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님 감성이 아니라 시대 탓인 줄로 아룁니다~. ^^
아무래도 그 시절에는 지금보다 자극적인 게 적었을 듯하니... 아니, 이것도 현대인의 착각이려나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장맥주
밥심
그래서 이 시대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보며 열광하던 주 관객층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귀족이나 상류층이 아니면 비평가들이 지적하는 셰익스피어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깊은 뜻(?)을 알아차리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인문학적 지식이 부족한 서민층에게도 인기가 있었다는 게 신기합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다 잡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borumis
그러게요.. 셰익스피어는 어떤 뜻을 갖고 썼을지 몰라도.. 주 관객층이 그이 숨은 뜻을 알 아처렸을지 아니면 그냥 생각없이 오락거리로 소비했을 지.. 이 당시 마치 글래디에이터들이 사자한테 잡아먹히는 것을 구경하는 것처럼 사형 장면을 구경하고 로페스의 처절한 마지막 호소에 폭소를 터뜨리던 군중들을 보면 그렇게 민감하게 그런 이중 의미를 포착했을 지는 의문이 생기네요. 실은 저도 연극도 아닌 책으로 먼저 천천히 몇 차례 읽어도 처음 읽었을 때 놓친 부분을 재독 삼독에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았고 또 연극으로 볼 때는 각 연출이나 배우의 연기에 따라 제가 책으로 읽을 때 놓친 뉘앙스를 그제서야 깨닫고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오도니안
셰익스피어는 예술성보다 대중성이 최우선이었을 것 같구요. 하지만 한때 유행했던 말로 한국적인 것 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가장 대중적인 것이 가장 예술적인 것이다라고 과장해서 말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말로 다 해석되지 않아도 뭔가 와닿는 느낌들. 오징어게임이나 폭삭속았수다나 나의아저씨 같은 드라마를 보면 깊이 해석하지 않아도 표면적인 줄거리와 주제들 외에 뭔가 새롭고 깊은 인상들을 남기는 장면들이 있는 것처럼 대중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이 상당 부분 겹친다고 생각해요. 특히 과거에는 더 그랬던 것 같아요.

borumis
오징어게임은 안 봐서 모르지만 폭싹과 아저씨는 완전 공감이요..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 안그래도 폭싹을 보면서 이렇게 한국적인 문화역사적 맥락이나 대사들을 어떻게 외국인들이 받 아들였을까? 궁금해지며 지금 다시 영어 자막으로 보려고 하는데요.. 생각해보면 아마 가장 대중적이고 전세계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와 주제들을 다루었기 때문이지 않나해요.. 누구든 첫사랑과 이별, 결핍과 시기, 가족, 탄생과 성장, 노화와 죽음은 겪어봤을 테니..

borumis
네.. 책에서 나오긴 하는데 결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maid of honor를 임신시켜서 여왕님을 짜증나게 했다고;; 나중에 아들 둘, 딸 셋이나 자식으로 뒀다고 합니다. 중년의 Southampton 과 그의 부인 사진을 첨부합니다.


밥심
완전 혼돈의 도가니이네요. 전 여왕을 짜증나게 한 사람이 사우샘프턴이 아니고 펨브로크 백작 윌리엄 허버트라고 찰떡같이 믿고 있었어요. 소네트를 두 사람 중 누군가에게 헌정했다는 논란이 있다는 이야기에 몰입하다가 두 사람을 헷갈렸나 봅니다. 바로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구오구
미소년 같은 청년도 나이들면 이리되는 군요. 부인도 미인이네요...

borumis
“ A comic playwright thrives on laughter, but it is as if Shakespeare had looked too closely at the faces of the crowd, as if he were repelled as well as fascinated by the mockery of the vanquished alien, as if he understood the mass appeal of the ancient game he was playing but suddenly felt queasy about the rules.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338,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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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How do characters in a play-who are, after all, only jumbles of words upon a page-convey that they have something going on inside them? How do spectators get the impression of depths comparable to those they can barely fathom and understand within themselves?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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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우리도 먼저 완독하신 @오구오구 님 따라서 이번 주도 열심히 달려봅니다. 오늘 4월 21일 월요일과 내일 4월 22일 화요일에는 읽기표대로 9장 '사형대에서 터진 웃음 소리'를 읽습니다.
9장에서 저자는 당대 유대인이 처한 현실을 염두에 두고서 유명한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반유대주의의 행간에 셰익스피어가 숨겨 놓은 근대적 휴머니즘의 단초를 찾아봅니다. 이미 앞에서도 『베니스의 상인』을 놓고서 여러 얘기를 하셨는데, 이번 장도 재미있는 희극의 이면에 숨은 셰익스피어의 메시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제 이번 벽돌 책 읽기도 마무리로 치닫고 있어요. 이번 주는 월-화 9장을 읽고, 수-목 10장을 읽고, 금요일과 주말에 11장을 읽는 일 정입니다. 다음 주에 12장을 읽고서 마무리합니다.
@오구오구 님께서도 자주 들르셔서 뒤따라오는 분들과 수다에 동참해 주세요!

