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8장에 나온 sonnet들 중 소네트 18번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이 제가 수술실 마취 들어가기 전에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외웠던 시인데.. 첫 행이 제일 유명하긴 한데.. 그 당시 응급 MRI상 뇌출혈이 제4뇌실까지 차있다고 보고받고 앞으로 어찌 될지 몰라서 그런지 특히 마지막 행들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우리의 삶의 유한성과 동시에 사랑과 예술의 무한성에 대해 상기시키는 셰익스피어의 이 소네트에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But thy eternal summer shall not fade, Nor lose possession of that fair thou ow’st; Nor shall death brag thou wander’st in his shade, When in eternal lines to time thou grow’st: So long as men can breathe or eyes can see, So long lives this, and this gives life to thee.
어떤 경험이셨을지 상상하기 어렵네요. 다행이에요. 저도 이다음에 올 수 있는 순간에 떠올릴 만한 무언가를 생각해 놔야겠습니다.
그런 때가 있었군요. 저도 혹시 모르니까 뭐 하나 외워둬야겠어요.우선 급한대로 성경 시편 23편을.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사망의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음은... 않음은... 여기까지가 저의 한계예요. 엉엉~ 다 외울 때까지 무탈하기만을 바랄뿐입니다.ㅠㅠ
폴스타프와 그의 친구들은, 젊은 셰익스피어가 처음으로 그 거친 런던 작가진을 만나며 받았을 개성적인 인상과 매력을 반영하고 있다. 런던 다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스트칩(Eastcheap)에 있는 지저분한 폴스타프의 거처에서, 할 왕자는 일련의 도시적인 인물 군상을 만나게 되고 이들은 그가 예전에 알았던 그 어떤 인물들과도 거리가 멀었다. 할 왕자는 그들끼리 쓰는 속어와 언어를 배우면서 특별한 기쁨과 재미를 느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도, 셰익스피어가 실제로 경험한 세계가 녹아 들어 있긴 하지만 그것은 대체로 그렇듯 왜곡되고 도치되고 위장되고 혹은 새롭게 상상된 형태로 변형되어 있다. 중요한 점은, 변형을 거쳐 나온 작품보다 그것을 발현시킨 실제 삶에서의 근원들이 더 흥미로운 요소인 양 새로 상상된 부분들을 모두 벗겨 내는 것에만 치중하지 않고,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작품 — 로버트 그린의 허망한 인생에서 발견된 요소들을 선택하여 영국 문학사에 길이 남는 위대한 희극적 인물을 빚어낸, 엄청나게 대담하고 관대한 상상력의 결실로서의 폴스타프 — 에 대한 경이와 감상을 더 넓은 관점에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명예가 부러진 다리라도 붙여 줄 수 있는가?” 폴스타프는 전투가 한창일 때 묻는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나는 월터 경에게 돌아간 이 백골의 웃음 같은 명예는 좋아하지 않아. 나에게 삶을 다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폴스타프의 냉소적이고, 반영웅적인 관점 — 권력을 쥔 자들의 이상적인 흰소리를 두고 그가 던지는 가차 없고 희극적인 평가 절하와, 자기 한 몸의 안위를 건사하는 것을 제일의 원칙으로 삼는 그 본연의 완강한 자세 — 은 그를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나 군사적 영웅주의를 드높이는 축전의 내용 속에 도저히 함께 녹여 낼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셰익스피어가 그러한 축전의 관점을 보여 주고자 했던 것은, 특유의 회의적인 지성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연극의 성공을 위한 것이었다. 그저 상대를 비꼬아 대기만 하는 왕 이상의 존재로 할을 드높여 주기 위해서는, 폴스타프가 지난 두 개의 연극에서 연속적으로 훌륭하게 표현한 바 있던 그의 가차 없는 희극적 조롱을 그만 줄이고, 회의적 관점도 배제해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 셰익스피어는 부득이하게 관객에게 했던 약속을 깨고 그의 희극적 명물을 『헨리 5세』 에서는 빼 버리기로 결정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전에 『헨리 5세』 를 읽을 때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갔던 게 역시 폴스타프 경이 가셔서 그랬나봅니다ㅎㅎ 스페샬 빌런도 없고, 심리 묘사도 적고..
