게 되었고 시험 끝날 때마다 애들이 답안 맞추러 제 책상에 모이곤 했어요;;
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때 문화충격 대단했겠어요. 사실 그 친구는 꼭 제가 공부를 못해서 외면했던 건 아닐겁니다. 성격이기도 했겠죠.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때 학교 분위기는 학년이 올라가 반이 갈라지면 복도에서 봐도 모른 척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러니 저애가 나하고 인사를 할 건지 안할 건지 얼마나 눈치를 많이 봤겠어요? 그 친구가 좀 그랬던거죠. 같은 반일 땐 잘 지낸 편이었는데. 그런데 반해 딴반 되어도 꼭 인사하는 친구가 있는데 참 고맙죠. 저도 한국사람이지만 쉽지 않아요.ㅋ
함께 모임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
최소한 이 시점에서 셰익스피어는 아직 말로가 능수능란하게 영입하는 그 거침없고 편집광적인 흥감어법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333,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특정한 풍경 하나가 셰익스피어의 눈길을 끌었을 게 틀림없다. 그것은 관광객들에게도 주요 명물로 알려진 광경으로, 런던에 처음 입성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선을 빼앗기는 부분이었다. 서더크 쪽에 있는 아치형 대문인 그레이트스톤게이트(Great Stone Gate)에는 겉으로 튀어나온 장대들에 머리들이 꽂혀 있었다. 일부는 거의 백골이 되었고, 다른 것들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지거나 햇볕에 그을린 상태로, 그러나 여전히 그 인물을 알아볼 수는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5장,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당시로선 정말 런던의 관광 필수코스였겠군요.
전 이중의식이 감정이입과 좀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일단 그 사람한테 빙의가 된 것처럼 그 사람이 펼칠 법한 주장과 사상들을 펼치는 것이죠. 5장에서 케이드의 난을 묘사한 구절들을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세익스피어는 세상을 뒤집어 엎고 문법학자와 변호사들을 처형하려는 하층민들의 심정도 묘사하고, 그들에게 박해당하는 사람들도 묘사하죠. 그런데 희곡의 특성 상 그런 대사들은 객관적인 묘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빌현되요. 세익스피어의 의식은 순간순간 리어왕이 되었다가, 멕베스가 되었다가, 마굿간지기가 되는 거죠. 그런 것이 일종의 다중의식일 것 같아요. 세익스피어에게도 믿음이 있었겠지만,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보다 이해가 우선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부풀리기를 해보자면, 우리 사회에 좀 이중의식이 풍부해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탄핵판결문을 보면, 피고인의 심정과 논리를 묘사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헌법에 위반된다는 식으로 전개해나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옳고 그름을 말하기 전에 먼저 충실한 이해를 위한 노력을 하거나, 선행이 어렵다면 병행이라도 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 저도 그 판결문 들었는데 법리를 떠나서 정말 판결문 자체는 넘 멋있더군요. 우리나라 판결문이 이렇게 멋있었나? 다시한번 보게되더라요요. 그러다 어제 우연히 국회방송 보게됐는데 에효~ 더 말해 뭐하겠습니까? 언제고 다른 판결문도 좀 봐야겠어요.
알라딘에서 탄핵선고결정문을 이북으로 무료 배포하길래 후딱 받아 두었습니다! 차분히 정독해 보려고요. http://aladin.kr/p/CRI01
오, 고맙습니다!
오우 감사합니다!
와, 멋진 의견입니다. 생각 못했는데 고개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아래 '우리 사회에 좀 이중의식이 풍부해져야 한다'는 말씀에도 격하게 동의합니다. 나와 주장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힘, 그런 능력이 우리 사회에 너무 부족한 거 같습니다.
@오도니안 정말 그러네요. 누가 그랬다지요, 셰익스피어는 1천 개의 마음을 가졌다고… 판단보다 이해가 우선이었을 것 같다는 말씀이 와닿네요.
오, 그런 긍정적인 시선으로도 이중 의식을 바라볼 수 있군요! 저는 어제 남편과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 뼈때리는 명대사를 듣고 셰익스피어의 명예에 대한 욕구나 이중의식을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가진 앙꼬가 작아질수록 엄마의 자랑이 늘어갔다. 엄마는 그렇게 마음을 지켰던 것 같다." 이중의식은 주로 억압받고 지배받는 사회계층이 느끼는 부족한 결핍을 두 가지 정체성으로나마 메꾸고자 하는 정체성의 심리적 생존방식인 것처럼 느껴졌는데요. 그래서 이중의식을 가진 자들, 지배하는 계층에서는 보기 힘들죠. 가진 것이 부족할 수록, 빼앗긴 것이 많을 수록 더 허세와 자랑은 늘어나고 그렇게라도 마음을 지킨 것일까요? 만약 이중의식이 감정이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면.. 저는 7장에서 셰익스피어를 깔보던 대학교육받은 snob들이 과연 그의 글을 못 따라갔던 것은 단지 셰익스피어의 재능 때문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은 부족함에 억눌린 삶에 감정이입이나 상상력을 불어넣을 만한 입장이 되기 힘들었겠죠..
아무래도 인생에 별 문제가 없는 사람들은 복잡한 의식을 가질 필요성이 적겠죠. 하지만 인생에는 궁극적인 의미가 없다는 것과 인생은 의미로 가득하다는 것을 함께 인정해야 하는 것도 이중의식의 한 예가 아닐까요? 어느 한쪽만 이야기하는 사람은 공감하기가 어렵더라구요. 이중의식이라는 것이 잘 활용하면 편리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
@오도니안 님 말씀이 꼭 셰익스피어 같아요. 인생에는 의미가 없다, 이건 맥베스가 생각나고 제 생각도 이쪽에 더 가깝지만… 또 한편 인생은 의미로 가득하다, 이 또한 인정하고 그렇게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겠죠.
멕베스 대사 멋있죠. 지독한 염세주의가 은근 위안이 돼요. 죽느냐 사느냐 맨날 고민하는 햄릿이 행동파 포틴브라스한테 왕권을 넘겨주는 장면이랑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연해 후덜덜... 빨리 쓸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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