오뉴
“ 그들은 그(윌)가 가진 창의적인 상상력이 오히려 자신들이 갖고 있던 관습적인 틀에서 훨씬 벗어나 있다는것을 깨달았으며, 기민한 지적 능력, 폭넓은 어휘력, 그리고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흡수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의 믿기 힘든 능력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또한 어쩌면 그에게 내재되어 있는 도덕적 보수주의 같은 것에 거슬리는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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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
“ 이러한 패러디들은 셰익스피어도 어쨌든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작품 내에서 문학적인 모욕을 되값아 주거나 심지어 일부는 세상을 떠났다 해도 경쟁자들을 조롱하는 데서 약간의 즐겨움을 얻었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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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
“ 생식을 통해서 "신선한 보완' 자신의 모습을 미래에 남김으로써 그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며, 오직 바보만이 "후세를 잇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향한 사랑의 무덤"을 파게 된다고 말한다.(3.3, 7-8)
이러한 생식과 번영을 소네트의 주제로 삼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관점이었고 아마도 전례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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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
“ 소네트 쓰기는 고도의 품위를 배양하며 구체화된 시적 형식을 다루는 궁정 귀족들의 세련된 취미였다. 토머스 와이어트 경과 서리 백작이 헨리 8세의 치세 아래서 그것을 유행시켰고, 필립 시드니 경이 엘리자베스 시대에 와서 이를 완벽하게 다듬었다. 소네트 경연에서의 주된 과제는 최대한 친밀한 언어로 자기 자신을 전시하고 감정적으로 취약한 상태를 표현하되, 사실상 내부 관계망 에서 벗어나면 그 누구에게도 저자 또는 관계자들의
결정적인 정보가 될 만한 것이 노출되지 않도록 잘 조절하는 것이었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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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
“ 그는 매우 공적인 사람이었고 무대에 오르는 배우, 성공적인 극작가, 명성 있는 시인 ㅡ동시에 매우 사적인 사람이었다. ㅡ 비밀을 털어놓을 만큼 신뢰를 받는 사람이자 자신에게 벌어진 사적인 사건들을 외부에 털어놓지 않는 대신, 이와 관련한 모든 언급 대상들을 미묘한 암호의 언어로 바꿔 버리는 작가. 이것은 셰익스피어가 자신을 위해 선택했던 이중의 삶이었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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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
“ 엘리자베스 시대의 사람들은 동성을 향한 성적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로 어떤 의미에 서는 이성애적 욕망보다 더 정당화하기 쉬운 부분이 있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선천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
이 널리 퍼져 있었으므로 다른 남성을 향한 사랑에 자연스럽게 이끌리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종교 지도와 법령에 의해서 남색은 엄격하게 금지되었으나, 그러한 금지 법령과는 별개로 남성이 다른 남성을ㅈ사랑하거나 욕망하는 것은 한편으로 완벽하게 이해할 만한 일이었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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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벌써 4월 21일입니다. 슬슬 5월에 읽을 벽돌 책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5월에는 아주 묵직한 역사책과 과학책을 한 권씩 고민해 봤어요. 어차피 두 권 다 언젠가는 읽을 벽돌 책이니 부담 없이 정하시면 됩니다.
1. 한 권은 세라 블래퍼 하디의 『어머니의 탄생』(사이언스북스). 1999년에 원서가 나왔고 국내에서도 2010년에 소개가 되었으니 현대의 과학 고전이라고 할 만한 책입니다. (세라 블래퍼 하디는 『행동』에서도 나온 하버드 대학교의 대립하는 진화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도 등장했는데 혹시 기억나시나요?)
이 책은 흔히 “무조건적인 자기희생”의 이미지를 가진 모성이 사실은 아주 복잡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어머니(암컷)는 (주로) 자녀와 또 (자녀보다는 비중이 덜하지만) 아버지(수컷)와 진화적 게임을 하면서 모성을 형성해 왔다는 것이죠. 모성, 양육, 가족의 진화를 둘러싼 다양한 얘기를 저자의 관점으로 한눈에 정리할 수 있는 고전이랍니다.
사실, 언젠가는 읽을 책이라고 생각했다가 최근에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 열풍도 있었고, ‘가정의 달’이라는 5월에 읽어볼 만한 벽돌 책이라서 제안해 봅니다.
2. 다른 한 권은 지난달에 만지작거리다가 전자책이 없어서 후로 미뤄둔 오드 아르네 베스타의 『냉전』(은행나무)입니다. 오드 아르네 베스타는 우리 작년(2024년)에 함께 읽었던 벽돌 책 『마오주의』에서 냉전사의 대가로, 또 저자에게 영향을 많이 준 연구자로 등장했었는데 혹시 기억나시나요?
오드 아르네 베스타는 냉전을 시기적으로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1991년 소련 몰락까지의 반세기 동안의 행위자로는 미국과 소련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의 시각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확장을 시도하는 역사학자입니다. 그는 냉전은 사실 산업 혁명 이후에 대두된 이데올로기(자유주의,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봐야 하니, 기원은 미국 혁명, 산업 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그리고, 행위자도 미국과 소련의 대립을 넘어서 그 두 강대국의 대립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던 중국, 한국,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전 지구적으로 조명을 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애초 그가 냉전이 중국의 국공 내전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현대사에 준 영향을 연구하는 데에서 시작한 영향일 겁니다.)
이런 시각으로 그가 냉전을 학술적으로 정리한 책이 2005년에 펴내 『냉전의 지구사』(에코리브르)입니다. 그리고, 그가 학술서가 아닌 대중서를 염두에 두고 기획해서 2017년에 펴낸 책이 이번에 번역돼 나온 『냉전』입니다. 189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긴 20세기’를 초점에 두고서 냉전의 역사, 정확히 말하자면 20세기의 역사를 다큐멘터리처럼 서술하는 책이랍니다.
두 권 다 어차피 읽어야 할 벽돌 책이니, 먼저 읽고 싶은 책으로 의견 주시면 최대한 반영해서 정하겠습니다. 분기마다 서로 성격이 다른 책 세 권을 석 달 주기로 배치해 보려고 합니다!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퍼블리셔스 위클리’와 ‘라이브러리 저널’이 선정한 최고의 책. 인류 역사와 진화사에서 편견의 장막에 가려 수동적인 여성이자 자기희생적인 모성이라는 단일한 계층으로 무더기 취급을 받아 온 어머니들을 저자는 다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로 생생하게 되살려 냄으로써 새롭고 혁명적인 모성 상(像) 및 가족의 배치를 제시한다.

