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이 교훈들은 이후 스트랫퍼드에서도 상황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음모, 암살, 그리고 외세 침략의 소문이 퍼짐에 따라 다시 한 번 강화되었다. 하지만 이 다리 위에 효수된 머리들의 풍경이야말로 가장 눈을 뗄수 없는 경고와 지침을 주었을 것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너 자신을 통제하라. 네 적들의 수중에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영리하고 엄격하고 현실적이 되어라. 은폐와 회피의 기술을 익혀라. 무엇보다도, 네 머리가 달 아나지 않도록 목 위에 잘 얹어 두어라." 이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길 꿈꾸는 시인이자 배우로서는 꽤 따르기 어려운 지침들이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지금까지 읽은 내용 중에는 아마 로페스의 처형이 윌에게 가장 큰 primal scene 이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리어 왕』에서 보여 준 것이 무언가에 대한 암시라고 한다면, 그는 자신과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은퇴 이후 자녀들에게 의존하여 사는 삶에 대한 공포를 공유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증 거들을 보면, 그가 은퇴 이후 자기 아내와의 유대감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리라고는 거의 생각할 수 없다. 그가 이 공포에 대처하는 나름의 방식은 바로 일에 빠져드는 것이었다. -소소한 규모의 재산을 모을 수 있게 해 준 엄청난 양의 노동-그리고 그렇게 모은 자본을 토지와 농작물세에 투자하여, 꾸준히 연간 수입을 창출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623,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윌공의 노후대비법 중세의 연금!! ㅋ
우리 남편은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도 리어왕을 보면서도 비슷한 말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식 농사 다 쓸모없어.. 최고의 노후대비는 자식들한테 미리 다 퍼주지 않는 거야.. 다 물려주고 나면 절대 안 찾아와..;; ^^;;;;ㅋㅋㅋㅋ 어떤 명작을 봐도 감동보다 노후대비가 우선인 실리적인 샤일록같은 애아빠..
셰익스피어에게는 언제나 그 자신을 엄청난 일더미 속으로 내던져야 할 특별하고 음울한 이유가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누구라도 - 다락방에 있는 하인일 수도 있고 커튼이 쳐진 호화로운 침대에 누운 귀부인일 수 도 있었다. 사타구니나 겨드랑이에 숨길 수 없이 부어오른 멍울이 돋아난 상태로 깨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언제든 흑사병이 창궐하면, 며칠 혹은 몇 주 지나지 않아서 극장들은 폐쇄 조치를 당했다. 극단의 모든 구성원들에게는 돈이 수중에 돌고 있을 때 반드시 쌈짓돈을 비축해 두 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한 일처럼 생각되었을 것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631,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셰익스피어의 나쁜 꿈은, 혹은 최소한 『리어 왕」이 제안하는 바에 따르면 고령으로 인한 활력의 상실, 의존성이 불러일으키는 위협과 관련돼 있었다. 경력이 쌓여 가면서 그는, 자신들의 삶을 두고 어찌할 바 모르는 조급하고 열정적인 젊은 남녀들에서 나이 많은 세대로 점점 연극의 중심점을 옮겨 갔다. 이 변화는 고통을 당하는 노인들을 그리는 『리어 왕』에서 가장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좀 더 섬세하긴 하지만 그 자신의 나이를 염려하는 오셀로에게서도, 그리고 관객이 지켜보는 앞에서 생기와 활력이 파도처럼 쓸려 나가는 맥베스에게서도 느껴진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637,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뭔가 마음이 찡하고 윌공의 심정이 제 심정 같기도 하고. 슬푸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ㅠ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제가 최애 순위를 꼽자면 1위 리어왕, 2위 맥베스, 3위 템페스트가 될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정말 개인적으로도 따로 몇 번 더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감탄하게 되어요.