『헨리 4세』의 저자는 할 왕자에게서 그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그가 만들어 낸 인물에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실험적인 참여와 신중한 자기 보호적 거리감이 뒤섞인 태도를 투영했으며, 술집을 전전하며 익혔던 언어 유희와 각종 상황극의 강습이 가져다준 기능적 유용성을 인식했고, 그리고 이 과정에서 조심스럽게 배분되어 계산된 개인적 이익 추구에 필요한 대가를 무감상적으로 받아들였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할 왕자를 셰익스피어와, 폴스타프 패거리를 런던의 가방끈 긴 건달 작가진과 연결시킨 분석이 흥미로웠습니다. 작가의 삶과 주변 인물들에 관해 알지 못하고 작품 자체만 접한다면 영원히 알 수 없을 이야기네요! 이런 내용들을 읽고나서 <헨리 4세>와 만나면, 혼자 읽을 때는 모르고 지나친 부분들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겠어요. <세계를 향한 의지> 독서가 더욱 재밌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헨리 4세 1부'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16권. 1399년 리처드 2세를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른 헨리 4세가 왕위 계승의 정통성 문제로 시달리다가 노섬벌랜드 백작의 아들 핫스퍼가 일으킨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헨리 4세 2부'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17권. 1부에 이어 내란을 진압하는 과정과 헨리 4세의 죽음과 헨리 5세의 즉위가 줄거리를 이룬다.
그러나 그들을 믿지 마시게. 벼락출세한 한 까마귀가 있으니, 우리의 깃털로 미화되었고, ‘배우의 거죽으로 싸여 있는 호랑이의 심성’을 가진 그는 자네들 중에서도 으뜸으로 무운율 시구를 주워섬길 능력이 있네. 그리고 절대적인 요하네스 팩토텀(Johannes Factotum: 만능인)으로 행세하니, 제 생각에는 본인이 이 나라에서 유일하게 무대를 뒤흔들어 대는(Shakescene) 작자인 모양이야.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Shakescene !! 7장 제목 ‘무대를 흔들다’가 저거였다니 아ㅋㅋㅋ 말놀음으로 사람도 죽이겄어요, 멕이는 스킬이..
@향팔이 저도 그 대목 읽고서 웃었습니다. 그나저나, 욕하는 일도 예전이 훨씬 고상(?)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욕을 이렇게 고상하게 먹이다니!
shakescene. 정말 언어의 마법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그를 위한 대담한 처벌을 고안하여 그대에게 일러 줄 테니. 연주를 시작하시오, 피리 부는 자들이여.” (중략)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요령은 언제 시선을 엄숙하게 고정하고 또 언제 시선을 명랑하게 돌려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었다. 즉 단죄할 때와 춤을 출 때가 각각 언제인지를 정확히 구분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6장,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즐겁게 읽고 계시죠? 저는 이번 주에 조금 심란한 일(사실, 계속 심란하긴 합니다만)이 있어서 즐거운 수다에 동참하는 일에 뜸했네요; 내일 4월 18일 금요일부터 주말에는 읽기표대로 8장 '주인/애인'을 읽습니다. 8장에서는 이미 17세기 초부터 사랑하는 이성 연인에게 보내는 연시로 읽혔던 셰익스피어 소네트 154편이 애초에 누구를 대상으로 쓰인 시인지, 또 그 대상과 셰익스피어 사이는 실제로 무슨 관계였는지 그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장입니다. 제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제일 충격(?)받았던 장이기도 합니다. (저는 짐작조차 못했던 내용이거든요.)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조심스러운 숨기기가 소네트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셰익스피어의 연애 시의 은밀한 비밀을 들여다 보시죠!
네,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8장도 읽기 시작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소네트 한 편 한 편이 흥미롭습니다. 굉장히 직설적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다만 제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서 그런가. 척하면 척이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너무 많... (하핫) 근데, YG님 심란한 일이 있으시다는 말씀에 걱정이 올라오네요.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차근차근 잘 해결되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겠습니다. 그 혼란한 와중에도 모임지기 역할을 정성스럽게 잘 해주셔서, 늘 든든한 마음이 가득해요:)
저도 즐겁게 읽고 있어요. 다만. 작품을 너무 몰라서 ㅎㅎ 따라만 가는 중이에요. 8장에서 빵 터지네요. 6장 뒤에 그림들을 볼때. 저 적갈색 머리를 한 백작이 왜 나오지 궁금했는데. 아. 생식 권장 소네트 라니요. ㅋㅋㅋ 직설적인 시에 혼자 피식피식 하며 시작했지요.
ㅋㅋㅋ 저도 만날 영어수업시간에 소네트 몇 편씩 조금조금씩만 읽어봤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묶어 놓으니 막 뭔가 뒷배경의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보일 듯 말듯 (이렇게 은근슬쩍 떡밥들을 뿌려놓으니 상상력이 더 들끓게 만들죠)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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