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umis 님 새로운 세상에 대한 미란다의 순진한 감탄 얘기하신거 보니까 생각나는데,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제목도 미란다의 그 대사에서 따왔다고 들었어요.(맞나..?ㅎㅎ)
+ 시대 분위기나 당시의 지배적인 사상이 작가나 관객의 무의식(?) 중에 어느 정도 자연스레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 이곳의 인간들이 자본주의나 인간중심주의를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그냥 당연한 전제로 두고 살아가는 것처럼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향팔

borumis
맞습니다. 제가 그래서 '멋진 신세계'를 읽고나서 바로 템페스트를 읽어보니 셰익스피어와 헉슬리의 냉소가 느껴지더라구요. 게다가 미란다가 그 대사 치고나서 바로 Prospero가 'Tis new to thee (너한테야 새롭겠지)라고 찬물 끼얹는 깨알같은 코멘트가 꼭 셰익스피어 자신이 하는 것 같아서 웃겼어요.

향팔
너한테야 새롭겠지 앜ㅋㅋ 너무 재밌습니다. 의미심장해요!

borumis
ㅋ 한글로는 어떻게 번역했을지 모르지만 제 귀에는 딱 그렇게 들렸어요 ㅋㅋㅋ

향팔
아침이슬 번역본도 비슷해요! “너 한테는 새롭지” ㅋㅋㅋㅋ
전에는 읽고도 그냥 넘겼는데 @borumis 님 덕분에 저도 새롭게 보게 됐습니다ㅎㅎ

오도니안
ㅋㅋ 템페스트 이제 시작했습니다. 이 장면 재미있겠네요.

향팔
저는 <소네트>를 읽으면서 이 시의 대상들이 누구이든 적어도 셰익스피어는 눈먼 사랑과 욕망과.. 그 끔찍한 중독을 직접 겪어본 인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분명히 갈 데까지 가본 거라고…
밥심
전 반대로 셰익스피어는 죽고 싶을 정도의 사랑을 못해본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텍스트를 읽어도 이렇게 감상이 다른 것이 재미겠지요. ㅎㅎ
피천득 선생이 번역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읽고 있는데 영문과 국문이 같이 소개되어 있지만 설사 영어의 뜻을 대충 알더라도 영시에 대한 기본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그 참맛은 알기 어렵더군요. 그냥 국문을 통해 감상 중입니다. 우리나라 글로 된 시도 시 읽기가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하물며 영시는 더 하겠지요. 그리고 소네트보다도 같은 정형시인 우리나라의 시조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더 생기더라구요. 학창시절에 시험을 위해 공부했던 그 시조 말이죠.

향팔
네 감상이 정반대라는 게 재밌어요! 셰익스피어 작품들은 유독 읽는이에 따라 각자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당시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당시삼백수 이런 책 사놓고 찬찬히..

연해
와,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주시다니! 저는 @밥심 님의 글 중에서 둘째에 특히 공감했는데요. 오늘 출근길에 읽었던 『친애하는 나의 글쓰기』라는 책에서도, 이슬아 작가님이 자신을 '연재노동자'라고 말씀하시는 대목이 인상 깊었거든요. 셰익스피어도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양쪽의 균형을 맞춘다는 게 참 어려운데, 시대의 흐름을 잘 따르면서 영민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완독을 축하드립니다! 저도 부지런히 따라가겠습니다:) (영차영차)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어제(4월 22일)은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오늘은 계속 화제가 되었던 4월 23일입니다.
오늘 4월 23일 수요일과 내일 4월 24일 목요일에는 10장 '망자와의 대화'를 읽습니다. 10장은 셰익스피어의 걸작으로 꼽히는 『햄릿』을 중심에 놓고서, 어린 아들의 죽음과 셰익스피어가 가깝게 지내던 권력자의 반역 사건 등이 이 작품에 미친 영향을 가늠해보는 장입니다. 저는 처음 읽었을 때 그 유명한『햄릿』이 원작이 사실상 따로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 원작을 셰익스피어가 자기 실존에 의문을 제기하는 근대적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는 데에 또 놀랐습니다. 이번에 재독하면서는 훨씬 더 꼼꼼히 읽게 되는 장이었답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의 진짜 의미가 궁금하셨던 분들이라면 10장에 주목하세요!