나의 삶의 과정이 시들어 가 버리는구나, 노란 이파리가 되어, 그리고 노령과 함께 와야 하는 것은 명예, 사랑, 순종, 한 무리의 친구들, 나는 가질 기대조차 말아야 하는 것들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637,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시골 신사의 일상적인 삶, 그가 수년 동안 가문의 문장 구매, 부동산에 대한 투자, 가족을 스트랫퍼드에 남겨 두기로 결정한 일, 고향에서의 사회적 조직망을 주의 깊게 유지하는 것 등으로 오랫동안 준비해 온 역할이었다. 왜 그가 그런 것을 해야 했을까? 부분적으로는 아마도, 상실의 감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리라. 셰익스피어는 그의 믿음, 그의 사랑, 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질문들로 삶을 시작했다. 그는 동시대인들이 목숨을 바쳐서 지켜 내려 했던 그러한 믿음을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었다. 설령 한때나마 그것을 위한 헌신에 끌렸던 적이 있다 해도 그는 벌써 수년 전에 그것에 등을 돌리고 빠져나왔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667,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잡담, 사소한 사건들, 바보같은 놀이들을 보면 서 단 한 번도 지루해하지 않았다. 그의 마법사 프로스페로가 행한 가장 고귀한 행위는 마법의 힘을 포기하고 자신이 떠나왔던 장소로 돌아간 것이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669,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셰익스피어가 살면서 가장 강렬하게 매료되었던 여성은, 그보다 스무 살 어린 자신의 딸 수재너였다. 그의 후기극 세 편은 모두-「페리클레스,, 「겨울 이야기」, 『태풍』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중심을 두고 있으며, 무의식적인 근친상간의 욕구에 뿌리내린 깊은 내적 불안에 잠식되어 있는데, 이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이 원했던 것을 가장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가질 수 있었다. 여생을 딸과 사위와 손녀 가까이에서 보내는 즐거움 말이다. 그는 이 즐거움에 다소 이상하고, 조금 우울 한 감상적 측면이 담겨 있다는 점을 이해했다. 그것은 어떤 은밀한 욕구를 공식적으로 단념하고 포기해야만 밀접하고 친근하게 땋아 내릴 수 있는 종류의 기쁨이었고, 그게 바로 이 마지막 연극 장면들에 주어진 과제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기이함은 일상적인 것들의 경계선 안쪽으로 숨어들어 가며 효과적으로 자취를 감춰 버린다. 그리고 바로 그 은폐의 지점이야말로 그가 자신의 일생을 마감하기로 한 곳 이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670,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이 문단이 책의 마지막인데. 뭔가 이야기가 더 이어져야 할거 같은데 갑자기 마무리 하네요. 윌공이 큰딸 수재너에게 느꼈던 그 감정은 단순한 부성애 이상의 감정이었다는 거 같은데. 잘 이해는 안되요 ㅠ 어떤 은밀한 욕구. 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너무 불경한 생각이라 그냥 어물쩍 미적지근하게 암시만 하고 마무리했나 봅니다. ^^;;;
예전에 호밀밭의 파수꾼 작가 샐린저도 그랬듯이.. 신비주의 작가들 이면의 삶에는 각자 뭔가 있겠죠..
@오구오구 님, 첫 번째(?) 완독 축하합니다. 이번 달에도 고생하셨어요. 특히 한 주 정도 앞서가시면서 예고편 계속해서 업데이트 해주셔서 다른 분들 따라 읽는 데에 큰 자극을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마지막 장은 저도 처음 읽을 때는 조금 '이렇게?' 하고서 당혹스러웠던 기억이었는데, 이참에 재독하면서는 겉보기에는 시대에 누구보다도 순응했지만, 내면에서 끊임없이 불화했던 한 천재의 마지막으로는 상징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꼭 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금기의 관계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열망을 살~짝 보여주면서 그의 일생과 작품의 숨은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저자의 의도가 담긴 은유의 장과 마무리? 이런 느낌이요.
감사합니다~ 셰익스피어 문학을 잘 몰라서 중간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렇게 연구하는 연구자들 덕분에 편하게 16세기 작가의 세세한 이야기를 마치 스토킹하는 것처럼 들여다볼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음 벽돌책도 궁금합니다 ㅎㅎ
왜 윌이 자기 아내가 아닌 딸에게 재산을 상속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네요. 그걸 앤이 몰랐을 리도 없고. 부녀사이에서 많이 괴로웠겠어요. 여기서 마무리되는 게 저도 좀 아쉽긴 하지만 이 사람은 글을 참 잘 쓰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완독하셨네요. 축하합니다. 저는 이제 겨우 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달 말까지 완독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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