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그러니깐요.. 주인공이 작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유명한 일례죠.. ㅋㅋㅋ 만약 엘리자베스 여왕님이 윌 공 자넨 대체 왜 나의 폴스태프를 죽였나?하면 윌도 깨갱하고 폴스태프가 무덤에서 되살아나는 연극을 써야했을 겁니다. 작가 위에 주인공 있고 주인공 위에 독자(팬덤) 있다!
If Shakespeare took what he could from Greene, he also performed a miraculous act of imaginative generosity, utterly unsentimental and, if the truth be told, not entirely human. (...) Shakespeare's generosity was aesthetic, rather than pecuniary. He conferred upon Greene an incalculable gift, the gift of transforming him into Falstaff.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271,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레이디 맥베스가 묘사하는 저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상상하게 만든 그 무언가와 그녀의 환상에 대한 반응으로 맥베스가 느끼는 그 무언가-공포, 성적 흥분, 질투, 영혼의 타락, 악행의 공범-는, 바로 셰익스피어의 관점에서 상상한, 결혼 관계에서 남달리 투철한 유대감을 공유하는 부부의 핵심에 놓인 내적 단면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점원: 선생님, 다행스럽게도 저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덕분에 제 이름을 쓸 줄 압니다. 모든 케이드의 추종자들: 그가 자백했다. 그를 끌고 가라! 그는 악당이고 반역자야. 케이드: 그를 끌고 가라, 내가 말하니, 그의 목에다 펜이랑 먹물 담는 그릇도 같이 걸어서 매달아 버려. 본인의 부모도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표식으로 서명을 대신하고, 그 자신은 아마 그의 가족 중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쓸 줄 알게 된 사람이었던 극작가가 이 대사를 썼던 것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5장,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무심코 보아넘겼던 대목을 이렇게 다시 들여다봐 주면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쵸! 같은 대사여도 이걸 쓴 당시 작가의 상황 등을 생각해보면 더 재미있네요.
...... 이야기에 따르면 셰익스피어는 다들 놀라워할 정도로 글을 쉽게 썼다고 한다. "배우들은 셰익스피어에게 영광을 돌리기 위해 종종 이렇게 언급하곤 했다." 그의 친구이자 경쟁자인 벤 존슨은 썼다. "그는 길을 쓸 때, 펜을 쥐고 쓴 후엔 절대 한 줄도 지우는 법이 없었다고......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존슨은 톡 쏘듯이 덧붙인다. "아마도 1000줄쯤은 지웠을 거라고 말해준다. (중략) 셰익스피어는 정말로 수천 줄의 대사들을 퇴고했음이 틀림없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320,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벤 존슨이야 친구이자 경쟁자라니까 윌에 대해 결코 좋은 소리는 않하겠죠. 하지만 저자조차 이렇게 말할 정도면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윌이 안 그런 척 했다니 그도 그 판에서 살아남는 법을 깨달았던 것 같기도합니다. 그러고 보니 학교 때 공부했는데 안 했다고 그러고, 어제 7 시간 잤다고 그러고, 시험에서 거의 100점에 가까운 점수 맞고도 이번 시험 망챘다고 죽상인, 천하의 공공의 적들이 생각납니다. (혹시 학교 때 공공의 적이 되어보신 적이 있으시다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고백해 보셔도... 참고로 전 학교를 싫어했던 관계로 공공의 적이 되어 본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눈에 띄지않는 그늘의 자식이었지.ㅋ) 그런데 더 기억해야 할 사람은 에드워드 앨린과 크리스토퍼 말로가 아닌가 싶네요. 앨린은 윌로 하여금 배우를 그만두게 만들었고, 말로는 더 글을 쓰게 만들었으니. 인쇄업자 토머스 보틀리에도 덤으로 기억하면 좋고. 말로는 윌과 비슷한 점이 많았던 것도 흥미롭네요. 6장 보고 놀란 건, 지금의 극장 형태가 셰익스피어 시대 때 구축된 거라니 역시 영국을 우습게 보면 안 되는 거였구나 반성도하게 됩니다. 극장이 있는 곳에 사창가도 함께 성업했다는 것도 놀랍고. 내내 머리를 맴도는 영화가 있었든데 <위대한 쇼맨>입니다. 한마디로 현란한 영화죠. 주인공 바넘은 1800년 대 사람이니까 윌 어저씨 보다 한참 뒤의 사람이지만 쇼 비지니스를 구축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뭔가 닮은꼴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아니 어쩌면 윌 역시 바넘 같지는 않아도 그 나름의 쇼 비지니스를 구축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지 않나요? 아무튼 6장은 뭔가 꿈틀거리는 게 많네요.
위대한 쇼맨바넘은 가난한 재단사의 아들이었다. 아버지까지 병으로 죽자 그는 고아로서 힘겨운 삶을 보내야 했지만, 그에게는 채리티와 사랑을 이루겠다는 꿈이 있었다. 결국 채리티와 결혼을 한 바넘은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자신의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 특별한 쇼를 연다. 쇼는 성공적이었지만, 진실이 없다는 언론의 평가와 저질 쇼라는 사람들의 비난에 상심한 바넘은 상류층까지 좋아할 수 있는 쇼를 기획하기 위해 상류층 연극인 필립을 영입한다. 필립과 함께 유럽 제일의 오페라 가수 제니를 만난 바넘은 제니에게 매료되어 가족과 동료들을 외면하고 상류사회에 편입되기를 희망한다.