YG
“ 18세기 초반, 편집자이자 전기 작가였던 니컬러스 로는 셰익스피어의 배우 경력에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수소문을 했지만 사람들의 기억은 이미 희미해진 뒤였다. “나는 이쪽 방면으로는 그에 대해서 이 이상의 이야기를 건질 수가 없었다.” 로는 이렇게 썼다. “그가 보여 준 가장 훌륭한 연기는 자신의 연극 『햄릿』에서 맡았던 유령 역할이었다고.” 연옥에서 올라와 이 땅의 산 자들에게 자신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라고 요청하는 유령을 선보이며-“그대 진지하게 귀 기울여/ 내가 펼쳐 놓을 말을 들으라.”(1.5.5-6)-셰익스피어는 자기 안에서 죽은 아들의 목소리로, 죽어 가는 아버지의 목소리로 그리고 어쩌면 그 자신의 목소리로도 목청을 높여, 마치 자기 무덤에서 돌아왔을 때 냈을 법한 목소리로 외쳤을 것이다. 그 역할로 그가 일생일대의 명연기를 선보였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10장, 562쪽,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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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저는 10장에 나오는 이 대목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더라고요.

borumis
전 햄릿 배울 때도 그렇고 다른 연극들도 원래 이거 셰익스피어 오리지널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에서 따왔다고 많이 들어서 그건 별로 놀라지 않았는데 (그당시는 정말 저작권도 없고 대본도 역할마다 낱장으로 나눠갖다 소실되기 쉽고;;; 후원자들한테 선물하거나 돈이 쪼달릴 때 대본을 팔다보니 그나마 셰익스피어 희곡이 살아남았던 것 같아요) 글로브 극장 자체가 그렇게 하룻밤 안에 해체하고 목재를 재활용해서 다른 곳에서 세웠다는 게 넘 웃겼어요. 게다가 열받은 건물주 앨런이 고소하고 싶은데 법적 탈출구를 이용해서 내뺀 게 어쩌면 한때 법률사무소에서 일했을 법한 셰익스피어의 꼼수가 아니었을까?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ㅎㅎ

롱기누스
저는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을 '존재할지 말지, 그것이 문제다' 라고 번역한 책이 왠지 어색했습니다. 입에 착 감기는 맛도 없고, 머리에 팍 박히는 느낌도 없어서 말이죠.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역시 익숙함의 문제인가 싶기도 하구요...ㅋㅋ

향팔
아무래도 그 대사는 사느냐 죽느냐..를 따라올 번역이 없는 것 같아요(번역의 정확성이나 의미의 중복성 등등 다 떠나서요). 익숙해서 그런것도 있겠고 어감 어투 비장함? 모든 면에서 너무 딱이라.. ㅎㅎ

오도니안
햄릿 하면, 아니 셰익스피어 하면 죽느냐 사느냐(전 왜 이 순서가 자연스러워 보이죠?)를 자동적으로 읊을 사람이 태반일텐데, 상당히 과감한 시도를 번역가 분이 하셨네요.

향팔
책 펼치자마자 그 대사 나오는 장면부터 찾는 분도 봤어요. 셰익스피어 작품이 낳은 최대 유행어 두 개 중의 하나라..
나머지 하나는 “브루투스, 너마저?” (이건 셰익스피어의 창작 대사가 아니라 다른 원전에서 따온 거라고 들은것 같긴 한데..)

borumis
실제로 로마 역사가 Suetonius는 카이사르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끙 신음소리를 내고 죽었다는데 (저라도 그렇게 떼거리로 찔러죽이면 아무 소리도 안 나오고 죽었을 듯;;) 그의 저작 Twelve Caesars에서 "일부 (뻥치는) 사람들은 Καὶ σύ, τέκνον (You too, my child?)라고 브루투스에게 따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은 죽을 때는 신음 소리만 냈고 아무 말 안 했다."고 썼다고 하는데 아마 그 말이 Even you, Brutus? (et tu Brute?)로 전해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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