냉전 - 우리 시대를 만든 냉전의 세계사우리는 냉전을 경계가 정해진 충돌로 생각하기 쉽다. 제2차 세계대전의 잿더미에서 탄생해서 소련의 붕괴와 맞물려 극적으로 종언을 고한, 두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이 부딪힌 충돌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냉전 연구자 오드 아르네 베스타는 이 묵직한 책에서 냉전을 산업혁명에 뿌리를 두고 세계 곳곳에서 지속해서 반향을 미치고 있는 전 지구적 이데올로기 대결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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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앗..!! 전 안그래도 하리하라 작가님의 '엄마 생물학' 최근에 구하고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양육가설' 등 모성과 양육에 대한 책들을 좋아하는데 반갑습니다. 안그래도 최근에 루시 쿡의 '암컷들'(영어 제목은 Bitch인데 한글제목은 복수형이네요;;)을 읽고서 이 책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전 2번도 좋지만 1번에 손 듭니다!!
제가 1년에 드라마를 한 두개 보는 편인데.. 폭싹 속았수다도 너무 재미있게 보면서도 남편과 함께 '자식농사'나 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엄마 생물학 - 내 몸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한국 대표 생물학 커뮤니케이터 하리하라 이은희가 몸으로 겪고 체득한 인간 생물학의 세계.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등을 읽고 자란 성인들에게 보내는 엄마 하리하라의 따뜻하고 배려 깊은 선물.

양육가설 - 부모가 자녀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탐구2017년 한국어판 출간 이후 수많은 양육자들의 죄책감을 덜고 해방감을 심어준 <양육가설>이 좀더 읽기 편한 모습으로 선보인다.

암컷들 - 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마다가스카르의 정글과 케냐의 평원, 하와이나 캐나다의 바다 등을 종횡무진 모험하면서, 진화생물학의 최전선을 걷고 있는 연구자들을 만난다. 바람둥이 암사자, 레즈비언 알바트로스, 폭압의 여왕 미어캣, 여족장 범고래 등 수컷보다 방탕하고 생존을 위한 투사로 살아가며 무리 위에 군림하는 자연계 암컷들의 진면목을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텔링으로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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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그나저나 전 양육가설을 2011년 영문판 Nurture Assumption으로 갖고 있는데 한글판은 2017년 한국어판을 더 읽기 편한 모습으로 선보인다는데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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