ㅋㅋㅋㅋ 나 공부 하나도 안 했어 하고 올백.. 나 수정 하나도 안 했어~하고 오탈자 1도 없는.. 말이 돼냐고요~ 윌의 글솜씨도 놀랍지만 그의 허세도 한몫한 듯합니다..^^;; 저도 말로가 윌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고 하고 그의 작품도 꽤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다고 해서 나중에 읽어보고 싶은데 셰익스피어에 비해 작품이 꽤 두꺼운 것 같더라구요?
학교 때 같은 반 아이가 몇등했냐고 대놓고 물어보는 아이가 있었죠. 지도 멋쩍은지 범위만 알려 달라고 조르길래 대충 몇등 안이야 했더니, 어머 잘 하는구나, 난 너무 못 해. 어뜨케~ 그러더니 그 다음 해 복도에서 마주쳐도 아는 척도 안 하더군요. 제가 이렇게 유약합니다. 그때 끝까지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흐흑 ~
전 실은 미국에서 6학년까지 있다가 중학교때 한국에 귀국했을 때 '등수'라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요. 그때 오징어꼬리표라는 걸 받고서 애들이 다 자기껀 숨기면서 아무것도 모르던 제게 점수랑 등수를 물어보길래 그냥 바도 보여줬어요;; 굳이 숨겨야 하는 이유를 몰랐거든요;;; 그리고 애들이 잘 못 풀었던 문제 답안 다 가르쳐주고.. 나중에 자기 시험지도 성적표도 절대 비밀로 하는 학생문화를 뒤늦게 알아차렸지만 이미 제가 어느 정도 성적을 받는지 다 알게 되었고 시험 끝날 때마다 애들이 답안 맞추러 제 책상에 모이곤 했어요;;
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때 문화충격 대단했겠어요. 사실 그 친구는 꼭 제가 공부를 못해서 외면했던 건 아닐겁니다. 성격이기도 했겠죠.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때 학교 분위기는 학년이 올라가 반이 갈라지면 복도에서 봐도 모른 척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러니 저애가 나하고 인사를 할 건지 안할 건지 얼마나 눈치를 많이 봤겠어요? 그 친구가 좀 그랬던거죠. 같은 반일 땐 잘 지낸 편이었는데. 그런데 반해 딴반 되어도 꼭 인사하는 친구가 있는데 참 고맙죠. 저도 한국사람이지만 쉽지 않아요.ㅋ
함께 모임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
최소한 이 시점에서 셰익스피어는 아직 말로가 능수능란하게 영입하는 그 거침없고 편집광적인 흥감어법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333,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특정한 풍경 하나가 셰익스피어의 눈길을 끌었을 게 틀림없다. 그것은 관광객들에게도 주요 명물로 알려진 광경으로, 런던에 처음 입성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선을 빼앗기는 부분이었다. 서더크 쪽에 있는 아치형 대문인 그레이트스톤게이트(Great Stone Gate)에는 겉으로 튀어나온 장대들에 머리들이 꽂혀 있었다. 일부는 거의 백골이 되었고, 다른 것들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지거나 햇볕에 그을린 상태로, 그러나 여전히 그 인물을 알아볼 수는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5장,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당시로선 정말 런던의 관광 필수코스였겠군요.
전 이중의식이 감정이입과 좀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일단 그 사람한테 빙의가 된 것처럼 그 사람이 펼칠 법한 주장과 사상들을 펼치는 것이죠. 5장에서 케이드의 난을 묘사한 구절들을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세익스피어는 세상을 뒤집어 엎고 문법학자와 변호사들을 처형하려는 하층민들의 심정도 묘사하고, 그들에게 박해당하는 사람들도 묘사하죠. 그런데 희곡의 특성 상 그런 대사들은 객관적인 묘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빌현되요. 세익스피어의 의식은 순간순간 리어왕이 되었다가, 멕베스가 되었다가, 마굿간지기가 되는 거죠. 그런 것이 일종의 다중의식일 것 같아요. 세익스피어에게도 믿음이 있었겠지만,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보다 이해가 우선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부풀리기를 해보자면, 우리 사회에 좀 이중의식이 풍부해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탄핵판결문을 보면, 피고인의 심정과 논리를 묘사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헌법에 위반된다는 식으로 전개해나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옳고 그름을 말하기 전에 먼저 충실한 이해를 위한 노력을 하거나, 선행이 어렵다면 병행이라도 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 저도 그 판결문 들었는데 법리를 떠나서 정말 판결문 자체는 넘 멋있더군요. 우리나라 판결문이 이렇게 멋있었나? 다시한번 보게되더라요요. 그러다 어제 우연히 국회방송 보게됐는데 에효~ 더 말해 뭐하겠습니까? 언제고 다른 판결문도 좀 봐야겠어요.
알라딘에서 탄핵선고결정문을 이북으로 무료 배포하길래 후딱 받아 두었습니다! 차분히 정독해 보려고요. http://aladin.kr/p/CRI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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